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버리다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06/28 03:01싫든 좋든 앞으로는 냉장고 없이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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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버리다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06/28 03:01집에서 쓰던 냉장고가 고장이 나버렸다.
그 친구는 5년전에 한 10만원인가 주고 중고품을 구입한 것이였는데, 생산된지 10년 정도가 지나니까 거의 수명을 다한 셈이다.
수리 기사를 불러 고쳐달라고 하니까 그 냉장고를 죄다 뜯어보더니 여기도 나가고, 저 부품도 망가지고, 모터도 고장나고, 냉각팬도 작동하지 않고, 냉기를 만드는 콤프레서도 교체해야 된다고 하면서 수리비가 한 10만원쯤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리를 해도 이 녀석이 잘 작동할지 모르겠다 덧붙였다.
냉장고에게는 일종의 사망선고였던 셈이다.
식물인간에게서 산소호흡기를 떼어내듯, 플러그를 뽑았다.
숨이 끊어지는 사람의 혈관에 더 이상 혈액이 순환하지 않듯 이제 그 친구의 골을 타고 공급되던 냉기는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죽은 사람이 눈을 뜨지 못하듯 그 친구 문을 열어보아도 불은 켜지지 않겠지.
김치와 야채와 찬거리와 음료수와 과일을 차게 감싸주던 그 문 안쪽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더운 김과 쾌쾌한 냄새뿐이다.
어느새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덩치 큰 친구.
혼자 살면서 아껴 쓴다고 했지만 매달 전기료는 2만원 가까이 나왔다.
3천원이 넘지 않는 가스비와 1천원 가량 나오는 수도세에 비하면 매달 나가는 전기료는 내게 큰 부담이었다.
전기료의 대부분은 냉장고가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항상 '냉장고 없이 살 수만 있다면' 하고 바랬지만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냉장고 없이 금방 쉬어 버리는 김치는 어떻게 보관하며, 시원한 것이 먹고 싶은 욕망은 어떻게 참으며, 금새 상해버리는 식재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과 씨름하는 것이 귀찮아서 난 추운 겨울이 아니면 계속 냉장고를 사용해왔지만 마음 한 구석엔 결국엔 냉장고 없이 살아내야 한다고, 그런 날이 언제가 되었든 나중엔 오게 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냉장고 사망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당장 다급하게 검색을 해보았다.
냉장고 없이 김치 등 먹을 것들을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 말이다.
그리고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사람들은 어떤 저장 방법을 택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얻어낸 답은 땅을 파고 묻거나 물 안, 옹기 안, 소금을 뿌려서 절이기, 물기를 없애고 말려서 보관하기, 기타 차가운 곳에 보관한다 였다.
애석하게도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트 같은 집을 지으며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땅에서 점점 멀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무엇을 묻고 보관할 땅은 찾아보기 힘들다.
집문서에는 '대지'와 건평이 나오지만 그 대지 위에는 고스란히 건물이 올라가 버린다.
나는 무엇을 묻어서 보관할 수 있는 땅이 가진 많은 의미를 되찾고 싶다.
땅을 파고 김치도 묻고, 더불어 아픈 기억도 함께 묻어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싫든 좋든 앞으로는 냉장고 없이 살아가야 할 것이다. 냉장고를 없앤다는 것은 내 삶의 일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일회용품에 길들여진 삶을 바꿔 대안생리대를 쓰는 것처럼,
자동차의 속도에 길들여진 삶을 바꿔 자전거 페달을 굴리는 것처럼,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삶을 바꿔 두 발로 걷는 것처럼,
육식 위주의 생활습관을 버리고 채식으로 돌아서며 자신의 삶과 그 주변의 관계들을 새롭게 짜는 것처럼,
자본주의가 판매하는 달콤한 아늑함에 포로가 되어 아침마다 돈을 벌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삶을 거부했을 때의 용기를 기억하며 나는 냉장고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과연 나는 냉장고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집단적으로 냉장고를 버릴 수 있을까?
전기 없이 돌아가는 냉장고
[쿠키 톡톡] 전기가 없이도 돌아가는 냉장고를 아십니까?
일본에는 전기 없이 쓸수 있는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발명하는 ‘히덴카 코보(非電化工房)’라는 데가 있다. 이곳에서는 제습기 청소기 정수기 라디오 습도계 야채저장기 등등을 만들어 상품화해왔다.
이곳의 발명품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히덴카(전기 없는) 냉장고’다. 놀랍게도 이 냉장고는 200리터의 물 만으로 7∼8℃의 온도를 유지한다. 음료수 정도를 차갑게 보관하는데는 부족함 없는 온도다.
원리는 간단하다. 냉장고 안을 물로 가득 채운 뒤, 단열재를 붙여 열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대신 냉장고의 위쪽에는 방열판을 붙인다. 더워진 물이 위쪽으로 올라오면, 방열판을 통해 외부로 열이 방출된다. 이렇게 간단한 원리를 왜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큰 단점이 있다. 히덴카 냉장고는 일명 ‘별보기 냉장고’다. 반드시 야외에 설치해야하기 때문이다. 야외라고 다 OK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직사광선을 받지 않는 곳, 그러면서 밤이면 하늘의 별을 볼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 제 성능을 발휘할수 있다고 한다. 날씨도 중요하다. 한여름에도 제대로 냉장 기능을 발휘하려면, 3일 중 1일 이상은 맑은 날이 돼야 한다.
히덴카코보 측은 “겨울 한밤중에 맥주를 마시려고 하면, 나막신을 신고 밖에 나와 ‘워 춥다!’ 등이라고 말하면서, 나온 김에 별도 보면서 돌아옵니다…로맨틱할지도 모릅니다만 미움받을 것 같습니다”라고 ‘낭만이 있는 냉장고’로 단점을 커버하려고 한다.
실내에서 사용할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집의 북쪽벽에 붙여서 냉장고를 설치한 뒤,냉장고 문을 집안에서 열게 하면된다. 이 경우엔 집을 새로 지어야한다는 부담이 있긴 하다.
이 냉장고를 발명한 사람은 “자주 꺼내는 것은 집안의 소형 전기냉장고에 넣어두고, 장기보존하는 것은 집밖의 대형 히덴카 냉장고에 넣는 식으로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까지 기사를 읽고도, 혹시 거짓말 아니냐며 못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직접 주문해보시라. 가격은 4만4000엔. 원화가 비싸진 덕분에 35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의 가격이다. 배송료는 별도다. 이메일로도 주문할수 있고, 팩스로도 할수 있다. 팩스 번호는 (81)046-723-9701. 상품의 이름(히덴카 냉장고) 수량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써서 보내면 된다. 혹시 주문에 성공해 배달 받은 독자가 있으면 쿠키뉴스에 연락해주기 바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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