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일기

분류없음 2016/05/18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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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날짜를 잡기 위해 클리닉에 전화. 베트남 이민 2세대 여성의사 닥터 P가 우리의 패밀리닥터. 닥터 P는 지금 휴가 중이라 가장 가까운 날짜가 6월 1일이란다. 뭐 이 나라에서 기다리는 일은 일도 아니니까 그러려니. 6월 23일에 보기로 하고 아침 첫 시간으로 예약. 파트너 방문까지 함께 예약하려고 해, 했더니 그 남자 (him) 도 같은 날 하겠냐며 묻는다. 남자가 아니고 여자 (her) 야. 하고 답했더니 바로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빴지만 미안하다고 바로 말하는데 거기에 대고 뭐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이성애 관계만 상상할 수 있는 제한적인 상상력의 그 사람이 불쌍해서 그냥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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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엔 갑자기 우박 같은 눈발이 날렸다. 날이 우중충해지더니만 갑자기 후두둑. 그리곤 또 얼마 안 있다가 해가 들어 볕이 찬란하게 빛났다. 그러다가 또다시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가 빗방울이 듣고 또 있다가는 해가 다시 났다. 오월 중순에 우박 같은 게 내리는 일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이런 날씨 변화가 이제는 흔한 일로 되어간다는 게 다소간에 우울하다. 지구온난화 (Global Warming). 더 이상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 대신, 기후 변화 (Climate Change) 라는 가치중립적인 말을 쓴다. 비슷한 것으로 유전자조작식품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을 유전자변형식품이라고 일컫는다. 프레임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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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서 온 한 명의 서비스유저. 나고 자란 나라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유명한 화가로 활동했던 이 양반이 어떤 사기꾼의 꾐에 빠져 그림 200점을 들고 나와 뉴욕에서 전시회를 했다. 그런데 그 그림값을 몽창 사기꾼에게 빼앗기고 이 나라 도시, H 에서 그 사기꾼이 운영하던 식당에 고용되어 하루 1달러를 받고 노예처럼 일했다. 이 양반이 알려준 홈페이지를 보니 (구글을 통해 영어로 번역기를 돌려 글을 읽어보니) 그 사기꾼은 여전히 이 화가의 매니저로 알려져있다. 이 양반의 나라에서는 그렇게 알려져있다는 말이다. 정작 이 나라에서 그 사기꾼은 인신 매매 (Human Trafficking) 케이스로 감옥에 들어가 계시는데 말이다.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손짓발짓, 구글 번역기.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 가까스로 짧은 소통을 이뤄냈다. 내일, 통역하는 사람을 불러서 다시 이야기를 하자. 고 했더니 알았다고 아이처럼 좋아한다. 사람 하나 여럿 등쳐먹는 일, 아예 작정하고 덤벼들면 일도 아니구나. 사기꾼이 어떻게 사기를 치는지 알아내기가 어렵지 알고나면 너무나 황당하리만치 간단해서 혀를 내두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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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사이에서 벌어진 벤치클리어링. 주먹질이 오고간 희대의 벤치클리어링 탓에 블루제이스의 몇몇 선수들과 감독이 최소 2게임에서 10게임까지 서스펜디드 벌칙을 받게 됐다. 야구는 몸싸움이 없어서 그럭저럭 볼만한 스포츠인데 한번 저렇게 몸싸움이 붙으면 또 그런대로 볼만하다. 농구, 아이스하키, 축구처럼 늘상 내내 신체접촉을 하면 모르겠는데 긴장이 없다가 갑자기 붙어버리면 어디로 어떻게 튀어버릴지 모르는 그런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2016/05/18 04:22 2016/05/18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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