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성이 들려왔다나의 화분 2006/10/09 23:56오랜만에 아랫집에 와서 글도 읽고, 인터넷도 맘껏 쓰고, 혼자 기타도 맘껏 치고 있다.
이곳이 좋은 것은 밤 늦도록 혼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쳐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사실 아랫집 피자매연대 사무실이야말로 내가 요즘 부르는 대부분의 노래를 만든 곳이 아닌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낮에는 피자매 일을 보다가도 날이 어두워지면서 나는 이곳에서 매일 노래 부를 준비를 하면서 지냈었다.
오늘, 노래를 부르면서 깨달았다.
내가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를.
그건 곧 나에게 어떤 노래가 어울리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가
내가 불러야 하는 노래고
나에게 잘 맞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건 사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나는 몇 년간 내 욕망에 충실해지려고 했다.
내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듣기 위해 애썼다.
무엇이 나의 마음을 울리는가.
아우성이 들려왔다.
쫓겨나는 이들
떠밀리는 이들
짓밟히는 이들
빼앗기는 이들
그들 사이로 피어나는 노을
소리 없이 흘러가는 바람
그리고 훌쩍이면서도 이를 악다문 채 두 주먹을 불끈 쥔 이들의 외침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왔다.
이것은 나의 고통이었고, 나의 희망이었던 것 같다.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있을 수 있어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있을 수 있어서
내가 있어야 하는 곳에 머무를 수 있어서
그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또한 그 일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어서
그렇게 천천히 살아갈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권력자들이 저지르는 폭력이 미친듯 날뛰는 이 세상에서
희망이란 이토록 사소한 것이다.
이 조그만 희망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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