우리가 남이가
요즘 진중권이 아주 걍 과거 전투력이 되돌아 왔는지 시간시간마다 모두까기 시전을 하고 있네. 이냥반은 그냥 이렇게 살다 갈 팔잔지 모르겠다만, 나만 건드리지 말아라라는 심정이지 뭐. 하긴 진씨가 건드릴만큼 내가 거물은 아니니 하등 신경 쓸 일 없겠지. 그건 그렇고 유재수 건과 관련해서 전개되는 청와대의 이해하기 힘든 태도는 진씨가 충분히 까고 또 깔만한 일인 듯 보인다.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유재수 건 다루는 기사들을 보다보면 '초원복국집 사건'이 바로 떠오른다. 14대 대선 당시 김기춘이 부산에 가서 지역 주요 관료들과 유지들 모아놓고 "우리가 남이가!" 했던 그 사건 말이다. 고향발전 위해서는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하고, 지역감정 부추겨야 YS가 대통령 되고, 그러면 우리들이 그 떡고물 나눠 먹고 뭐 이런 스토리 전개하면서 관권 선거개입 요구했던 그 사건. 이번에 YS 낙선하면 다 영도다리 빠져 죽자고 했다던가 어쩐다던가 결의 돋궜던 그 사건 말이다.
이번 유재수 건 역시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아주 합리적 의심이 든다. 탄돌이들 비롯하여 노무현 언저리에서 빨대 꽂고 살 불리던 자들끼리 이제 와서 "우리가 남이가" 정신으로 똘똘 뭉쳐 지들끼리 나눠먹고 지들끼리 덮어준 그런 사건이 아닌가 싶은 거다.
뭐 좀 먹어보려고 하다가 재수 없게 털리게 된 유재수가 노무현 바운더리 & PK 네트워크에 있는 아무개에게 "형님, 아니 우리끼리 이럼 안 돼잖아요? 나 좀 어떻게 살려줘요." 이렇게 SOS를 치는 거지. 그럼 PK 네트워크에서 짬 좀 있고 노무현 문재인 권역 안에서 한 방꾸 뀌던 그 아무개가 청와대 PK 네트워크 구성원에게 전화 한 통화 하는 거야. "아, 야, 거 재수가 좀 요새 힘들어서 그런데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너무 닥달하지 마라. 우리가 남이가?" 이러면 그 구성원이 유재수 들춰보는 당사자에게 가서 "그만 하지? 대충 정리 될 듯 한데 일 키우지 말고" 했더니 들춰보는 당사자는 "뭐야, 이 ㅆㅂ, 꺼져!" 이렇게 되고, 그러니까 다시 이번엔 PK 진골 성골 계급으로 진입하고 있는 조국에게 "민정수석이 좀 손 좀 써주지? 저 검찰출신 저거 꼴통이라 말도 안 듣는데 수석이 군기 좀 모 잡나?" 이렇게 나오니 조국이 조금 뻘쭘했을지는 몰라도 조사하고 있는 당사자에게 "아, 야, 좀 살살해라" 뭐 이렇게 되다가 이게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온 거 아니냐 뭐 이런 시나리오가 나온다는 거다.
그럼 이 대목에서, 또다시 드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게, 이것들이 스스로를 패밀리, 아니 식구라고 하면서 서로 감싸주는 상황에서 유재수가 떡고물 혼자 챙겼을리 만무하고... 원래 패밀리라는 게 속성이 그렇다. 그런 속성이 없는 자들끼리 모여 지들 그룹을 '패밀리'라고 자칭하는 넘들은 없다. 아무튼 그렇고. 또 여기서 가지치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게, 그럼 대통령은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나? 그렇지 않은 것 같은게,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통이 조국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는데, 그런 빚은 거의 대부분 식구들에게 지는 빚이거든.
뭐 뇌피셜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자. 더 가봐야 재미도 없고 봐주는 놈도 없고 이거 나중에 영화 시나리오 될 일도 없으니. 다만, 살살 빡이 치기 시작하는 건, 기껏 최순실이 우병우 제꼈더니 그 자리에 백원우 조국 따위로 사람만 바뀌어서 똑같은 짓들 하고 있었다는 거. 이 와중에도 그저 내 새끼가 개새끼래도 내 개새끼지 네 개새끼냐는 식으로 정권 감싸고 도는 자칭 촛불들은 도대체 뭔 생각들을 하고 사는 걸까? 검찰개혁같은 소리 하고들 자빠졌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친 자가 김기춘에서 김경수나 백원우로 바뀌었을 뿐인 상황에서 이들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이라는 게 결국 어디로 흘러갈지 안 봐도 비디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