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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

나의 기준과 나의 수준으로는 거의 이해가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났다.  굳이 나의 특징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나는 나하고 대화의 맥락이 다르거나 관심이 다른 사람과는 일부러 대화를 이어가는 스타일이 못된다.  그런데, 최근 며칠전부터 그런 사람과 마주칠 일들을 일부러 만들어 가면서 전혀 내가 관심 없는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말하는것을 10분이상씩이나 경청했다. 이러한 사실은 나를 놀라게 하고도 남음이 있음과 동시에 새로이 발견한것은 나도 이제는 조금씩 '철'(?)이 들어 가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

 

한마디로 말해서 내가 알고 있던 나의 용량을 초과한 사건임에 틀림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기에는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만날때는 어떤 이유에서건 '목적'이 끼어들면 순수한 관계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결과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특별한 재주나 천재적인 발상을 가지지 않은 이상 인간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진부한 사실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느 누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고, 못났으면 얼마나 못났겠는가...



그 사람의 됨됨이(?)가 악하거나 파쇼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그는 충분히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관계이면서 동시에 어떤 사안에 대해 냉정한 판단과 비난이 필요할때 어떻게 하면 그 관계가 훼손되지 않으면서 의사표현을 분명히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것..

실제로, 희연이 반 아이 중 한 남자 아이가 희연이를 자주 괴롭혔다. 희연이는 그 때문에 억울하게 담임한테 매도 맞고 왔고, 그 이후엔 그 남자 아이가 시비 걸때마다 인내심을 발휘 하면서 참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어느날, 더는 못참을 지경이 되어서 아예 그 남자 아이 말을 무시 하고 못들은 체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남자 아이 왈, "너네 엄마가 귀가 잘 안들리던데 그래서 그 딸도 귀가 잘 안들리나 보지?" 라고 했단다...헉!! 나는 이 말을 듣고 내가 먼저 화가 나는것은 두말할것도 없었고, 희연이가 얼마나 상처 받았을까를 염두에 두면서 바로 그 남자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만나자고 하면서...

자초지종을 말하고나서 평소 나의 성격대로 하면, 있는 말 없는 말 다 쏟아 부으며 화를 내도 모자랐을텐데 평소 그 남자 아이 엄마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었다는 거다. 친분은 친분이고 문제는 문제인데...거기다다 그 엄마는 독실한 크리스챤에다 이명박 지지자이다(심지어 나보고 '좌파'라고 하기까지 했다..ㅋ).. 얼마든지 나하고 대립되는 관계 일 수 있는데도 일단 맺어진 관계를 깨트릴 수 없다는게 지배적이었다는거...그래서 평소의 나답지 않게 시종일관 부드러운 말투로 문제를 전달했다는거,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서 뭔가 특별히 배울점이 있는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다시 한번 이 사태에 대해서 냉철히 생각해 보았다. 가만보니 그 엄마는 남편과의 문제에서 너무나 많은걸 양보 하고 살고 있으며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인 모습의 남편을 오로지 자신의 성격탓으로 돌리면서 사는(성경에서는 남펀에게 무조건 '복종'하면서 살라고 되어 있단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 내가 그이에게 갖는 감정은 쉽게 판단하면 일말의 '동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동정이 아니라, 일종의 '연민'인지도 모른다(동정과 연민의 감정은 엄연히 다르므로).. 어떻게 그러고 사는지...웬지 나도 모를 의협심(?)까지 발동하여 총대라도 메고 나서야 할것 같은 생각도 들기도 했고...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한테 어떻게 내 아이가 상처 받았으니 나는 네 아이를 패주고 싶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그리고 아무리 그이가 이명박을 지지한다손 치더라도 그 사람을 미워 할 수 있으며 관계를 단절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번일을 겪으면서 나는 요새 아이들, 정말 너무 무섭다는걸 느꼈고, 내 아이는 절대 그렇지 않을것이라는 믿음은 버려야만 한다(집에서는 아무리 얌전한 아이라도 밖에서는 어떻게 행동하고 다니는지 잘 알수 없으므로)는걸 간접적(그 남자아이가 학교에서 그런말을 내뱉고 다닐줄은 엄마는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으로나마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즉, 함부로 화살을 날려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언제 어느때고 나도 희연의 실수로 인해 다른 학부모로부터 맹공격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가슴한켠에는 성질대로 쏟아 붓지 못한것에 대한 후회와 분노가 삭혀지지 않는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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