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③] 태양의서커스 ‘쿠자,,,간담 서늘한 극한 종합예술
-비하인드더신, 드레스리허설, 그리고 본 공연,,,경이로운 묘기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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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태양의서커스단 ‘쿠자(KOOZA)’ 공연팀은 2일 최종 리허설과 개막공연을 시작한 이래 12월 30일까지 80회 이상의 공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본 기자는 앞서 ‘비하인드더신’과 ‘드레스 리허설’에 이어 한 차례 더 주말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세 번의 ‘쿠자’ 경험을 하게 됐다. 우리 시대 가장 핫한 종합예술로 떠오른 아트서커스로서의 ‘쿠자’경험을 통해 가진 남다른 시간이었다.

이번 ‘쿠자’의 드레스리허설공연은(2일 6시30분) 태양의서커스와 태양의서커스 한국 파트너사 마스트엔터테인먼트가 소셜액션 캠페인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의 일환으로서 특별한 관객들을 초청하여 펼친 자선공연의 성격이 짙었다.

즉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아시아이노베이션스그룹 기프토/업라이브가 주최하는 'Dream 드림 캠페인'과 뜻을 함께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소속 어린이들과 SOS 어린이마을 한국본부 등 총 7개 자선단체를 통해 국내 무연고 문화소외계층 청소년들 400여명을 초청했던 것, 여기다 기자단까지 합세시켜 태양의서커스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무대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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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드레스리허설 때다. 빅탑의 문을 두드린 것은 5시 조금 넘은 시간, 매표소를 바라보며 ‘쿠자’의 영역에 들어섰다. 발걸음을 멈추고 기다리고 있자니 관계자가 나와 철망담장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눈앞에는 출입구 두 개가 있었는데 한쪽은 VIP 용 다른 한쪽은 일반석 관객들이 출입하는 문으로 구분돼 있었다. 왼쪽 VIP전용 문으로 들어가서 한 일은 우선 세 가지였다. 취재신청 여부를 확인하고 어깨에 삼각형의 녹색스티커를 부착한 다음 목걸이용 출입증을 받았다. 이어 동전만한 스티커를 추가로 받았는데 “그냥 갖고 있어보세요!”하며 건네주던 것은 나중에 보니 공연장에 입장하는 순번 표였다.

천막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정중앙에 노랑과 하양과 빨강색의 축구공만한 알전구가 빛을 내고 있었다. 각종 먹거리가 놓인 테이블 위에는 투명 그릇에 담긴 미니 컵밥과 다과, 샌드위치와 과일 그리고 와인과 사과주스 등이 보인다. 휴식용 의자와 스탠딩 테이블이 갖춰져 있어 각자 음식접시를 올려놓고서 삼삼오오 식사를 마쳤다. 벽 쪽에 있는 진열대에는 ‘쿠자’에서 출시한 티셔츠와 양말, 머그컵과 스티커 그리고 친 환경 헝겊가방과 제본이 된 ‘쿠자’의 해설서 가 비치돼 있었다. 모두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캐릭터 상품들이었다. 철저한 준비성과 짜임새 있는 마케팅이 돋보이는 부분이리라. 본 기자는 이 모든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흥미롭게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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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년 일이다. 장충동 국립극장의 야외특설무대에서 ‘제방의 북소리’라는 연극을 본적이 있다. 극단이름은 ‘태양의서커스’와 같은 ‘태양극단’이었다. 태양의 서커스 주 근거지는 퀘벡 주의 주도이자 캐나다 제2의 도시인 몬트리올인데, 퀘벡은 프랑스 계 사람들이 67%를 차지할 만큼 불어 사용에 가톨릭 신자가 많은 프랑스 적 색채가 강한 지역이다.

프랑스 파리 근교인 파리 카르투슈리 극장이 본거지인 태양극단 역시 프랑스 문화권에서 태동한 극단이라는 점이다. 이름부터 비슷해서 ‘태양의 서커스’가 뜰 때마다 둘은 어떤 식으로 관련이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늘 궁금했었다. ‘제방의 북소리’는 600년 전 동양의 한 성(城)에서 일어난 대홍수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다. 그러던 어느 날 성안으로부터 제방을 터뜨려서 물을 방류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성벽이 무너질까봐서 물길을 분산시키려던 것, 이 경우 지대가 낮은 마을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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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첫째 무대장치였다. 무대주변에 물을 흐르게 하여 둑이 무너지는 장면을 실감나게 연출했던 점, 극중 효과음으로는 한국의 사물놀이에서 차용하여 북과 징과 장구, 꽹과리를 이용하여 제방이 무너질 때의 위험을 고조시키는데 절묘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실제로 배우들은 우리나라의 사물놀이를 6개월 동안 배웠다고 한다. 이어 배우들의 움직임이다. 인형처럼 정형화된 기법을 사용했고, 무대의상의 변화도 좋았다. 무채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으나 자체 내에서 미묘한 변화를 충분히 보여주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무대의 방향도 획일적이지 않았다. 열린 무대를 지향하고 있었기에 태양극단에서 보게 된 여러 가지 새로움은 지금까지 내 삶의 소중한 향기가 되고 있다.

그래서다. ‘태양의서커스’는 처음부터 나를 부추기는 뭔가가 남달랐다. 정기 공연과 달리 비하인드더신과 드레스리허설은 빅탑의 숨겨진 의외성과 고유성을 동시에 톺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했고, 숨은 그림을 찾듯이 빅탑이 발산하는 특유의 분위기와 준비상황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쿠자’가 뛰어난 볼거리를 넘어 아트서커스이자 종합예술로서 갖는 존재감은 어디서 오는지 말이다.

지난 번 비하인드더신에서는 아티스트들이 몸 풀기 모습과 무대에 올라 티터보드를 시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어 ‘딘 하비’ 예술감독과 스트랩 아티스트인 ‘헤일리 빅토리아’, 의상팀장인 ‘알렉스 서지’를 인터뷰하며 역할에서 오는 애환과 고충을 들었다. 그들의 자부심이 공연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보려 스트랩 아티스트인 ‘헤일리 빅토리아’에게는 직접 질문을 던졌다. 어려운 기술동작을 성공시켰을 때에는 스스로 어떤 보상을 해주는가 하고,

“잘못 던진 주사위라도 내가 던진 것이라면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대답에 본 기자는 “일을 잘 했을 때 자신에게 어떤 보상과 선물을 하느냐?”고 재차 물었었다. 미스 헤일리는 말하길 “공연할 때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는 자세로 임한다. 관객들의 반응이야말로 내가 받는 최고의 선물이자 보상이다”라고 했다.

‘쿠자’의 구성이란 이노센트와 트릭스터가 여행을 떠나며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고 그 틈틈이 기예와 곡예 혹은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식이다. 극의 시작점에서 이노센트의 연날리기는 어설프고 서툴렀지만 극이 끝날 때쯤에는 익숙하게 연을 날리고, 트릭스터가 요술을 부리던 홀(笏)을 건네받는가 하면 킹으로부터는 왕관도 받는다. 트릭스터와 동행하면서 만난 왕과 두 하인, 매드독과 하임로스와 경찰관들 또 극이 시작될 때 상자(쿠자)를 싣고 온 우편배달부와 바바리를 입은 사나이 경찰관 등 모든 캐릭터는 막간에 등장하여 장면의 흐름과 극의 지속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캐릭터는 서커스에서 흔히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더라도 너무 자주,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면 십중팔구 서커스를 산만하고도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어른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나이 대에 따라서 감상의 포인트와 바라보는 포인트도 다를 것이다. 이 나이에서는 부차적인 등장인물 보다는 더 많이 곡예에 집중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아주 어렸을 적엔 어릿광대의 모습이 기억에 남고, 중학교 시절에 본 독일서커스단에서는 육중한 코끼리와 채찍을 들고 있는 우수에 차있는 노란 머리의 여자 단원이 기억에 있다. 2년 전 장춘서커스단에서는 접시돌리기와 긴 줄을 붙잡고 중심 탑을 돌던 청춘남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임에 분명했다. 서로 주고받는 눈빛이 꽤나 다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참 공연이 끝나고 입구에 서서 인사를 해주던 장면도 있다. 서커스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오늘 우리를 찾아온 ‘쿠자’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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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01 2018/11/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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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작가 겨울무대’는 5년 만에 부활하여 한국극작가협회와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공동주최하여 총 네 명의 작가와 연출가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 그 첫 공연작은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최고나 작가의 신작 <향수>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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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향수’는 공부 밖에 모르던 모범적이었던 아들과 그 부모가 극단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이야기다. 성적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우리 사회다. 이는 여러 의미에서 한국적인 병리현상과 무관치 않다. 작품 향수는 사랑과 이해가 없는 가정이란 얼마나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가 오랜만에 찾아오는데 아들은 “좋은 향수 없냐?”며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이다가 이내 “한 달 전에 어머니를 죽였다”고 고백하고(...) 향수는 시체 썩는 냄새를 가리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현실에서의 갈등구조는 불행의 원인제공자인 아버지와 상처받은 아들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죽은 어머니와 소년의 대립에서 빚어진 존속살인이 되겠다.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소년의 어머니는 이혼의 충격과 아픔을 오직 아들이 공부의 화신이 되어 전교 1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상받으려고 한다. 공부를 잘해서 아들이 출세해야만 집을 나간 남편이 머리를 숙이며 돌아오고, 주변 사람들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맹신에 빠져 있었던 것,

“어머니를 죽였다. 이런 나를 제발 도와 달라.”고 절규하는 소년에게 뒤늦게 찾아온 아버지 또한 자신의 체면과 젊은 여자와의 행복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소년에게 여자 친구의 소식은 구원이요 희망이었다. 그러나 학수고대하던 친구의 연락에 어쩔 줄 모르고 좋아하는 소년을 필사적으로 가로막는 아버지다. 이를 참다못한 소년의 증오심은 필연적으로 아버지를 향해서 또 한 번 폭발하게 된다.

부모의 이혼은 결손가정을 낳고, 그 희생자는 어린 자녀들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형제라도 많은 집에서 자랐더라면 조금 덜했을지 모르지만, 이혼의 아픔으로 병들어 있는 어머니와 단 둘이서 살고 있는 소년에게는 구원의 여백이 그만큼 협소할 수밖에 없었다. 존속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다루는 작품의 무대가 소극장이고 보니 관객은 배우들의 동작과 대사를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가까이서 호흡하게 된다. 폭력과 학대가 낳은 비극을 극중 아버지 역의 문경태에 맞서 날 것처럼 쏟아내는 아들역의 김세환의 연기는 그래서 오싹한 전율과 함께 관객들로 하여금 두려움과 자책과 회환에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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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역할에 몰입하다보면 배우들 역시 온전할 수 있겠나.”싶었다. ‘국제난민봉사자들도 정기적으로 상담 치유를 받으면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기억이 떠올라 “아무리 극중에서 하는 역할이라지만 저렇게 격렬한 연기를 하고난 배우들은 심리상태가 괜찮은 것일까?”하는 걱정과 함께 배우들은 직업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과연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했다. ‘향수’는 우리사회의 병적인 부분을 신랄하게 찔렀고, 속박의 피해자든 가해자이건 사회구성원의 입장에서든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은 가슴 아픈 단면이기에 이래저래 생각거리를 잔뜩 안겨주고 있었다.

아들 역을 한 김세환 배우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캐릭터가 너무 강해 한동안 힘들 수도 있겠다.” 주인공 역의 김세환은 “일인 걸요.”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받으면서 “이 작품 끝나고 다음 작품 바로 들어가니까 그것으로 될 거예요”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폐 일언하고 작품에 대한 아쉬운 점 하나, 17살 소년의 존속살인을 다룬 무거운 주제에 비해 ‘구원의 메시지는 너무 빈약하다’ 싶었다. 또 처절하고 끔찍한 내용으로 이뤄진 작품명으로 ‘향수’라는 제목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불가다.

아무튼 <봄 작가 겨울무대>는 최고나 작 신동인 연출의 <향수>, 이수진 작 이우천 연출의 <고시원 연쇄 화제사건>, 이소연 작 손원정 연출의 <어제의 당신이 나를 가로지를 때>, 송현진 작 류근혜 연출의 <달랑 한 줄>로 올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네 명의 작가들은 각각 장막희곡을 의뢰받아 신작 집필과 무대화의 기회를 제공받은 아르코∙대학로 예술극장의 작가지원 프로젝트의 수혜자들이다. 12월 2일까지 3주 연속해서 대학로소극장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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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12:40 2018/11/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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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양의서커스 빅탑 속 ‘쿠자’를 엿보다-②
-무대 뒤 비하인드더신과 ‘쿠자’의 무대환경, 리허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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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무대와 제일 가까운 영역이 레드카펫이다. 레드카펫은 그야말로 아티스트들이 관객을 만나기 직전에 머무는 공간이자 예술감독이 디렉션을 하는 공간이다. 홍보매니저는 “당일 게시판을 주의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시판에 이름이 적힌 퍼포머라야 기량과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서 수입과 명성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빅탑과 무대 환경

빅탑은 그야말로 서커스 마을의 최고 중심지다. ‘태양의서커스’가 기존의 서커스들과 다른 점은 “기계나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인력으로만 채워진다.”는 점이다. 260도의 원형무대로서 객석 어디서나 편안한 시야가 확보되도록 설계됐는데, 빅탑을 떠받치고 있는 가장자리에는 높이 25미터짜리 네 개의 기둥을 세워 무대의 평균높이 20미터에 지름 51미터에 2600석의 객석을 갖추도록 한다. 빅탑은 현존하는 서커스무대 중에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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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탑의 구조는 언제나 개방성을 원칙으로 한다. 바타클랑이라고 하는 움직이는 탑을 중심으로 쉴 사이 없이 곡예와 연기와 퍼포먼스가 펼쳐지도록 말이다. “관객들과 진정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고, 위험이 뚜렷이 느껴지는 무대 환경을 조성하여 서커스의 본질 그 자체를 포착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데서 태양의서커스가 관객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인간의 심리를 얼마나 잘 꿰뚫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바로 그것이다. 서커스나 곡예 혹은 연희의 현장성 말이다. 관객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그들의 감동과 대리만족을 위해 충실히 봉사할 때 대중예술로서의 ‘쿠자’는 생명력이 충만해진다. 관객들은 “저 동작, 힘들 텐데 실패하면 어쩌지!”하는 조바심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아티스트가 펼치는 퍼포먼스와 동작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비탄과 한숨, 응원과 흥분의 박수를 보낸다. 내 인생의 반쪽이나 되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애정과 감정을 몽땅 쏟아내며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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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 딘 하비

"공연장뿐 아니라 움직이는 마을에 들어서는 것부터가 특별한 쇼의 시작"이라는 딘 하비 예술 감독, 그에게 물었다. “무엇이 당신을 ‘쿠자’ 공연에 참여하도록 이끄는가? 또 쿠자의 매력은 무엇이며 왜 우리는, ‘쿠자’를 봐야 하는지”를.

하비 감독은 “쿠자의 독특함이 자꾸 나를 부르고 나를 선택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모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액트를 글로벌화 하는 능력이 ‘쿠자’의 탁월함이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쿠자'는 또한 서커스 본연의 언어에 충실하려는 점과 연약한 인간의 수행을 조명하고 초기 서커스 형태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 노력한다는 점에거 각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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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감독은 또 이번 내한 공연 작품인 '쿠자'는 “신기술 활용보다는 서커스 양대 전통인 곡예와 광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여행이라는 소재가 이야기의 기본에 깔려있어 소통과 공감 면에서 유연한 가능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워밍업 하는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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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서커스’ 아티스트들은 대부분이 운동선수 출신이다. 그중에서도 체조 선수 출신이 많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4000여 직원들 가운데 무대출연자들은 1400명이다. 세계 50개국에서 25개의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모두 철저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이후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본사 트레이닝센터에서 아크로바틱, 연기, 춤, 노래 등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훈련하고, 개성과 주특기에 따라서 역할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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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의 설명을 듣다 보니 티터보드(Teeterboard) 팀들이 올라와 있었다. 텐트에 막 도착했을 때 불루카펫에서 워밍업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여자단원이 보드 판에서 대기 하고 있으면 보드 판을 힘껏 굴러주는 사람의 힘을 빌려서 도움닫기를 한다. 여자는 공중제비를 5회전 한 다음 순식간에 인간 탑을 쌓고 있는 남자의 어께 위에 올라 퍼포먼스를 시작하는 거였다. 그들은 이어서 1개 또는 2개의 금속 대말을 다리에 묶은 채로 9미터 상공에서 묘기를 반복한다.

티터보드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덩치 크고 건장한 사람들이 인간 탑을 만들어줘야 가능한 곡예인 것 같았다. 티터보드는 다이내믹하고 인상적인 액트이기에 피날레로 가장 많이 쓰이는 퍼포먼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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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매니저 프레디에게 물었다. “50명 아티스트 중 여자단원은 몇 명인가?” 모두 12명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발판을 구르고, 공중에서 날고, 바퀴를 돌리고, 도구를 들어 던지고, 뛰어오르고, 서커스를 구현하는 데는 여성의 섬세함 보다는 힘과 근력이 월등한 남자들의 도전이 더 많이 요구되는가 보다. 티터보드도 7명의 남자단원에 여성은 공중꼭대기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 하나 꼴이었다.

스트랩 아티스트 ‘헤일리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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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무대로 오르기 직전 레드카펫에 서있는 아티스트라면?” 갑자기 숨이 컥 막히고 호흡이 가빠지는 기분이다. 스트랩 연기자인 헤일리 빅토리아와 마주했다. 그녀는 공중 스트랩 전문이다. ‘태양의서커스’의 단원은 제일 어린 사람이 21살이고 최고참 단원은 69살이라고 하는데 빅토리아는 이 세계에서 올해나이 27살로서 정말 젊은 층에 속한다. 관객들과 지근거리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노출하는 직업인만큼 서툴면 안 되고, 고난도의 전문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던히 숙련되고 세련된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인정도 선택도 받지 못하는 때문이다.

빅토리아는 “17살 이전에는 서커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빠르고 파워풀한 동작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선상 공연 등에 참여하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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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에게 만족한 공연 혹은 불만족스런 공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지치고 피곤하다는 생각보다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만약 만족한 공연을 펼치지 못해도 내일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다독인다. 잘못 던진 주사위도 내가 던진 것이라면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어 그녀는 “5~6세부터 곡예를 시작한 친구들도 있지만 열정, 용기, 끈기 그리고 일에 대한 고집스러움이 있다면 언제 도전해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빅토리아는 유난히 부드럽고도 여성스러움이 돋보이는 아티스다. “줄에 매달려 공중에서 회전하거나 거꾸로 매달리는 연기를 하다 보면 관객은 저를 보며 아찔한 경험을 하죠. 저도 그래요. 관객의 호응에 따라 제안의 에너지가 상승하는 걸 경험하거든요. 제 안의 에너지는 다기 관객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기쁜 순간이죠.”

쿠자의 무대는 곡예와 예술정신이 만나는 장소다. 이 모든 것에는 최소 무대, 배우, 관객이 필요하다. 부드럽고 여려 보이지만 매 순간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빅토리아의 여성성은 무대,배우,관객을 기반으로 다양한 요소가 더해질 때 ‘쿠자’ 안에서 강력하게 빛나게 된다. ‘쿠자’는 신체능력의 한계를 경이롭게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묘기를 존중한다. 이를 근간으로 260도의 무대 위해서 다양한 신체언어를 조형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재구성된다. 태양의서커스 즉 ‘쿠자’는 그래서 각 분야의 장인과 전문예술가들이 모여와 그들의 꿈과 액트를 구현할 수 있는 총체적인 플랫폼으로 존재한다.

‘태양의서커스’는 한국에서만도 다섯 번이나 재탄생을 한 셈이다. 2007년 '퀴담'으로 한국을 찾아 공연을 연 뒤, '알레그리아'(2008) '바레카이'(2011) '퀴담'(2015) 등을 선보였다. ‘유랑하는 독립 마을‘ ’태양의서커스‘는 올해도 그들 마을이 가진 원초적인 DNA인 유랑(流浪)성을 왕성하게 보여준다. 새 이름 ‘쿠자’로 말이다.

*글쓴이/박정례.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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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16:37 2018/10/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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