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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초록 도시, 하바로프스크의 거리

[6월 28일(수)] 하바로프스크의 거리를 걷다

 

 

■ 회색 하늘 아래 초록 도시, 하바로프스크

 

 

하바로프스크의 첫인상은 '회색'이었다. 우중충한 하늘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공항 활주로는 회색빛이었다. 그리고 자그마한 입국 심사대, 좁은 공항 로비. 국제 공항이 있긴 하지만 크지 않은 도시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공항로비에서 환전을 하고 방수 자켓을 꺼내 입고선 공항 앞 광장(?)으로 나왔다. 글쎄 이걸 광장이라 표현해야 하나 싶다. 무슨 공장이나 큰 창고 앞 공터 같은 느낌.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 저편에 버스들이 서 있어 공터를 가로질러 비를 맞으며 걸어갔다. 버스를 타는 곳이 두 군데는 되어 보였는데 하바로프스크역으로 가려면 어디에서 무엇을 타야할지 알기 어려웠다. 그날은 무조건 이르쿠츠크행 열차표를 사야 했다.

 

'진'이, 비를 맞으며 마주 걸어오는 젊은 여성에게 하바로프스크역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다. 운이 억세게 좋게도 쏘샤는 영어교육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다. 첫날부터 복이 터졌다. 떠나올 때의 액땜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그날은 쏘샤의 안내로 하바로프스크의 거리를 쏘다녔다. 아래의 사진은 쏘샤의 도움으로 하바로프스크역에서 이르쿠츠크행 열차표를 구한 후, 여행자들이 많이 묵는다는 호텔로 향할 때의 거리의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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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었던 점은, 하바로프스크역에서 우리 일행이 묵었던 호텔까지의 거리가 온통 초록빛이었다는 점이다. 이 거리보다 훨씬 번화하고 찻길도 넓직한 앙가라 강변쪽도 초록빛이 만연했다. 회색빛 하늘 아래에서조차도 하바로프스크는 짙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길에 물이 고이고 울퉁불퉁해도 여행자에게 편안함을 주는 도시였다.

 

길에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비를 맞으면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가 온다고 해서 꼭 우산을 들고 다니지는 않는단다. 쏘샤도 비를 맞는 게 좋아서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단다.

 

 

하바로프스크의 도로 교통은 혼잡하지 않았다.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낡고 거칠었다. 버스는 한국의 중고차를, 승용차는 일본의 중고차를 많이 수입한단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연료들은 정유가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한 생각도 들었다. 초록빛 도시에 걸맞지 않게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매캐한 연기들이었다. 한국에서는 검은 연기 내 뿜는다고 거리에서 쫓겨나는 자동차를 러시아나 몽골에 파는 것 보면 못할 짓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경제'이고 '무역'이긴 하지만...

 

하바로프스크의 거리가 더욱 '초록'다운 거리가 되려면 몇 가지는 달라져야 할 듯하다. 자동차 매연을 줄여할 것이고, 보행자가 불편하지 않게 걸을 수 있도록 도로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거대한 광고도 너무 많아 보였다. 한국처럼 건물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간판들은 없지만 보도나 차도나 큰 광고판은 '초록'을 방해했다.

 

무엇보다, 시베리아 여행 내내 그러했지만, 경사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왔다. 러시아라는 나라도, 하바로프스크라는 도시에서도 '시민'의 개념이 성장한다면 한국만큼이나 치열한 '이동권 투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여행 내내 눈에 띌 정도의 장애인은 딱 한 명 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것도 몽골 유적지에서 지나친 관광객이었다. 이 정도라면 러시아도 '인권 후진국'인 건 사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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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보이듯이 삼성의 간판도 인상적이었다. 호텔방 배란다에서 찍은 사진이다. 오른쪽에 빨간 간판으로 'HK'라고 씌어있는 건물이 쇼핑센터이다. 1층에는 큰 슈퍼마켓이 있어 이르쿠츠크행 열차를 타기 전에 장을 보았던 곳이다. 말걸기는 쏘샤를 기다리다가 일행을 쫓아갔으나 카메라 가방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매장엘 들어가진 않았다. 5층 정도였던 것 같은데 다양한 매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백화점 마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구경을 하는데 경비가 와서 사진을 못찍게 했다. 러시아는 왜 이리 못하게는 게 많은 나라인지...

 

 

하바로프스크가 일년 내내 이렇게 푸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6월 말 하바로프스크는 그 초록빛 때문에 매력이 있다. 또 가고 싶은 이유이다. 시베리아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초록빛을 발산하는 길거리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는 것 같다. 초록빛이 만연한 여름이 짧아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님, '공공근로'가 발달하지 못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