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차례상..

우리집의 명절은 언제나 약간의 '쓸쓸'과 '고독'을 먹고 지내기 마련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형제들도 결혼하고 나니 자기집 챙기기에 바쁘고 남편의 형제는 두명인데 한명은 유명을 달리 하고 한명은 있지만 집에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끼리 그야말로 초간편 명절을 지내는 셈인데...

 

 



아무리 초간편이라고는 해도 음식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럴땐 마음 안맞는 동서라도 있으면 쫑알쫑알 수다라도 떨어가며 일을 할텐데 하면서 궁시렁 대지만 그건 부질없는 생각이고..그렇게 조용히 전을 부치는데 밖에선 엄청난 비까지 오고 있다..그야말로 전형적인 '처량 모드'라고나 할까? 내가 만드는 음식은 전 세개, 나물 세개, 산적, 국과 밥이다.  거기다 상에 놓이는것 까지 합하면 열가지는 넘지만...나는 어제 전세개를 부치는것도 미루고 미루다 낮잠을 늘어지게 한잠 자고 일어나 겨우 겨우 헤치웠다.  나물을 무치는 것도...

 

그런데 한상 차리고 나면 아무리 간소한 차림 이라고 해도 상위의 자리는 부족하기만 하다. 그리고 차려놓은 상을 보면서 나는 내가 너무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거기다 뿌듯하기까지...정성을 듬뿍 담진 않았어도 얼마나 성의껏 준비한 음식인가 하면서...

 

오늘 아침 나혼자(희연이는 자고..) 상을 차리고 차례를 지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차례를 혼자 지내고 절을 하고 마치 내가 '가장'이라도 된듯이...기분이 약간 묘하기는 했다.  절을 하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음식을 열심히 만들고 준비도 다 했는데 왜 여성들은 第主가 될 수 없으며 차례상 앞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건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제주가 되어 직접 차례를 지낸 것이다.. 묘한 기분을 뒤로 하고 위풍당당 절을 무려 12번이나(다른 사람몫까지 해야 하니깐..) 하게 된것이다.  다 지내고 나니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어 피식~ 웃기까지 했다..

 

자~ 이 얼마나 훌륭한 상차림인가 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