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비론을 옹호하며...라기보다는 그냥 닥치고 살자는 심정으로
조국이냐 검찰이냐를 요구받는 일이 있다. 이게 무슨 4.3 당시 제주에서 낮밤을 바꿔가며 질문의 주체가 바뀌고 대답의 여지에 따라 목숨이 왔다갔다했다는 악몽의 반복인지 모르겠다만.
애초에 이 싸움은 기득권 내부의 권력투쟁에 불과하다고 본 입장에서 조국이냐 검찰이냐를 묻는 건 생뚱맞다. 대부분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욕을 삼태기로 퍼 처먹고 말지만, 이게 또 관계 상 막대놓고 까기 뭐한 사람들이 물을 땐 난감하기도 하다. 그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묻는 것인데, 거기 대고 욕을 처발라버리면 이건 그냥 그들을 욕하는 거라서. 하긴 뭐 그런 질문하는 자들 자체를 욕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긴 하지만.
그래서 대충 이야기를 하다보면 양비론이 된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질문 자체를 양비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도록 한 상황에서 양비론을 이야기하면 양비론자라고 욕을 먹는다. 아 쉬바... 우짜라고... 그래, ㅅㅂ 나 양비론자, 어쩔 건데?
조국 얼라이언스들을 보자. 대충 조국 클래스의 사람들, 그들이 자신을 좌에 두었던 우에 두었던 간에, 이미 그들은 특권을 공기처럼 숨쉬며 살아왔다. 그것이 특권인지조차 의식할 이유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이 공기 속에 산소가 몇 %, 질소가 몇 % 들었는지 계산하면서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는 숨에 이산화탄소가 몇 % 있는지를 계산해서 호흡조절하는 거 아니듯이.
검찰 유나이티드를 보자. 이것들의 클래스와 조국의 클래스는 어떤 차이가 있던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무런 차이도 없다. 이들은 이미 조국의 클래스와 같은 클래스고, 검사직 그만 두고 변호사가 되더라도 역시 그 클래스의 일원으로 남는다.
아쉬울 거 하나도 없는 자들인데, 이들이 조국 얼라이언스와 다른 건 100년 전통의 조직을 등에 업고 있으며, 이 조직이 거의 조폭 따위는 쌈싸먹을 정도로 강고한 조직논리로 무장한 조직이라는 거다.
법원 내 검사분국의 설치로 검사제도가 처음 도입된 게 이미 1912년이다. 일제시대에는 사법부 소속이었다가 해방되자마자 검찰청법을 만들어서 행정부로 독립하였고, 수사권이며 기소권이며 죄다 독점한 구조를 안착시켰다. 이 역사가 무려 100년인데 진짜 문제는 이 기간을 거치면서 형성된 그들의 조직구조와 조직논리가 단 한 치도 변화한 바가 없다는 거다.
여기서 그들 내부의 문제로만 보자면, 조국 얼라이언스는 이 검찰 유나이티드의 조직구조를 안에서부터 완전히 쪼솨놓고 일을 시작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적폐청산하랍시고 권한은 그대로 부여하고 조직은 그대로 둔 채 변죽만 울리면서 검찰개혁을 운운했다. 그러다가 조국을 떡 하니 법무부 장관으로 보냈는데 이게 씨가 먹힐 이유가 없다. 노무현 정권 때 실패한 사례를 문재인 정권이 그대로 반복한다. 일이 될 턱이 없다.
검찰 유나이티드는 예전부터 자신의 조직을 건드릴 때 이를 그냥 두면 사달이 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안다. 마치 조폭이 가오가 상하는 걸 놔두면 조직이 붕괴하는 길로 간다는 걸 알 듯이. 그래서 그들은 피로 유전되는 DNA의 명령에 따라 자신들을 조금이라도 건드린 것들에 대해선 결코 용서를 하지 않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한국사회에서 조폭이 검찰 건드리는 건 '넘버3'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현실에선 언감생심이다.
검찰개혁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건가? 현 정권이 이야기하는 검찰개혁이라는 것은 그저 기득권 내부의 권력분점을 두고 벌어지는 쟁투일 뿐이다. 검찰 유나이티드가 누리는 권력이 통치권력의 한 축에서 다른 축, 즉 조국 얼라이언스들의 권력을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가지고 노는 수준에서 행사되고 있는 것을 억제하자는 게 현재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뭐 나머지 이야기는 계속 한 거니 더 해봐야 손가락만 아프니 패스.
어쨌거나 그러니 조국이냐 검찰이냐를 물으면 둘 다 개객끼고, 차라리 이 기회에 두 진영이 박터지게 싸우다가 둘 다 너덜너덜하게 박살이 났으면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할까나.
한편, 이 둘의 문제를 사회전반으로 확장시키면, 갑작스레 내 신세의 초라함과 비루함에 눈물이 나고, 이 상황을 극복하여 기득권을 타파하고 인민에게 권력이 돌아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정치조직의 부재에 열통이 터지게 되는 거.
뭐냐 하면, 조국이 잘했니 못했니의 문제가 아니라 조국의 전면 등장은 의외의 화두를 이 사회에 던졌는데, 그건 그동안 어찌어찌해서 감춰져왔던 계급 간 차별, 자본주의에 의해 형성된 카스트의 본질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거다. 온갖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 언급하기에 이른 상황. 최초 조국 얼라이언스와 검찰 유나이티드가 맞붙을 당시, 이것이 계급문제가 폭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당연히 그 수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거다. 목하 거의 모든 언론이 계급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니까? 이런 상황이 언제 또 있었나?
그런데 이게 정치적 공세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게 다 무능한 좌파의 탓이다. 여기서 그냥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박터지는 싸움을 관전자처럼 보고 있다가 경마장 중계하듯 실황이나 파악하고 급기야 평론가 노릇만 하다가 방구석에서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요컨대, 난 어쩔 수 없이 이 상황에서 조국이냐 검찰이냐를 물으면 양비론자가 될 수밖에 없다. 기실 이건 양비론도 아닌데, 내 입장에선 어차피 둘 다 한통속이므로 비교할 양자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거다. 질문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 저것들하고 싸울래 아님 걍 기면서 살래?
아이고 다 소용없다. 내 먹고 살기도 기약이 없는 통에 기득권이고 지랄이고... 체념을 해보지만 슬픈 건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