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이것저것
분류없음 2016/05/11 02:31
두 흑인 페미니스트
소셜미디어의 장점 가운데 하나, 간혹가다 짧지만 영양가 있는 글을 건질 수 있다는 것. 오늘 아침에 건진 하나. 슬로우뉴스의 "아내가 아닌 페미니스트: 코레타 스콧 킹과 베티 사바즈를 기억하며" 마틴 루터 킹의 아내와 말콤 엑스의 아내 이야기 아니, 코레타 스콧 킹과 베티 사바즈 이야기.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 인종차별에 맞서 영웅적인 투쟁을 이뤄낸 두 사나이들. 그들의 실제 젠더관념은 어땠는지 잘 들여다볼 수 있는 키를 제공한다. 그들이 말한 인간해방, 차별철폐에 여성들의 해방과 성차별철폐는 없거나 있더라도 희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그 둘 사나이의 업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견지한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왜 그랬는지 그 정도는 짚어야 한다는 것일 뿐. 그리고 그 한계를, 역설적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싸워나가야 하는지를 이 두 흑인 여성이 잘 보여준다.
근황 1
동네 중고물품가게 (thrift stores) 에 혹시 벨트가 있을까 싶어 줄자를 들고 갔다. 정 살만한 물건이 없으면 눈요기라도 하는 재미가 있는 데가 바로 중고샵이다. 한국에도 아름다운가게나 온라인 중고나라 같은 게 있듯이 이 나라에도 동네마다 이런 곳이 있다. 구세군 (Salvation Army) 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이 외의 종교단체,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곳도 있다. 시민들에게 기부-도네이션을 받아 운영하고 이익이 남으면 단체의 운영에 보탠다. 우리 동네에 있는 곳은 개인이 하는 곳인데 로컬 여성쉼터와 자매결연을 맺어 분기별 이익금의 일정액을 기부하고, 물품을 기부하기도 한다.
역시 마음에 드는 벨트가 없다. 둘러보다가 책 두 권을 각각 $3.99 에 샀다. 로렌스 힐의 책과 "말리와 나" (밥 말리 아님). 로렌스 힐의 책은 한국어로 옮기기가 참 난망. 한국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근 CBC 에서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다. 몇 년 전에 이 책을 살까 하다가 포기했고 도서관에서 한 번인가 빌렸는데 끝내지 못했다. 올 해 안에 끝냈으면 좋겠다. "말리와 나"는 한국어판으로도, 영화로도 한 번씩 접했는데 두번 다 꺼윽꺼윽 울면서 끝낸 터라 잔상이 오래 남았다.
근황 2
한국에 있을 적에 아주 가끔, 술을 많이 연거푸로 마신 뒤에 항문에 뭐가 삐죽 나오는 그런 고통을 겪곤 했다. 언젠가 대장항문과에 갔더니 이 녀석이 한 번 나오기 시작하면 계속 나올 수 있다면서 수술을 권하기도 했었다. 되도록이면 몸에 칼을 대고 싶지 않아 거절했는데 그 뒤로 괜찮다가 아예 잊을만하면 - 그러니까 술을 연짱으로 마시면 또 나오곤 했다.
이 나라에 온 뒤 몇 차례 그런 일이 있긴 했지만 -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말야! - 하루만에 괜찮아지곤 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지난 주 수요일, 다시 도졌다. 역시 하루면 괜찮겠지 했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핑계로 목요일, 금요일을 종일 쉬었다. 금요일에 트레이닝이 있었는데 가지 못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 연식이 될만큼 되어서 예전과 같은 회복력 (resilience) 을 기대하는 건 힘든 것 같다. 다만 평소에 신경을 더 쓰고 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근황 3
북미대륙 어머니의 날. 엄마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드렸다. 간만에 전화를 드리는 것. 잘 계신지 여쭙고 저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요...
칠순이 넘으신 어른의 생각이 바뀌는 걸 기대하는 건 참으로 무망한 일이겠지. 나도 엄마께 변화를 강요하지 않듯이 엄마도 내게 변화를 강요하지 않으시고 서로 피차 차이를 인정하고 살았으면 싶은데 그건 과도한 바람인 모양이다. 하긴 그렇게 살면 그냥 평행선이니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