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경험
나의 화분 2006/10/14 16:22나도 몇 번 잊지못할 경험을 해보았다.
훌륭한 시를 읽으며 그 전율에 온몸이 저리고, 떨려오면서도 내 안에 흐르는 선율이 쏟아져나와 그 시로 살아나는 그런 경험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잘 만들지 못하는 노래를 계속 만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런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2004년 평택 5.29 평화축제에서 문정현 신부의 '평화가 무엇이냐' 연설을 들었을 때, 박진이 쓴 시 '언니들이 넘는 산'과 '활동가 친구에게'를 처음 읽었을 때, 전농 문경식 의장의 오추옥 열사 추모발언을 읽었을 때 등이 그랬다.
주체할 수 없는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나는 그 자리에 꼼짝않고 앉아 노래를 만들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시들은 결국 모두 노래가 되었고, 나는 그 노래들을 부르고 있다.
어제도 그런 경험을 했다.
평택구치지소 앞에서 열린 김지태 이장님을 비롯한 모든 양심수의 석방을 위한 팽성주민 촛불행사가 끝나갈 즈음이었다.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스크린을 통해 이장님의 사진들이 연속보기로 지나가고 진재연이 나와 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느끼고 말았다.
'아, 이 시는 내가 노래로 만들겠구나'
그리고 지금 다시 그 시를 찬찬히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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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도두리 만인보 5
-김지태 이장
서수찬
보미싼원
홍농계
황새울...
너희들에게는
휴지 조각같은 이름인줄 모르겠지만
그 이름에서
폭격기가 날아 간다고 생각하니
꿈에서라도 치가 떨린다
보미싼원이 날아가
아시아 어느 국가를 때리고
홍농계가 날아가
아랍 국가 어디를 때리고
황새울이 날아가
동족의 심장을 때린다고 생각하니
우리가 고작
우리 마음에서
폭격기를 띄울려고
맨손으로 들판을 만들었던가
우리는 맨손으로 들판을 만들었듯
우리의 자랑스런 이름들을
폭격기로 내줄 수 없다
너희의 자랑스런 최첨단 무기 조차도
개간해서
곡식을 꼭 심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랑스런 맨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