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두어개
분류없음 2015/07/13 03:41
우선 음... 탁족하는 강아지.
황동규 시인이 21세기에 쓴 시 하나.
탁족 (濯足)
황동규
휴대폰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 냄새 풍겨 조금 덜 슴슴한
부석사 뒤편 오전 (梧田) 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옷 갈아입을 때
흔들어도 안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셔 넣고 걷다 보면
면허증 신분증 카드 수첩 명함 휴대폰
그리고 잊어버린 교통범칙금 고지서까지
지겹게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
시냇가에 앉아 구두와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는다
팔과 종아리에 이틀내 모기들이 수놓은
생물과 생물이 느닷없이 만나 생긴
화끈한 문신(文身) 들!
인간의 손이 쳐서
채 완성 못 본 문신도
그대로 새겨 있다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고 푼것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다음은 볼보이 강아지들
마지막 것은 노래. 루시드 폴의 "외줄타기"
떨려오는 마음 안은 채로
저기 까마득한 지평선으로
한 발 한 발 걸어가다 보면
나도 부채처럼 가벼울 수 있을까
개미 한 마리 나를 질러
달려 나가네
바람 거세게 불어와도
자유롭게
가볍게
걸어가는 너
사실 나는
함께 가고 싶어
너의 등에 업힌 채로
너의 손을 잡은 채로
저 아래 너른 들판
혹은 깊은 바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그런 곳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