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아리아
희망을 노래하라 2009/09/24 01:34오늘은 또 뮤직비디오를 한 편 만들고 있습니다.
용산에 만들어놓은 촛불방송국 레아에서, 난 정말 오래 전부터 미디어 운동을 해왔던 것처럼, 이제는 스스럼없이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그 노래를 만들어 그에 맞는 영상을 제작하고, 만든 미디어 파일을 여기저기 뿌리고 있습니다.
용산참사 현장에 들어온 뒤에 지금까지 노래를 거의 부르지 못했어요.
일에 매달려 지내느라, 그리고 음악에 쏟던 에너지를 온전히 행동하는 라디오를 매일매일 제작하는데 쏟으면서 음악을 만드는 작업은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어요.
일부러 노래를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다른 일을 하다보니까, 정말 절대로 멀리 떠나지 않을 것만 같던 그 음악(작업, 활동, 운동)이란 것도 잠시 손을 놓고 지내게 되더라고요.
실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나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것이나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해요.
난 음악을 하면서도 대화를 나누고 구호를 외치듯이 했는데, 라디오 방송이란 것도 실은 대화를 나누고 구호를 외치는 거거든요.
거기에 살짝살짝 음악들도 끼워넣구요.
사실 용산참사 현장에 찾아와 노래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미천한 노래 실력 때문에 자괴감이 자주 들곤 했어요.
그래서 어쩌면 라디오 방송 만드는데 더 힘을 쏟았는지도 몰라요.
최소한 내가 말은 잘 하니까요.
노순택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와! 정말 사진 잘 찍는다'는 감탄사가 나와요.
그런데, 사실 사진이란 것도 노순택이 찍는 현장 사진이 있는가 하면, 내가 찍는 현장 사진도 있는 법이죠.
라디오 방송을 만들면서 저는 용산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카메라로 찍어서 여기저기 퍼나르지만, 내 사진을 노순택의 사진과 비교해보면서 자괴감을 갖게 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내가 만드는 음악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고 다시 다짐을 해보았어요.
내가 만드는 삼류음악도 있는 법이고, 멋진 음악운동가들이 만드는 정말 엣지 있는 음악들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감히 바흐에 도전을 해봤어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BWV 988)'에 나오는 아리아를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으로 만들어봤거든요.
용산참사에 대한 내 솔직한 감정과 느낌을 이 노래와 영상이 결합된 뮤직비디오 '용산 아리아'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국가가 무력을 동원해 철거민 다섯 분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반드시, 하루빨리, 그리고 모든 이들의 힘을 모아 해결해야 겠다는 굳은 의지가 이 노래엔 들어 있고요, 또한 그렇게 기나긴 시간 동안 유가족과 철거민들이 받아온 모진 고통과 아픔도 동시에 녹아 들어 있어요.
사진도 대부분 내가 찍은 것들이에요.
한 번 감상해보세요.
그리고 더많은 사람들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널리 뿌려주세요.
이 싸움은 절대로 져서도 안 되고, 질 수도 없는 싸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