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의 ‘국보위 식 정치’
-정치공학적인 접근으로는 정권교체 난감할 뿐
[시(詩)가 있는 정치칼럼]브레이크뉴스 선임기자 박정례= 자신의 주머니를 화려한 이력으로 가득 채우는데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분의 얼굴에서는 알 수 없는 여유마저 묻어난다. 모든 것을 충족한, 그래서 학수고대하던 일을 드디어 다 이룬 사람에게서나 찾아 불 수 있는 여유마저 묻어난다. 김종인(경칭생략)이라는 분이다.
이분을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제 아무리 노력해도 연습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혼자서만 유독 장기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불세출의 가수나 다름없다. 이 분은 또한 세상 풍파에서 저만치 홀로 비켜 서있는, 만인 위에 군림하고 있는 초인일 것만 같다. 이분의 이력은 그래서 눈부시고 현란하다. 비례대표국회의원 4번에, 석좌교수직 4번에, 보건사회부 장관에,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에,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에,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대표 등과 같은 빼어난 이력을 자랑한다. 이 분 앞에만 서면 모든 사람들이 작아만 보이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금 100세인 시대를 구가하는 나라다. 하지만 IMF 이후 55세 정도가 되면 직장에서 내쫒기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것도 현실이다. 하니 올해 나이 77세가 된 노인에게 뒷방 늙은이라고 좀 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이와 같은 뒷방 늙은이 김종인 씨에게 느닷없이 찾아가 손에 떡과 칼을 쥐어준 사람이 있다. 더민당 대표 문재인 씨다. 덕분에 김종인 씨는 화려한 무복(巫服)을 걸치고 제 1야당이라는 작두에 올라타 백수광부처럼 흰 머리 드날리며 사상 유래 없는 신(神) 춤을 추게 됐다. 이게 문제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휘둘러대는 이분의 칼 앞에서 그 누구라서 말 한마디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김종인은 이래저래 잃을 것도 없고, 손해날 것도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공천에 목맨 더민당 사람들은 설설 기고 알아서 모시는 사람이 됐다.
그래서 일까? ‘국민의당’이 창당한지 1개월 째 된 바로 그날 ‘당신네들은 그만 당을 접고 들어오시오”라는 말 폭탄을 터뜨린다.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대표만 빼고 모두 들어오라고 말이다. 하던 일 모두 멈추고 자신의 휘하로 몽땅 들어와 모두 자기의 명령을 받는 처지가 되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국보위 식 정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김종인은 국보위 출신이다. 첨언하자면 김종인은 ‘상황 따라서 그에 맞춰가는 것이 인생을 운영하는 처신법을 갖고 있다.’는 사람이다. 그는 헌정을 중단시키고 5.18을 희생양 삼아 무력으로 정권을 배경으로 성장한 사람이다. 김종인은 결국 국민의당을 교란시키고 내분을 일으켜 자중지란에 빠지게 할 수 있는 패를 던져서 며칠 동안 정국을 뒤흔들었다. 이게 바로 자신이 속한 집단을 기준으로만 손익계산을 따지는 김종인 식 정치다. 이런 정치는 결단코 없어져야 한다.
양당 독재에 신물이 난 국민이다. 국민들은 지긋지긋한 양당의 독과점 체재를 허물어 정권교체를 하라는 명령이다. 그런데 김종인은 신당을 만든 지 꼭 한 달 되는 날에 국민의당 더러 자기 앞으로 헤쳐 모이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아무리 김종인 씨가 더민당 국회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이라 할 수 있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지만 상대 당을 이처럼 능멸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행여 더민당에 복귀하는 국회의원이 있다 손치더라도 유권자들은 혼 없고, 쓸개 없고, 백치스러운 사람들에게 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식도 모르면서 김종인과 김종인의 뒤에 숨어 눈 가리고 “야옹”하는 부류들 때문에 쉽게 잠들 것 같지 않은 밤이다. 제발 치열하게 정면 승부하는 정치를 보고 싶다. 정치공학적인 접근으로는 정권교체는 언감생심이고, 만년야당만 고착시킬 뿐이다.
나는 칼춤 추는 사나이
무소불위 권력 틀어쥔 국보위 출신 칼잡이
은빛 장검 하나 차고서
오늘도 정가(政街)에 폭군으로 군림한다.
갖가지 돌출 변수 직면해 와도
거센 항의가 몰아닥쳐도
머릿속엔 무궁무진 술수와
얼굴엔 권력 가진 자의 너그런 미소
손엔 공천권 쥐었으니 거칠 것 하나 없다.
갈 길 멀어 우는 국민의당 철수야
나의 칼춤을 맞으려므나 삘릴리 삘릴리리
나는 칼춤 추는 국보위 출신 칼잡이
권력 따라 변신하는 정치계의 장돌뱅이
갈 길 멀어 우는 국민의당 철수야 삘릴리 삘릴리리~
박정례/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