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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년 에코토피아 준비캠프 2025/04/22
  2. 흘러라 낙동강 2 : 을숙도에서 내성천까지 2021/12/07

*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매년 환경파괴에 맞서는 투쟁과 연대하는 캠프를 꾸립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2018년 이전의 캠프 소식과 2015~2024년의 자료집을 차례차례 정리해서 공유하려 합니다.
 

해질녘의 넓은 강 유역에서 약 7명의 사람들이 걷고 있는 장면의 사진이다. 물의 깊이는 정강이 중간쯤까지 오고, 사람들은 저마다 바지를 무릎 위로 걷어올려 신발을 들고 있거나 어린이들과 손을 잡고 있다. 강 옆으로 모래톱과 낮은 산자락이 보인다.

 

작은 흙화덕을 찍은 사진이다. 자갈과 흙이 있는 바닥에 진흙, 나뭇가지, 돌 등으로 반원형의 화덕이 만들어져있고 그 위에는 금속 볼이 놓여있다. 화덕 입구는 큰 돌로 막혀있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모래사장 위에 맨발의 사람들이 둘러서 있고 가운데에 손가락으로 모래에 쓴 '에코토피아 내년에 만나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장면의 사진이다.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꾸리는 연대 캠프의 일종인 에코토피아 캠프는 주로 환경파괴에 맞서는 투쟁과 연대하기 위하여 구성됩니다. 에코토피아 캠프에 참가하거나 함께 준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매년 캠프를 주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4년 준비 캠프를 꾸렸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전국 주요 강에서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이 추진되며 강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와중에, 모래강 내성천을 지키는 활동과 연대하는 캠프가 열렸습니다. 캠프에 앞서 서울에서 영주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바이크투어가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자전거 경험을 가진 참가자들이 천천히 서로에게 맞추어가며 내성천으로 향해 갔습니다.
 

부드럽고 깊은 모래층이 아직 남아있던 내성천 강가를 걸으니 발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흐르는 물과 고운 모래가 느껴졌습니다. 강변에서 3일에 걸쳐 진행된 캠프 동안 서로의 기술과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강을 지키기 위한 한 평 사기 운동으로 조성된 사과밭에서 사과를 수확했고, 캠프 이후 잼으로 만들어 판매하여 조성한 금액은 두번째 한 평 사기에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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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2 15:49 2025/04/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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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오후에 가덕도에서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을숙도로 갔습니다. 해가 넘어간 뒤 을숙도에서 어두운 물가를 걷고 있으니 도둑게 등 기수역 습지에서 서식하는 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을숙도와 인근 모래톱 등의 습지는 수많은 새들의 보금자리입니다. 특히 겨울 철새들이 많이 머무는 곳으로 남한의 주요 철새 도래지 중 가장 많은 종이 찾는 장소이며,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철새 서식지입니다. 천연기념물이자 생태계보전지역, 습지보호구역 등 각종 보호법으로 보전해야 하는 장소지만 1987년 하굿둑이 들어서고 부산 서남권 개발 바람이 불며 을숙도의 생태계는 파괴되어 왔습니다. 상당히 개체수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매년 각 종마다 수천마리씩 찾아왔던 철새 무리의 수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며 급속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새들의 먹이가 되던 습지 식물의 군락지가 파괴되었고, 상류로부터 토사 공급이 끊기며 새들의 주요 번식처이자 서식지인 모래톱이 유실되어갔습니다.

 

4대강 사업은 지금도 여전히 강 유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관련 법인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일명 '친수법')'은 생태적으로 민감한 하천 유역 개발을 위한 법률로 강 유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면제하고, 사업자에게 강제수용의 권한도 부여합니다. 입법 당시 '수자원공사 특혜법'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는 경제성 부족으로 중단되었던 사업을 다시 가져와서 '친수법'을 근거로 부산시와 함께 추진하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을숙도에 인접한 강서구 일대에서 '에코델타시티' 개발 사업을 시행합니다. 감사원도 국회 예산처도 사업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지만, '에코'라는 이름을 내건 사업은 자연습지를 밀어내고 농민을 몰아낸 뒤 아파트를 짓고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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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10월 11일에는 낙동강 상류 지천인 내성천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영주역에서 지율 스님과 만나 내성천 물길을 막아서고 있는 영주댐이 들어서며 수몰된 지역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는 제비 무리가 머물고 있는 제비 숙영지가 있었습니다. 떼지어 해뜨는 시간에 맞추어 집을 떠났다가 해지는 시간에 맞추어 돌아온다는 제비를 만나기위해 어둑어둑한 강가에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아직 추운 계절이 시작되지 않아서 흐린 하늘을 나는 제비 무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강을 두고 사업을 강행하는 측도, 이를 비판하거나 평가하는 측도 강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이는 드물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여러 지천과 이들이 합류하는 큰 강과 그 유역에서부터 바다까지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 인간을 비롯해 강에 기대어 사는 생명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명쾌하고 쉽지만, 파괴된 것들을 되돌리는 일은 복잡하고 지난하고 힘듭니다. 언뜻 보아서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렵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곳을 지키며 기록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길을 잃지 않고 함께 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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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7 19:36 2021/12/07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