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고양이, 자동차
나의 화분 2009/09/18 01:47이 글은 며칠 전 내가 겪은 끔찍한 경험에 대한 글이야.
길고양이가 아스팔트에서 자동차에 깔려 죽은 것을 목격한 경험담이야.
내용이 어쩌면 너무 잔인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기 바래.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어서 며칠 간 이 기억 때문에 많이 시달렸어.
요즘 고양이 학대 동영상이 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고양이의 죽음을 목격한 거야.
아마도, 이 사건은 앞으로 장기간 나의 사고방식과 활동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 없어.
아직은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야.
며칠 전, 새벽에 용산에서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어.
새벽 3시쯤 되었는데, 서대문 부근 차도였어.
새벽이라서 도로에 차는 별로 없는데, 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차들이 다니고 있었던 거야.
고양이 한 마리가 차에 치여서 신음하고 있었어.
온몸이 거의 검은색 길고양이 같았는데, 온몸이 비틀려서 움직이고 있었어.
순간 내 눈에 고양이를 치고 간 차가 보였어.
고양이는 두 앞발이 부러진 채 움직이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어.
야옹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구겨지고 부러지고 찢긴 몸의 남은 힘을 모두 기울여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위를 그만 다른 차들이 계속해서 덥치는 거야.
어두워서 아마 새벽에 빠른 속도로 차를 운전하는 차 운전자의 눈에는 그런 검은색 계통의 고양이는 잘 보이지 않겠지.
두 번째 차가 덥치고, 그 고양이는 이제 움직이지 못하더라.
온몸을 웅크린채 길바닥에 누워서 숨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리며 마지막 울음을 울었어.
처음 차에 고양이 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야.
이미 죽어 납작해진 로드킬은 많이 보았지만, 그렇게 생생하게 처음부터 하나의 동물이 자동차에 의해서 죽어가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어서 난 너무도 충격을 받았어.
고양이가 처음 차에 치고, 다시 다른 차에 치여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아마 20초도 채 되지 않았을 거야.
난 그 20초 무렵 동안 완전히 얼어 붙었어.
머리 속에는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명령이 번개가 내리치듯 떨어지고 있는데, 막상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거야.
머리 속은 새햐얀 도화지가 된 것처럼 난 멍해져서 그 참혹한 광경을 그저 보고만 있을 뿐이었어.
서대문 영천시장 부근 건널목이었어.
온통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지역에서 만약 내가 용감하게 길에 뛰어나가 위험천만하게 차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마지막 숨을 할딱거리고 있는, 이미 앞발과 척추가 멋대로 부러진 고양이를 들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퍼뜩 들더라.
그 부근엔 고양이를 묻어줄 흙 같은 것이라곤 애초에 찾아볼 수도 없는데.
이런 복잡한 생각들이 한 10초간 머리 속을 휘휘 스치고 지나간 다음에, 난 길로 뛰어들려고 했는데, 그 순간 또다른 자동차가 내 앞을 휘이익 하고 달려가더라.
잘못하면 내가 저 고양이처럼 압사당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엄습했어.
아주 약간, 약 5초쯤 망설였을까, 이미 다른 차들이 꿈틀거리는 그 고양이를 뭉개고 있었어.
그 모습을 차마 끝까지 지켜볼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냥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어.
고양이는 더이상 울지 않았고.
자동차들은 계속 광속질주를 하고 있는데, 난 정말 그게 몸서리쳐지도록 싫었어.
어쩌면 보통 사람들은 고양이가 도로에 왜 나갔을까, 그렇게 차들이 쌩쌩 달리는 새벽에 차도에 뛰어든 고양이가 잘못한 것이라고들 생각을 하겠지 싶었어.
아마 음식물 쓰레기가 든 봉투가 길가에 나왔고, 고양이는 그것을 먹으러 길에 나갔다가 차에 치였겠지 생각을 할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왜 그렇게 칠칠치 못한 행동을 해서 피해를 입었냐"면서 탓하기 마련이잖아.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에게 성폭력을 유도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처럼 말야.
그 검은 고양이가 그렇게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는 온몸에 힘이 빠져서 몇 십분 동안 멍하게 자전거를 끌고 올 동안 난 속도의 무서움을 다시 절감했어.
수백 대의 차량이 내 앞 도심 도로에서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려나가는 새벽 3시엔 고양이 한 마리가 아니라 수백 마리가 차에 치여 신음하다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저건 정말 끔찍한 폭력이구나.
그건 찍소리도 못하는 사이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폭력이라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게 됐어.
집으로 돌아와서 반갑게 날 맞이하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보면서 잠시 안도했지만, 자리에 누워서도 오랫동안 잠을 잘 수가 없더라.
오늘도 하루종일 그 고양이가 마지막으로 온몸을 지키기 위해서 길 위에 웅크리고 누워서 마지막으로 야옹거리는 소리를 내고는 차에 깔리는 모습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서 정말 고통스러웠어.
그게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 거야.
자전거를 타면서 나 역시 차에 치일 뻔한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에, 어쩌면 저 모습이 내가 나중에 겪을, 지금처럼 차도에서 계속 자전거를 타고 다닐 내가 겪을 모습이 아닐까 하면서 너무나 끔찍하게 생생하게 다가오는 거야.
내가 차에 치여서 저렇게 마지막 숨을 헐떡거리며 피를 쏟고 있어도 쌩쌩 달리는 자동차 속의 운전자들 눈에는 내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누굴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점점 빨라져야 하는 속도경쟁의 자동차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실감하기에 절망하고 있어.
무엇인가 행동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 참혹한 모습을 머리에서 지우기가 힘들뿐이야.
좀 나아지면 뭔가 모색해볼 수 있겠지.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 오래 전부터 글을 쓰고, 비판을 하고,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해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콘크리트처럼 딱딱한 현실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더 슬픈 것인지도 몰라.
그런 현실을 깨부술 망치질을 하고 싶은데, 나에겐 힘이 없어.
이런 내용을 쓰면서 다시 그 장면이 떠올라서 실은 힘들었어.
며칠간 묻어두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누구에겐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더 힘들 것 같아서, 이렇게 말을 하기로 했어.
너무 잔인한 내용을 쓰지 않았나 해서 읽고 있을 네게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하지만, 이 고통을 내가 극복하려는 과정이야.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