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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을 보고서..

오랜만에 참 조았다. 라고 말할만한 영화를 보았다.

물론, 혼자서 쓸쓸하고 황량한 가을 바람을 맞으면서 보았다고 하면

나름 더 우아한 영화 후기가 될것도 같아, 그렇다라고 하면서...ㅎ

한낮의 태양이 아직도 뜨겁기만 한 날,

가뜩이나 우울한 맘이 가시지 않고 있는 터에 그 출구가

겨우 '영화보기'였음에 그닥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쨌든, '여성영화'(무엇을 여성영화라고 하는지 그 기준은 여전히 모호 하지만서도)

라고들 말하기에 망설이지 않고 보게 되었다.  주인공 중에 남성은 한명도 없었고..

내게 꽂힌 필은, 스토리의 무게감과 감동 또는 교훈적(?)인 어떤것,

이런것에 있지 않았다.

스토리는 그냥, 편안한 내용으로만 다가 왔고, 한편의 따스한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에서 끝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들에 꼭 감동까지 받을 이유가 무엇인지는 조금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 같아서 관두기로 한다.



 

내내 캐릭터들의 '인사법'에만 몰두했다.

스페인 영화이어서 인지, 그 인사법들이 스페인 문화에서 기인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인사법은 매우 독특하고도 정감이 넘치는 인사법이었다.

그것이 무엇이었냐면,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을 맞대고 "쪽쪽" 거리면서 양볼에

뽀뽀를 하는거다. 한쪽볼도 아니고, 양쪽볼 모두를 비비대면서 뽀뽀를 하는데

내게는 그 모습이 어찌나 인상 깊던지...

만약에 내 옆에 누군가 아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면 충동적으로라도 그렇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걸 보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인사법과 비교해 보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우리는 너무 형식적인 인사법이 아닌가 하는(물론, 나름의 문화이기는

하지만서도..)생각이 불현듯 들기 시작했고, 그 형식적인 인사법은

어쩌면 인간관계에까지 형식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충분한 소지가 있기도

하다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외국 사람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을 보고 참 따뜻하고 친절하고 정이 많다는

소리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봤을때는 별로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마음을 터놓고 친분 관계를 쌓다보면 당연히 스킨쉽도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 스킨쉽에 있어서는 좀 인색한 편이다.

아니, 어쩌면 인색하기 보다는 '내숭'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스킨쉽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아무 하고나 그것을 하지는 않겠지만

웬만큼 친분관계에 있다면 충분히 그럴 마음이 있다는 얘기다.

헌데, 손한번 잡자고 내밀기가 왜그렇게 뻘쭘한지...

실은 손잡자고 내밀었을때의 '거절'을 두려워 해서 인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나는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자주 등장하는 그 인사법에

매료 되느라, 영화가 너무 빨리 끝나버린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사람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에너지는 어쩌면 그 외곽에 있는것이

아니라, 이처럼 살 맞닿아 가면서 쌓아가는 돈독하고 훈훈한 작은 '표현'에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극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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