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5공 세력들의 충성경쟁이 제 발등 찍는다
국민대통합을 표방하고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되었다. 자기 아버지가 잉태한 국민 분열과 폭압정치의 어두운 면을 조금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 박정희는 군부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골적으로 지역차별을 부추겼고, 이는 인사편중과 예산편중 등 온갖 차별로 나타났다. 30년 이상 정권을 잡아온 군부를 기반한 특정세력의 부정적인 찌꺼기들이 이 나라 방방곡곡에 부식토처럼 켜켜로 쌓여 바야흐로 그 독소를 여전히 내뿜고 있다.
박근혜 씨의 아버지 박정희는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이고, 그의 과거를 말하려면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일왕에게 혈서로 충성을 맹세했는가 하면 독립군을 토벌하는데 앞장섰던 친일 매국노였다. 해방 이후 박정희는 공산주의자가 됐고, 이 사실이 들통 나자 동료들을 팔아넘기는 대가로 목숨을 번다. 해방정국과 6.25 동란의 틈에서는 우익을 표방하며 자리 이동을 하면서 변신의 달인으로서 군림한다. 그리고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는데 이름 하여 5.16이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일본군 출신의 박정희는 자신의 과거를 들키지 않으려고 자신을 알고 있거나 정권에 조금이라도 쓴 소리만 해도 죽이고, 때리고, 고문하고, 탄압하고, 매장시키면서 18년 동안 정권을 유지한다.
박정희의 통치는 부하의 총탄세례를 맞고 숨지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군부세력은 간단치 않았다. 박정희이즘으로 세뇌된 군부독재의 후예들은 박정희와 비슷한 수법으로 권력을 다시 잡는데 그들이 전두환과 노태우 일당이다. 이들은 끝내 무력을 동원하고, 국권을 침탈하여 내란을 일으킨 죄목으로 사형과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받는다. 얼마 후 이들과 한솥밥을 먹은 김영삼씨로부터 사면을 받긴 했지만 말이다.
‘감추어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밝히지 못했던 역사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100년을 보자. 해방 이후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 이승만에서부터 시작되는 무력을 앞세운 독재세력들의 50여 년 간의 지배는 늘 불운하고 가엾기만 한 풍전등화와 같은 한국의 현실을 말해준다. 여기서 한 마디 더 나아가면 친일과 독재의 뿌리는 샴쌍둥이처럼 얽혀있고, 민족의 번영과 앞날에 무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정세를 보자. 18 대 대통령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다. 어디서 많이 본 통치행태가 자꾸만 눈앞에 재현되기 시작하지 않는가. 국정원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소위 ‘국정원의 국기문란 사건’을 자행했다. 그런데 가관이다. 잘못을 사과하기는커녕 자꾸만 기상천외한 사건을 일으켜서 잘못을 덮으려 하고, 국민들의 시선을 엉뚱한 데로 돌리려고 하니 말이다.
이른바 제 1탄이 NLL 사건이요. 제 2탄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다. 여기다 사초증발은 또 뭐란 말인가? 국록을 먹고 사는 자들이 하는 짓이 이처럼 한국을 한없는 나락으로 빠뜨리는 후안무치로 일관하고 있다. 수준이 이지경이다. 이래저래 국정원의 ‘견강부회(牽强附會)’는 하늘을 찌르고, 요직에 임명된 5공 세력들은 2013년 판 신공안정국의 핵심을 형성하고 있다. 뒷방 늙은이 신세로 처져있던 퇴물들이 박근혜의 부름을 받자 ‘백골난망(白骨難忘), 황공무지로소이다.’를 외치며 한 몫 하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리틀 박정희, 박근혜를 위해서 공안세력들이 ‘물고기 제물 만난 듯이’ 활개를 치며 소름 돋는 시나리오를 버라이어티하게 쏟아내고 있다. 고식지계(姑息之計)라는 말을 기억하기 바란다. 국민 앞에 저지른 잘못에 사과는 커녕 우선 써먹기 좋다고 얄팍한 술책만 쓰다가는 도끼로 제 발등 찍는 수가 있다.
상대의 잘못을 들춰내어 벌을 주려거든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하기 바란다. 켕기는 것이 없는 집단이라면 부정과 편법과 무리수를 동원할리 없다. 허니, 보장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란 말이다. 국민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일수록 법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가뭄에 단비처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