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의 자리, 남아 있는 사람들의 시간
꽃과 술 몇 잔과 사람들의 숨소리와... 거기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주대환 의장이 왔네. 한때 그를 '과학'으로 여겼던 사람의 뒷길에 나타나지 않더니만 무슨 바람이 부셨는지. 아무튼 반갑고. 처음 만나 서로를 보여주고 나중에 드잡이를 하기까지 했지만 그 때는 젊었구나. 하... 이제 관짝에 한 발 걸친 것 같은 선배의 모습이 영 안타깝기도 하려니와...
젊어 돌아간 자의 명부 앞에 머리 허연 늙은이들이 큰 절을 올린다. 다른 무엇보다 그것이 슬프다. 똑똑했던 청년 활동가가 이제 당신보다 내 나이가 더 많아졌다고 추모사를 올릴 땐 먼 산이 그예 흐려진다. 세상은 그렇게 제 갈 길로 가고, 세월은 또 그 언저리에서 뒤도 안 돌아보고 흘러 간다.
다시금, 난 이미 저 세상으로 간 사람에게 새삼스레 잘 쉬라는 둥 짐을 내려 놓으라는 둥의 헛소리는 하지 않겠다. 유물론자가 무슨 헛소리를 할 일도 아니고. 다만, 다시금 내 스스로에게 다짐하거니와, 난 재영형을 잊지 않을 거다. 잊을 수도 없거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