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닮았다
분류없음 2016/07/06 12:20
올해 프라이드 행사도 끝났다. 일요일 퍼레이드를 마지막으로. 올해에도 밤근무 준비를 하느라 참석하지 못했고 짝꿍은 노동자행동센터 (WAC) 와 함께 참여. 이곳저곳에 최저임금인상 피켓을 든 짝의 얼굴이 실려 대만족 + 뿌듯. 대단한 나의 짝꿍.
총리 저스틴 트루도가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프라이드퍼레이드에 참여. 분홍빛 플란넬 셔츠와 하얀 바지를 입고 행진하던 저스틴 트루도는 물총을 얼마나 맞았는지 나중엔 홀딱 다 젖은 모양. 소셜미디어 피드에 계속 나오는 그 양반의 사진을 보자니 참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 그냥 그렇다고.
블랙라이브스매터 (BlackLivesMatter) 그룹과 연대세력은 행진 도중 연좌시위 감행. 결국 주최측으로부터 내년엔 경찰이 참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아싸!
이 나라 프라이드퍼레이드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행진에 참여한다. 교회도 종파별로 다양하게 참여하고 교직원노조, 소방공무원들, 군인, 심지어 경찰도 제복을 변형한 야시시한 옷을 입고 함께 걷는다. 세 차례 연속 참여했을 때에는 가장 맨 뒤에서 "옷을 입는 문화에 반대하는 그룹"이 정말로 실오라기 하나 거치지 않고 주렁주렁 뱃살과 고환과 페니스를 늘어뜨린 채 걷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대개 그들은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다. 올해에도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나왔다한들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인지 별로 큰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편.
어쨌든 블랙라이브스매터 그룹과 연대세력이 큰 반향을 일으키긴 한 모양이다. 벌써 소셜미디어엔 난리가 났다. 로컬 신문, 방송들도 벌써부터 본질을 왜곡하며 마타도어를 양산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경찰의 프라이드 참여를 막으면 나중엔 소방관도, 군인도, 선생도 다 참여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면서 경찰을 옹호하고 나서는 무리들도 있다. 경찰 개개인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게 아니라 경찰시스템, 흑인 등 비백인에게 폭력을 일삼고, 정신질환그룹/ 소수자들에게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공권력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것인데 - 그것을 뻔히 알만한 사람들이 경찰도 우리의 "커뮤니티" 라면서 뻔뻔하게 옹호한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흑인들 생명만 중요하냐! 빼애엑, 하면서 "올라이스브매터 (AllLivesMatter)" 라는 본질을 감추는 짝뚱카피도 퍼뜨린다. 당연히 대부분 백인이다. 황인도, 흑인도 간혹 있다.
강남역살인사건 뒤로 여성 스스로 존재를 확인하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이른바 "한남" 들이 남과 여로 편가르지 말고 우리 모두 사이좋게 지내자며 리프레임하려던 찌질한 일들이 기억났다. 일각에선 "한국 남자들의 종특" 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무엇보다 기득권 (privilage) 을 지닌 사람들이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다만 그거라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쓸 때 나타나는 동서고금남여노소만국공통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발로 꾹꾹 눌러 후려치면 영영 감출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여성들이 한 목소리를 내자 깜짝 놀란 한남이들. 흑인들 생명만 중요하냐 빼애엑 하며 올라이브스매터/ 우리가 경찰을 지키자는 하얀이들. 이들은 너무너무 서로서로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