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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남한의 제3세계에서의 개별성

우리의 언어의 문제가 갖는 심각성을 호소하는 것이 다른 제3세계와의 대화 속에서 의미 있으려면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 듯 하다. 실제로 민족언어로서의 문자를 가지지 못했거나, 또는 민족화된 구어의 역사도 가지지 못한 제3세계의 경우에 식민-제국주의에 의해 언어 자체가 그대로 이식된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언어의 문제는 그와 달리 식민-제국주의의 충격 이전부터 본래의 역사를 갖는 문자와 민족 언어문화가 존재했기 때문에 단순한 이식이 아니라, 철저한 단절과 재창조의 방식으로 식민주의적 언어체계가 형성되었다는데 있다. 다시 말해서 제3세계에서 우리가 가지는 개별성은 역사의 부재라기 보다는 단절과 왜곡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이식의 문제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단절과 왜곡이 더욱 문제화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논문 작업을 접했다.

 

이번 여름호로 나온 《개념과 소통》 15호에 실린 김병문 선생의 글 「들리지 않는 소리, 혹은 발설되지 않는 말과 '국어'의 구상--근대계몽기 국문 담론 분석」이 그것이다.

 

물론 번역의 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고, 이른바 가상적 '탈식민' 이후의 전개까지 확장하지는 않고 있지만, 국어학계에서의 진지하고 성실한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이 논문은 흥미롭게도 내가 '시공간의 균질화'로 식민-지리-역사유물론의 문제의식을 원용했던 부분과 유사한 논점을 구사하고 있다. 주체의 문제에 대한 편향적 접근이라는 유혹에 쉽게 빠지면서도, 동시에 그에 대한 가장 진지한 접근이 가능한 것이 국어학계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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