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과학교사의 인간승리’ 발명가 김근성 씨
-순수한 풍미 살린 우리 콩나물 맛 “세계에 자랑할 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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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과학교사 41년, 기계공학(석사) 전공자인 김근성 씨는 명실상부한 생활친화적인 발명가다. 수도공고 한 곳에서만 기계설비, 재료역학, 유체역학, 열역학 등을 36년간 강의해온 과학부문 전업교사다. 그러면서 약관 24세의 나이인 1976년 「자력선 입체 투시구」라는 교육기자재발명을 시작으로 평생 발명가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요사이 그가 부쩍 바빠진 이유 중 하나는 「잭과 콩나물 기르기」라는 콩나물 재배기 때문이다. 예전의 우리네 식문화 구조는 엄마나 할머니가 기른 콩나물을 자녀가 받아먹는 구조였다. 하지만 김근성 씨는 이런 구조를 역발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이가 기른 콩나물을 오히려 엄마가 받아서 콩나물국, 콩나물비빔밥, 콩나물북어국, 콩나물무침, 중국식 콩나물볶음, 콩나물찹쌀찜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자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잭과 콩나물 기르기’는 체험과 재미를 만끽하면서도 실용성이 뛰어난 발명품으로 인정받은 덕분에 엄마와 아이는 물론 강단의 교사들로부터도 숫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히 이들의 러브콜에 응답하는 것만으로도 김근성 씨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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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성 씨는 ‘콩나물기르기’기 아이들에게 꼭 학습되어야 할 이유를 말했다. “콩나물은 우리민족이 세계에 자랑할 한만한 식재료다”라며 ‘겉만 번지르르한 맛없는 콩나물’이 넘치는 현실에서 싸구려 외국콩으로 대량생산된 탓에 맛과 풍미가 떨어지는 음식을 대하다 보면 아이들은 식문화 분야의 미맹이 되고, 고유의 맛을 감별할 줄 아는 능력이 떨어진다. 자고로 절대 미각이며 우리 고유의 맛을 지닌 콩나물 기르기의 전통은 무형의 자신일진데 챙기지 않고 의식 없이 지내다 보면 우리의 우수한 유무형의 자산을 금세 잃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발명에 뜻을 둔 때는 초등학교시절 학교독서반에서 ‘해저2만리’를 읽던 시절이었다고 기억한다. “아마 3~4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콩나물재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였다고 한다.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콩나물시루는 너무 크다 생각했고, 가족이 먹을 만큼 적정량 씩 길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이들이 젖먹이 시절인 약 37년 전 일이다. 선생은 아이가 먹고 난 분유통에 구멍을 뚫어 시루를 만들어 보았다. 콩나물재배기의 시초가 되었던 것이다.

실패도 여러 번 했다. 먼저 콩나물의 재료 콩이 문제였다. 보통콩과 콩나물 재배콩은 종류부터 다른 걸 모르고 실패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쌀가게를 하던 부친이 나서서 콩나물 재배용 콩을 엄선해준 때부터는 재배용 콩 문제는 해결됐다. 하지만 재배기의 제작 과정에서 부딪치는 걸림돌은 더 컸다. 재질과 설계의 실제에서였다. 실용성과 교구재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만족해야하는 문제, 발명가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하나의 실용신안 특허품이 탄생하기까지는 숫한 진통과 아픔을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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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과 콩나물 기르기’는 가볍고 견고한 재배기, 생활공간에서도 손쉽게 사용하기,  4~5인 가족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적당한 양에 품질과 맛의 탁월성을 지향한다. 이를 통하여 콩나물뿐만 아니라 녹두, 땅콩, 메밀 싹, 무우순을 내는 등 다양한 식종의 나물용 식재료 기르기를 병행함으로서 아이들이 자연의 신비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생명에 대한 경애심과 성숙한 인성을 함양할 수 있게 된다.

교재는 기르기용 콩 2봉지를 포함하여 2만2천원이다. 재래종 우리 국산콩으로 기른 콩나물은 물에 헹구면 우선 콩나물만의 고유의 향기가 강하다. 줄기가 연하고 툭툭 부러지는 특징이 있다. 식감이 아삭하다. 이렇게 길러진 콩나물로 해장국을 끓여서 국물을 마시면 그야말로 뒷맛이 개운할 수밖에 없다. 수입콩은 이런 점에서 우리콩으로 ‘잭과 콩나물재배기’를 사용하여 기른 콩나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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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성 씨는 다년간 교단에 선 사람이다. 하여 발명품의 종류도 아이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보의 실험장치 셋트’도 ‘교육용 소화기’도 같은 맥락이다.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수많은 화재가 빈번한 현실에서 ‘교육용 소화기’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소화기를 실제로 접하며 안전교육을 받아본 아이들이라면 발명의 유익성을 절로 알게 된다. 소화기 사용법을 올바르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는 절대 절명의 순간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화재를 초기 진압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만든 것이 김근성 씨의 ‘교육용 소화기’다.

‘잭과 콩나물 기르기’로 하는 수업을 들여다보자. 김 선생은 중,고생의 경우 대략 주 1회씩 2시간 수업을 4주에 걸쳐 적용한다. 수업의 실제는 크게 부품조립시간과 완성된 재배기 사용법, 마지막으로 기르기 수업과 응용작물에 대해서이다. 기르기 수업에서는 콩나물콩 불리기와 물주기 요령을 숙지시키고 이어 식물기르기와 씨앗이 발아되는 과정에 대한 관찰을 통하여 주의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길러준다. 이어 강제성을 띠는 수업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관찰일기나 보고서 작성을 돕는 식이다.

잭과 콩나물 기르기를 채택한 학교들을 보면 아주중, 논현초, 공진중, 남성중, 방배중, 태릉중, 상문고, 단국공, 휘경공, 성동공고 등이다. 김근성 교사는 “우리나라의 학생이라면 학교 공부 중에 누구나 한번 씩은 콩나물을 길러보며 자라기를 소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허는 크게 실용신안과 발명특허를 함께 아울러 일컫는 말인데 보통은 산업재산권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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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 발명으로 인해 받는 수상경력은 다양하다. 교육감표창과 국무총리 표창을 비롯하여 근정포장과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수도공고 재직 시에는 「수도공고 발명반」 지도교사로서 특허청 공무원들도 다 알아줄 만큼 유명한 교사였다. 2000년 발명의 날(매년5월19일)에 특허청 추천으로 발명교육자 유공 근정포장을 받았는데 김근성 씨가 이룬 지도수상 경력으로 얻어진 결과였다. 전국학생발명품경지대회에서도 금상,은상,동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 해외로 나가서는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와 테네시주립대학에서 개최한 세계청소년창의력대회에서 4위 입상과 레오나르드다빈치상을 수상했다. 국위를 선양하는 동시에 발명교사로서의 탁월한 면모를 드러낸 성과가 모아져 표창과 훈장으로 이어졌다.

진담 성 농담이다. 김근성 선생은 가까운 장래에 ‘돈 잘 버는 발명가’ ‘대박치는 과학교사’라는 별칭 하나를 더 얻을지도 모르겠다. 콩나물재배기를 사용하여 맛있고, 질 좋고 영양 많은 콩 요리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농가소득은 증대하고 해외 매출도 늘어날 것이기에.

예측하건데 ‘잭과 콩나물 기르기’가 50만대 보급되면 콩 소비는 3000톤이 된다. 콩의 현시세가를 Kg당 9천원으로 잡았을 때 연 매출은 180억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해외 매출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여기서 머물지 않고, 녹두와 땅콩, 메밀 싹이나 무순도 겸하다 보면 씨앗의 소비는 더 늘어나고 농가는 더 바빠질 것이다. 발명은 좋은 것, 아이디어 창출은 매출의 동인이 된다. 매출 증대는 곧 대박으로 이어지고 대박은 부를 낫는다. 대박치는 발명가 김근성 씨, 그에게서는 조용하지만 뜨거운 도전의식이 느껴진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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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6 14:09 2018/12/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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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달랑 한 줄’,,,메시지 전달, 관객 반응, 흥행 대성공
-봄 작가 겨울무대 마지막 작품 ‘열띤 성원 속 대미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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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봄 작가 겨울무대 시리즈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 마지막 작품 인 ‘달랑 한 줄’이 일요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달랑 한 줄’은 주제의 선명성과 관객들의 호응 면에서 일단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구현하는 액션과 대사 전달력 뿐 아니라 일부 연기자는 언어의 강약 조절과 함께 말의 묘미까지 살려내는 내공을 충분히 선보였다. 이 극 ‘달랑 한 줄’은 종적(縱的)으로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급 화두로 부상한 ‘미투(Me Too) 운동’과 맞닿아 있고, 횡적(橫的)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말과 행동으로 인한 상처와 파급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해자가 하는 말이나 행동은 어느 특정인과 집단에 씻을 수 없는 역기능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미투운동과 한 줄의 말과 한행동이 교집합을 이루며 전개되는 극중 사건은 그래서 성희롱, 성폭력, 성폭행에 관한 여성의 피해사실을 제기하고, 각종 갑질 피해와 몰지각한 말과 행동 또한 이의 부당함을 자각하는 개인과 단체가 부단한 이의제기와 저항으로서 고쳐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송현진 작 ‘달랑 한 줄’은 류근혜 연출에 정혜승, 이은향, 황윤희, 윤혜성이 출연한다. 연실은 남편과 싸우고 집을 나온 뒤, 번역가이며 친구인 명희의 집에서 딸들과 함께 거주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개성이 강한 커리어우먼인 명희와 같이 사는 게 쉽지만은 않은 상태고, 연실의 가장 큰 고민은 사고뭉치인 막내딸 현주의 튀는 성격이다. 이에 반해 큰딸 은주는 매사에 순응적이고 착하고 모범적이다. 하지만 어느 날 은주는 걸핏하면 ‘여자니까 조심해야 한다.’며 현주를 다그치는 엄마를 보며 화를 내고 만다. 연실은 평소 착하기만 한 은주의 행동에 당황스럽고도 혼란스런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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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명희는 출판사로부터 계약파기를 당한다. 책에 나오는 표현들이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부당하고 불편하다”며 번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낙심한 명희는 잠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이를 본 은주는 명희를 위로한다. 이 과정에서 둘은 ‘성폭행과 성희롱’이라는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음을 알게 된다. 현주는 명희를 적극 지지하며 “우리가 여성을 비하하는 문장 한 줄이라도 바꿔보자” “작은 행동이라도 해보자”고 제안하며 ‘문장 한 줄 바꾸기’ 투쟁을 시작한다. 이때 연실은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된다. 명희의 투쟁에 동참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연극에서 연출의 몫은 무엇인가? 달랑 한 줄의 연출가 류근혜 씨의 시각을 통하여 조망해본다. 배우들이 극중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표현해낼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다. 류근혜 연출가는 등장 배우를 그래서 60대, 50대 30대 20대 로 고루 기용하여 역할에서 오는 전달력에 힘썼다고 한다. 어머니 역할을 연기한 연실 역은 60대인 정혜승이, 당차게 사회활동을 해내고 있는 명희 역은 50대인 이은향, 직장과 사회생활에 순응하며 착하게 살아가는 역엔 30대인 황윤희가 담당하도록 한다.

또 교복 안에 면티를 입은 일로 벌점을 받게 되자 오히려 그 티셔츠에 ‘왜 안 되는지 1도 모르겠다.’라는 글씨를 새겨 입고 온몸으로 저항하는 현주 역이다. 현주 역은 그래서 어린 나이 축에 끼는 20대 윤혜성에게 맡겼다고 한다.

작가정신을 보자. 연출가는 ‘달랑 한 줄’이라는 극본에 자신의 철학과 시대정신을 덧입혀 선보이는 일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무대구성과 소품 선택도 이루어진다. 극의 마지막 장에는 잘록한 허리에 풍만한 가슴을 자랑하는 마네킹이 등장한다. 이 소품은 여성의 전도된 가치를 상징할 것이다.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그 어떤 불편함도 불사하는 여성성이다. 하여 여성 자신은 참고, 입 다물고, 그 어떤 폭력과 부당한 처사에도 가정이 사회가 조용하기 위해서는 참고 견뎌야 한다는 가치관을 덧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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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압에 의한 인내는 오래가지 못한다.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기에 때가 되면 불거지기에. 건전한 분출구 없이 참고 견디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류근혜 연출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자기 검열에 시달렸다”고 하는데서 보듯이 미투운동에 힘입어 많은 여성들이 꽁꽁 숨기고 있던 성폭행과 성폭력에 대해 “나도 당했다”며 나섰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이내 ‘그만 하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이를 보며 “관객들이 또 미투문제냐?”며 불편해 할까봐서 잠시 고민을 했지만 표현의 자유야말로 진정한 용기이며 “제대로 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무대에 올리겠다”는 결심으로 나서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 말 하지 않는 자의 입은 타인을 감화시킬 수 없다. 한편 큰 고통이 따르는 고백일수록 타인에게 주는 선물은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고백과 나눔은 지난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숨기고 싶은, 그래서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수반한다. ‘달랑 한 줄’은 미투운동과 맞물려 때맞춰 나온 작품일 뿐만 아니라 주제의 선명성과 관객의 반응과 흥행 면에서 드물게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봄 작가 겨울무대의 마지막 작품이 열띤 성원 속에서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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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2 22:44 2018/12/0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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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작가 겨울무대,,,쇼와 예술무대의 다른 점
-대학로에서 ‘어제의 당신이 나를 가로 지를 때’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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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대학로가 많이 한산해졌다. 무수히 많은 젊은이들로 붐비던 예전의 그 대학로는 다 어디로 갔을까. 인디밴드의 메카로 거듭난 홍대로 간 것일까? 아니다. 대학로는 오늘도 연극마니아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연극 전용 극장이 즐비한 곳이기에 여전히 사랑 받는 곳이라 단언할 수 있다.

본 기자는 금요일 밤 <봄 작가 겨울무대> 세 번째 작품으로서 이소연 작 손원정 연출의 ‘어제의 당신이 나를 가로 지를 때’를 감상했다. 연극을 보면서 대학 때 봤던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렸고, ‘쇼와 공연예술무대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와 공연작품을 위시해서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각종 프로젝트와 문제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됐다.

먼저 쇼와 예술작품들에 대한 생각이다. 쇼는 더없이 화려하다. 말초신경을 강하게 자극하며  주로 유명연예인이나 대중예술가들이 출연하는 공간이다. 대형 쇼가 빈번한 시대 추세에 따라  최첨단 기기가 동원되어 스타카토로 끊어 투사하는 휘황찬란한 조명이 무대를 휘젓는가 하면 칼 군무를 추는 아이돌가수의 박력 있고 역동적인 동작이 주름을 잡는 곳이다. 이들은 많게는 열댓 명이 그룹을 이뤄 한꺼번에 떼 창을 들려준다. 

그러나 쇼는 쇼일 뿐이다. 예술무대가 주는 다양한 감동과 여운을 안겨주는 맛이 덜하다는 얘기다. 반면에 공연예술은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을지라도 우리에게 긴 여운과 감동을 안겨준다. 일례로 우리가 보는 연극에는 작품의 소재부터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근간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일수록 보다 많은 보편성을 획득하고 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연극을 비롯한 공연예술은 우리의 삶을 겸허히 반추하게 만들고 우리의 영혼을 고양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예술무대에는 그래서 수천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관객도, 연예인을 응원하는 야광방망이의 위세나 열성 펜들의 환호도 없다. 쇼처럼 쌈빡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는 없을 지라도 인생의 한 단면과 맞물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하여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먼 훗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라도 갖가지 형태로 우리의 삶과 조우하는 신비를 선사한다. 이것이 예술무대가 주는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사실 ‘어제의 당신이 나를 가로 지를 때>를 보면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렸다. 인생도 연극도 잘 몰랐던 대학시절이었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부조리극으로 꼽히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면서는 ‘주제가 기다림이구나.’ 파악할 수 있었고, 작품이 어렵고 재미없다 느끼면서도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것을 추구하는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다.

이어 정부의 지원금 문제다. 예술작품과 예술단체, 연구프로젝트와 각 대학을 비롯한 수많은 연구기관들은 국민의 세금을 정직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가이다. 후자의 경우 연구실적을 턱없이 부풀리기나 걸핏하면 연구원이나 학생들의 몫으로 지급돼야 할 임금을 해당 교수나 책임자가 부당 착복하는 일이 심심찮게 폭로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적이 있어 왔다.

예술분야에서도 국민의 세금이 정당하고 올바르게 쓰여야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실 혹은 나눠 먹기식 선정은 작품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이런 작품 보려고 아까운 시간 내서 여기까지 왔나?”하는 후회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국민의 세금으로 제작되는 작품만이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성을 담보하길 바라며, 보다 좋은 작품들이 무대에 많이 올려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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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5 15:44 2018/11/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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