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잡담

분류없음 2015/07/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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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떤 일로 인해 종일 들뜬 채로 보낸 탓인지 -- 신경을 많이 쓴 뒤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숙면을 취하지 못했고 잠을 자는 동안에도 운동한 뇌는 온 몸을 노곤하게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간단한 아침을 만들어 짝과 함께 먹고 짝의 출타 뒤 버스 시간표를 보며 씻고 가방을 챙겨 외출.

 

 

나중에 조우해 간만에 짝과 함께 데이트. 데이트라고 해봐야 커피/차를 마시고 함께 장을 보는 정도지만 꽃개는 이런 데이트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다음부턴 씨게 표현할끄야)

 

감정/애정 표현이라는 것도 훈련을 해야 되는 거지 맘만 먹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암만, 말하지 않는데 어찌 아누. 온 인류가 전지적 관점을 갖고 있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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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만든 열무물김치를 오늘 다시 만들었다. 오늘은 한국인그로서리에 몸소 왕림하시어 종자만 한국산인 온타리오산 한국열무를 두 단 구입. 하나에 $0.99. 가격을 보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난 번 것은 (아무리 올가닉이어도) $2.99였다. 또 다른 로컬 상점에서 본 올가닉이 아닌 여름 열무의 가격은 $1.99였다. $0.99라면 도대체 이것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얼마일까. 가격이 싸다고 좋은 게 아니다. 질 좋은 품질의 로컬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은 기쁘고 감사한 일이 분명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노동의 대가, 의당 그들의 몫이 분명한 일정 부분이 중간에서 과감히 생략된 것이 눈에 뻔한 이 가격의 마법. 

 

간혹 차이나타운을 걷거나 지나다보면 그로서리 앞에 밀집한 일군의 사람들을 본다. 백인, 황인, 흑인 다양하다. 가격이 저렴한 차이나타운그로서리는 도시에서도 유명하다. 중국이나 여타 제3세계에서 수입한 생산물들은 일단 그렇다 치자. 로컬 생산물들이 말도 안되는 가격표를 붙인 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시리다. 그들의 노동이 눈에 어른어른하다. 그들이 나이고 내가 그들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내 맛에 맞게 맛있게 해먹는 이면에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이런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기억하다보면 솔직히 말해 "피곤"하다. 정신이 피로하다는 말이다. 근자에 읽고 있는 책에 따르면 나의 도덕/정의 메카니즘 작동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행위하고 있지 못한" 죄책감이 더 큰 탓이다. 아무렴. 그러나 지금 나는 움직일 수 없다.

 

 

***

피곤한 탓인지 초저녁에 잠이 들어 자정 무렵 깼다. 일상이 배배 꼬인 듯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잎사귀에 매달린 이슬처럼 하루하루를 산다.

 

2015/07/17 14:26 2015/07/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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