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한 어쩌구 하더니 이제 걍 서로 막가기로 한 듯
'통일'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적실성이라는 건 추상적인 당위를 가질 수 있을지언정 이제 이걸 실체화하는 것에 대해선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면밀하게 검토/준비해야 할 일이다. 물론 아직도 내일 당장이라도 통일만 된다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있고, '통일'이라 '조선'이라는 말만 나와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그런 감상주의가 오히려 한반도와 극동아시아의 평화 조성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북미간 돌아가고 있는 꼴은 아주 염려스럽기 그지없다. 당장이라도 일촉즉발의 사달이 날까봐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이 상태가 당분간 다시 기약없이 이어질 것 같아서이다. 잠복된 불안, 불안을 밑천으로 하는 장사치들의 정치노름, 이로 인한 진보의 정체... 이걸 다시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답답하다는 거다.
북한 외무성이 발표한 이 담화를 보라.
뭐 새삼스럽지도 않기에 이 담화를 보고 당장 전쟁날지 모르겠다고 구라치는 건 그냥 웃어 넘기면 되겠다. 다만, 서로 말폭탄 던지다가도 애정 뿜뿜하던 김정은과 트럼프의 사이이니 또 밀당하다가 뭐 날 풀릴 때쯤에는 둘이 손잡고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애써 기대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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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담화
년말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있는 속에 미국이 우리에 대한 도발수위를 계속 높이고있다.
10일 미국무장관 폼페오가 유엔제재결의를 철저히 리행해야 한다고 떠벌인데 이어 11일 미국은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공개회의라는것을 벌려놓고 우리의 자위적인 무장현대화조치들을 걸고드는 적대적도발행위를 또다시 감행하였다.
국제평화와 안전보장을 기본사명으로 하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가 주권국가의 자위적인 조치들을 걸고든것은 유엔헌장에 명시된 자주권존중의 원칙에 대한 란폭한 유린이다.
이것은 유엔안전보장리사회가 미국의 리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적도구에 불과하다는것을 다시한번 방증하여준다.
우리는 지금과 같이 예민한 때에 미국이 우리 문제를 론의하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공개회의를 주도하면서 대조선압박분위기를 고취한데 대하여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것이다.
자위적군사력을 키우는것이 국제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행위로 된다면 모든 나라들의 국방력강화조치들도 다같이 문제시되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저들은 때없이 대륙간탄도미싸일을 쏘아올려도 되고 우리는 그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무기시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우리를 완전히 무장해제시켜보려는 미국의 날강도적인 본성을 적라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이 입만 벌리면 대화타령을 늘어놓고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것이 없다는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상응한 대응》이니 뭐니 하고 떠들었는데 이미 천명한바와 같이 우리는 더이상 잃을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되여있다.
미국은 이번 회의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것과 같은 어리석은짓을 하였으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주체108(2019)년 12월 12일
평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