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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기획][인터뷰]사노련 공동대책위원회 고민택 집행위원장

  • 분류
    정치
  • 등록일
    2011/04/08 19:52
  • 수정일
    2011/04/08 19:52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관용과 시혜를 넘어 투쟁으로 국가보안법에 맞서야 한다

 

<사노련> 사건이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다. <공대위> 집행위원장으로서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1심 법원이 ‘<사노련>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 갖는 가장 첫 번째 의미는 국가보안법이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이다. 물론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됐거나 사문화되었다고까지 믿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 때문에 전사회적 차원에서 국가보안법 자체를 폐지하기 위한 투쟁이나 활동이 대단히 미약해졌으며 해당 당사자 중심으로 대응이 이루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일종의 착각이나 착시 현상이 존재한다. 국가보안법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위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국가보안법 그 자체가 변화했거나 약화되어서가 아니라 국가보안법과 다투는 투쟁이나 활동이 그 만큼 약화, 축소된 때문이다. 즉 한국 지배계급 전체(일반)을 긴장시키는 정치활동이 현격히 후퇴한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한국 사회 운동 대부분이 체제 내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객관적으로 말도 안 되는 적용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냉소나 조소를 보내는 이면에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분노가 식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국가보안법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실임에도 그에 대해 정색하고 달려들기보다는 제3자의 입장에서 관조하거나 희화화시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분노를 느끼는 활동에서 멀어져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요지는 이런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과거와 같은 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며 그 전이라도 효력을 약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정당성이나 실질적인 동력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새롭게 형성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투쟁, 사회주의 운동을 전면화, 대중화하는 투쟁을 통한 것이 그것이다. 이제까지처럼 자유민주주의 아래에서도 학문, 출판, 표현, 사상의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어디까지 관용과 시혜를 배풀어야 하느냐, 또는 배풀 수 있느냐를 놓고 다투는 장이 아니라 명확히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를 놓고 피 튀기는 계급투쟁을 벌여내는 속에서 국가보안법과 다시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을 이끌어 냄으로써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정당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번 1심 판결이 갖는 두 번째 의미는 바로 위에서 말한 바를 현실화하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재판 전 과정을 통해 사회주의자 8명은 한 치의 물러섬이나 흔들림 없이 법정 투쟁을 벌여냈다. 1심 재판부조차, 비록 엉터리 논리에 기초해 유죄판결을 내리긴 했지만, 8명이 뿜어내는 기세와 현실인식을 전면 부정하는 것을 망설인 흔적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자본주의 철폐’, ‘생산수단 몰수 국유화’,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 ‘정치총파업’, ‘노동자정부 수립’ 등을 주장하는 것은, 비록 ‘단지 주장하는’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무죄’라고 말한 것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1심 재판부가 의식했든 그렇지 못했든, 어쩌면 부지불식간에 신자유주의가 끼친 폐해와 그것의 파산, 그리고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세계 체제, 전 세계적으로 터져 나오는 아래로부터의 노동자민중 투쟁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2심, 3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법정투쟁은 더 치열하게 가져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보안법에 위축되지 않고 보다 더 공공연하게 사회주의 운동을 전면화, 대중화는 투쟁과 활동을 더욱 빠르게, 더욱 광범위하게 펼쳐나가야 한다. ‘사회주의자’ 또는 ‘사회주의 활동’도 자유민주주의가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 그런 주장에 머무른 채 그 이상을 보지 않는 세력조차 사회주의로 이끌어 낼 수 있을 만큼의 투쟁과 활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말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를 하면서도 이번 재판이 갖는 독자의 성격과 의미를 충분히 살려나가야 한다. 이번 재판의 전망도 그것을 얼마나 현실화시켜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재판 과정에서 <사노련>이 북한 체제를 옹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주요 논리 중 하나로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정치사상적으로 북한을 지지하는 세력에 대한 이적행위 적용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런 논리가 자칫 정치·사상·표현의 자유를 일반적으로 침해하는 악법으로서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보다는 재판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자체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방식이 옳다고 여겨진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노련> 사건 당사자들이 ‘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나아가 북을 노동자계급에 의해 타도되어야 하는 사회라고 말’한 것이 위 질문과 같은 결과를 의도한 것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의 논리적, 현실적 귀결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두 논리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성립되지 않거니와 실제로 법정에서 그런 입장이나 태도를 조금이라도 내비친 적도 없다. 단지 갖고 있는 정치적 입장과 판단 그리고 태도를 분명하게 밝혔을 뿐이며 그 자체가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그들의 그러한 정치적 입장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는 국가보안법과 무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현실적으로 국가보안법 자체가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것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사노련> 사건 당사자나 변호인 측이 주장하는 논리 그 자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그를 통해 국가보안법의 허구성을 폭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오히려 이 기회를 빌려 한 가지 말하자면 ‘북’에 대한 정치적 태도나 판단과 무관하게 국가보안법이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정면으로, 공동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위 질문과 같이 소극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뿌리 자체를 흔드는 문제제기와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 ‘북’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를 자신의 정치적 입장으로 갖는 것과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문제 삼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로 정치적 입장과 충돌하지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노련> 사건 당사자를 포함해 <사노련 공대위>는 처음부터 이른바 ‘민족주의 세력’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에 대해서도 수미일관하게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와 함께 활동했던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나아가 사노련 사건 당사자나 변호인 측의 논리나 주장도 바로 국가보안법 그 자체의 부당성을 전제한 위에서 더 구체적 차원에서 자기 논리와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 사이에 아무런 모순도 없다. ‘북’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밝힐 수 있는 것 자체도 정치사상,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다. 그것을 숨기거나 우회하는 것이 연대를 더 광범위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대위> 회의가 초기 이후에는 거의 소집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과정 등에 대한 공동논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회주의 운동단체들로 구성된 <공대위>가 잘 되지 않으면서 재판에 대한 대응도 사회적으로나 현장에서 이슈를 만들기 보다는 명망가 위주의 대응으로 축소된 지점이 없지 않다. 재판 후에 있었던 지난 <공대위> 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제기가 있었다

지적한 문제는 앞으로 의식적으로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사노련> 사건’에 대한 국가보안법 재판투쟁을 현장에서, 노동계급 속에서 쟁점화하고 그 속에서 동의 지반을 확보하고 넓혀 나가야 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같다. 특히 앞에서 말한 바와 같아 ‘<사노련> 사건’이 갖는 정치적 성격에 비춰보더라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럼에도 현장을 조직하지 못한 것은 문제의식이 없거나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현장을 조직하기 위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때문이다. 한편 이번 재판과정을 통해 국내외 인사들로부터 적지 않은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 낸 것은 그 자체로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을 조직하지 못한 것이 명망가 위주로 대응을 해서가 아니다. 명망가에 대한 조직화는 그것대로 더욱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앞으로 항소 계획이 잡혀져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공대위> 집행위원장으로서 <사노련 공대위> 활동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듣고 싶다. 또한 <사노위> 회원이기도 한데, 이번 사건에 대해 현장에서의 캠페인은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향후에라도 사회적인 여론 조성 뿐 아니라 사회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현장에서도 지지 서명 등 적극적인 캠페인이 필요할 것 같다. 혹시 이런 부분에 대한 계획이 있거나,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이런 활동이 이루어진 예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1심 판결 이후 <사노련 공대위> 회의를 통해 일차적으로 항의, 규탄집회를 한 바 있으며, 동시에 두 가지 정도를 말한 바 있다. 하나는 8명이 법정에서 밝힌 최후진술문을 토대로 책자나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고 또 하나는 노동자들을 포함해 지지, 서명운동을 벌여나갈 생각이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1심 판결 직전에 전주에서는 질문한 바와 같은 활동이 일부 진행된 바가 있다. <사노위>에서도 노동자들의 지지 서명을 받기 위한 계획을 갖고 있다.
사실 한 가지 소개하자면 사건이 벌어진 초기에 예컨대 ‘사회주의자 선언’과 같은 캠페인을 펼친 것을 검토하고 그 실행을 위해 사전 타진을 한 바 있었다. 결과는 몇 가지 이유와 어려움 때문에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시도해 봄직한 것이라는 판단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사노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노신>도 <사노련 공대위> 소속 단체로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 온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한다. 아마 <사노신> 독자들도 음으로 양으로 ‘<사노련> 사건’에 대해 성원과 지지를 보냈을 것이라 생각하며 역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노신> 독자들 중에 사노련 공대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지, 어떤 형태로든지 전달해 줄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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