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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가니, '단비'가 내리더이다...

'집을 나가자!'라는 포스팅을 했더니 웬지 더 마구마구 집이 나가고 싶어 졌다.  그래서 거의 매일 집을 나가서 아슬아슬한 시간(아이 돌봐야 할 시간)에나 꾸역꾸역 들어오고 나니 집안 구석구석엔 할일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더라.  휴~~ 저 일들을 언제 다 해치우고 자유를 만끽하면서 책을 보나...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주말 이었다..

 

헌데, 마침 주말엔 비정규 노동자대회가 있고, 한미FTA반대 집회도 있었다.  갈까, 말까를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있는데 창밖을 바라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이야~~ 드뎌 비가 오네, 비가!!" 얼마만에 보는 비인지 정말 반갑기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동안 비가 너무 안와서 온 세상이 말라 비틀어져 가는 줄 알았는데...거기다 약수터 물 떠다 먹는 나는 약숫물 받으러 갔다가 물이 안나오는 바람에 그냥 오기 일쑤 이기도 했는데, 드뎌 비가 오는구나. 얼마나 반갑던지...밀린 집안일은 밀린체로 놔두고 역시 집을 나간다!  집회에나 가기로..  



아이 까지 대동하고 집을 나섰다.  아이는 비오는데 어딜 가냐며, 그냥 집에 있자고 하는걸 깡 무시하고 그냥 데리고 나갔다.  예상했던 대로 집회 대오는 우비 하나씩 걸치고 우산 바치고 서서 집회에 참가 중이다.  내가 소속된 조직의 멤버들 몇 안보이고...결합해서 연설을 듣고자 하는데, 비가 오니 그 기분에 젖어 연설도 뭣도 제대로 들리지를 않는다.  그냥, 서있는거다.  때마침 등산복 차림으로 깔개까지 갖고 갔길 망정이지..그거 마저 안가지고 갔으면 어디 앉지도 못하고 아이와 함께 된통 고생만 했으리라..

 

여기저기 둘러 보면서 혹시나 하고 아는 사람들 왔나 보았지만 우산하며, 비옷에 가려 형체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대오 정리하고 행진하기 시작.. 혜화동에서 광화문까지 걷는단다.  애는 어딜 가냐면서 자꾸 물어 보는데, 뭐라고 답해야 하나.. 광화문간대. 하는 말로 답변 끝.  행진하려는 시간에 딱 맞춰 비도 멈췄다.  이게 무슨 행운이야? 혼자 좋아라, 하면서 싱글벙글 하며 걷는데(비오면서 걷는건 아무리 비가 좋아도 별로니깐..) 다들, 저 꼬마는 누구냐며 한마디씩 한다.  원체 애을 잘 안데리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데리고 나왔더니 신기한 모양이다.  언제 저만한 아이를 낳았어요? 내심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 분위기가 뻔히 보이고...ㅎ 재미 있다.(평소에 얼마나 애 엄마 같지 않았으면 - 뺀질거리면서 아줌마 아닌척 생까고 다닌게 훨 맞는 말일지도..ㅎ -, 다시 한번 쳐다보는 저 의아스러운 눈길들..)

 

아이는 별 불만 없이 잘 걷는다.  중간에 배고프다고 해서 빵집에서 빵한개 물려 줬더니 힘이 나는지 더 씩씩하게 걷고...  종각역 즈음에서 민주노동당과 결합해 FTA반대 집회대오와 만났고, 다시 퍼질러 앉아 자리를 잡았는데 또다시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다시 우산펴고, 자리 깔고... 근데, 분위기가 갈수록 요상하게 변한다.  단위 연설도 길어 질듯 하고...그래서 우리는 의견을 모아 대충 정리 하고 빠져 나오기로 했다.  배도 고픈데 밥이나 먹자! 면서...

 

집회 대오 옆길로 들어서니, 마침 '피맛골'이다.  적당한곳 물색해 밥먹고, 술도 한잔씩 걸치고 나왔는데, 반갑게도 아직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는거다...가뜩이나 술까지 올라오는데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정말 "분위기 끝내줬다"는게 적당한 표현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혼자만 좋아서 어쩔줄 몰랐는지도...해서, 술한잔 더 걸치고 픈 맘이 굴뚝 같았는데 다들 금새 하나둘씩 사라지고 없더라...쩝~ 

 

암튼, 오늘 하루는 비와 더불어 간만에 가을날씨 다운 분위기에 혼자만의 기분이라도 센치해 질 수 있었고, 백만년만의 가을비도 맞을 수 있었던 대략 행운 만빵(?)인 날였다.  맨날 똑같은 분위기의 집회는 그냥 그랬고... 

 

사진 몇장..

 

▲ 우리 조직 대오..


▲같음..


▲우리 대오 깃발(깃발에 뭐라고 써있는지 아는 사람??)

 

▲대오 뒷쪽에서..(여기서 찍고 싶었던 건, "노동자 다 죽이는 노무현 정권 물러가라!"였음..


▲제일 맘에 드는 플랭~ ^^


▲그 조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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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그
  • 글쓴이
    불량 스머프...
  • 등록일
    2006/10/22 21:43
  • 수정일
    2006/10/22 21:43
  • 분류
    잡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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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