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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의 [일하기 너무 싫다] 에 관련된 글.
요즘 다시 가슴이 막힌 느낌, 막혔다기보다는 묵직한 알갱이들이 숨길을 막고 있어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 찾아왔다. 이건 분명 스트레스의 정도가 상승하고 있는 징후이다. 이런 느낌을 너무나 오래오래 달고 살다가 하던 일도 때려쳤었던 기억도 다시 스믈스믈 살아난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이 중에는 다른 스트레스의 요인까지 지배하는 강력한 것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따져보기는 좀 거북할 것 같고, 표면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알바'이다.
말걸기가 하고 있는 '알바'는 진보정치연구소 지방정치연구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간사비를 나름 짭짤하게 받기 때문에 돈벌이에 대한 스트레스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이 일이 끝나면 돈벌이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계약직 스트레스'가 조금 있긴 하다. 어쨌든 돈보다는 일을 하기가 싫어서 스트레스가 찬다.
일을 하기 싫은 첫번째 이유는, 어떤 형태의 일이든 일이면 다 하기 싫어하는 '겔뱅이 신드롬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때로는 자주, 일을 마쳤을 때의 성취감을 알기 때문에 열심한 척 일하기도 한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팍팍 찰 정도로 일을 하기 싫을 때는 다른 이유가 분명 있다. 이번 알바가 싫어지는 이유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 때문이다.
지방정치연구회의 이번 프로젝트는 가히 거대한 프로젝트이다. 당의 지방정치 활동을 직접 조사하고 실증적으로 분석한 후, 지방정치론을 완성하는 게 목표이다. 물론 될 리가 없다. 그래도 큰 포부와 목표를 가지고 매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번에 달성을 못하면 이번 프로젝트를 발판으로 다음에 또 하면 되니까. 크게 보고 조금씩 조금씩 채워가는 아름다운 프로젝트.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죄다 당직자들이다. 중앙당직자이든 지역조직의 당직자이든. 당일에 치이는 이들이 직접 조사를 하겠다고? 애초에 프로젝트 설계가 잘못되었다. 그래서 중간에 지지부진하니까 간사비를 가지고 말걸기를 꼬신 것이다. '약간의 사기'는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낚싯밥을 물긴 했으나 이 정도의 사기일 줄이야.
프로젝트를 열성적으로 제안한 딱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도 없고 열정도 없다. 그냥 하기로 했으니까 적당히 마무리는 해야겠는데 그것도 귀찮다는 태도들이다. 그러니까 결국 옆에서 딱 한 사람만 '좀 미안한데 잘해 보자'며 시간 쪼개며 프로젝트에 열을 올리고 나머지는 '어~어~' 하고 있는 꼴이니 말걸기가 일을 하고 싶겠냐구.
어떤 면에서는 이들은 자신의 버거운 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해도 간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에 실망스러운 점은,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 혹은 그 수행에 따른 기능이 당에게는 대단히 필요한 요소라는 점을 외면한다. 냉정히 따져보면 이 프로젝트는 진보정치연구소가 할 일이 아니다. 당의 정책·집행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당을 이끄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자기 빛날 일만 찾았기 때문에 당을 공공히 하기 위해서 해야 할, 길고 지난하고 귀찮은 기본 업무는 언제나 외면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는 실무당직자들이 진보정치연구소 지방정치연구회를 통해 당에 거름이 되는 일을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면 뭐하나. 지들이 벌여놓은 일 지들이 생까는데.
이 상황에서 말걸기가 '일 고만할래' 해 버려도 상관 없을 듯하나, 그 말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어 차마 그 말을 못하고 있다. 7개 지역위원회 간부들의 얼굴이다. 프로제트의 일환인 지역정치활동사례를 모으기 위해 인터뷰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역에서의 성공과 실패의 달고 쓴 이야기를 사심 없이 풀어주었다. 그들의 얘기를 잘 각색해서 옮기기로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임감은 확실히 좋지 못한 스트레스임은 분명하다. 그래도 어쩌랴.
아마도, 최소한 7개 지역위의 14개 정치활동사례는 정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일은 잘 모르겠다. 그냥 얼른 해치워 버리고 프로젝트 간사 자리 내팽겨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그나저나 다른 스트레스도 상당한데, 언제 죄다 수다를 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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