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 통기타
희망을 노래하라 2009/09/28 04:249.26 범국민추모대회가 끝나고 실황 녹음한 파일을 편집해 행동하는 라디오로 만들고 난 뒤에도 '레아'를 떠나지 못했다.
친구들이 여전히 남아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 용산 촛불방송국에서는 일을 하라고 시키는 사람은 없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자신의 판단에 따라 처리해가는 식이다.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고, 또 전체적인 일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능동적으로 참여해가는 식이다.
일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 또는 동지들 또는 활동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서로 일을 맡거나 미루거나 하는데, 이런 방식이 잘 작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의 일이란 것이 삐그덕거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보통 한, 두 사람이 맡게 되는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누군가 일을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전체적인 경과를 살펴보면서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방식을 나는 선호한다.
그러한 방식에 장단점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더 늘려나가기 위해 노력을 한다.
일이 골고루 나눠지지 못하고, 몇 사람에게 집중되는 단점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자가 좀더 예민해져야 한다.
물론 '나는 왜 이것밖에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예민한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다른 친구들이 힘들어하는데, 내가 나서서 일을 같이 나눠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경우도 참 많다.
그런 마음으로 일을 맡았다가 오히려 나중에 탈이 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지내고 있다.
토요일 9.26 용산참사 추모 범국민대회에 솔직히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면 했다.
한 십만 명 쯤 모인다면 정말 추석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었다.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ㅠ
내가 아직도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일까ㅠ
정성을 다하면, 진심을 보여주면, 최선을 다하면, 목숨을 걸면 그 결과가 그대로 나올 것이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일까.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성심성의껏 한 주일을 보내고 오늘은 모처럼 편한 일요일 하루를 보냈다.
빈둥빈둥 지내니 음악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는데, 오랜만에 용산 문제에서 좀 자유로워져서 기타도 치고, 노래도 만들어보고 그랬다.
아무런 목적의식없이 말이다.
그냥 부유하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긴 채 휴일 오후가 지나갔다.
전혀 아쉽지 않았다.
내일부터는 나는 또다시 성심성의껏 정성을 다해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기타를 치면서 나는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그리고 힘을 얻는다.
약자를 짓밟는 이 체제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힘을.
이 노래의 제목은 '휴일 오후 통기타'다.
나중에 영상도 만들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