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호 크레인으로 갑니다

나의 화분 2011/07/21 03:41

떠납니다.

밀려드는 일들을 뒤로 하고 잠시 85호 크레인으로 가려고 합니다.

 

친구 하나가 묻습니다.

"'조약골, 너는 원래 노동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잖아? 한진중공업 문제에는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한국 사회에서 정리해고가 한 두 번 일어났던 일도 아니고, 특히 다른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해고될 때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잖아. 85호 크레인에는 왜 그렇게 가려고 하는 것인데?"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며 묻는 친구에게 딱히 해줄 말이 없습니다.

"너도 가봐. 왜 그렇게 내가 가고 싶어하는지 나도 잘 모르지만 일단 가야겠어. 가면 내가 왜 그렇게 이곳에 오고 싶어했는지 알게 되겠지." 밖에는.

 

1차 희망버스, 2차 희망버스를 다녀오고 이제 다시 영도조선소 앞으로 가려고 합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는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단식도 하고,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도 하고, 희망 자전거를 타고 내려간다고 하고, 촛불을 들고 희망을 모아보기도 합니다.

모두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나도 이런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85호 크레인과 연대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습니다.

1, 2차 희망버스를 타고 내려갈 때처럼 기타와 텐트를 들고 무작정 갑니다.

 

어떤 이는 85호 크레인에 너와 나의 희망이 있다고도 하고, 그곳에 우리의 삶이 저당잡혀 있다고도 하고, 그곳에 이 시대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이 매달려 있다고도 합니다.

나는 철거민들이 목숨을 잃은 용산참사 현장에서 삼성과 포스코가 쌓아올리는 초고층 빌딩들을 보며 소수 재벌들의 탐욕과 이윤추구에 몸서리를 치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진심으로 궁금했습니다.

미쳐 날뛰는 저 돈지랄의 기계를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야 할까요?

그리고 그 세상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나는 그 답을 지금 김진숙 지도위원이 올라가 200일 가까이 농성하고 있는 85호 크레인에서 찾고자 합니다.

함께 그곳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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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1 03:41 2011/07/21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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