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을 또 잡았다
꼬뮨 현장에서 2009/10/30 00:44용역을 또 잡았다.
이번엔 한 놈이 아니고 세 놈이다.
이번엔 발전기가 문제였다.
미사나 예배, 촛불문화제 같은 행사를 치르기 위해 필요한 전기는 요즘 발전기에서 얻는다.
그 발전기에서는 소음이 워낙 크게 나기 때문에 가능하면 남일당 근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놓게 된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곳에 발전기를 놓다보니,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용역깡패들이 행사에 사용중인 발전기를 끄고 도망가버린 일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가 잘 볼 수 있게 남일당 뒤 주차장 근처에 발전기를 놓아둔 것이다.
그런데 아시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 주차장은 현재 용역과 경찰이 합동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경찰 버스가 세 대 이상 항시 대기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안 컨테이너 건물은 '경비근무'를 나온 각 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CP로 사용하고 있다.
행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소음이 덜 들리도록 발전기를 미사와 예배가 열리는 곳에서 좀 멀리 떨어진 주차장 부근에 놓다보니 그 소음이 근처 경찰들을 괴롭혔던 모양이다.
소음을 참을 수 없던 경찰들이 몰려와 발전기를 옮기라고 야단을 친다.
용산참사가 일어나고 최근까지 남일당 좌우앞뒤로 경찰버스가 주차되어 24시간 엔진을 켜놓고 지내던 시절 우리는 경찰버스가 내는 귀청을 찢는 커다란 소음과 매연에 시달려야 했었다.
경찰은 처음 발전기를 켜자 달려와 소음을 견딜 수 없다면서 발전기를 옮기라고 종용했다.
결국 목사님이 예배가 진행되는 1시간 30분만 켜놓겠다고 경찰과 겨우 합의를 해서 그렇게 상황이 끝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조금 후 발생했다.
발전기 옆을 지나가던 술에 취한 용역깡패들이 가동중이던 발전기를 발로 차고, 넘어뜨리고 해서 불이 붙은 것이다.
발전기 온도는 섭씨 50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그 안에는 휘발유가 들어 있기 때문에 무척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 상황을 바로 발견한 우리들이 달려가 그 발전기에 붙은 불을 끄고 연기에 자욱해진 주차장 주변을 둘러보니 문제의 용역 세 놈이 도망가고 있었다.
나는 얼른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 그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
당시 발전기 주변에는 형사도 한 명 서 있었는데, 분명히 그 형사는 용역깡패들이 발전기에 대고 행패를 부리는 장면을 처음부터 목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바로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누가 발전기를 넘어뜨리고 불을 냈는지 모른다고,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면서 발뺌을 한다.
결국 철거민들과 유가족들이 그 용역들을 잡으러 나섰다.
용산 철거민들은 용역들이 어디 숨어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머물만한 곳으로 부리나케 달려간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왔다.
참 웃기는 상황이 아닐 수 없는데, 남일당 주변에는 경찰이 백 명이 넘게 있지만, 사건이 터지면 우리는 주변에 깔린 경찰에게선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고, 형식적으로 112에 신고를 하면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주변 지구대 경찰들이 어슬렁거리며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여튼 오늘도 철거민들이 나서서 용역들을 잡으러다녔고, 뒤늦게 한강지구대 경찰 두 명이 따라와서는 우리가 범인으로 지목한 용역깡패들에게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용역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는지, 다짜고짜 협박을 하면서 우리를 패고, 돌덩이를 던지고, 경찰에게도 폭행을 가하고, 옷을 벗고 차가 다니는 도로에 뛰어들어 고래고래 욕설을 내뱉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철거민과 유가족에게 폭행을 가하는 용역을 경찰은 묵인해왔는데, 출동한 경찰에게까지 사람을 분간하지 못하고 무차별 폭행을 행사하는 용역을 경찰은 이번엔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을 것이다.
경찰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치고, 내가 누군지 아느냐면서 행패를 부리던 용역은 결국 추가로 출동한 경찰들이 나서서 수갑을 채우고 근처 지구대로 데리고 갔다.
우리가 전 과정을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용역이라도 현장 경찰들이 풀어주지는 못했으리라.
나는 지구대까지 쫓아갔다.
혹시나 경찰이 사건을 대충 무마하고 용역들을 그냥 풀어주지 않을까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냥 풀어줄 경우 내가 찍은 동영상 증거를 들이대면서 항의할 생각이었다.
지구대 주변엔 연락을 받고 달려온 후배 용역 5-6명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문제를 일으킨 우두머리 용역은 술에 아주 많이 취했는지, 지구대 파출소 안에서도 욕설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결국 용역깡패 3명은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용산경찰서로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
나는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고 돌아왔다.
유가족과 철거민들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일삼으면서, 앞에 경찰이 버티고 있는데도 개의치 않으며 계속해서 폭행을 가하는 그 깡패들을 보면서, 나는 다시금 왜 철거민들이 망루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