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갈 준비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개인 준비는 하나도 못하고, 회의때 발표할 내용 만드는 거랑, 없을 동안의 처리, 프로젝트 실무 추진 등으로 정신 없는 하루입니다.
오늘 무쟈게 많이 수다떨고, 번잡스레 헤집고, 엄청나게 나돌아다녔습니다. 놋북 2개를 빌리기 위해 메신저에 들어와 있는 사람은 죄다 한번씩 말을 걸었습니다. 갑자기 오랫만에 말걸어 불쑥 놋북을 열흘동안 빌려달라고 하니 당황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제가 헛 살지 않았는지 적극적으로 같이 알아봐주시더군요. 아끼는 후배가 선뜻 빌려주겠다고 하고, 오늘로 두번째 만나는, KLDP 10주년 행사때 만난 분이 차마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데 먼저 빌려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감동의 물결.. 그 후배는 직장때문에 혼자 수원에서 살고 있고, 외로움을 달래주던 놋북을 빌려준 것입니다. 데스크탑도 없는데. 이 참에 책이나 봐야겠다고 합니다. 기특한 녀석. 그 개발자 분은 놋북을 빌려줬을 뿐 아니라 이후의 제 방랑(?)을 같이 다녀주시기도 했습니다. 두분께 감사 :)
낮에 사무실에서 해야할 작업을 하고, 연락할 곳들에 연락하고, 오후 6시에 드뎌 사무실을 나와 놋북원정에 나섰습니다. 처음 갈곳은 신사역. 거기서 스트롱베리님을 만나 놋북을 받았습니다. 근데 여기서부터 제 지각 도미노, 릴레이는 시작됐습니다. 영등포에서 옥수쪽 길로 올라가는 차를 안타서 용산으로 다시 내려와 타야 했거든요. 6시에서 반 사이에 만나기로 했는데 50분쯤에 만난것 같습니다. 놋북 확인하고, 몇가지 설청하고 나니 7시. 원래 두번째 약속을 잡은 시간입니다. -_-
두번째로 간 곳은 경복궁 근처의 환경단체. 다들 바쁘고, 지방 출장도 많은 분들을 만나는거라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어떻게 오늘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연휴 뒤끝이라 피곤하고 다들 정신 없습니다. 그래도 전에 자활한게 있어 더 성심껏 호응해주시는데 제가 늦어버렸습니다. 도착해보니 피곤과 굶주림 (제가 금방 와서 일보고 갈 줄 알아서, 저녁도 안 먹고 기다렸답니다 -_-윽)에 얼굴이 거멓게 된 분도 있더군요. 여기는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설문조사를 위해 들렀습니다. 설문 작성하며,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얘기를 하다가 또 시간이 없어서 올만에 만난 회포도 다 못풀고 이동을 했습니다. 그곳까지 스트롱베리님이 함께 와주셨는데, 시간이 없어 충분히 구경과 소개를 못 시켜드리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은 종로3가 부근의 문화운동단체. 여기는 짐을 갖다주러 들렀습니다. 보관중이던 짐을 드뎌 몇달이 지난 오늘에야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자주 뻔질나게 들르는 곳인데, 그동안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까 (물론 잊어먹는게 가장 큰 요인이죠 -_-)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이곳까지 스트롱베리님이 같이 와주셔서, 마침 거기 있던 폐인 3분을 소개시켜 드리고, 저는 시간이 촉박하여 곧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베리님을 거기 남겨둔채로 -_-
다음 간곳은 사당역. 거기서 버스를 타고 두번째 놋북을 받으러, 후배가 살고 있는 수원으로 갔습니다. 버스 기다리는 줄이 엄청 길더군요. 도착하니 벌써 돌아오는 차가 끊기기 얼마 전입니다. 아끼던 후배를 오랫만에 만났는데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더군요. 역시 학생과 직장인의 차인가 봅니다. 그래도 원체 풋풋한 얼굴이라 괜찮긴 했지만. 맥주라도 한캔씩 하고 오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그냥 김밥 한줄씩 먹고는 헤어져야 했습니다. 런던 갔다와서 기념품 꼭 챙겨줘야겠습니다.
다시 사당역에 돌아오니 12시입니다. 여기 오니, 제가 한 군데 더 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서울역 근처의 정보통신운동단체. 지난 대추리 자전거 번개때 빌려준 자전거가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니면 내일밖에 없는데 내일은 회의가 둘이나 있어 오늘 들렀습니다. 처음 빌려주러 올때도 이 시간에 불쑥 나타났는데, 찾으러 갈때도 이 시간에 불쑥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때와 오늘, 같은 분이 혼자 계시더군요. 그분에게 저는 어떤 이미지로 남았을까요 ㅋ
놋북 가방과 배낭을 같이 매고 자전거를 몰고 영등포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참 오늘 많이, 다양한 데를 다녔습니다. 게다가 만난 사람들도 다양하고. 환경, 문화, 정보통신, F/OSS 개발자, 후배... 근데 이 놋북 가방이 자꾸 왼쪽으로 미끄러져 제 앞쪽으로 오더군요. 계속 왼팔을 치고, 왼다리에 얹어져 페달링 방해하고, 좀 더 있으면 아예 제 정면으로 와 양 다리를 압박하거나, 제 목을 땡깁니다. 으... 사무실에 오니 왼쪽의 근육과 뒷목이 뻐근합니다.
그동안 바쁘다고 못 들르고, 못 만나던 사람들을 오늘 하루만에, 그것도 반의 반나절만에 다 만났습니다. 열흘 공백을 앞둔 스퍼트 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오랫만에 정신을 좀 차린 탓도 있는 거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막 쏟아져 나옵니다. 다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서로 엮일 수 있고,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면 동시에 해결하고, 또 추가 효과도 있겠고.. 하지만 일단은 눈앞의 일을 좀 처리해야겠죠. 런던. 그리고 지금의 프로젝트. 지각생은 역시 달리는게 익숙합니다.
p.s 열흘동안 자전거 빌려드립니다. 단 키가 175cm 이상이어야 안전하게 타지 않을까.. 생각중. 자랑하려 이러는거 아닌데, 에이 그냥 자랑합니다. :) 또 다른 거 탐나시면 말씀하삼. 열흘동안 빌릴거. 기타도 빌려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