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어'
꼬뮨 현장에서 2009/11/03 03:58오늘 자전거를 타고 시국미사가 열리는 시청앞으로 가고 있었어.
갑자기 내 안에서 노래가 막 흘러나오는 거야.
가사가 막 써지면서 노래가 되어서 나오는데, 우연히 그 장면이 머리 속에 떠올라서 그랬던 것 같아.
왜 남일당 망루에서 경찰특공대원 하나가 철거민이 다음과 같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잖아.
"다 죽어!"
그 특공대원은 당시 검찰조사에서 그것을 "(경찰 너희들을) 다 죽여버리겠다" 또는 "다 죽어(버려)"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는데, 나중에 몇 달이 지나고 열린 법원 공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참석해서, 적개심과 분노가 사라진 상태에서 다시 그 말 '다 죽어'를 돌이켜 생각해보니
"(....하지 않으면) 다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니 피해)" 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증언했잖아.
나는 어느 순간 망루에서 그 말을 외친 농성자가 되어 있었던거야.
경찰특공대원들이 망루 2층에서 3층으로, 다시 4층으로 올라오고 있는데, 얼마나 다급했을까, 그럼에도 빨리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안의 사람들이, 경찰을 포함해, 다 죽게 생겼다면서 그는 바로 그 때 얼마나 당황했을까, 얼마나 긴박했을까, 얼마나 타들어갔을까, 얼마나 절실히 구원의 손길을 기다렸을까, 얼마나 간절히 상황의 변화를 갈망했을까 상상해보게 되었어.
까딱 잘못하면 모든 것들이 한줌의 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경찰특공대의 살인진압은 계속 되고 있는거잖아.
아마 특공대원들은 그런 상황을 잘 모르고, 지휘관의 명령에 살인진압을 어서 신속히 마무리하고 싶었겠지.
망루 안에는 유증기가 가득 차 있는 상황인데, 경찰의 망루 해체작업은 계속되고, 밖에선 컨테이너가 망루를 때리고, 또 철거민들이 두들겨 맞고 있었겠지.
그 철거민은 과연 '다 죽어'라는 말을 하기 전에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경찰이 물러나지 않으면?
지금 당장 도망가지 않으면?
지금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지금의 상황을 당장 되돌리지 않으면?
지금의 현실을 당장 바꾸지 않으면?
내 머리 속에서는 쉴 새 없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어.
다 죽어, 다 죽어, 다 죽어...
아까 서울시청 앞에서 신부님들이 모여서 미사를 드리면서 김인국 신부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지금 우리는 침몰해가는 타이타닉 호에 타고 있는 것이라고.
이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온 것이지.
지금 당장 우리가 가는 길을 전면적으로 되돌리거나 뿌리부터 들어내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침몰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고.
그래서 모두가 죽게 될 것이라고.
다 죽을 것이라고.
난 그 곧 불이 붙어 타오를 위험에 처한 남일당 망루 안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단말마의 외침으로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상황의 급박함을 알리고자 '....... 다 죽어' 라고 울부짖는 철거민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
그 망루는 어쩌면 넓게 본다면 우리가 사는 별 지구일 수도 있지 않겠니.
그래서 다 죽지 않으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하면서 노래를 만들고 있어.
아, 용산참사가 하루빨리 해결된다면, 아니 최소한 다섯 열사분들의 장례라도 치르고 유가족분들이 아주아주아주아주 조그만 휴식이라도 취할 수 있게 된다면 나도 좀더 노래를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으로선 이미 이런 식으로 대충 만들어놓거나 틀만 잡아두었거나, 꼬투리만 그려놓은 노래들이 너무나 많아서 하나의 온전한 노래로 빚어낼 수 있을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언제가 될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태다.
빨리 이 노래를 완성하고 싶어.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이렇게 다 죽어가고 있는 암담한 현실에서 노래를 완성하든 그렇지 못하든 중요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렇게 미쳐 돌아가는 물줄기를 바꿔 놓아야겠기에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이 든다.
추워진 날씨만큼, 그리고 10개월동안 전혀 바뀌지 않고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이 추악한 현실만큼 나도 비관적이 돼가고 있나봐.
봄은 나에게도 필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