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님의
[가수 친구] 에 관련된 글.
한 1년 전 쯤 비올의 시 '겨울 나무'를 노래로 만들었었는데, 어제밤 이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서 불러보았다.
황새울에서 맞이할 이번 겨울은 가장 춥고 긴 겨울이 될 것 같다.
겨울밤 옹기종기 모여서 고구마 삶아 먹으면서 틀어놓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추리 불판집 파란방에서 처음 녹음한 곡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봄을 기다린다.
농사를 짓게 될 내년 봄.
비올을 비롯한 내 활동가 친구들이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겨울 나무
글 이밝은진
곡 조약골
푸르렀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이파리 한 잎
그잎 조차 풍성했던 여름의 그림자.
이제는 모두 떨궈 앙상하게 서 있지만,
붉은 비단으로 겨울을 기다리던 가을도 있었죠.
마른 잎 하나 간직하지 못했다고 원망하지 말아요.
지난 기억으로 지금 모습,
보기 싫다고 저어하지도 말아요.
지금 내 안에 머금은 생명은,
앙상한 가지 끝에 한 숨 한 숨 매달린
겨울을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한 연민
이제 다시 꽃도 푸른 잎도 피우지 못한다 한들
지금 함께 겨울을 보내는 시간에 대한 약속
최선을 다해 가파른 바람을 품고,
가지를 꺽는 눈의 가혹함을 견디는,
절대 다시 푸르름이 오지 않아도,
붉은 황홀함을 다시 입지 못해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이 시절을 통과하는 시간에 대한
마지막 남은 간절함.
나무는 겨울을 품에 안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