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활동가

사회운동

* 기획 중인 "정보통신활동가 네트워크" 그리고 "기술활동 Festival"의 분위기를 사전에 띄우기 위해, 옛날에 써 놓은 글 하나를 위로 올립니다. 한번 보시고 의견들 주시면 좋겠습니다. 런던에 다녀오고, 10월 말 FTA 4차 협상기간이 끝나면 시작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간단히 얘기하면, "기술활동 Festival" 은 모든종류의 기술(삶-기술까지)에 대해, 주말에 가볍게 모여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는, 노하우 공유하고 실험해보고 하는 상시적인 자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활동가 네트워크는 특히 정보통신활동을 하는 활동가/일반인이(기술만이 아닌 정책활동가도) 모여 친교와 활동, 노하우를 공유하는 가벼운 자리로 기획 중이며, 모인 사람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실무 추진 - 역할 분담"의 방식은 지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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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술활동가다. 04년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아마추어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계속 뽑아내며 산다. 2년이 안되는 기간이지만 그 동안에도 IT기술은 많은 변화가 있는데 이것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책을 읽고, 적용해 보고 삽질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문제는 기술서적을 읽고 컴퓨터랑 씨름하는 순간에도 현실의 시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왠만큼 삽질하다 정신차려보면 이미 하루가 다 가 있다. 아니 사실은 그렇게 집중력이 좋은 편이 못돼서 하루가 다 갈동안 삽질만 한다가 좀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오해 없길 :-D

 

상근이 아닌 자원활동일때나, 3년간의 휴학기간 중에는 그래도 부담이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계속 내 세계에만 갇혀 컴퓨터만 만지고 있기엔 좀 많이 껄쩍지근 하다. 환경단체 자원활동을 1년 정도 넘게 하고 알바와 3개월 계약 상근도 했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막상 되짚어 보면 "환경"에 관한 내 지식이 많이 깊어졌거나 환경을 생각하는 자세가 생활화됐거나 한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영성"이 깨어난것도 아니고 ㅋ

 

지금은 노동운동 단체에서 활동중인데 역시 이곳에서도 1년이 넘게 있었지만, 그리고 환경단체에서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한다곤 했지만, 역시 내 머리도 다른 사람과 같이 하나고 눈 둘, 귀 둘이며 똑같은 24시간을 공유하다보니 기술적인 공부와 실무만으로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한 공부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내가 관심이 좀 더 있는 분야는 정보공유운동이고, 관련분야에서 그나마 한국에서 활동이 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는 정보인권분야라 그 분야 활동가들의 모임에 꼬박꼬박 나가고는 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대타로 뒤늦게 결합한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벌써 몇달이 넘게 나갔는데 정보인권분야에 대해 어떤 통찰이 생겼거나 생길 조짐은 그리 보이지 않는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자기관리하고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하는데도 나는 종종 내 자신이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겪은 경험, 쌓아온 고민들의 양과 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단지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표현을 빨리 해독, 번역하는 능력이 좀 훈련되지 않아서라는 생각을 한다. 내 한탄을 하다가 수습하는 것은 아니고..

 

많은 기술활동가들 - 분명 그중에는 훌륭한 선배, 후배님들이 많아 풍부한 지식과 경험, 정책적 고민과 기술 실무를 잘 조화시키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내 추측에 대부분의 기술활동가, 혹은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가졌으나 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관망하는 분들이 이런 고민들을 갖고 계시지는 않을까? IT노동자, 선후배 공대생들과 얘기해보거나, 혹은 IT분야의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면 그들의 사회적 관심이 절대 적지 않으며 오히려 보통 한국 사회의 평균적인 수준 이상의 상식과 안목을 갖고 있음을 발견한다. 물론 여성 문제에 대한 인식 부분은 좀 아쉽긴 하지만..

 

언젠가 나름대로 존경받는 한 교수분과 술자리를 함께 할 일이 있어 이런 내 생각을 얘기하고 조언을 구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역시(내가 그분 입장이었더도 뾰족한 수는 없겠지만) 결국엔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씀을 해주실 뿐이다. 물론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래도 속으로 "아까 읽던 거 마저 읽고 해봐야 되는데... 언제 읽누 ㅡㅜ"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기술활동가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언어로 구성된 세계가 있고,

이렇게 구분하긴 그렇지만 정책활동가들은 일상 언어의 구사력이 기술활동가들보다 뛰어나다. 그래서 정책활동가들이 기술활동에 접근하는 것보다는 기술활동가들이 정책활동에 접근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거나 바람직할지 모르겠다.

 

분명 두 영역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함께 가야하는데, 이런 소통의 어려움과 영역의 구분이, 그리고 그로 인한 문제들 - 의사 결정과 가치 판단의 문제들이 종종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된다. 테크노크라트에 대한 평가 절하, 활동가 진영 내에서의 낮은 처우나 암묵적인 무시와 배제등이 없지 않다고 본다. 이 문제 자체도 새로운 것은 아니겠지만 해결의 필요성에 비해 특별한 방법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더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되는 것은 대체적으로 기술자, 그리고 기술활동가들이 대개 고독을 즐기는 성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측할 수 없는, 가끔 배신하는 복잡한 인간들보다는 정확한 지시만 내리면 대개 예측한대로 충실히 수행하는 컴퓨터, 기계들과 있는 것이 나을 때가 있긴 하다. 어려운 논의로 씨름하는 것보다는 내가 짜던 로직을 완성하고 코드를 구현하는 것이(물론 이런 걸 더 어려워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재밌고 짜릿하다.

 

어여튼,

일단은 기술 활동가들이 서로 소통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은 공통의 관심사와 공통의 언어, 그리고 그로인한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대화가 훨씬 용이한데, 일단 이들끼리 먼저 소통을 활발히 하는 거다. 그 다음은, 소속된 단위의 벽을 넘어 공통 사업을 벌이고, 일상 작업의 수준에서도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하는 것은 기술적 협력 자체로 도움이 될 뿐더러 개개인의 역량을 넘어선 큰 기획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잘 아는 두 단체의 경우를 예를 들면, 두 단체 모두 한 사람이 서버관리와 웹프로그래밍을 모두 한다. 한 사람은 서버관리 쪽, 다른 사람은 웹 프로그래밍쪽에 더 관심이 있다. 두 사람이 서로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협력한다면 두 사람과 두 단체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양쪽일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대부분의 경우, 그리고 규모가 작거나 재정 기반이 취약한 단위일 수록 이쪽 인력은 구하기가 어렵다. 사람이 없으면 돈이 있거나, 돈이 없으면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대부분 돈이 없으면 사람도 없다. ㅡㅡ; 이런 곳에서도 기술은 활동을 위해 똑같이 필요하다.

 

만일 모든 시민 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시민사회단체만을 위한 IDC 센터"를 설립하여 공동으로 서버를 관리한다면 어떨까? 돈없고 사람없는 단체들도 안심하고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각종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거다. "PC정비 자원활동가 모임"이 있어 열악한 단체들 위주로 주기적으로 출장을 나가 PC를 점검해준다면? 컴퓨터가 말을 안들어 받는 스트레스와 업무 차질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도움이 아니겠다. "보안 전문가 그룹"이 있어 대체로 방치되고 있는 사회단체들의 서버 보안을 강화해 주는 것은 어떨까? 혹은 최신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해주는 것은 어떨까? 지금 기술에 의한 권력의 감시, 통제 문제가 심각한데 대체로 이슈화 되는 것에 따라가는 정도이고, 한 발 먼저 나가 기술의 방향을 움직이는데는 이르지 못하는데 이런 모임이 있다면 그 시간의 갭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술과 정책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 의미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 정책을 세우면 기술이 구현하는 발상은 낡은 것이고, 기술 결정론까지는 아니더래도 기술의 변화가 정책적 판단과 해석을 요구하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이 알아채기도 전에 주위 환경이 변화한다. 이럴때 기술 활동가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지만 대개 일상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쁘고 자기 발전에 투여할 시간이 부족할 듯 싶다. 최신 기술을 따라가는 것만해도 버거운 정도가 아니라 가능, 불가능의 문제인데 거기다가 활동가로서의 역할이 더해지면 실제로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이런 상황이 저절로 해결되거나 외부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고, 결국 기술 활동가들의 네트워크가 좀 더 활성화되서 발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미디어문화행동 활동을 참여하면서 미디어, 문화 활동 주체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각자의 한계를 넘어선 성과를 얻어내고 각자 지친 만큼 활력과 희망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 또한 IT기술을 거기에 접목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많이 발견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과연 뿔뿔이 흩어져 각개격파 당하는 IT기술활동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게 좋을지.. 혹 이미 한참 뭔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나만 내 세상에 갇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원체 모르고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 하여간, 독립기술활동가의 TF팀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 키워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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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8 20:56 2006/10/0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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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ker 2006/10/11 09:02 URL EDIT REPLY
나여~ 런던 준비하느라 오늘도 밤 샜쓰~
문화연대에 놓고 온것 있어서 아침에 왔다가
이거 봤쓰~
삼승전자 만들자니깐.. 그럼 이런거 할 수 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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