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나는밤
분류없음 2016/06/10 07:32
침실에 누우면 벽에 걸린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의 그림, "별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 1889)" 이 보인다. 파트너가 사온 이 그림을 액자에 넣어 예쁘게 잘 걸어놨어야 했는데 그건 그저 바람 뿐이고...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그가 바라본 세상, 특히 고갱과 이별 뒤 죽기 전까지 시간을 보낸 생레미 요양원 창밖으로 보이던 그의 세상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간혹 조현병 (Schizopgrenia) 진단을 받은 클라이언트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거나 환청이 들린다고 할 때마다 이 그림과 함께 고흐가 그려낸 다른 그림들을 떠올린다.
빈센트 반 고흐는 중학생 때 서양미술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알게 된 화가. 그의 삶을 다룬 책도 읽고 특히 르누와르 (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를 좋아하던 한 친구 녀석 때문에 함께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집을 읽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작가들을 읽고 그림을 보면서도 가장 기억에 깊이 남은 빈센트. 우연인지 (혹은 필연인지) 한참 뒤에 나의 파트너도 빈센트를 좋아하는 걸 알고 참 반가웠다. 이 나라에 와서 파트너와 함께 사귄 친구 가운데 종종 만나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는 K 와 종종 들르는 카페에 가면 빈센트의 그 유명한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 1889)" 가 걸려 있다. 그 자화상 바로 아래 테이블에 앉아 신세한탄을 하면 조금 덜 불행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엊그제 출퇴근길에 빈센트 반 고흐의 정신질환을 다룬 에세이 하나를 읽었다. 요즘 말로 뇌전증 (간질) 진단을 받은 빈센트.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여러 근거를 유추할 수 있다. 당시 유럽 아티스트 사이에서 엄청나게 유행했던 독주 엡센트 (absinthe) 중독, 유전적 원인 (나중에 여동생이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 스트레스 등등. 뭐라 딱 부러지게 원인이 무엇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없다. 다만 그의 어린 시절, 성장과 생활, 대여섯 번의 요양원 입원 기록, 가족력 등을 종합해서 추론하는 것 뿐이다. 뇌전증은 현대 정신의학에서도 공히 동의하는 진단인 것 같고 여타 다른 의견으로 양극성 정동장애 (Bipolar Disorder), 우울증 (Depression), 인격장애 (PO), 조현증 (Schizophrenia) 등이 있다. 빈센트가 동생 테오에게 남긴 편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지독한 환청과 환각 (auditory hallucination, delusion) 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빈센트의 그림과 그림을 통해 들여다보는 그의 정신질환, 마음의 병을 다룬 텍스트가 있는지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만약 있다면 인상주의 미슬과 당시 유럽의 역사/종교를 일반인 이상으로 이해하고 게다가 정신병/정신질환/약물의 역사에 대한 것도 전문가에 준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할텐데 -- 그리고 지식 수준을 넘어 글을 아주 쉽게 잘 쓰는 사람이어야 할텐데 그런 사람이 있기는 있을까 싶다.
종종 빈센트 생각에 들어보는 노래
가사와 번역은 어떤 분이 훌륭하게 해내신 것을 보자.
올 가을에 꽃개가 머무는 도시의 아트갤러리에 빈센트와 당대 화가들 작품이 온다. 고갱의 그림이 같이 걸려 있는 걸 보면 살짝 비위가 상할 것 같기도 한데 그건 과다한 감정이입 탓이지 고갱의 열정적인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그런 이유는 전혀 아니다. 그 때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있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