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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아내의 골프장 막으려다…농민들은 ‘별’을 달았다

등록 :2019-04-17 05:01수정 :2019-04-17 07:06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⑤개발, 그리고 쫓겨난 농민들
홍천·평택·밀양·계양 농지에
레저시설·새도시·산단 추진
외지인에 땅 팔리고 강제 수용

반대하다 손배소 당하고 전과까지
떠난 농민들은 타향서 빈민 전락
지난 3월22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골프장 부지 앞에 반경순 구만리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장(맨 왼쪽)과 주민들이 서 있다. 구만리 주민들은 골프장 반대 운동을 하면서 다치고 전과자가 되었다. 주민들의 반대 투쟁으로 골프장 공사는 중단됐다. 홍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3월22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골프장 부지 앞에 반경순 구만리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장(맨 왼쪽)과 주민들이 서 있다. 구만리 주민들은 골프장 반대 운동을 하면서 다치고 전과자가 되었다. 주민들의 반대 투쟁으로 골프장 공사는 중단됐다. 홍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64만6706㎡.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 면적이다.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 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다.

 

2526.1㎞. 5개월간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찾아다닌 거리다. 풀이 허리만큼 자라도록 버려진 땅, 씨앗이 심기지 않은 논과 밭이었다. 전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33%다.

 

1549.4㎢.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의 농지가 사라졌다. 값싼 땅이 새도시, 산업단지 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 인근을 사들였고, 농부는 그 땅의 소작농이 되었다. 땅을 잃은 농부들은 더 값싼 경작지를 찾아 떠났다. 의원은 농지를 왜 매입했을까.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사라진 농부들의 사연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그 땅엔 계절이 흐르지 않는다. 벼, 잡곡, 콩, 옥수수, 고추, 배추, 사과, 과실수를 심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놓은 의원들의 논과 밭을 5개월간 2526.1㎞ 다닌 끝에 만난 것은 오래도록 방치돼 무릎 높이만큼 자란 잡풀이거나, 홀로 피었다 수확되지 않아 말라비틀어진,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 열매였다. 붉은 흙을 뚫고 여린 풀잎이 돋아나 봄볕과 여름날 소나기를 머금는, 계절이 흐르고 시간이 저무는 토지는 그들의 땅이 아니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내인 의사 정아무개씨는 배추와 고추를 심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해 2007년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인천 서구 백석동 밭 1164㎡를 샀다. 2007년 3월 당시 건설교통부가 백석동 일대를 택지개발예정지구(한들지구)로 지정한다는 발표를 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땅을 사들인 것이다. 그리고 2018년 9월 10억5600만원에 매각했다. 한들지구는 공영 개발이 무산된 뒤 민영 개발 방식으로 추진돼 올해 11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지난 2월 찾아간 백석동 밭엔 ‘경작 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본 사업은 도시개발법령 등에 따라 2017년 8월 실시계획인가 고시되어 보상 및 철거에 착수할 예정으로 경작 행위 등 모든 행위가 금지됩니다.” 정씨는 앞서 2004년 또 다른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인천 계양구 다남동 논밭 3528㎡를 사들였다가 농사를 짓지 않고 곧바로 소작농을 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 및 땅값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상승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땅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하는 구역으로, 일정 규모 이상을 매입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인 정아무개씨가 2007년 매입했다가 11년 뒤 매각한 인천 서구 백석동 농지 일대에 ‘경작 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다.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백석동 일대에 들어설 예정으로 올해 11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인 정아무개씨가 2007년 매입했다가 11년 뒤 매각한 인천 서구 백석동 농지 일대에 ‘경작 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다.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백석동 일대에 들어설 예정으로 올해 11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2005년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농지 등을 매입했다가 4년 뒤 본인이 이사장을 지낸 바 있는 경민학원에 매각했다. 밭과 대지 898㎡, 건물의 매맷값은 13억2700만원이었다. 홍 의원이 땅을 사들인 시점은 건설교통부가 해당 농지에서 직선거리로 3㎞ 떨어진 곳에 80만평 규모로 민락2지구 택지개발을 진행하던 때였다. 경민학원은 해당 용지에 경민커피문화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28일 찾아간 경민커피문화원은 폐쇄된 상태였다. 간판이 없고, 문도 잠겨 있었으며 나무판자로 입구 자체가 막혀 있었다. 상당 기간 방치된 모습이었다.

 

유 의원은 “농사를 지으려고 땅을 샀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여러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겨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들 의원이 사들인 농지는 모두 인근에 새도시가 들어서면서 값이 뛰었다.

 

신도시, 산업단지, 레저시설이 대거 조성되는 땅은 대다수 값싼 농지나 임야다. 개발과 더불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과 인천을 합친 넓이에 해당하는 1549.4㎢의 농지가 사라졌다.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나 그 인근을 사들이고, 농부들은 개발을 진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땅을 강제 수용당한다. 땅을 잃은 농부들은 더 값싼 농지를 찾아 떠나거나 농업을 포기했다. 지난해 늦가을부터 올해 이른 봄까지 의원들의 농지를 찾아 전국을 다니며, 개발 과정으로 인해 삶이 뒤흔들린 12명의 농민을 만났다. 어떤 이는 소유하고도 방치하는 논과 밭을, 농민들은 각종 개발로 잃어가고 있었다.

 

지난 1일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유했던 부지에 들어선 경민커피문화원(맨 아래 하얀 건물). 홍 의원이 자신이 이사장을 지낸 바 있는 경민학원에 부지를 매각했고 이 부지에 경민커피문화원이 들어섰다. 의정부/김명진 기자
지난 1일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유했던 부지에 들어선 경민커피문화원(맨 아래 하얀 건물). 홍 의원이 자신이 이사장을 지낸 바 있는 경민학원에 부지를 매각했고 이 부지에 경민커피문화원이 들어섰다. 의정부/김명진 기자

 

■ 2018년 11월: 마을 주민 27명이 ‘별’을 달았다

 

“우리 마을 주민들 절반은 다 별을 달았어. 내가 처음 골프장 반대 운동을 시작한 때가 마흔일곱이었는데 그때는 원빈보다 더 잘생겼었어. 허허. 지금은 예순이 돼버렸네.”

 

지난해 11월29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에서 만난 반경순(60)씨는 농담을 던졌다. 주민들은 마을 공터에 둥그렇게 서서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65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서 27명이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벌금을 받은 전과자다. 구만리 골프장반대 대책위원장 반씨가 말한 ‘별’은 업무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생긴 전과다.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 십년이 지나도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아. 우리는 전과자야. 사면 복권이라고 하나? 나는 그런 걸 받고 싶어.” 노인회장 강원형(83)씨가 말했다.

 

‘원하레저’(옛 비큐공영)가 2006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일원에 1.53㎢(46만3096평) 규모의 골프장과 숙박시설 ‘마운트나인’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 마을엔 ‘별’을 단 주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 최아무개씨가 공동 대표이사를 지낸 원하레저는 가시오가피 농장을 만들어서 고용을 창출하겠다며 농민들로부터 구만리 일대 농지와 임야를 대거 사들였다. 그러나 실상은 가시오가피 농장이 아닌 골프장이었다. 2006년 11월, 구만리 마을 옆에 골프장이 들어설 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홍천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농업용수가 부족해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사를 짓는 상황에서 인근 골프장이 조성되면 잔디에 대량으로 뿌리는 농약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원하레저가 2008년 공사를 본격화하면서 주민들의 반대도 더 심해졌다. 업체 쪽은 집마다 다니면서 “이 서류에 도장만 찍어주면 1천만원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골프장 건설에 대한 주민동의서였다.

 

박덕흠 의원 아내 투자 법인 
구만리 46만여평에 골프장 추진 
주민들 반대에 고발·재산 가압류… 
강남 살며 서귀포 과수원도 매입 
박 의원 “아내가 하는 사업 다 몰라” 
 

 

전과자 ‘별’을 단 마을 주민들 
“골프장 저지하다 용역들과 대치 
어르신들 구급차에 실려가고 
10년 지나도 가슴에 응어리로 
사면복권? 그런 걸 받고 싶어” 
 

 

‘입목 축적 조사’ 부실 강원도청 
2008년 골프장 가능케 토지용도 변경 
2014년에 인허가 직권취소 결정 
구만리 빼고 홍천 골프장 9곳 인허가 
주민들은 삶의 터전 떠나 떠돌아

 

“한밤에 검정 봉투에 현찰 천만원을 넣어서 집집마다 찾아다녔지. 업체 직원들이. 동네 민심 쪼개 보려고. 한글 모르고 돈이 필요한 노인들한테 천만원씩 갖다 안겼어. 돈 준 사람들 얘기가, 동네 찬성 50%만 넘으면 골프장을 할 수 있는데 반경순이랑 반대론자들이 돈을 더 받고 싶어서 반대하는 거라고. 그러면서 돈을 뿌렸다는 거야. 두 사람만 더 찬성하면 이제 골프장 되니까 이 돈 받으라고. 삼십명은 그때 받았어. 시골 할머니들이 천만원을 언제 봤겠어? 장독대에 돈을 묻어놓고, 쌀독에 넣어두고, 밤에 자다가 문만 덜컥해도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이 돈 때문에. 나중에는 업체가 돈 뿌렸다고 동네에 소문이 났지. 여기 마을 공터에 주민 100명이 다 모여서, 주민이 다들 농사 못 짓게 생겼는데, 다들 반대하기로 했는데 왜 돈들 받으시냐고. 서로 얘기했어. 마을 공터에 모인 다음날 다섯명이 천만원씩을 동네에 내놨지. 한 다발 되더라고. 할머니들이 전전긍긍하다가 이거 내놓으니까 그렇게 편하다고. 우린 ‘이거 뇌물이다’라고 생각해서 업체와의 싸움에서 다 이기게 되는 줄 알았어. 근데 물어보니까 이건 죄가 안 된다는 거야, 변호사가. 골프장 반대대책위원장, 노인회장, 이장 그런 사람들한테 현찰 주는 건 죄가 형성되는데 일반 주민들한테 주는 건 법적으론 아무 죄가 안 된대.”

 

지난 3월22일 구만리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장과 주민들이 골프장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홍천/김명진 기자
지난 3월22일 구만리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장과 주민들이 골프장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홍천/김명진 기자

 

1천만원을 받은 주민 가운데 12명은 원하레저 쪽에 돈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받지 않았다. 결국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돈을 공탁했다. 대다수 1920~30년생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2008년 공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과의 대치가 시작됐다. “용역 애들이 100명 넘게 들어왔는데 대치하다가 주민 두 명이 119구급차에 실려 가고, 헬기에 한 분이 실려 가고 그랬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인데 용역 이삼십대 애들이 평지도 아니고 산에서 막고 그러니까 굴러떨어지고 의식 잃은 노인들도 나오고. 채증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현장에서 카메라도 뺏기고. 치료비는 동네 돈으로 다 물어줬어.”(반경순씨)

 

원하레저는 2008년 8월 사업자 쪽이 벌이는 지하수·지질 조사를 저지했다는 이유로 주민 43명을 업무방해죄로 한꺼번에 고발했다. 그해 11월에는 사업 방해를 하는 주민들 때문에 주야간 경비용역업체 970명의 경비용역대금 2억4007만5천원을 지출했다며, 주민 9명을 상대로 11억98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당한 주민들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주민들 업무방해로 받은 벌금은 콩을 공동 경작해서 내고, 강원도 시민단체에서도 도와주고. 업체가 11억9800만원 손해배상 소송 낸 것은 나중에 판사가 몇천만원으로 줄여서 그 벌금도 냈어요.”

 

강원도청은 2008년 6월 골프장을 조성할 수 있도록 토지 용도를 농림지역 및 관리지역에서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는 ‘홍천 군관리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이 과정에서 산지를 개발할 때 통과해야 할 ‘입목 축적 조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수목 밀도를 뜻하는 입목 축적 조사를 해야 산지 개발 행위 허가가 날 수 있는데, 조사 방법이 허술했다. 2009년 9월 국정감사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입목 축적 조사에서 벌목 내용이 누락돼 있는 등 관계 공무원의 업무처리 소홀에 따른 징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9년 12월, 산림청이 재조사를 시작했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와 주민들의 반대로 갈등을 빚어온 구만리 골프장에 대해 강원도는 2014년 2월 인허가 직권 취소 결정을 내렸다. 8년간 처벌을 받으면서 맞선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업자인 원하레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이 부실해 이 평가서를 토대로 내린 사업계획 승인도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덕흠 의원이 2012년 충북 보은·옥천·영동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구만리 골프장 반대 운동이 힘을 얻은 이유도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홍천에만 골프장 9곳이 강원도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으면서 농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잃어야 했다. 9곳 가운데 8곳이 영업 중이고, 나머지 1곳은 공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은 골프장을 공공·문화체육시설로 규정해, 민간 건설업자들도 토지 소유자 80%의 동의를 받으면 나머지 소유자들의 집과 땅을 강제수용할 수 있었다.

 

지난 3월22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골프장 부지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홍천/김명진 기자
지난 3월22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골프장 부지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홍천/김명진 기자

 

“(홍천 북방면) 밭치리에 골프장 조성되면서 사람들이 그 마을에서 다 쫓겨났지. 읍내 가서 사는 사람도 있고. 병문(가명) 형은 밭치리를 떠나 경북 봉화로 갔다가 지금은 횡성 공근면으로 떠났다고 하던데. 그렇게 돌아다니면 돈 다 까먹지. 골프장 강제수용할 수 있는 근거가 소유자 동의 80%니까, 누구를 8로 만들고, 누구를 2로 만드느냐는 심리 싸움 같은 거거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실 여기도 마을 분위기가 예전 같진 않아.”(반경순씨)

 

헌법재판소는 2011년 6월 골프장 조성을 위해 토지 강제수용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규정한 국토계획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공익적 사업이라고 볼 수 없는 골프장까지 무분별하게 수용할 수 없도록 위헌적인 행사를 막아선 것이다. 박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내가 하는 사업을 다 알지 못한다. 골프장 용지는 이미 팔려고 부동산에 내놨다고 들었다. 지나간 일인데 왜 자꾸 사람을 괴롭히느냐”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박 의원 아내 최아무개씨는 2008~2014년 벼와 잡곡, 묘목, 가시오가피 등을 재배하겠다고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원소리와 구만리 일대 농지 13만515㎡를 매입하면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이 밖에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 과수원 3382㎡를 매입하면서 2002년에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았다. 2002년 발급 당시 농지취득자격증명에 적힌 최씨의 주소는 ‘서울 강남구’였다.

 

■ 2018년 12월: 충남 서산까지 밀려난 평택 농민들

 

지난 1일 오전 경기 평택시 고덕 신도시에서 택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평택 전역에서 신도시 등이 진행되면서 마을 100여곳이 사라졌다. 평택/김명진 기자
지난 1일 오전 경기 평택시 고덕 신도시에서 택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평택 전역에서 신도시 등이 진행되면서 마을 100여곳이 사라졌다. 평택/김명진 기자

 

지난해 12월27일 만난 고주은(73)씨는 홀로 전기장판 위에 앉아 있었다. 추운 날이었지만 방에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았다. 38년간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해창3리에서 1천평의 논에 쌀농사를 지었다. 고덕면 일대에 13.4㎢ 면적의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그는 2014년 집을 수용당했다. 1억원 남짓의 보상비를 받고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평택시 안중읍 안중리로 이사 왔다. “보상비를 받고 간신히 이걸 산 거야. 돈이 적으니까 그 근방으로 이사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평택) 방축리, 신대리도 가고 꽤 댕겼지. 이미 다 오른 거야. 처음에는 여기가 무지하게 멀리 온 것 같아서, 아주 진짜 마음이 없었는데. 이제 뭐 후회해도 소용없고 꼼짝없이 이렇게 사는 거지.”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인근 농지는 값이 뛰어버렸다. 농사를 짓지 않는 외지인들이 마구 사들였다. 신도시가 조성될 때 땅을 수용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반대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다 같이 반대 운동을 했지만 한 사람, 두 사람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땅을 수용당하고 떠나갔다.

 

“처음엔 탱크 같았지. 시름시름 사람들 마음이 자꾸 변하는 거야. 이사 가겠다는 사람도 생기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슬금슬금 없어지고. 옆 동네 망가지는 것도 봤지. 보상비 문제 때문에 찔러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아닌가? 형제간인가? 살인이 났다고 하더라고. 보상비 서로 갖겠다고. 2013년도인가 그렇게 들었어. 아이고, 돈 때문에 동네가 전쟁터가 된 거야.”

 

그도 이삿짐을 쌌다. 그는 자신이 떠난 마지막 고향 마을이 가끔 꿈에 나타난다고 했다. “오늘 한 집, 내일 한 집 그렇게 떠나고 떠나보내면 말이야. 포클레인까지 들어와서 먼저 산 것(집)들을 헐잖아. 그 얼마나 보기 싫어? 개판이 되고. 빈집이 마을에 자꾸 보이니까 보기 싫더라고. 아주 보기 싫어. 밤에도 나가기 싫어. 점점 다른 동네 같고 서먹해지는 거야. 할 수 없이 이사 가자고 마음을 먹었어. 좀 늦게 나왔지, 다른 사람보다. 그런데 말이야. 지금도 꿈을 꾸지. 거기서 사람들과 놀던 꿈. 여기선, 여기에서 일어난 일들은 꿈에 나오지 않아.”

 

평택 신도시 조성으로 고향 등져 
처음엔 반대하던 동네주민들 
한사람씩 변하더니 ‘돈 전쟁터’로 
이주딱지 받았지만 생활고에 팔아 
멀리 이사 뒤 “밤마다 고향마을 꿈” 
 

 

미군기지에 농토 수용 ‘원정 농사’ 
보상금으로 땅값 싼 서산에 농지 사 
2시간30분씩 운전해 10년간 오가 
“이자도 갚기 힘들어 재작년 포기” 
 

 

수용 과정에서 경제적 양극화 
대농지 보유자는 부자 되는 반면 
땅값 올라 농지 살 수 없는 농민 
타지로 떠나 살다 결국 빈민 전락

 

그는 집을 수용당하고서 이주자 택지를 받았다. 고덕 신도시가 조성되면 토지를 일반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일종의 권리로 ‘딱지’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논과 밭을 수용당한 뒤 마을을 떠난 주민 가운데 일부는 생활고 때문에 ‘딱지’를 헐값에 팔아넘기기 시작했다. 고씨도 6천만원에 이주자 택지 권리를 투자자에게 넘겼다. 이후 위치가 좋은 이주자 택지의 경우 딱지가 8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지금 생각하면 억울해 죽지. 이렇게 오를 줄 알았으면 갖고 있었을 텐데 마을 사람들이 같이 팔자고 해서. 촌놈이 6천만원 준다니까, 그 돈이 좀 많아? 나중에 마을 사람들끼리 쓸데없이 싸움이 붙었어. 너 때문에 팔았다고 서로 탓하면서.”

 

그는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가끔 새로 이사 온 마을의 회관에도 가지만 그는 여전히 이곳이 낯설다. 이사 온 첫해엔 38년간 살던 해창리 마을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젠 서로 뿔뿔이 흩어져 연락이 닿지 않는다. “이사 오고 첫해에 서너명은 자주 만나서 술 한잔씩 먹었지. 이제는 전화를 안 하는데 나만 자꾸 할 수가 없으니까. 또 돈이 들잖아. 만나면 오륙만원씩.”

 

그는 여전히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고, 말하면 뭐해. 거기선 좋았지. 여름에 논에서 고생해도 겨울에 놀고 서로 술도 한잔씩 하고. 작물은 말이야. 주인 발소리 듣고 자란다고, 매일 돌아봐야 잘 자란다고 하잖아. 매일 나가서 내 땅을 돌고 들어오고. 그게 얼마나 마음 편하고 좋아? 저기에 내 땅이 있다는 생각.”

 

그는 고덕면에서 살던 시절을 생각하며 잠시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전깃불도 켜지 않은 채 전기장판 위에 앉아 하루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가 안 간다고, 하루가. 날이나 따뜻하면 다니겠는데 집에만 이렇게 처박혀 있는 거지.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어. 자전거도 타고.”

 

지난 1일 경기 평택시 서정동 일대에 자리한 부동산 상가들. 고덕 신도시 분양권과 이주자 택지 권리 등이 매매된다. 평택/김명진 기자
지난 1일 경기 평택시 서정동 일대에 자리한 부동산 상가들. 고덕 신도시 분양권과 이주자 택지 권리 등이 매매된다. 평택/김명진 기자

 

평택은 고덕 신도시를 비롯해 미군기지 이전, 민간개발 방식의 택지 개발이 대거 이어지면서 농촌이 사라져갔다. 평택문화원은 2014년부터 없어진 농촌 마을 100여개를 대상으로 ‘평택의 사라져가는 마을’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다. 사라지는 마을 주민들의 구술사와 현장 탐방을 담은 책이다. 토지를 수용당하는 과정에서 고씨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넓은 농지를 보유한 농민들의 경우 보상비를 많이 받아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기도 한다. 한마을에 어울려 살 때는 체감하기 어려웠던 경제적 양극화가 벌어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땅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토지 수용 전문’ 변호사들이 마을에 들어와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한 필수 지식’을 농민들에게 강의하거나 일부 농민은 도시민들처럼 땅 투자에 뛰어든다. 고덕 신도시로 토지를 수용당할 때 농민대책위원회 사무장을 맡았던 이근덕씨를 만났다. “수용되고 몇년이 지나니까 농민 가운데 일부가 빈민으로 전락하시는 게 눈에 보여요. 자기 집을 소유하셨던 분들이 전세로, 다시 월세로. 농촌하고 도시는 삶이 다르잖아요. 도시는 그야말로 돈이 없으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니까요. 땅이 수용되지 않았으면 마을회관에서 밥 먹고 어울려 사셨을 텐데 다들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곳에 혼자 들어앉으니까 외롭고 힘들어서 그런지, 치매 오신 분들도 많이 생겼고요.”

 

농사를 짓고 싶은 농민들은 더 값싼 땅을 찾아 떠난다. 평택 팽성읍 대추리에 살던 김영식씨는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땅을 수용당한 뒤 받은 보상금으로 2007년 충남 서산 농지를 샀다. 화물 트럭을 몰고 하루 왕복 2시간30분을 운전해 쌀농사를 지으러 서산으로 다녔다. “재작년에 그만뒀어요. 그냥 뭐 힘들게 일만 한 거지. 간척지라 땅에 하얗게 염분이 올라와서 농사가 잘 안 되었어요. 평택에서 땅을 수용당한 사람들이 꽤 서산에 갔거든요. 지금도 농사짓는 사람이 일부 남아 있고요. 몇년 하다가 나이가 70대가 되니까 운전하기가 버겁고 농사지어봐야 쌀값이 싸잖아요. 땅 사면서 빌린 이자 갚기도 힘들었어요.”

 

도심의 특정 지역이 주목을 받으면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기존 거주자 또는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인천과 경기도 농민들은 개발되는 과정에서 비싼 농지 값을 감당하지 못해 밀려나는 농촌형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었다.

 

■ 2019년 1월: 밀양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조성 중인 밀양

 

지난 1월22~23일 찾아간 경남 밀양시 부북면 후사포리,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밭은 버려지다시피 한 상태였다. 잡풀이 나무처럼 우거져 걸을 때마다 옷에 도깨비풀이 엉겨 붙었다. 신공항 유치 바람이 불면서 땅값이 뛴 밀양은 2016년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며 주춤해졌다. 2017년 7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산업단지 계획승인을 받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 중인 밀양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는 현재 56.6%의 토지 보상이 완료됐다. 2021년 12월 국가산단 조성이 완료된다.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땅이 수용돼 보상비를 받은 농민들이 다른 농지를 사는 ‘대토’를 하는데 이런 작용으로 농지 값이 다시 뛰어오른다.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감천리 마을도 주민들 간에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분위기는 어두워 보였다. 산업단지 조성을 찬성한 농민 집에 들어갔다가 욕만 한 바가지 듣고 쫓겨났다. 도시와 달리 시골길을 아무리 걸어도 농한기에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드넓은 논 사이에 드문드문 자리한 집들을 지나 소를 키우는 농민 석아무개(62)씨 집을 찾아 걸었다. 석씨는 옆에 남편이 함께한 자리에서 사과를 깎아서 내놓았다.

 

“여기 논을 수용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한평당 38만~42만원 준다네. 그 돈을 갖고 다른 데서 살 수가 없지. 밥도 못 먹겠고 신경성 식도염이 올라오는 거야. 이사가야 하는데, 어디를 가긴 가야 하는데. 집에 모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고층 아파트는 못 가고 단독주택으로 가려고 하면 비싸고. 나도 산업단지 찬성해. 청년들 일자리도 늘겠지만, 우리가 살아갈라 카이 농사지을 데가 없는 거야. 안 돼, 이건.”

 

석씨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틀간 밀양 부동산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농지 값은 저렴하지 않았다. 길이 붙어 있지 않아 개발 행위가 어려운 ‘맹지’에다 농사짓기에 척박한 땅도 평당 50만원을 넘었다. 석씨가 막막해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석씨도 토지 보상가를 놓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이의 신청을 생각해보았지만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소 30마리 키우는데 이제 팔아야겠지. 한목에 내버리면 싸게 쳐줄 테니까 한마리씩, 또 한마리씩. 다른 축사로 이사 가려고 해도 문제가 뭐냐면, 축사는 허가가 잘 안 나요. 허가를 받아도 주변 사람들이 냄새난다고 민원이 들어가니까. 이미 축사를 해온 다른 자리에 들어가려니까, 우리는 축사로 먹고사는데 다른 축사 자리를 알아보니 얄궂은 것도 7억원씩 하니까. 그럼 나는 축사도 접어야 해. 우리 동네 주민들이 순진해. 처음에는 관광버스를 타 갖고 청와대에 가자, 이 이야기가 나왔어. 작년 여름에. 근데 아무것도 못 했어요.”

 

국가산단 조성되는 밀양 부북면 
주민들 찬반 나뉘어 분위기 삭막 
보상금 적어 인근 농지도 못 사 
“어디서 생계 유지하고 살아야 하나” 
 

 

신도시 기습 발표된 인천 계양 
투자자들이 농지 절반 이상 보유 
농사 포기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 
“농기계·시설재배 대출금 상환 막막” 
일부는 전라도까지 내려갈 생각도

 

그는 토지를 강제수용당하면서 물어야 할 양도세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우리 땅과 집을 수용하면 양도세를 안 낸다고 해놓고는 이제 와서 그마저도 세금 낸다고 하는 거야. 팔고 싶지도 않은 이 땅을 강제수용당하면서 양도세까지 물게 생겼다고요.”

 

마을에는 ‘경작 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봄철 농사를 준비하고 있어야 할 2월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고 석씨는 한탄했다. “땅 수용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 난 다음에 신경을 썼더니 각막이 갈기갈기 찢어졌어요. 하루는 갑자기 머리가 깨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거예요. 눈이 안 보여. 병원에서 신경성 스트레스라고 하더라고. 밀양에선 치료가 안 된다고 해서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3개월 치료를 받았어요. 축사를 턱 하고 (앉아서) 보면, 허전하고 이상한 마음이 들고 이사 가려고 하니까….” 석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2019년 2월: 제3기 신도시 발표에 농기계 대출금 걱정

 

인천 계양구 동양동 일대에 세워질 예정인 ‘계양 신도시’. 농지가 강제 수용될 위기에 처한 농민들은 벌써부터 시름에 잠겨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인천 계양구 동양동 일대에 세워질 예정인 ‘계양 신도시’. 농지가 강제 수용될 위기에 처한 농민들은 벌써부터 시름에 잠겨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정부는 지난해 12월19일 인천 계양구, 경기도 남양주와 하남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천 계양구 동양동, 귤현동, 상야동 등에 조성되는 계양 신도시는 2021년부터 주택 공급을 시작한다.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발표한 주택 공급 계획에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지난 2월2일 만난 동양동 영농회장 정운학(67)씨는 다른 농민들과 대책회의를 하고 오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도시가 되리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이 동네에서 태어나서 하늘 보고 땅만 보고 그렇게 살아왔어요. 농사 외에는 다른 생각을 못 했어요. 국토부가 기습적으로 신도시 발표하면 농민들은 이렇게 불이익을 당해요. 정부는 한편으로 귀농, 귀촌을 장려한다고 지원금을 준다는데 정반대에서는 이렇게 쫓겨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요. 과연 어디로 가서 남은 생애를,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야 할지 길이 막막해.”

 

정씨는 계양 신도시로 예정된 농지를 투자자들이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지 않는) 관외 지주분들이 원주민보다 훨씬 많아요. 많게는 70%까지. 먼 미래를 내다보고 땅값이 오르리라고 생각하고 땅에 돈을 묻어둔 사람들이죠.” 이제 땅이 수용되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데, 대출금으로 마련한 농기계 처리를 두고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트랙터, 콤바인, 건조기, 이앙기 4대 갖고 있는데 다 농협에서 대출받아 산 거예요. 3억인가 주고 샀어요. 이거 팔아도 중고차처럼 절반도 못 받을 거예요. 고물값이죠. 다른 농민들 상황도 다 비슷해요. 저는 쌀농사를 짓는데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 재배는 투자 비용이 더 많이 들어요. 그분들 만나면 다들 대책이 없대요.”

 

일부 농민들은 벌써 인천을 떠나 전라도 쪽으로 농지를 알아보고 있다. “수도권 근방에 이제 농지가 없어서 갈 데가 없어요. 말도 못 하게 주변 땅값이 들썩대서. 지금 다른 지방, 전라도, 경상도로 내려가야 하는데 고향을 등지고 정착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농민은 어떤 일을 겪어도 신문에, 방송에 나지 않아. 이게 힘없는 사람들의 현실이죠. 이 나이 먹고 어디 가서, 객지 가서 사는 게 쉽지 않잖아요. 농사는 여기서 끝이 난 거예요. 이게 세상살이인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들(농지 투자자들) 생각이 맞았던 거지. 살다 보면 언젠가 땅값은 오른다는 거.”

 

세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만난 농민 12명의 이야기는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부들이 왜 농지를 매입해선 안 되는지를 절실히 드러냈다. “땅이 수용되는 게 아니라 삶이 수용되는 것 같았다.” 자기 땅을 수용당한 평택 농민의 말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산업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농지 또한 신도시 등의 다른 용도로 전용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수십년 살아온 농촌 마을을 떠나, 이방인으로 새 삶을 개척해내야 하는 농민에 대한 국가의 배려는 부족해 보였다. 비농업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개발 예정지 주변 땅을 사들이느라 값이 덩달아 상승한 농지를 농민들은 손에 쥘 수 없었다. 허위로 작성된 농업경영계획서로 손쉽게 취득한 봄날의 밭과 논은 잎이 돋지 않는 잿빛이었다.

 

홍천 평택 밀양 인천/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연재[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90302.html?_fr=mt1#csidxad4d2fe7b1df8a39706f71d6e608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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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100주년 총회에서 부끄러운 대통령이 되시겠습니까?”

[인터뷰] ILO 핵심협약 비준 투쟁 나선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연행이 된다 할지라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할 수밖에 없었어요. 노동법개악을 막아야 했기 때문에, 모든 임원들이 다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말이다.

민주노총은 4월도 ‘투쟁’으로 시작했다. 1일부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등 노동법 개악을 막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국회 앞에서 완강한 투쟁을 벌였다. 지난 2일 김 수석부위원장은 부위원장들과 함께 미리 예정돼있던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자유한국당) 면담을 요구하다 면담은 고사하고 경찰에 연행됐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고생을 했다는 것보다 오히려 속상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곳에서 100만 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민주노조의 총본산 민주노총을 이렇게 대할 수 있습니까?” 김 수석부위원장이 되물었다. 한국사회 노동의 현실, 노동자의 현주소를 확인한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었다는 뜻이다. 3일 국회 앞 투쟁에선 김명환 위원장까지 연행됐다. 민주노총 현직 위원장이 집회 도중 연행되는 일은 역대 정부에선 없었던 일이다.

100만 민주노총, ILO핵심협약 비준 투쟁에 나선 이유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100만 3천명이 넘었다. ‘100만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에게 무한한 책임감을 가져다준 듯 했다.

“민주노총의 투쟁에 대해 보수 언론매체들이 악의적인 보도를 쏟아내도, 노동자들은 노동자를 지키려는 조직은 ‘민주노총’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보장 투쟁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말했다.

“100만의 힘으로 노동법 개악도 막고, 100만의 힘으로 노동기본권도 쟁취하고… 이것이 200만 시대를 만드는 힘이 될 거예요.”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그 투쟁이 조합원을 늘리는 투쟁으로 된다는 것, ‘노동기본권 투쟁’을 열심히 해 노동기본권이 보장돼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기본권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합원이 늘어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이 높아지면 노동법 개악을 막는 것도, 노동기본권을 쟁취하는 것도 더욱 잘 될 것”이라며 김 수석부위원장은 이를 ‘선순환’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이 집중하고 있는 투쟁 중 하나는,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즉시 비준하라는 투쟁이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시민·법률·사회단체들로 구성된 ‘ILO긴급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왜 비준을 못하는지’ 대통령 만나 묻고 싶다

“1919년에 ILO가 만들어지고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에선 노동자들이 ‘노조 할 권리’를 외치고 있어요. 한국의 후진적 노동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반증이죠.” 김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단체교섭권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ILO 핵심협약 87호, 98호 비준에 대한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대통령이 협약비준의 권한이 있고, 대통령이 결단하면 비준을 위한 단계에 들어서기 때문이에요.” 헌법 73조는 대통령에게 비준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회는 대통령이 비준한 조약이 재정과 입법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한해 동의권을 갖는다(헌법 60조).

김 수석부위원장은 ILO로부터 오는 6월 열리는 ILO설립 100주년 총회에 초청받은 대통령이 당당히 가서 연설하도록 박수쳐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가능할까?

“교사, 공무원,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는 걸 국제사회가 이해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총회에 가서 국제노동기구에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할 얘기가 없을 거예요.”

그는 최소한의 조치를 언급했다. “부끄럽지 않은 연설을 하려면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핵심협약 87호, 98호를 비준하고, 국회의 동의를 요청해야죠. 그리고 직권으로든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든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인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문제를 해결하고 가라는 거예요.”

대통령에게 직접 묻고 싶은 마음이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변호사이셨으니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 범위를 세계적 수준에 맞추기 위해, 넓히기 위해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논의된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이 교환대상이 될 리 없다는 것을 대통령도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고 봐요.” 대체 왜 비준에 나서지 못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ILO총회까지 더 큰 투쟁 준비”

민주노총은 ILO 핵심협약 비준 투쟁을 다그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민주노총 내에 특수고용 노동자, 전교조, 공무원, 간접고용 노동자 등 노조 할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조직들을 모아 6월 ILO 100주년 총회기간까지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공동의 투쟁과 사업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더불어 ILO긴급공동행동 단체들과 다양한 투쟁도 벌인다.

“공동행동이 출범(3월28일)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참가 단체들 모두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노동자들이 가장 앞장서야 할 주체이지만 공동행동 단체들도 자신들이 주체라는 마음이 큽니다. 감사한 일이죠.” 교수, 법조인 등 곳곳에서 선언을 조직하는 등 ‘핵심협약 선비준’을 대세화 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는 게 김 수석부위원장의 전언이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에 따라 민주노총과 ILO긴급공동행동의 투쟁도 달라질 거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매년 ILO 총회에 대표단을 파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핵심협약을 비준한 후 국제사회 앞에서 ‘노동존중사회’로 가기 위해 한국정부가 더 노력하겠다고 연설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만에 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부끄럽게 총회에 간다고 하면 민주노총은 ILO 총회에 가서도 국제노총들과 연대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겁니다.”

노동법 개악안이 국회에서 공전되고 있는 지금, “국회가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개악에 이어 노동권·파업권을 제약하는 개악안을 상정할 경우 민주노총이 무기한 파업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김 수석부위장의 말대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정부가 노동법 개악 시도를 멈추고 ILO핵심협약 비준단계로 나서길 요구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도 민주노총의 강도 높은 투쟁이 예상된다.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받느냐, 노동자들의 거센 투쟁에 직면하느냐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인 듯하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icon관련기사icon[사설] 국제노동기구(ILO)기본협약 비준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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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롤모델'이 돼버린 세상이 파괴하는 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부동산 부자에게 국토부 장관 맡기면 곤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자로 정부의 주요 중심 정책인 집값 안정을 이끌 수 없다"는 비판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가 주택 투기와의 전쟁을 하고 있을 때 흑석동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상가·아파트 입주권을 매입해 "정부의 주택 정책과 반대되는 행보를 했다"는 비판에 사퇴했다.
 
이어 치루어 진 경남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고전했다. 주요 공직에 대한 인사 파동이 선거 결과에 일정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이 부동산·주택 정책에 화가 난 이유   
 
국민은 현 정부 들어 두 번 불같이 화를 낸 바 있다. 작년에 수도권 특히 서울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할 때였다. 정부의 주택 정책이 지난 정부와 달리 집값 안정을 내세웠는데 반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에서 정부의 주택 정책을 믿고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면서 주택 구입을 뒤로 미루던 무주택자들은 분노하였다. 또한 집값 폭등으로 노력 없이 앉아서 수천만 원, 수억 원을 버는 주택·부동산 소유자들을 보면서 허탈해 하였다. 특히 지방은 집값이 하락세였기에 서울 중심으로 수도권이 오르자, 지방 거주자들의 상실감은 대단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주택 가격의 탈동조화는 지방의 자산 가치를 낮추기 때문에 지방 거주자들은 앉아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낙마한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정부는 일단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 강화, 양도 소득세 중과세 등을 통해 서울·수도권의 다주택자의 주택 수요를 차단하는 등 시세 차익 목적의 투기 수요를 막고, 3기 신도시로 30만 호 주택 공급을 밝혀 가까스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켰으나 한 번 오른 가격은 쉽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이 두 번째로 분노를 넘어 불신을 표한 것은 근래 장관 후보자 지명이었다. 7명 장관 후보자 상당수가 다주택자였고, 특히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정부가 고시한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역·조정 지역에 각각 주택을 가지고 있었던 다주택자였다. 후보 지명 전에 분당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최정호 전 장관 후보자의 주택 보유와 증여 과정은 우리 사회 상류층이 어떻게 부를 이루고 세습하는지를 보여주는 표본으로서 주택 가격 폭등으로 인한 자산 양극화를 맞이한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또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주택 매입 과정도 역시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한국 사회의 심각한 자산 양극화 
  
한국 사회에서 자산으로 부를 형성하는 전형적인 과정은 지대 추구이다. 주택을 필두로 한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 오르는 곳은 개발 예정지나 교통, 공공기관, 생활편의시설 등이 잘 갖추어진 곳이다. 이런 곳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한된 곳이기에 선점만 하면 이익은 자동으로 보장된다. 당연히 이런 곳을 매입하려면 여유 자금이나 기본적인 자산이 있어야 한다. 결국 '부가 부를 낳는다.' 
  
이런 곳에 투자하는 사람은 탈법을 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순 없다. 위치가 좋지만 주거 환경이 낡은 재개발지역의 조합입주권(소위, 딱지)를 구입한 뒤 초고층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은 확 트인 전망과 주택 가격 상승에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만족감은 그 지역에서 거주하다 비자발적으로 쫓겨난 영세 가옥주와 세입자들이 겪은 고통에 기초한다. 윤리적으로 정당화하지 못한 행위가 합법으로, 재테크 성공 사례로 입에 오르내릴 때, 그 사회의 공동성은 무너져 내린다. 
   
또한 자산 양극화는 근로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기업가 정신마저 좀 먹는다. 고용이 불안한 이 시대에 힘들게 직장생활을 해도 임금은 생활하기에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자산 지대추구로 1-2년에 몇 천, 몇 억을 버는 과정을 지켜보면 도덕 기준이 흔들리게 된다. 사무실이나 점포 토지를 임대해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나 회사에게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부담이 된다. 열심히 자기 사업에 몰두했던 이들도 결국 자산 가격 폭등으로 이익을 본 동료나 주변 회사를 보면서 '한 우물을 파고 연구하고 투자'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결국 부동산 임대사업 대열에 나서게 된다. 자산 가격 폭등은 건전한 사업자들의 기업가 정신을 갉아 먹는다. 이게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건물주가 롤 모델이 돼버린 한국 사회 
 
자산으로 부를 일군 자산가들은 자신들을 사회의 롤 모델로 만들려고 한다. 인기 연예인들이 건물을 매입하여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상업 방송을 통해 보면서, 청소년들은 미래의 꿈이 건물주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 = 건물주' 라는 등식이다. 많은 이들이 건물주를 선망하게 될수록 부동산·주택으로 돈을 버는 것이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자산으로 부를 이루는 길은 대체로 현재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부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작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폭등 때 이익을 본 사람은 누구인가? 지하철역 등 더 좋은 입지에, 대규모 새단지 아파트에, 강남지역 등 부동산 가격이 비싼 지역 순이었다. 철저하게 돈과 자산이 더 있는 사람 순으로, 돈을 벌고 자산을 축적했다. 
 
민주주의는 자기의 경제사회적 입장을 분명히 인식하고,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고 집단적으로 개선을 요구할 때 그 기반이 강화된다. 지금처럼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자신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을 고민하지 않고 자산가들의 롤 모델을 맹목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추구할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이런 자산 양극화 확대를 끄는 사회경제적 힘은 완강하다. 서울·수도권의 집값과 부동산 가격을 이끄는 핵심 요인인 '수도권 집중'은 강화되고 있다. 지방의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고 무너지면서, 지방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지방의 실업자가 어디로 가겠는가? 바로 수도권이다.  
 
최근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는 공장연구 부지를 용인시에 짓겠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전통적인 전자산업단지였던 구미시나, 천안시가 공장 유치를 희망했으나, SK하이닉스는 용인시로 결정했다. 박사급 연구원등의 인력을 확보하는데, 수도권인 용인시가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수도권으로 집중현상은 심화되고 이는 기득권층의 자산가격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를 시장에 방치할 때 자산양극화 심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 자산 양극화 완화에 주력하라
 
국민들은 자산 양극화된 현실을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상태이다. 정부는 민심의 분노가 향했던 작년의 서울·수도권의 집값 폭등과 인사 파동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방의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방 발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산 보유 및 수익에 대한 과세 형평성 확보, 누진적인 과세 확대, 부동산과 수익 중심의 개발에서 사람과 공동체 관점의 공영개발, 토지 활용도를 높이고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의 토지 공개념 도입 등도 요구된다. 이를 통해 주택 구매력이 없는 세입자·노년·청년층도 양질의 저렴한 주택에서 마음 편히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주택과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에게 주택 정책, 국토(공간) 정책을 맡기면 곤란하다. 나아가 주요 공직에서의 역할도 맡겨서는 안 된다. 주택·부동산으로 부를 일군 이들에게 자산 양극화 완화를 위해 일하라는 건, '자기를 부정하고 제 살을 도려내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앞으로 국민은 현 정부가 어떤 인사를 주요 공직에 등용하는지 두 눈 뜨고 지켜볼 것이다. 또한 정부가 실질적인 자산 양극화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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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세균실험실 잔말말고 폐쇄하라”

부산 시민사회단체, 부산항 미8부두 세균무기실험실 추방대책위 결성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04/17 [00:3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미 8부두 생화학실험실 폐쇄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섰다. (사진 - 평화행동)     © 편집국

 

주한미군이 부산항 미 8부두에서 생화학실험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부산지역 8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6일 오전 11시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추방 부산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발족을 알리며 관련 시설 폐쇄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1그램만 유출되어도 수천 명이 죽는 세균을 다루는 시설이 부산 도심 한복판, 바로 우리 머리맡에 있다”며 “세상천지 어느 누가 이 시설을 용납하고 가만두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주한미군의 변명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우리가 내세울 구호는 ‘추방’ 밖에 없다”며 “시설공개니, 주민공청회니 하는 거짓 놀음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지난 3년간 주피터 계획이 일방적으로 도입되는 과정을 통해 다시금 깨달은 진리가 있다”며 “그것은 바로 우리의 권리는 그 누가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지금까지 주한미군은 거짓말로 변명하면 그만이었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외면하고 덮어두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평화의 촛불로 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을 반드시 몰아낼 것”이라며 4월 24일 미 8부두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할 계획을 밝혔다.

 

한편 3월 13일자 <부산일보>는 미국의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를 입수해 미군이 생물감시의 일환으로 올해 45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고, 미 8부두에서 프로젝트 잔여 능력 계획 개발과 작동 시연 테스트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부산일보>는 “주한미군이 생물무기 탐지 실험을 목적으로 탄저균이나 페스트균과 같은 고위험 병원체를 언제라도 8부두에 들여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부산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근 한 달여간 미 8부두에서 미군 출근저지 행동전과 촛불집회를 개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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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부산시민 다 죽이는 위험천만한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잔말 말고 철거하라!

 

처음이라던 평택 미군기지의 세균반입, 한두 번이 아니었다. 8부두에서 실시하지 않겠다던 세균 반입과 실험, 예산서에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이라고 버젓이 적혀있다. 그런데도 주한미군은 세균반입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고, 국방부는 고장 난 레코드처럼 미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뻔뻔한 거짓말, 이제 더 이상 속지 않겠다.

 

1그램만 유출되어도 수천 명이 죽는 세균을 다루는 시설이 부산 도심 한복판, 바로 우리 머리맡에 있다. 세상천지 어느 누가 이 시설을 용납하고 가만두겠는가? 주한미군의 변명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우리가 내세울 구호는 ‘추방’ 밖에 없다. 시설공개니, 주민공청회니 하는 거짓 놀음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

 

지난 3년간 주피터 계획이 일방적으로 도입되는 과정을 통해 다시금 깨달은 진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권리는 그 누가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은 거짓말로 변명하면 그만이었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외면하고 덮어두기 급급했다. 이 땅 부산의 주인은 바로 우리 부산시민이다. 그렇기에 우리 손으로 직접 세균무기실험실을 추방할 것이다.

 

우리는 평화의 촛불로 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을 반드시 몰아낼 것이다. 4월 24일 8부두에서 밝혀질 촛불은 세균무기실험실을 몰아낼 거대한 촛불 물결의 첫 심지로 타오를 것이다. 부산시민들은 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추방 부산시민대책위를 결성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투쟁 의지를 선포한다.

 

도심한복판 세균무기실험실 지금당장 추방하자!

평화를 해치는 주피터계획 당장 폐기하라!

현대판 마루타시설 세균무기실험실 철거하라!

 

2019년 4월 16일

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추방 부산시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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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왜 피해자가 모든 것 다 밝혀내야 하나”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서 열려..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요구 높아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9-04-16 19:29:38
수정 2019-04-16 19: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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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생존 학생 장애진 양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생존 학생 장애진 양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가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왜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을까요? 그 이유를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아마 국가가 더 잘 알지 않을까요? (중략) 왜 피해자가 책임자를 나서서 찾고, 죄를 물어야 할까요? 왜 피해자 스스로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밝혀내야 할까요? 도대체 왜? 피해자가 외쳐야만 하는 세상은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요?"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인 장애진 씨가 낭독한 '기억글' 내용 중)

2019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일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5주기 행사는 '추모식'이 아닌 '기억식'으로 진행됐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는 다짐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새기기 위함이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참석 진행되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참석 진행되고 있다ⓒ김철수 기자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가족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세월호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가족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세월호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김철수 기자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4·16가족협의회, 4·16재단 주관하고, 교육부·행정안전부·해양수산부·경기도·경기도교육청·안산시가 지원한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이날 식이 열린 장소는 과거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분향소가 있었던 곳이며, 향후 생명안전공원이 건립될 부지다. 지난해 세월호 4주기 '영결식'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억식을 찾은 시민들의 어깨에 종이로 된 노란 나비를 붙여주었다. 어깨에 노란 나비를 얹은 시민들은 노란 리본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햇빛가리개를 머리에 쓴 채 내리쬐는 한낮의 햇볕을 받으며 기억식을 지켜봤다. 

오후 3시가 되자, 식의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안산 전역에 울려 퍼졌다. 의자에서 일어선 시민들은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총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윤화섭 안산시장 등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도 모두 참석했다. 사회는 이지애 아나운서가 맡았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추도사에 나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가족 앞에서 세월호 참사의 완전한 진상규명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의 진실을 반드시 인양할 것"이라며 "위급한 재난 위기 앞에서 국가는 국민을 반드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신뢰하는 사회안전시스템을 마련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우리 정부의 국정과제로 핵심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 부총리는 "저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세월호 참사 304분의 희생자 중, 무려 261명이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교육과정 중에 발생했던 참사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기억식 중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다시 한 번 희생자와 가족,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참사의 현장에서 함께 있던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았던 의인들, 희생자 가족들을 내 가족처럼 걱정하고 힘을 보태주신 자원봉사자와 시민여러분께도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안전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다는 각오로 안전한 바다를 만드는데 뼈를 깍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후속조치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2-8반 고(故) 장준영 학생의 아버지, 장훈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돌아보니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1997년 우리 아이가 태어나고, 2014년 4월 16일 내곁을 떠나기 전까지 17년이었다"며 "그날 이후 지옥에서 살아왔다. 처음에는 진도체육관이, 팽목항이, 안산 장례식장이, 아이와 함께 산 집이, 광화문이 지옥이었다. 지난 5년 간 제 발이 닿은 곳은 모두 지옥이었다"며 처절한 심경을 토로했다.

장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국민을 구하고 보호해야 할 국가가, 권력을 움켜쥔 자들이 죽였다. 해경 지휘부가 죽였다. 박근혜 청와대와 국가 안보실이 죽였다"며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우리아이들을, 304명의 국민을 죽인 그 자들을 모두 잡아서 처벌하라는 국민의 요구이자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이 5주기까지 계속 증거를 은폐하고 훼손하고 있다. 6, 7주기가 되기 전에 제발 이들을 모두 잡아 처벌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해달라"며 "4.16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와 더불어 전면 재수사하고, 기소해 살인자들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와 함게 장 운영위원장은 "5주기가 됐지만 우리 아이들이 전국 11개 곳에 뿔뿔히 흩어져 있다"며 "아이들을 이곳 안산으로 모으고, 이 땅에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끔찍한 비극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선언을 해야한다"며 4.16생명안전공원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자식 잃은 슬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눈물로 호소하시는 여러 유족분들 앞에 죄인이 된 심정이다. 죄송하다"며 "완전한 진상규명으로 온전한 추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저부터 좀 더 노력하겠다. 여러분 곁에서 함께 비를 맡겠다"며 힘을 보탰다.

전날 진도 팽목항을 다녀온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2021년 4.16 민주시민교육원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시민 교육과 안전 교육을 통해, 안전과 생명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교육다운 교육으로 희생자 여러분이 꿈꾸던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생존 학생 장애진 양은 기억편지 낭송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생존 학생 장애진 양은 기억편지 낭송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장애진 씨는 이날 자신이 쓴 편지를 낭독했다.

장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30년 간 봉인한 이유는 무엇인가. 30년이 지나면 저희는 50대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우리가 포기할 거라는 생각으로 긴 시간을 묶어놓은 것일까. (제도를) 잘못을 감추고 빠져 나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라고 일침을 가했다.

장 씨는 "정치인 중 몇몇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말한다. 정작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국민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비치도록 하며, 서로의 사이를 이간질 했다"고 비판하며, "국민여러분들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시선이 아닌 이웃의 시선으로 바라봐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장 씨는 먼저 간 친구들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직도 우리에게는 세월호 생존자라는 단어가 무거운 죄책감으로 남아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에게 "지금 여기 우리 앞에 와 있다고 생각해. 무능력했던 어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먼 훗날 소중한 너희들에게 가게 되는 날,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어 너희를 만나러 갈게. 우리도 잊지 않을테니 너희들도 기억해줘."라고 말했다. 편지글 낭송을 듣던 세월호 유가족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장 씨는 "거짓이라는 벽에 갇힌 진실은 물처럼 잔잔하고 고요해 보였지만, 아무도 모르게 벽에 아주 작은 틈새를 찾아 조용히 세상을 향해 흘러 나가고 있다"는 드라마 대사를 빌려 편지글을 마무리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가수 양희은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가수 양희은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날 무대에는 '기억'과 '진실'의 상징인 노란리본 조형물이 설치됐다. 노란 리본 앞으로는 '안전한 대한민국의 바람'을 의미하는 노란 바람개비가 세차게 돌아갔다.

'기억'의 의미를 담은 다채로운 문화공연도 열렸다. 성악가 홍일 씨는 '시간을 보내고'라는 곡을 불렀다. 허영민 씨의 아쟁 연주와 조성진 씨의 마임 공연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악질경찰' 출연 배우 전소니 씨가 시를 낭송했다. 가수 양희은 씨는 노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상록수' 등 노래 2곡을 불렀다. 안산시립합창단은 '기억해 사랑해' 등 노래를 불렀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단원고 1학년 학생들이 참석해 기억식을 지켜보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단원고 1학년 학생들이 참석해 기억식을 지켜보고 있다.ⓒ김철수 기자

한편, 이날 단원고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자체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강당에 모인 학생들과 함께 추모 영상과 합창공연을 보았고, 유족 대표와 학생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오후 1시부터 안산 시내에서는 '1000개의 바람이 되어 첫 마음으로 함께 걷다'라는 주제로 세월호 참사 5주기 시민추모행진도 이루어졌다. 검은 옷을 입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4호선 고잔역에서부터 출발해 4.16기억교실과 단원고를 거쳐 5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까지 행진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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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북미정상회담은 어떻게 가능한가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6)

하노이 회담 불발 이후 북미, 남북관계,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6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1.트럼프식 빅딜론이 가져오는 위험한 후폭풍
2.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
3.트럼프정권의 동북아 정책과 한반도
4.북의 ‘새로운 길’
5.북미교착의 장기화, 남북동시 압박과 통제의 강화
6.어디로 갈 것인가

 

 

▲ 4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우리의 개인적인 관계가 매우 좋고(good), 아마도 훌륭하다는(excellent) 말이 훨씬 더 정확할 것, 그리고 우리가 서로 어디에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이다.[사진 : 트위터 캡처]

6. 어디로 갈 것인가

북미대결전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포스트하노이가 어떤 방향을 잡을 것인가는 4월 10일 조선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 4월 11~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일정한 윤곽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한 번은 더 해 볼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고 화답하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4월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면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하여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간을 연말까지 못 박아 두고, 영변핵시설 폐기안을 철회할 가능성까지 암시하였다. 70년 북미대결전을 총결산하는 심각한 대결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2019년 남은 8개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며, 북미간 물밑협상은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역할도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넘어 어느 방향에서 높아질 것인가 역시 중요한 관심사이다.

북 : 장기전 정면돌파태세, 대화의 문은 열어두다

조선노동당은 4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건설에서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나갈데 대하여”라는 첫 번째 의정을 심의, 의결하면서 “자력갱생대진군”을 선언했다. 북은 대화를 통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라는 경로에 대해 마지막 시도는 해 보겠지만, 기본은 자기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있다”고 발언했다. 강력한 핵보유국의 지위를 점차로 강화하면서 세계비핵화를 향한 반제평화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70년간의 북미핵대결을 핵무력완성으로 억지력과 미본토타격력을 확보했듯이, 동일한 원칙과 방법으로 제재공세를 극복하겠다는 정면돌파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있다"고 경고하며, 한미연합훈련의 변형된 재개나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대화의 문은 열어놓았으나, 조건은 명백히 밝혔다.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이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면서, “하노이 같은 수뇌회담 재현,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고,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강도 높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시간은 누구편인가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많다”고 언급했다.
하노이 2차북미정상회담에서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편이었다. 북이 시간에 쫓기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기 위해 절박감을 가지고 진정성있게 임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북은 이미 장기전의 태세에 돌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에 재선을 위한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제 시간의 칼자루는 김정은 위원장의 손에 쥐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급한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년은 지켜보자”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말하는 1년과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1년은 그 의미가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하는 1년은 트럼프 대통령을 믿고 대화를 통한 북미관계수립이라는 경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인가를 판단하는 최후 통첩성 시한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1년 정도 대북제재를 강화하면 북이 “목말라” 손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다. 3차 북미정상회담은 열리지도 않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나 북미관계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하노이 회담에서는 코헌 청문회 등 미국내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것이었다면 기회는 있다. 남은 것은 결국 어떤 협상을 할 것이냐 문제이다.

치열한 물밑 협상, 그러나 협상안보다 더 중요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3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우리의 개인적인 관계가 매우 좋고(good), 아마도 훌륭하다는(excellent) 말이 훨씬 더 정확할 것, 그리고 우리가 서로 어디에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속적인 스몰딜”의 조합으로 빅딜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행이기는 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언사는 언제나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행동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북이 말하는 “단계적 동시협상안”(스몰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안”, 문재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안” 등 온갖 협상안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북은 ‘스몰딜에는 스몰딜, 미들딜(중간급 협상)에는 미들딜, 빅딜에는 빅딜’이라는 협상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북이 핵전쟁 억지력을 확보한 조건에서 대북제재해제를 중심으로 대미협상에 임했다. 그것은 경제문제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북미협상은 매우 복잡하고 결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상호신뢰를 먼저 구축한 후에 진행할 예정으로 뒤로 미루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안을 제시한 조건에서는 북 역시 핵보유국간의 한반도 평화담판을 뒤로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 따라서 북은 물밑 협상의 추이를 지켜보되, 어느 때라도 “미국의 비핵화”, “상호비핵화” “세계비핵화 협상”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문에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과정은 정전과 평화협정, 핵군축, 대북제재, 군사연습 등 전반 문제에 대해 매우 높은 수위에서 동시다발적인 협상의제를 가지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게 될 것이다. 이제 한반도를 무대로 핵군축회담이 중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조건에서는 북이 영변핵시설 문제를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옵션으로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빅딜안은 미국이 뒤로 미루고 싶었던 평화답판을 오히려 촉진하고 앞당겨 쟁점화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북이 어떠한 협상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다 알 수 없으나, 각종 협상안에 대비하는 다각적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안이 무엇인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신뢰문제이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행태에 대해 북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온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다음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 가능한 안이 나온다 할지라도 과연 북이 무엇을 담보로 미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때문에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사전적인 상응조치를 선행하지 않으면 합의안과 별도로 북이 신뢰문제를 제기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남북관계에 대한 통제나 개입을 약화시킨다거나,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 예외적 조치를 취한다거나 하는 문제들이다. 미국이 회담을 깨는 것은 자유였지만, 이제는 그것에 대해 책임감있게 해결해야 할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자력자강의 사회주의건설전략과 핵보유국의 반제평화전략

북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4차 전원회의와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자주의 혁명노선 고수, 인민대중일주의 실현, 당의 영도 백방강화를 통해 자력자강의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매진하기로 결의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70년 북미대결의 총결산으로 다가가는 정세의 종심을 가로지르는 대결의 본령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북은 미국의 대북제재문제에 대해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북미대결의 첨예한 지점은 여기에서 형성되며 누가 이기느냐의 싸움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힘으로는 우리를 어쩔수 없는 세력들에게 있어서 제재는 마지막 궁여일책이라 할지라도 그자체가 우리에 대한 참을수 없는 도전인것만큼 결코 그것을 용납할수도 방관시할수도 없으며 반드시 맞받아나가 짓뭉개버려야 합니다.”라는 언급이 그것을 말해준다.
지금 북은 과학기술로 무장한 자력갱생사회주의라는 인류사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겠다고 더욱 분명하게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 해제는 이제 협상의 의제가 아니라 투쟁으로 돌파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역시 유일한 협상 지렛대인 대북제재를 당장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명분과 수단이 마땅치 않고, 과거처럼 국제적 공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대북제재를 둘러싼 투쟁에서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다음으로 북은 공인된 핵보유국의 길과 그에 의거하여 한반도 비핵화, 세계비핵화를 견인하는 겹싸인 길을 가려는 반제평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노이 2차 북미협상은 비록 불발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효과를 남기었다. 바로 미국 스스로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인증효과“이다. 이미 미국이 북과 정상회담에 나선 것부터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결과이며, 증거이다. 미국이 빅딜안을 제시하며, 영변핵을 뛰어넘는 추가시설 등등을 운운한 것, 하노이 회담 전 미 정보국 등에서 북의 핵무력증강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힌 것 등은 결국 북이 강력한 핵보유국임을 미국 자신이 인정한 꼴이다.

미국은 북이 부분적 비핵화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의 길을 가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반만 맞는 분석이며,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북이 핵무력완성선언을 통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하고 한반도를 평화번영의 길로 올려세우겠다는 전략은 이미 궤도에 들어섰다. 그러나 북이 핵을 보유한 전략국가로서 추진하는 전략은 단순히 북의 체제수호차원의 수동적인 전략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북이 현재 시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한반도를 둘러싼 러시아,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 한반도 핵군축과 비핵화, 전세계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방법에서도 북미핵강국간 협상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경로를 먼저 앞세워 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러한 길을 한사코 거부하고, 대북적대정책을 강화하고, 긴장을 유발하며, 분단을 영구화하려고 할 경우 북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한편 북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대중적 확인을 유보한 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북미협상에 임한 이유는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 전략의 수립함과 동시에 북미협상이 좌초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은 끝내기 한 수를 아직 쓰지 않았다.

올해 안에 북미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북은 “새로운 길”을 갈 것이다. 그것은 핵전쟁으로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핵전쟁 위험이 미국 안방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호기롭게 선북비핵화, 대북강경제재를 앞장서서 외쳤던 세력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미국내 대선풍향계와 정치지형, 여론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하게는 한반도내의 정치지형에서 엄청난 파고가 몰아칠 것이다.

북은 자기 갈 길을 분명히 정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와 한국 국민은? 2019년 정세는 문재인 정부와 한국 국민에게 3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와 불발, 모든 경우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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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대표자'된 김정은, 1972년 김일성에 근접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정권 잡은 지 8년 만에 비슷한 위상에 도달

19.04.16 09:18l최종 업데이트 19.04.16 09:18l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 북한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무위원장직에 다시 추대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 북한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무위원장직에 다시 추대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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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공식 칭호가 격상됐다. 김정은은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첫날 모임에서 국무위원장에 재추대됐다. 그러면서 그의 국무위원장 직함 앞에 '최고대표자'란 칭호가 추가됐다.

그의 국무위원장 재추대를 축하하고자 13일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중앙군중대회에서도 그 칭호가 거론됐다. 중앙군중대회를 보도하면서 14일자 <조선중앙통신>은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김정은 동지께서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이며 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되신 대(大)정치사변을 맞이하여 온 나라는 끝없는 환희로 끓어번지고 있다."

 
국무위원장 직함 앞에 '최고대표자이며 최고령도자'가 붙는 것은 기존 헌법 제100조와 대비된다. 기존 헌법 제100조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라고 했다. 이 규정에 따라 '최고영도자인 국무위원장'이 4월 11일부터 '최고대표자이며 최고영도자인 국무위원장'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는 것이다.

'최고대표자'에 관한 보다 구체적 정보는 중앙군중대회 때 있었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경축 보고'에서 드러난다. 14일자 <노동신문>에 따르면, 최룡해는 국무위원장 재추대를 경축하면서 이렇게 발언했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를 전체 조선인민을 대표하고 나라의 전반 사업을 지도하는 국가의 최고 직책에 높이 모심으로 하여 공화국 정권을 강국 건설의 위력한 정치적 무기로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되었으며, 주체의 사회주의 위업을 다그쳐 인민의 꿈과 리상을 빛나게 실현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룡해의 발언으로부터 '최고대표자'가 '전체 조선인민을 대표하는 자리'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국무위원장에게 조선인민 대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기존 헌법 제117조와 대비된다. 기존 헌법 제117조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규정했다. 이 규정에 따라 종래 헌법 하에서는 국회의장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했다.

4월 12일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에 재추대한 11일에 헌법 수정도 함께 단행했다. 김정은을 '최고대표자이며 최고영도자'인 국무위원장에 재추대하고 국가기관 구성원들을 선출한 직후에 헌법 수정을 단행했다.

이를 볼 때, 남한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국무위원장이 외교적 대표권까지 보유하는 방향으로 헌법 수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새로운 헌법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국무위원장 권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새로운 헌법에 국무위원장 권한이 어떻게 규정돼 있든 간에, 현재까지 나온 상황을 근거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권한이 1972~1998년 기간에 근접하게 됐다는 점이다.

김정은, 1972~1998년 김일성이 가졌던 권한에 근접
 

북한, 중앙군중대회 개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북한, 중앙군중대회 개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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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은 1972년 12월 27일 이전만 해도 '김일성 주석'이 아니었다. 노동당에서는 '김일성 총서기'였고, 정부에서는 '김일성 수상'이었다.

노동당이 국가기관의 상위에 있는 체제 하에서, 노동당 총서기는 북한 최고지도자였다. 하지만 노동당은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국가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노동당 총서기라는 직함에서는 국가를 대외적으로 대표할 권한이 생기지 않았다.

내각을 이끄는 수상에게도 국가를 대표할 권한이 인정되지 않았다. 1948~1972년 기간에 시행된 북한 헌법 제59조는 "수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수석이다"라며 "수상은 내각회의를 소집하며 지도한다"고만 규정했을 뿐, 수상에게 국가를 대표할 권한은 부여하지 않았다.

 

1948년에 제정된 그 헌법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그 권한이 인정됐다. 그 헌법 제49조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권한으로 "제8호: 외국과의 조약의 비준 및 폐기, 제9호: 외국에 주재하는 대사·공사의 임명 및 소환, 제10호: 외국 사신의 신임장 및 해임장의 접수"를 규정했다. 상임위원장이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에 더해, 국가원수를 연상시키는 여타 권한들도 상임위원장한테 주어졌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법령 공포권(제53조 제1항), 법령 집행권(제75조), 사면권(제79조), 훈장 수여권(제80조)까지도 1948년 북한 헌법에서는 상임위원장에게 부여됐다.

심지어 내각의 결정과 지시를 위헌·위법을 이유로 폐지할 수 있는 권한까지도 인정됐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일성 수상의 결정과 지시를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이 헌법상으로나마 인정됐던 것이다.

이렇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던 시절에 이 자리를 역임한 두 인물이 김두봉(재임 1948~1957년), 최용건(재임 1957~1972년)이다. 이 중 김두봉은 유명한 한글 학자다. 한글학자 주시경의 뜻을 남한에서 이어받은 대표적 제자가 최현배라면, 김두봉은 북한에서 그 뜻을 이어받은 대표적 제자다. 김두봉과 최용건이 상임위원장을 하던 시절에 김일성은 최고지도자이기는 했지만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지는 못했다.

그랬던 북한의 권력구조를 획기적으로 일변시킨 게 1972년 12월 27일 최고인민회의 제5기 제1차 회의의 헌법 개정이다. 이때 등장한 1972년 헌법에서는 주석제를 신설하면서 주석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이 헌법 제89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은 국가의 수반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주권을 대표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할 권한도 함께 부여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1972년 12월 27일이 남한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한껏 높인 유신헌법이 공포·시행된 날이라는 점이다. 

한편, 종전에 국가를 대표했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으로 바뀌었다. 명칭만 바뀐 게 아니라 권한도 축소됐다.

1972년 헌법 제87조에 따르면, 상설회의 의장은 최고인민회의를 운영하는 것 외에, 법령을 심의·결정·해석하고 중앙재판소 판사와 인민참심원을 선거하거나 소환하는 정도의 권한 밖에 갖지 못하게 됐다. 1972년 헌법 발효와 함께 상설회의 의장직에 최초로 임명된 인물이, 그로부터 25년 뒤인 1997년 북한을 탈출하게 될 주체사상 이론가 황장엽이다.   김일성이 1972년 헌법을 통해 국가 대표권을 갖게 된 배경은 국내적 요인과 국제적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국내적 요인에 관해서는, 조재현 성균관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논문 '북한 헌법 개정의 배경과 특징에 관한 헌법사 연구'에서 아래와 같이 요약했다. 아래 인용문 속의 '8월 종파 사건'은 반(反)김일성파가 집단 숙청된 일을 가리킨다.
 
"북한은 1956년 '8월 종파 사건'과 1961년 9월 4차 당대회를 기화로 김일성 1인 지배체제를 확립하였고, 이에 대한 헌법적 수용은 1972년 헌법에서 절대 권력의 국가주석제를 신설함으로써 구현되었다."
-미국헌법학회가 2018년 발행한 <미국헌법 연구> 제29권 제3호.
 
김일성 권력이 공고해졌다는 국내적 요인에 더해, 1970년 전후로 중국과 미국·일본이 접촉하는 탈냉전 혹은 데탕트가 확산됐다는 국제적 요인도 1972년 헌법의 등장에 기여했다. 냉전질서가 흔들리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응해야 할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는 강력한 주석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60세의 김일성(1912년 생)이 이전에 갖지 못했던 국가대표권까지 갖게 됐다.

북한이 김일성 사망 후 다시 권한 나눈 이유는?

국가주석에게 국가대표권까지 부여하는 시스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후의 정치상황을 반영한 1998년 헌법 개정 때 소멸됐다. 1998년 헌법은 전문(서문)에서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주석직을 사실상 공석으로 두는 한편, 국방위원장이란 자리에 최고권력을 부여했다.

그러면서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의 명칭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 복원시키면서, 상임위원장에게 국가를 대외적으로 대표할 권한을 부여했다. 1948년 헌법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편, 김정일이 맡는 국방위원장의 권한을 높이는 동시에, 내각 총리가 정부 대표의 지위를 갖도록 규정했다. 김정일이 국가를 대표할 권한은 물론 정부를 대표할 권한도 가질 수 없게 됐던 것이다.  

북한이 1998년 헌법을 통해 최고지도자(국방위원장)와 국가대표자(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를 분리한 배경은 그때가 '고난의 행군' 시기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제1차 북·미 핵위기 및 김일성 사망 이후로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지키고자 권력 분산형 헌법을 내놓았던 것이다. 장명봉 국민대 교수의 논문 '북한의 1998년 사회주의헌법 개정의 배경·내용·평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는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으로서 군부 장악을 통한 실질적인 최고권력을 행사하되, 대내외적 국가 대표 기능은 제3자에게 맡기고 또 식량난 극복 등 경제회생의 책임도 제3자에게 맡기면서 '위대한 영도자'에 대한 권위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말하자면, 김정일은 책임은 지지 않고 군림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공법학회가 1999년 발행한 <공법연구> 제27집 제2호.
 
김일성은 정권 기반이 공고화됨과 더불어 탈냉전으로 세계질서가 바뀌는 상황에 대처하고자 1972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 대표권을 자신한테 돌리고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극대화했다. 반면, 김정일은 북미 핵대결 뒤에 고난의 행군을 겪는 위기 상황에서 정권을 지키고자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 대표권과 내각 운영권을 남한테 주고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켰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은 1998년 체제에 입각해 북한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김영남이 김정일 시대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서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했다.

그랬던 김정은이 지난 4월 11일 북한을 대표하는 권한까지 보유하게 됐다. 1972년 겨울에 할아버지가 도달했던 권력 수준에 근접하게 된 것이다. 정권을 잡은 지 8년 만인 36세의 김정은이, 정권 잡은 지 24년 뒤인 61세의 김일성과 비슷한 위상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모든 책임을 져도 괜찮을 만큼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안정화됐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가 북미관계 교착이라는 현 위기 상황을 '보다 더 많은 책임을 떠안는 방법'으로 돌파하려는 의지를 굳혔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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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에서 들려오는 스텔스전략잠수함의 전설 같은 이야기

[개벽예감 343] 신포에서 들려오는 스텔스전략잠수함의 전설 같은 이야기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4/15 [10: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중국 대만 국방부의 이상한 행동

2. 수중전략환경 변화시킨 무기성발전기의 출현

3. 조선이 건조한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

4. 신포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1. 중국 대만 국방부의 이상한 행동

 

나는 2019년 4월 8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북변의 산골마을에 울리는 열차의 기적소리’에서 조선의 자위적 핵무력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세운 핵미사일렬차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이번에는 조선의 자위적 핵무력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세운 스텔스전략잠수함에 대해 설명할 차례다. 

 

조선의 스텔스전략잠수함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뜻밖에도 중국 대만이다. 2017년 4월 5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는 대만군 해군장교의 전언을 인용하면서 대만 국방부가 작전수명을 넘긴 낡은 외국산 잠수함 4척으로 이루어진 잠수함대를 증강하기 위해 신형 잠수함 8척을 건조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매체 <디플로맷> 2018년 9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대만이 잠수함건조사업을 시작한 때는 2014년 12월이었다. 또한 그 보도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유럽의 6개 군수기업, 미국의 2개 군수기업, 일본의 1개 군수기업과 인디아의 1개 군수기업으로부터 각각 전달받은 잠수함설계제안서들을 검토한 끝에 유럽의 어느 군수기업이 제출한 잠수함설계제안을 낙점했다고 한다. 

 

2018년 4월 미국 국무부는 대만의 잠수함설계를 수주하기 위해 미국의 잠수함설계기술을 대만에 수출할 수 있도록 특별허가를 내주면서 다른 나라 잠수함건조업체들과 경합을 벌였으나, 대만 국방부는 도이췰란드의 잠수함건조업체를 계약자로 선정하였다. 그렇게 된 까닭은, 도이췰란드가 잠수함건조분야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28일 중국 대만의 언론매체들이 놀라운 사실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몇 해 전 대만 국방부가 잠수함설계 경쟁입찰에 나선 외국 업체들 가운데서 계약자를 선정할 때, 조선의 잠수함건조업체도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참여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대만의 언론매체 <샹바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잠수함건조업체가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대만의 잠수함설계 경쟁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때는 2016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보도내용에는 착오가 있다.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내용은 착오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나라이므로, 그 원칙에 배치되는 대만의 무력증강사업에는 절대로 참여하지 않는다. 1992년 8월 중국은 조선이 철석같은 신념으로 지켜오는 ‘하나의 조선 원칙’을 한중수교로 저버렸어도, 조선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처럼 원칙을 고수하는 조선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저버리고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의사를 밝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16년에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대만 국방부에 전했다는 언론보도는 오보가 아닐 수 없다.    

 

오보를 걷어내고 진실과 마주하면, 어떤 사연이 보이는 것일까? 이 의문을 풀어줄 흥미로운 단서는 <문화일보> 2019년 4월 10일 단독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단독보도에 따르면, 2014년에 조선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특수강판을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수입하였다고 한다. 2014년에 대조선수출금지품목인 특수강판을 조선에 수출하였던 대만의 무역회사가 위에 서술된 오보에 나오는 바로 그 무역회사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6년 8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는 고래급 잠수함을 촬영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군부는 조선을 세계 정상급 잠수함건조국 대열에 올려세운 이 엄청난 사변을 목격하고 놀랐다. 놀라움을 느낀 세계 각국의 군부들 중에는 중국 대만 국방부도 있었다. 2016년 당시 대만 국방부는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건조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향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수함전문가를 중국 단둥에 파견하였다. 하지만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건조 입찰경쟁에 참여하지나 않을까 하는 대만 국방부의 비현실적 기대는 허망한 것이었다.  

 

이런 사연을 살펴보면, 2016년 어느 날 대만의 무역회사는 대만 국방부에게 잠수함설계기술을 조선에서 수입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무역회사는 조선이 세계 정상급 잠수함설계기술을 가졌다는 사실을 거래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만 국방부에게 그런 의견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이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대만 국방부에 경쟁입찰 참여의사를 전한 게 아니라, 대만의 무역회사가 자기 의견을 대만 국방부에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견은 꺼내놓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대만 국방부는 미국의 전면적인 제재를 받는 조선으로부터 잠수함설계기술은 고사하고 잠수함의 나사못 한 개도 수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는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2019년 4월 5일 대만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당시 대만 국방부는 조선이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향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수함전문가를 중국 단둥에 파견하였다는 것이다. 당시 정황으로 봐서, 단둥에 파견된 대만의 잠수함전문가는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조선측 인사를 만난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잠수함전문가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쨌든 대만 국방부의 그런 행동은 이상한 행동이었다. 왜냐하면 대만 국방부는 미국의 전면적인 제재를 받는 조선으로부터 잠수함설계기술을 수입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조선에서 잠수함설계기술을 수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매우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대만 국방부는 조선이 세계 정상급 잠수함설계기술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대만 국방부가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질 만큼 조선의 잠수함설계기술이 세계 정상급에 올라섰다는 사실은, 조선과 거래한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제기한 의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만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당시 그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제안한 수입품목은 조선의 연어급 잠수정, 유고급 잠수정, 상어급 잠수정과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잠수함 핵심장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보도내용에서 또 하나 착오가 보인다. 대만 국방부가 건조하려는 것은 수중배수량이 300톤 미만인 소형 잠수정이 아니라, 수중배수량이 2,000톤급 정도 되는 중형 잠수함이다. 그러므로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제안한 수입품목에는 조선의 중형 잠수함이 들어갔어야 한다. 그런데 대만의 언론매체들은 그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의 관심 밖에 있는 소형 잠수정을 제안하였다고 보도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사실만 놓고 봐도,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대만 국방부에 전했던 것이 아니라, 대만의 무역회사가 자기 의견을 제기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사연은 이제부터 펼쳐지기 시작한다. 2016년 당시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 제기한 의견 중에는 전 세계 잠수함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놀라운 정보가 들어 있었다. 놀라운 정보는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 제기한 의견 중에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r-independent propulsion)와 무기성발전기(VNEU)의 설계도 일부와 기술이전계획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2. 수중전략환경 변화시킨 무기성발전기의 출현

 

공기불요체계와 무기성발전기가 무엇이기에 그 보도내용이 놀라운 것인가? 이 사연을 알려면, 디젤-전동식 잠수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은 잠수함 안에 설치된 디젤엔진을 돌려서 얻은 전기를 축전지에 충전하고, 그 충전된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잠수함 축전지에는 제한된 양의 전기만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항해 도중에 틈틈이 디젤엔진을 돌려 충전해야 한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이 최대속력으로 잠항하는 경우, 축전지에 충전된 전기는 1시간 밖에 쓸 수 없으며, 정상속도로 잠항하더라도 축전지에 충전된 전기는 하루밖에 쓸 수 없다.

 

만일 잠수함 안에서 디젤엔진을 돌리면, 잠수함 안의 산소를 금방 다 써버려 승조원들이 산소부족으로 죽게 되므로, 잠수함은 디젤엔진을 돌리기 위해 해수면 아래 3m까지 떠오른 뒤에 도관처럼 생긴 통기구(snorkel) 두 개를 해수면 위로 내민다. 통기구 한 개는 대기를 빨아들이는 흡입관이고, 다른 통기구 한 개는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와 방사열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배출관이다. 

 

잠수함이 해수면 위로 통기구를 내밀고 디젤엔진을 돌려 충전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잠수함에서 디젤엔진이 돌아가면 엔진동음이 발생하여 적국 군함의 수중음향탐지기(sonar)에 포착될 위험이 생긴다. 또한 잠수함이 해수면 가까이에 떠올라 느린 속도로 움직이면서 통기구를 통해 배기가스와 방사열을 대기 중으로 계속 방출하면, 적국의 해상초계기 또는 대잠헬기에 노출될 위험이 생긴다. 광역초계작전을 펼치는 해상초계기나 대잠헬기는 넓은 해역을 감시, 추적하는 적외선(열)탐지기를 장착하고 빠른 속도로 해수면 위를 날아다니며 잠수함을 색출하기 때문에, 잠수함의 통기구에서 내뿜는 방사열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수중음향탐지기나 적외선탐지기에 위치가 노출된 잠수함은 공격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잠수함은 통기구를 해수면 위로 내밀고 충전하다가 적국의 군함이나 해상초계기, 대잠헬기가 나타나는 경우 10초 만에 후닥닥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숨는 비상경보훈련을 반복한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탐구해오던 잠수함건조국들은 디젤엔진을 돌리지 않고서도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꿈의 잠수함을 개발하려고 애썼다. 그런 고심어린 노력 끝에 세상에 나온 것이 공기불요추진체계다. 공기불요추진체계는 잠수함이 통기구를 통해 대기 중의 산소를 흡입하지 않고, 다시 말해서 디젤엔진을 가동하지 않고, 전기를 얻어내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공기불요추진체계의 핵심장치는 대기 중의 산소가 없어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무기성발전기(anaerobic generator)다. 

 

잠수함건조국들은 앞을 다투어 더 좋은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려는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였다. 이를테면, 프랑스는 폐쇄순환식 무기성발전기(closed-cycle anaerobic generator)를 개발하였다. 산소와 에탄올의 혼합물을 고압에서 연소시켜 증기를 생산하고, 그 증기로 발전기를 돌리는 전기발전체계다. 그런데 이 무기성 발전기는 효율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증기터빈회전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결함을 지녔다.         

 

스웨리예, 중국, 일본은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stirling-cycle anaerobic generator)를 각각 개발하였다.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획기적인 첨단잠수함을 세계 최초로 건조한 나라는 스웨리예다.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에는 연료전지(fuel cell)이 들어간다. 연료전지의 구조적 원리는, 수소(연료)와 산소(산화제)의 혼합물에서 발생하는 화학에너지를 산화환원반응(redox reaction)을 통해 전기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연료전지를 수소연료전지 또는 전기화학전지라고 부른다. 

 

도이췰란드와 로씨야는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fuel-cell anaerobic generator)를 각각 개발하였다. 이것은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보다 효율이 더 높은 무기성발전기다.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의 특징과 우월성은 세 가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도이췰란드 씨멘스가 만든 연료전지다. 공식명칭은 Proton Exchange Membrane Fuel Cells(PEMFC)이다. 이 연료전지는 도이췰란드가 개발한 잠수함용 무기성발전기에 들어가는 첨단장비다. 잠수함건조국들은 전 세계에서 단 몇 나라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이 첨단장비를 서로 먼저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연료전지개발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간다는 도이췰란드에서 만든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의 발전용량은 너무 적어서 연료전지 2개와 디젤엔진을 함께 설치해야 잠수함을 움직일 수 있다. 연료전지개발분야에서 도이췰란드보다 한 발 앞선 로씨야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발전용량이 2,000킬로와트 이상 되는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선이 독자적인 기술로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였다. 조선은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 개발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로씨야와 경쟁하는 최첨단기술을 보유한 것이다.     

 

첫째,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소음을 내지 않는다. 스텔스잠수함이 출현한 것이다. 잠수함의 소음은 잠수함의 생존을 위협하고, 잠수함의 무소음은 수중작전능력을 결정적으로 증대시킨다.  

 

둘째,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승조원들이 먹고 마실 식량과 식수만 있으면, 45일 동안 해수면에 떠오르지 않고 수심 300m 깊은 바다 속에서 작전할 수 있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은 충전하기 위해 하루에 한 차례씩 해수면 가까이 떠올라야 하는데,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45일 동안 깊은 바다 속에서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디젤-전동식 잠수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세한 수중작전능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셋째,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폐기하지 않고,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하여 성능을 대폭 개량할 수 있다. 그러므로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많이 보유한 조선이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는 경우, 잠수함전력을 비약적으로 증강시킬 수 있다. 

 

잠수함용 연료전지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나라는 스웨리예, 도이췰란드, 중국, 일본, 로씨야다. 그런데 스웨리예, 도이췰란드, 중국, 일본이 개발한 연료전지들은 발전용량이 150~400킬로와트밖에 되지 않는다. 1,500~2,000킬로와트급 연료전지를 설치해야 하는 잠수함에는 턱없이 부족한 발전량이다. 그래서 스웨리예, 도이췰란드, 중국, 일본은 잠수함에 소용량 연료전지를 2개나 설치하고서도 부족하여 디젤엔진도 설치해야 했다. 

 

디젤엔진을 완전히 없애고 대용량 연료전지만으로 가동되는 연료전지형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는 로씨야다. 로씨야는 2010년에 건조한 수중배수량 2,800톤급 잠수함 쌍끄뜨뻬쩨르부르그에 연료전지를 설치하였다. 미국은 그 잠수함을 라다급 잠수함이라고 부른다. 쌍끄뜨뻬쩨르부르그함에 설치된 연료전지의 발전용량은 2,013킬로와트인데, 이것을 추진력으로 환산하면 2,700마력이다. 그러나 시험운항 중에 연료전지의 결함이 나타나는 바람에, 연료전지를 들어내고 종전의 디젤엔진을 다시 들여놓았다. 로씨야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개발하고 있는 2,000톤급 연료전지형 무기성전기발전기는 ‘VNEU’라고 부른다. 로씨야의 경험은 그 어떤 잠수함건조국도 2,000킬로와트급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소리 소문 없이 개발한 군사과학기술강국이 있으니, 그 나라가 바로 조선이다. 벨라루스공화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툿바이> 2019년 4월 8일 보도에 따르면, 2016년에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조선의 잠수함설계기술을 수입하는 문제를 제안하면서 언급한 조선의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는 로씨야의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VNEU)와 다른, 독자적으로 개발된 무기성발전기라고 한다. 이런 보도내용은 2016년 당시 조선이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이미 개발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잠수함에 설치한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의 발전용량이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은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 개발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로씨야와 경쟁하는 최첨단기술을 2016년에 이미 보유했던 것이다.    

 

 

3. 조선이 건조한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

  

2016년 9월 30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38노스>는 함경남도 해안공업도시 신포에 있는 잠수함건조공장이 개건, 확장되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보도기사에서 <38노스>는 그 잠수함건조공장을 남신포조선소라고 불렀다. 신포조선소에서 남쪽으로 2.3km 떨어진 륙대리반도에 있기 때문에 남신포조선소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남신포조선소를 봉대보일러공장이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고 한다. 남신포조선소라는 명칭이 조선에서 사용되는 공식명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남신포조선소라는 명칭을 쓴다. 

 

남신포조선소 개건확장공사는 2012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시작되었다. 미국의 언론매체 <워싱턴자유횃불>은 2017년 4월 20일 보도에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조선제재 전문가집단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개건확장된 남신포조선소가 잠수함을 동시에 1척 이상 조립하는 함체조립공장 1개동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조립하는 미사일조립공장 1개동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38노스> 2016년 9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서방측 상업위성은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기간에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각종 자재와 부품들이 쌓여있는 남신포조선소 야적장을 촬영하였다고 한다. 그 상업위성사진자료에서는 대형 화물차들과 철길이동식 기중기 4대가 오가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개건확장된 남신포조선소에서 2016년부터 신형 잠수함이 건조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상업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한 <38노스> 2017년 11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남신포조선소 야적장에는 지름이 7.1m인 원통형 자재들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그처럼 커다란 원통형 자재는 잠수함 함체를 조립할 때 쓰는 것이므로, 2017년 당시 남신포조선소에서는 함폭이 7.1m인 신형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함폭이 7.1m인 잠수함은 얼마나 큰 잠수함일까? 

 

로씨야가 2010년에 건조한 쌍끄뜨뻬쩨르부르그함의 함폭이 7.1m다. 그 잠수함의 수중배수량은 2,800톤이므로, 2017년 당시 남신포조선소에서 2,800~3,000톤급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언론매체 <도꾜신붕> 2017년 9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공기불요추진체계가 설치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발사관 2~3문이 설치된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공정이 2017년 9월 현재 80% 진척되었는데, 2017년 안에 진수될 것이라고 한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두 사진은 함경남도 해안도시 신포에 있는 신포조선소에서 남쪽으로 2.3km 떨어진 륙대리반도 끝에 개건확장된 잠수함건조공장을 서방측 상업위성이 촬영한 것이다. 아래쪽 사진에 보이는 2개의 건물들 가운데 여러 건물들이 연결되어 있는 큰 건물은 잠수함을 건조하는 함체조립공장이고, 왼쪽에 아래위로 비스듬히 놓인 건물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조립하는 미사일조립공장이다. 함체조립공장에서는 잠수함을 동시에 2척씩 건조하고 있고, 미사일조립공장에서는 사거리가 2,500km이며 핵탄두를 장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을 조립하고 있다.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탑재된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이 바로 그 조립공장들에서 동시에 2척씩 건조되고 있다.    

 

또한 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6월 말 군수공업부문 간부들에게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2018년 9월 9일까지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라고 명령했는데, 2017년 말에 신형 잠수함을 진수하게 되었으므로 건조공정이 예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자유횃불>은 2017년 4월 20일부 기사에서 남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을 동시에 1척 이상 조립할 수 있다고 보도하였으므로, 남신포조선소에서는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이 1년 6개월마다 2척씩 건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은 2017년 말에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2척 건조하였고, 2019년 6월에 그 신형 잠수함을 2척 더 건조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위에 서술된 보도내용은 조선이 2017년에 공기불요추진체계가 설치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발사관 2~3문이 설치된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이 2017년에 달성한 국가핵무력완성은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으로만 이해될 수 없고, 3,000톤급 신형 전략잠수함을 건조한 것으로도 이해되어야 한다.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조선의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은 전 세계에서 소음이 가장 적은 스텔스잠수함이다. 이 스텔스잠수함은 45일 동안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무소음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 이 스텔스잠수함에 설치된 어뢰발사관 4문에서는 533m 중어뢰를 발사할 수 있고, 기뢰도 부설할 수 있다. 이 스텔스잠수함에 수직으로 설치된 수중발사관 3문에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2016년 8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밑에 두 번째로 진행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시험발사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북극성-1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2,500km를 날아가는 핵공격미사일이므로, 조선의 3,000톤급 스텔스잠수함은 핵공격전략잠수함이다.   

 

 

4. 신포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스웨리예가 1996년 4월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한 고틀랜드급 잠수함을 세계 최초로 실전배치하였다. 수중배수량이 1,600톤인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발전용량이 970킬로와트인 디젤엔진 2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주동력으로 하고, 발전용량이 75킬로와트인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 2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보조동력으로 하여 움직인다. 15일 동안 작전수심 150m 바다속에서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 무장장비는 어뢰발사관 6문, 어뢰 18발, 기뢰 48발이다.   

 

세계 최초로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한 최첨단 잠수함이 출현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미국은 그 잠수함의 수중작전능력을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국은 스웨리예에게 고틀랜드급 잠수함을 1년 동안 빌려달라고 요청하였고, 스웨리예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2005년 6월 27일 거대한 수송선에 실린 고틀랜드급 잠수함 1척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에 있는 쌘디에고 해군기지에 나타났다. 미국 해군은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수중작전능력을 평가하는 가상전투를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벌였다. 항모타격단이 그 평가전에 투입되었다.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은 구축함, 순양함, 핵추진잠수함, 대잠헬기로 편성되었다. 수중배수량이 1,600톤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잠수함 1척이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실전환경과 똑같이 전개되는 가상전투를 벌인 것이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고틀랜드급 잠수함 1척이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둔 것이다. 평가전이 시작되자,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 구축함, 순양함, 대잠헬기가 로널드 레이건함을 둘러싸고 3중, 4중으로 밀집구축한 호위경계망을 귀신같이 뚫고 들어가 어뢰사거리까지 바짝 접근하였다. 그리고 수중에서 533mm 중어뢰를 연발로 가상발사하여 로널드 레이건함을 가상격침시키고, 여러 척의 핵추진잠수함도 가상격침시켰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미국의 초대형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구축함들을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항진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스웨리예가 건조한 고틀랜드급 스텔스잠수함이 해수면 위로 떠올라 해상항해를 하는 장면이다. 로널드 레이건함의 배수량은 101,400톤이고,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수중배수량은 1,600톤이다. 양자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커서 비교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로널드 레이건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과 고틀랜드급 잠수함 1척이 평가전을 벌였다. 그 가상전투에서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두었다. 충격과 당혹감에 사로잡힌 미국 국방부는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임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면서 항모타격단과 맞서는 평가전을 계속 진행했으나 번번이 항모타격단이 격침당하는 참담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조선이 건조한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은 스웨리예가 건조한 1,600톤급 스텔스잠수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중작전능력을 가졌다.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으로 핵위협을 가하던 시대는 영원히 종말을 고하였다.     

 

2003년 7월에 실전배치된 최신형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은 함체길이가 332m이고 배수량은 101,400톤이며, 90대의 함재기 및 대잠헬기들이 탑재되고, 승조원은 5,000명이다. 이 거대한 항공모함의 함체가격은 자그마치 62억 달러다. 

 

그런데 그처럼 어마어마한 항공모함을 둘러싸고 빈틈없이 호위한 수중경계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렸고, 101,400톤급 항공모함이 1,600톤급 잠수함에게 보기 좋게 격침당한 것이다. 항모타격단은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을 중심으로 편성되었기 때문에,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이 격침되면 항모타격단 자체가 궤멸된다.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펼친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가상전투에서 어이없는 완패를 당한 미국 해군 지휘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래서 그들은 항모타격단을 동원한 가상전투를 여러 차례 반복하였고, 미국 국방부는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임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면서 가상전투를 반복하였으나, 항모타격단이 고틀랜드급 잠수함에게 여지없이 격침당하는 참담한 결과만 계속 나올 뿐이었다.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2016년 11월 11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고틀랜드급 잠수함 대 항모타격단의 평가전에서 고틀랜드급 잠수함이 번번이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로 소음을 내지 않고 움직이면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수중음향탐지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소음을 내지 않는 스텔스잠수함이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강력한 수중무기라는 사실이 현실로 입증된 것이다. 

 

둘째, 함체크기가 작고, 수중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설계된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민첩한 수중기동으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경계망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함체크기가 작아야 적국의 능동형 수중음파탐지에 노출되지 않고, 민첩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입증된 것이다. 

 

스텔스잠수함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최근 조선에서 들려오고 있다. 남신포조선소에서는 고틀랜드급 잠수함보다 수중작전능력이 더 뛰어난 신형 스텔스잠수함이 건조되었다. 조선의 신형 스텔스잠수함들은 미국의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태평양을 건너가 핵탄두를 장착한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미국 본토를 초토화시킬 핵공격력도 갖추었다. 조선의 신형 스텔스전략잠수함들이 미국 본토 가까이 접근하여 수중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무너진다. 

 

2005년 고틀랜드급 잠수함과 벌인 평가전에서 수없이 격침당하는 바람에 ‘무적함대’라는 명성을 잃어버리고 치욕을 당한 로널드 레이건함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5년 10월 일본 요꼬스까 미해군기지의 제7함대로 이전, 배속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 해군에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왜냐하면 고틀랜드급 잠수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중작전능력을 가진 조선의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이 로널드 레이건함을 상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선포한 2018년 1월 1일부터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스텔스전략잠수함으로 무장한 조선으로부터 심각한 핵위협을 받기 시작하였다.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으로 핵위협을 가하던 시대는 영원히 종말을 고하였다. 조미관계에 조성된 전략적 환경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조선에게 핵무력을 포기하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 백악관은 조미관계에서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를 모르는 무지몽매에 빠져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어쨌든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지몽매는 올해 12월 이전에 영원히 끝날 시한부 무지몽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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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공동체 규범이 혁신의 동력이다

[다른백년 칼럼] 제3섹터 경제론 <14> 사회적 혁신과 전환을 위한 로드맵
2019.04.16 06:06:42
 

 

 

 

시민권력의 정부가 추구하는 시민경제 체제가 인류 미래의 대안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상투적 조세개혁과 사회적 경제영역의 확장을 위한 선택적 양수(揚水)라는 정책 수단에 더하여 시민경제적 철학에 기초한 운용성과가 탐욕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제적 경제보다 역동적이고 혁신적이며 가치생산적이어야 한다.

물론 혁신과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로, 공리주의에 기초한 획일적 방식을 뛰어넘어서 다양한 접근과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수 세기 동안 시장적 경험에서 익숙해진 양적 평가 기준을 현실로 인정하고 일부 수용하되, 인간적 가치와 존엄 그리고 사회적 상생과 자유 조건의 확장 그리고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물적 기반의 확대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담아내는 질적 잣대로 전환시켜야 한다.

또한 혁신은 현재 대면한 상황과 조건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의미하며, 개인적 성취 기반인 일터는 물론이고 기업과 기업 간의 관계 및 경제 활동 모든 영역에서 사회 내부의 어우러진 균형적 조화와 역동을 요구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흐름으로 개인 및 기업과 산업 내 혁신 활동, 기반적 토대로서 교육 및 학습, 도약의 발판인 과학기술의 역할 그리고 강력한 정부의 제도적 개혁 노력 등이 함께 종합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검토되어야 할 개인의 공정한 기회로써 평생학습을 포함한 교육 정책, 상보적 경쟁을 통한 개별 기업과 산업 간의 발전 과정,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균형 있게 포괄하는 과기 정책, 시민에게 헌신하는 강한 정부조직의 혁신과 미래 정합적인 제도의 도입 등 각 분야별 단락적 과제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에서 이미 기라성 같은 전문역량들이 활동하고 있기에 필자가 어설프게 짧은 글 속에서 언급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엄중한 우리 현실을 응시하면서 개별 영역이 아닌 전체적 흐름 속에서 제약하는 조건과 상황을 파악하고 상기 과제들을 통섭하는 관점에서 '사회 혁신과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아래와 같이 몇 가지 내용을 담아 보고자 한다.  

우선 현재의 한국 현실은, 소위 '빨대구조'라는 불리는 만큼, 사회적 산업적으로 이중구조를 넘어서 다층적인 수탈의 위상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의 핵심에는 봉건성(일제+)의 잔제로 관료주의, 개발독재의 후유증인 재벌 가문들의 황제경영이라는 족벌적 전횡에 더하여 강대국 패권주의가 강제하는 신자유주의적 탐욕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천만 명이 넘는 저임금 노동자와 반(半)실업상태의 광범한 자영업자군(群)이 밑바닥 하층의 토대구조를 받치고 있는 형상이어서, 아무리 미래전향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연대임금을 도입하려 해도 현재에 단단하게 다져진 수탈기반의 붕괴를 우려하는 기득권 및 공생 집단의 신경질적이고 단발마적 저항에 봉착하고, ICT 기술혁명에 의한 초연결성과 자동화에 따라 노동시간을 단축할(단축해야할) 여건이 점차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일자리를 나누고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위의 이하동문격 편견 속에 미래를 향하는 발걸음을 지체시키고 훼방하고 있는 기득권층의 단시안적 집착에 더하여, 국제사회의 규범이자 EU에서는 통상의 요구조건인 ILO 협약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2019년 대한민국의 현재적 민낯이다. 

위에 언급한 수탈적 빨대구조를 해체하고 소아병적 편견을 혁파하며 현존의 물적기반을 시민들의 삶에 제대로 된 민생(民生)과 민락(民樂)을 제공하는 미래적 토대로 전환할 가능성은, 전장(前章)에서 언급하였듯이 구락부 수준 현재의 정치가 정책 중심과 의제 관철을 위한 투쟁적 정당 조직으로 전환하고 연동형비례제를 넘어서서 시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 등 시민들의 직접참여를 제도화하는 헌법조항을 채택하며 앞 장에서 예시한 조세개혁과 사회상속제 도입 등 이와 연관된 진보적 사회경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고(高)에너지의 실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하는, 한국사회의 집단의지에 달려있다. 

우선 자본의 이동이 완벽하게 보장된 현재의 세계화라는 조건 속에서 미 패권주의를 등에 업고 있는 월가 중심의 국제적 금융자본에 종속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경제의 주권이라는 측면에서 가능한 방어기제를 도입하고 동시에 국내적 금융수요를 총족시키는 자급 수준의 저축과 투자를 개별단위와 국가단위에서 균형적으로 확보하여야 한다. 

외국자본의 투자와는 별도로, 금융은 경제 활동의 혈류이기에 외부적 수혈로는 장기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현재의 매우 불안정한 세계적 흐름을 감안한다면 자본시장의 무개념적 개방주의는 환상이다. 또한 자본의 흐름에서 주의할 점은 투자와 투기를 철저히 구별해 내야하고 투기에 의한 지대 수익은 반드시 100% 환수하여야 한다. 탐욕적인 국제자본으로부터 국민주권의 상대적 방어와 경제적 지대의 환수 여부가 단위국가에서 시민경제의 실현과 성공을 가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민족주의와 세계주의라는 두 흐름이 마주하면서 상보와 대립이라는 이중 모순으로 얽혀있는 현실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국제사회에 열린 개방체제를 지향하는 보편적 민족주의의 스탠스를 유지하면서도 주권적인 경제운용의 방어적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점과 관련하여 현재의 한미 FTA 조약을 다시 들여다보고 고쳐야 할 사항은 대미 협상을 통해 수정해 가야 한다.  

두 번째로는 국내적으로 활기찬 경제적 행위가 공정하게 펼쳐질 수 있는 자유로운 시장의 환경과 조건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박상인 교수가 수년 전부터 큰 공력을 들여 우리에게 경고를 겸한 대안을 제시하여 주었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공정한 환경 속에서 일반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에 따라 물이 중력에 의해 자유자재로 흐르듯이 혁신적 기제와 수요의 흐름에 따라 스스럼없이 움직여 가야 한다. 

그런데 한국 현실은 극소수의 가문들이 전횡을 휘두르는 한국 재벌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자연스럽고 활기찬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입법·행정·사법·언론·학계까지 온갖 수단과 재력으로 오염시키면서 시장의 진출입 조건을 통제하고(gate keeper) 매수와 편법을 동원하여 공정해야 할 규칙을 자신들의 이익에 임의로 종속시키면서(rules setter) 시장의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흐름을 왜곡시켜 왔다.  

이렇듯 잘못 형성된 구조의 정점에는 3대에 걸쳐 한국사회를 부패시켜온 삼성그룹의 이 씨 가문 등이 정점에서 버티고 있다. 상속과 내부거래 과정의 탈세와 '최순실 게이트' 그리고 '삼바 회계부정' 등 실상이 너무도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촛불 정부'를 자칭해온 문재인 정부조차 범법자 이재용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감싸기에 바쁘다. 이에 3.1 서울민회 경제민주화 위원회는 3.1절 100주년을 맞이해서 성명서를 발표하였는데, 요구사항 일부를 약간의 수정을 통해 아래에 소개한다.  

1. 이재용의 불법을 일시적인 경제의 어려움이란 핑계 삼아 관용하며 묵인하는 것은 촛불의 개혁 염원을 배신하는 것이다. 이재용의 구속과 엄한 처벌로 무소불위 재벌 가문가 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보여줘야 한다. 

2 국민의 자산인 상장기업이 국민경제에 순기능적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감독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칙을 철저히 세우고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 동시에 일정 기준 이상의 경제사범이 상장기업의 경영자로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안(Codes of Conducts)을 신속히 제정하여야 한다. 

3,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강력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공직사회, 공공기관, 기업의 불법, 불공정, 부패비리를 드러내는 공익적 고발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법규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부실기업이 다량 발생하고 있는 현재 한국산업계의 심각한 위기적 상황에서 난삽한 재벌 구조를 전횡적인 족벌가문의 족쇄에서 분리시켜 현대적 전문경영을 도입하고 재정렬하는 작업은 정상적 시장의 기능회복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이자 시급히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세 번째로 위에 언급하였듯이 재벌기업을 족벌가문의 횡포로부터 분리하여 전문적 대기업군으로 부활시켜 국민의 긍지이자 자산으로 되찾아 온다는 전제하에서, 기업과 기업 간의 상보적 경쟁과 기업과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강력하게 요구된다. 살벌한 국제적 산업전쟁 속에서 제3세계 국가군이 저절로 선진적 산업사회로 진입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해당한다.  

더구나 단순 복제와 후발 추격의 산업 단계를 넘어서 창의적이고 선도적 위치로 이동해야 하는 현재의 한국 위상에서는 산업과 과학기술 및 교육 정책 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과 융합적 노력이 없이는 현존하는 치열한 국제관계 속의 경쟁을 뚫고 선발적 위치로 전진해 나갈 수 없다.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미래전략기구를 구성하여 모든 행정부처와 관련 기업들의 활동이 지혜와 역량을 모아 미래지향의 벡타적 배열로 진행하여야 하며, 강력한 지원과 개입을 통해 역동적이고 상보적인 경쟁이 시장의 규칙을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되,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일체의 갑질 행위를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strike out)이라는 불용의 원칙에서 처벌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당한 경쟁이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기제로서 일상 속에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로 한국사회의 이중적 다층적 차별구조가 형성되는 가장 주요한 현상적 원인이 자영업과 소상공인 등 후진 영역과 일차 산업인 농수임업(農水林業)의 영역에 있음을 분명히 확인하면서, 이러한 후위적 부문을 선진적 수준으로 이동시키는데 필요한 프로그램을 작동시켜야 한다. 다만, 어설픈 지원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전환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건데 2~300만 명 정도가 적정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500만 명이 훨씬 넘는 인구가 종사하는 자영업 분야에서는 절반 이상을 실제적으로 실업군으로 분류하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이들이 무리하게 자영업을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일시적이며 현상 봉합적 포퓰리즘이다. 강력한 사회안전망과 더불어 평생학습을 겸한 적극적 노동시장, 그리고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을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여 잉여의 자영업자들을 신규산업 또는 협동조합 등 새로운 경제적 영역으로 소개疏開하고 전입시키는 재구성의 전략을 펼쳐야 한다.  

동일한 관점에서 무조건이고 관용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은 결국 자생적인 혁신동력을 상실하게 하고 정치권에 기대는 무기력과 부패의 고리를 양산시킨다. 중소기업이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금융을 포함하여 다양한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더라도,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여 필요하다면 채권자인 금융기관을 통하여 무능하고 부패한 중소기업 경영주를 퇴출시키고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최저임금제 도입이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를 드높이는 긍정적인 채찍의 기제로 작동하도록 각종의 정책으로 유도하고 혁신을 일상화하도록 강제하여야 한다. 

기본적이고 필수적 산업인 농수임업 역시 양보할 수도 타협할 수도 없는 전략적 주제의 영역이다. 인간이 유기체로 태어나 섭생을 통하여 생명을 보존하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량주권을 확보하고 적정한 생태적 조건과 쾌적한 환경 기반을 반드시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하여 자연스레 그간 거론되어 왔던 농·어·산촌민에 대해 기본소득을 우선적으로 도입하여 지원하되 무노동 소득에 따른 해이로 인해 해당 분야가 축소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지속적인 확장이 이루어지도록 유의하며 시행하여야 한다. 

개개인의 출신과 빈부와 상관없이 사회적 지위와 위상에 항시적으로 환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창업을 원하면 손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시장진입의 권리가 부여되어야 한다. 특히 앞장에서 소개한 '사회상속' 제도의 도입으로 형성된 재원 기반을 활용하여 특히 젊은 세대가 새로운 창업을 희망할 경우 즉각적으로 투자기금을 통한 지원 등 실제적인 창업지원 기반을 갖추면서 미래 일자리의 보고가 될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지역 단위부터 활성화하는 구상을 착실하게 준비해 갈 것을 제안한다. 

혁신과 변화 속에서 평생직장보다는 상황에 따라 직업과 역할을 자주 바꾸어야 하는 현대사회에 대응하여 개개인의 일생 주기에 맞추어 복지체계를 재편해야 한다. 기업복지가 아닌 정부 단위에서 강화된 사회보험체계와 사회수당정책을 시행하여 출산, 육아, 교육, 취업, 주택, 실업, 재취업, 질병, 장애, 은퇴, 재난 등 모든 과정에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 이럴 때야말로 개개인이 자연스레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사회 전반적 흐름으로 혁신체계가 일상화될 수 있다. 

또한 국가 단위의 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가급적 가능한 많은 국민들이 경제 활동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실업군들은 평생학습 체계를 통하여 끊임없이 변신해가는 새로운 산업영역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65세에 이르러 기존의 산업체계에서 은퇴하는 노인세대도 단순한 사회수당과 복지서비스의 대상자가 아닌 사회가 필요로 하는 후세대 교육, 경험과 지식의 축적이 필요한 다양한 문화 및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한마디로 기존의 산업체계의 연장이라는 안이한 정책으로는 미래적 새로운 일자리와 혁신적 가능성이 창출될 수 없다. 

상기에서 언급한 여러 구상들을 도표로 만들어 유첨으로 담아 본다. 'GTnomics'(Green Tomorrow)라는 이름은 '다른백년'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김근태 선배와 한반도재단을 함께하면서 정책연구회 활동을 통해 그려본 '근태(GT)의 제민사상'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해본 것이다.  
 

▲ GTnomics 전략개념도.


이러한 혁신적 구상이 실천되고 제대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이를 받쳐주는 시민사회 내에 올바른 흐름이 반드시 형성되어야 한다. 이는 고대의 시경에서도 노래한 시풍(時風)이란 주제이며, 현대 사회생물학에서 다루는 사회적 유전인자 밈(meme)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현재 대한민국은 천민적 성공과 출세의 논리만이 활개를 치는 정글 같은 세상이 되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신기루의 행선지는 결국 극도로 모두가 불안한 위기사회의 전면화이다. 성공과 출세의 논리가 만들어 내는 것은 일반시민들의 풍요로운 삶이 아니라 끝없이 탐욕스러운 개개인 욕망의 재생산구조이었고, 이웃보다 남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하면 스스로 불행해지는 그래서 소수의 상류층만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10%도 아닌 단 0.1 % 소수를 위해 정치도 법률도 언론도 교육도 존재하는 사회로 변질되어 왔다. 

끊임없이 지대를 추구하고 투기를 일삼아야 하고, 남들이 넘볼 수 없는 특권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자식들을 허망한 사교육이란 감옥(참다운 인생을 포기해야만 하는)에 가둔다. 동시에 시장적 성과와 효율성이란 미명하에 천만이 넘는 시민들이 항상적 빈곤에 갇혀있고 4-5 백만이 넘는 극빈층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으며 같은 논리로 GDP 3만 불 국가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유치원 교육조차 상업적 논리로 운용되어야 한다는 천민적인 야만성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이 불의 부패하고 비인간적 수탈 구조를 정당화하면서 지대추구적 격차와 배제와 불통에 의해 함께해야 하는 공동체가 와해되면서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게 되면 단순히 힘없고 가난한 이들뿐만 아니라 0.1 % 특권층도 결국은 함께 불행에 빠지고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역사 속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국가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교훈이다.  

우리사회가 가까운 장래에 겪을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하려면 지금 당장 획기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득권과 수구적 언론에 의해 조작된 여론의 흐름과 허구적 의식에서 벗어나 현장과 삶의 경험에서 스스로 깨달은 주체적 삶의 언어와 권리로서 선거권을 행사하고, 시민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언제든 서슴없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사회, 지위와 소유와 출생이 다음세대의 운명을 결정짓지 않도록 모두에게 공정하고 합당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사회경제의 운용결과 만들어낸 성취가 사회적으로 어려운 계층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되는 사회, 그리고 자원과 에너지를 지속가능하게 순환시키는 조건 속에서 경제와 산업체제가 역동적으로 작동하여 우리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물적 기반과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부단히 전진해 가야 한다. 

위에 언급한 전제와 전망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반적으로 합의한 기준으로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모든 시민이 스스로 한국 국민이라는 자기 확신과 사회적 일원으로서 공공선을 향해 노력해야 할 근거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혁신체제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면서, 각자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과 미지의 새로움을 향한 도전으로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분출할 것이다. 이 지점이 미래를 향한 혁신과 전환의 발화적 출발선이다. 

인류를 약육강식이란 자연계적 악순환에서 벗어나 신(神)적 영역을 향한 문명적 사회로 이끄는 것은 다름 아닌 감성 공유의 도덕과 정의에 기초한 공공적 규범이다. 이것이야말로 시공을 뛰어넘어 인간사회에 작동하는 진정한 혁신이자 전환의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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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사실상 남북정상회담 제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4/16 08:11
  • 수정일
    2019/04/16 08:1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수보회의 주재, ‘장소·형식 북한 형편 되는 대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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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5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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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될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11일 미국을 공식 실무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온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며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통해 “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또 한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더 큰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언급, “한미 양국은 외교적 해법을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원칙을 재확인했고, 빠른 시일 내에 북미대화의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특히 남북미 정상 간의 신뢰와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를 표명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하노이 북미회담의 대화를 발전시켜 다음 단계의 실질적 성과를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했다”면서 “북미대화 재개와 제3차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고 평가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변함없는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서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차근차근 이행하겠다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확인하고 “서로의 뜻이 확인된 만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은 보류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보다는 지난해 5월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원포인트 실무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추진하자는 것.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일과 할 수 있는 역할에 맞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주도해왔다. 한편으로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편으로는 북미관계의 개선을 도모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강화 등 한반도 평화질서를 만드는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운전자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 15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북 특사’ 관련 발언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16~23일)을 앞두고 대북 특사 파견보다는 직접 정상회담 제안을 통해 북측에 공을 던져둔 모양새다.

   
▲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는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을 비롯해 수석보좌관들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시전연설을 통해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리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가,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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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2년, 소성리는 봄에서 겨울로 간다

[포토스토리] 정식 배치 예고된 소성리의 불안한 4월
2019.04.15 08:04:07
 

 

 

 

봄빛이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옅은 풀빛에 붉은 진달래, 하얀 벚꽃이 작은 마을을 수 놓고 있었다. 하지만 생동하는 봄빛에 취할 수만은 없는 어딘가 그림자 짙은 마을이 소성리였다.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정식 배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미군이 사업계획서를 냈고, 정부는 곧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중단된 공사가 4월 재개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주민들은 수요일마다 집회를 열고 있다. 사드 배치 2년이 되는 27일에는 대규모 평화행동도 예고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드 철수부터 주장한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드가 필요한지부터 판단한 뒤 결정하자는 것이다. 사실 사드는 국회 비준도 없이 일단 배치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이 문제를 지적했다. 소성리에서 심심찮게 '불법 사드'라는 표현을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환경영향평가가 '소규모'에서 '일반'으로 급을 높였을 뿐 이미 사드가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한반도에 불어 온 훈풍에 한 때 기대감이 있었으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와중에 미군은 3월 정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정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예고하고 있다. 성주, 김천 주민들은 사드가 없는 상태에서 필요를 먼저 따지고, 필요하다면 환경영향평가도 '일반'이 아닌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간 10일 성주 소성리를 찾았다. 주민들은 대통령의 방미에 작고 막연한 기대감을 가질 뿐이었다. 국내외 첨예한 정세에 휘둘리는 작은 마을의 주민들은 깊은 불안과 작은 기대, 짙은 우울과 어두운 시계(視界)를 갖고 있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한반도, 그 속에서 봄에서 겨울로 가고 있는 소성리의 풍경을 담았다.  

 

 

 

▲ 사드가 임시 배치된 지 벌써 2년이 됐다. 소성리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수요시위를 연다. 토요일에는 마을에서, 일요일에는 김천역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린다. 사드 반입 2년이 되는 이달 27일에는 기지 앞에서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을 연다. ⓒ프레시안(최형락)

 

 

 
 
 
 
 

 

▲ 소성리 주민들의 마음이 불안하다.사드 배치는 유사시 제일 먼저 타격받는 위험한 땅이 된다는 의미다. ⓒ프레시안(최형락)

 

 

 

 

 

 

 

▲ 막아도 소용 없었다. 말도 제대로 안 해준다. 못배운 사람들이라고 그러는지 듣지도 않는다. 나라에서 밀어부치는데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다...... 소성리 주민들의 패배감은 짙었다. 억울함과 분노, 무기력감이 뒤섞여 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사드 기지 인근의 산에는 여러 겹으로 된 철조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사드 레이다 반경 3.6킬로미터 내에 2000여명의 주민이 산다. 멀리 보이는 마을은 연명리와 노곡리 일대 ⓒ프레시안(최형락)

 

 

 
 
 
 
 

 

▲ 전쟁 반대 현수막 걸린 연명리. 인체 유해성 논란이 큰 사드 레이더 3.6킬로미터 반경 내 마을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김천역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김천은 사드 북쪽에 위치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이런 와중에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여러 차례 소성리를 찾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농사 짓는 주민들을 따라다니며 '빨갱이'라고 소리치거나, 그 앞에서 소변을 보는 등 해괴한 일들도 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소성리. 뒤로 보이는 산 속에 사드 기지가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최형락 기자 ch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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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산 뒤 묘지 만들고 보도블록까지…법 무시하는 국회의원들

등록 :2019-04-15 04:59수정 :2019-04-15 07:42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④늘어나는 ‘무늬만 농지’
지난 8일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지. 2013년 6월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농지에 묘지가 조성됐다. 포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8일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지. 2013년 6월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농지에 묘지가 조성됐다. 포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64만6706㎡.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 면적이다.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 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다.

 

2526.1㎞. 5개월간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찾아다닌 거리다. 풀이 허리만큼 자라도록 버려진 땅, 씨앗이 심기지 않은 논과 밭이었다. 전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33%다.

 

1549.4㎢.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의 농지가 사라졌다. 값싼 땅이 새도시, 산업단지 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 인근을 사들였고, 농부는 그 땅의 소작농이 되었다. 땅을 잃은 농부들은 더 값싼 경작지를 찾아 떠났다. 의원은 농지를 왜 매입했을까.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사라진 농부들의 사연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창고, 묘지, 아버지 산소 가는 길 확보.’

 

농사지을 목적이 아니면서, 현직 의원 신분으로 매입한 밭의 실제 이용 목적이다. 현직 의원들이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편법으로 발급받아 밭을 매입한 뒤 묘지를 조성하거나 허허벌판 상태로 방치했다. 농지의 경우, 헌법이 규정한 ‘자경 원칙’을 지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취득 및 등기를 할 수 있다. 법률을 만들고 심사하는 현직 의원들이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토지 취득 이후 농지법이라는 ‘법의 형식’에 맞추려 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우상호 김학용 안상수 등 
농지취득자격증명 편법 발급 
정보공개 청구로 17명 확인 
“법 허술하고 단속 의지 약해” 

 

 

‘묘지 조성’ 편법 쓴 우상호 
옥수수 콩 짓겠다고 2340㎡ 매입 
어머니 묘지 조성, 9개월 뒤 신고 
농지·장사법 위반…“투기 목적 아냐” 

 

 

밭에 보도블록 깐 원유철 
수십평 보도블록에 불법 컨테이너 
안에는 팩스·전화기·옷가지들 
취재 나서자 부랴부랴 철거 

 

 

투기 부르는 손쉬운 농지 취득 
혁신도시 등 업고 비농업인 매입 급증 
‘자경원칙’ 농지법 위반 의식도 못해 
농지면적 2배 일본보다 거래량 갑절

 

<한겨레>는 1996년 이후 농지를 매입한 의원 37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발급받은 농지취득자격증명과 농업경영계획서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1996년 농지법 개정 이후 취득한 농지의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취득이 가능하다. 그 이전에는 주소지와 경작지 간의 거리인 ‘통작 거리’에 따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농지 취득을 제한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17명의 농지취득자격증명 가운데 사실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현직 의원들이 발급받은 공문서도 더러 있었다. 농지법 58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자, 승인 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자, 타용도 일시 사용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겨레>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국회의원 17명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업경영계획서, 농지원부. 의원들이 농업경영계획서에 작성한 재배 작목에는 벼, 채소류, 잡곡, 콩, 채소, 옥수수, 고추, 배추, 사과, 과실수 등 다양한 작물들이 기재돼 있었다. 보유 기계로는 삽과 호미, 트랙터, 경운기 등이 적혀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겨레>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국회의원 17명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업경영계획서, 농지원부. 의원들이 농업경영계획서에 작성한 재배 작목에는 벼, 채소류, 잡곡, 콩, 채소, 옥수수, 고추, 배추, 사과, 과실수 등 다양한 작물들이 기재돼 있었다. 보유 기계로는 삽과 호미, 트랙터, 경운기 등이 적혀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묘지 전용 허가’도 받기 전에 무덤으로 쓰인 의원님 밭

 

묘지와 집, 그리고 사과나무와 고랑이 팬 땅.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6월 1억500만원에 사들인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밭 2340㎡의 모습이다.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겠다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취득한 농지에는 곧바로 어머니 묘지가 조성됐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묘지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저촉 사항을 피해야 한다. 도로나 하천으로부터 200m 떨어져야 하고, 20가구 이상의 인가가 밀접한 지역에서 300m 이상 이격해야 하는 등의 제한이 따른다. 묘지 허가를 담당하는 포천시청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묘지는 거리 제한 등 다양한 제약 사항이 있어서 허가받기가 어렵다. 군사보호구역과의 거리나 문화재보호법 위반 여부 등을 살펴야 하므로 먼저 묘지를 조성하고 나중에 묘지 전용 허가를 받는 행위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우 의원은 손쉽게 묘지를 조성하기 위해 ‘농업 경영’ 목적의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것이다.

 

우 의원은 기존에 있던 아버지 묘지를 길명리로 이전한 뒤인 2014년 3월20일 매장 신고를 했고 이튿날 묘지 허가가 떨어졌다. 절차를 무시하고 묘지를 조성한 뒤 9개월이 지나서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것이다. 우 의원은 이 과정에서 농지법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을 위반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 관계자는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를 사놓고 곧바로 묘지를 조성한 행위는 농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장사법 8조를 보면 “매장을 한 자는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에 자리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지. 포천/김명진 기자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에 자리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지. 포천/김명진 기자
묘지를 조성하고 남은 밭 일부에는 허가 절차를 밟아 2017년 집을 지었다. 우 의원은 “절차적으로 법을 어겼다는 사실을 지적하면 달게 받겠는데 투기 목적은 정말 아니다. 빨리 묘지 터를 구하다 보니 토지 구매는 우리 직원들과 현지에 있는 대리인들이 했다. 어머니를 묻은 뒤 경지 정리를 했다. 의원 신분으로 넓은 땅에 모두 농사지을 수는 없어서 사과나무를 심고 나머지 밭에는 옥수수, 채소 등을 직접 심었다”고 해명했다.

 

■ 현직 의원이 잡곡 농사 짓겠다고

 

지난달 14일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 일대 전경. 잡곡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매입한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오두리 논은 허허벌판이었다. 동그랗게 물이 고인 김 의원의 농지는 다른 이들의 토지로 둘러싸여 있다. 안성/김명진 기자
지난달 14일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 일대 전경. 잡곡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매입한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오두리 논은 허허벌판이었다. 동그랗게 물이 고인 김 의원의 농지는 다른 이들의 토지로 둘러싸여 있다. 안성/김명진 기자
지난 2월9일 찾아간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논은 허허벌판이었다. 김 의원은 2018년 5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오두리에 자리한 논 1243㎡를 취득하면서 ‘잡곡 농사’를 짓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농업 경영 목적의 농지취득자격증명도 발급받았다. 김 의원은 농지를 취득한 경위에 대해 “아버지 산소가 이 땅 옆에 있는데 해당 농지의 주인이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다른 사람이 이 땅을 사게 되면 김 의원이 아버지 산소 가는 길이 막히게 될 텐데 먼저 김 의원에게 우선권을 주고 싶다고 하기에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다른 사람들도 나무를 심길래 그렇지 않아도 나도 나무를 심으려 한다”고 말했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국회부의장)도 2017년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에 밭과 임야를 매입하면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주 의원은 “(아내가 대표이사로 등기된) 화성산업의 양곡 저장 창고 신축을 하려고 임야와 농지 4000여평을 매입했는데 대다수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 없는 제1종 주거지역이었다. 이 가운데 48평 정도가 자연녹지지역이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는데 은퇴 시기가 다가오니 48평 정도는 텃밭을 가꾸거나 과일나무를 심을 계획으로 서류를 제출했다. 현재는 수십년 소작을 하신 할머니가 일을 하셔서 자경을 유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2016년 9월 ‘주말 체험 영농’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뒤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밭에 농지법 위반 규모의 컨테이너 세 대를 설치했다. 772㎡ 면적의 밭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농림부 농지과 관계자는 “농지법 23조에서 공직 취임 등으로 휴경하는 예외적 규정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소유 농지에 대한 불가피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상 자경할 수 없다면, 의원 신분 상태에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자리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컨테이너 3대가 올려져 있다. 농작물이 소량 심어진 컨테이너 주위로 잘 정리된 주변 경작지들이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고구마 심어놓고 그냥 내버려두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명진 기자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자리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컨테이너 3대가 올려져 있다. 농작물이 소량 심어진 컨테이너 주위로 잘 정리된 주변 경작지들이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고구마 심어놓고 그냥 내버려두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명진 기자
■ 보도블록 깔린 밭, 뒤늦게 철거한 의원

 

지난해 12월28일 세번째 찾아간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농지 주위로 적막감이 감돌았다. 농지에 설치된 컨테이너 옆에 주렁주렁 매달린 옷가지가 전날 밤 모두 치워진 뒤였다. 원 의원 아들의 친구는 자동차를 몰고 와 취재진에게 “왜 남의 땅에 함부로 들어왔냐”며 윽박지르고는 옆에 개를 태운 채 농로를 따라 전속력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원 의원 쪽은 농지에 깔린 보도블록과 농지법 위반 규모의 컨테이너를 제거하기 위해 업자를 불렀다. “보도블록 바닥이 수십평은 되겠구먼.” 바닥을 둘러보던 업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원 의원 아내의 측근인 김아무개 시의원이었다. 김 시의원은 “오늘이라도 당장 보도블록을 깨 달라”고 요구했고 업자는 “오늘 당장 제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 의원 땅에 농지법 위반 사항이 없다”던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행정복지센터는 취재진이 다녀간 뒤에 뒤늦게 규정 위반 규모의 보도블록을 확인하고 철거를 명령한 것이다. 농지법 시행규칙은 20㎡ 이하 농막용 컨테이너를 허용하지만 그 이상은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농기계 보관에 필요한 농막을 과도하게 허용할 경우 농업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것을 우려해서다. 원 의원 아내가 2016년 매입한 농지에는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두 대가 설치돼 있었고 일부 바닥에는 보도블록이 깔려 있었다.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더니 팩스기, 전화기 두 대, 사무용 책상, 각종 서류, 옷가지 등이 있었다. 비료 등 농사를 지은 흔적은 있었다. 원 의원은 “블루베리 농사를 직접 지어왔다. 몇분 간격으로 굉음을 내는 고속철도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농지를 (농업 아닌) 다른 이유로 구입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규정을 몰라서 실수로 컨테이너를 두 대 설치하고 보도블록을 깔았는데 모두 철거했다. 조금의 실수도 나의 잘못이며, 아들이 필요한 물건을 컨테이너에 넣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해창리에 자리한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농지에 깔린 보도블록과 농지법 위반 규모의 컨테이너. <한겨레>가 취재를 시작하자 원 의원 아내는 보도블록과 컨테이너 제거를 위해 업자를 불렀다. 사진 중간에 국방색 바지를 입은 이가 철거업자다. 컨테이너 안에는 팩스, 전화기 두 대, 사무용 책상 등이 있었고, 컨테이너 밖에 매달려 있던 옷가지들이 급히 치워졌다. 평택/박유리 기자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해창리에 자리한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농지에 깔린 보도블록과 농지법 위반 규모의 컨테이너. <한겨레>가 취재를 시작하자 원 의원 아내는 보도블록과 컨테이너 제거를 위해 업자를 불렀다. 사진 중간에 국방색 바지를 입은 이가 철거업자다. 컨테이너 안에는 팩스, 전화기 두 대, 사무용 책상 등이 있었고, 컨테이너 밖에 매달려 있던 옷가지들이 급히 치워졌다. 평택/박유리 기자

 

■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받고도 기억 못 하는 의원

 

“내가 농지를 매입한 적이 있습니까?” 본인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사실을 잊은 의원도 있었다. 이정현 의원은 1996년 전남 곡성군 목사동면 용봉리 농지를 매입하면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농지를 매입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던 이 의원은 이후 <한겨레>에 전화를 걸어와 “종친회에서 내 이름을 포함해 자손들 세 사람 명의로 산 농지인데 재산상 가치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지역구인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가 2008~2014년 벼와 잡곡, 묘목, 가시오가피 등을 재배하겠다고 매입한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원소리와 구만리 일대 농지 13만515㎡ 가운데 일부 땅도 버려지다시피 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이밖에도 <한겨레>가 확보한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연도, 당시 매입자의 직장과 농지 위치 등을 봤을 때 과연 실제 농사 목적으로 산 땅인지 의심이 가는 사례가 대다수였다. “투기 목적의 취득은 전혀 아니다.” 농지 취득 절차상의 문제를 인정하거나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의원들이 뒤섞인 가운데 이들은 모두 재산 증식의 목적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농지법과 자경 원칙을 규정한 헌법의 절차적, 실체적 정당성보다는 취득한 농지가 재산 증식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해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원 의원 아내의 경우처럼 직접 농사를 지었다고는 하나, 이들의 농업 경영 행태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은 사실상 부재했다.

 

■ 손쉬운 취득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부른다

 

일부 의원들의 사례처럼 한국에서는 누구나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손쉽게 농지를 매입할 수 있다. 이제 농지법은 아무나 어기고, 누구나 어기고서도 법을 위반했다는 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농지 매입 절차로 인해 비농업인들의 투기 수요가 만연해지고 진짜 농부들의 자경 비율은 감소하게 된다는 사실은 망각된다. 경기도, 인천에서 만난 수많은 농부는 “통계에 잡히진 않지만, 이 일대 농지의 80~90%가 농사짓지 않는 외지인들이 사들인 땅”이라고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4년 12월 발간한 ‘농지 거래 행태 조사와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비농업인의 농지 매입이 늘어날수록 농지 거래 면적은 점차 감소하고 외지인들의 매입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다.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한 건당 농지 면적이 2004년 2400㎡에서 2013년 1800㎡로 감소했다. 거래 관행을 보면 같은 마을, 옆 마을 주민과의 거래 비중은 1997년 61.5%에서 2014년 44.3%로 감소했다. 다른 시·군 사람과의 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21.3%에서 26.2%로 증가했다. 2013년 우리나라 농지 매매 면적은 5만4402㏊로 전체 농지 면적의 3.2%다. 이 보고서를 보면 2004~2005년 농지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당시 혁신 도시 지정 등으로 인한 개발 기대가 크게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농지를 매입할 때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농업위원회의 ‘허가’를 받는 절차가 까다롭다. 이에 따라 일본은 한국보다 농지 면적이 2배 이상 넓지만 농지 거래 면적은 연간 3만1000~3만9000㏊ 정도로 우리나라의 절반에 그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한겨레>의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연재에 지난 4일 성명을 내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농지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실제 영농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농지를 가진 국회의원들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속죄하기 바란다. 앞으로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14만 회원을 비롯한 250만 농업인은 앞으로 다가올 21대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반드시 그 책임을 따져 물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평택 안성 홍천 인천/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90012.html?_fr=mt1#csidx9d775e01ccae7d990758db111b5db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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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파란 바지의 의인', 41.6km를 달리다

[언론 네트워크] "달리면 숨 쉬기 힘들 정도로 고통,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뛴다"
 
2019.04.14 13:31:48
 

 

세월호 5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종달포구. 김동수씨 아내 김형숙씨가 두 딸과 함께 '꼴통 동수 달려'라고 적힌 피켓을 내보였다.

바로 옆 포구 주차장에 동수씨가 가슴팍에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쓰여진 옷을 입고 연신 몸 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동수씨 주변으로 6명의 달림이들이 모여들었다. 서로 오른 손을 앞으로 내밀더니 완주의 의미를 다음은 파이팅 포구에 울려퍼졌다. 
 

▲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가 4월16일을 기억하기 위해 41.6km 달리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옛 마라톤 동호회 동료였던 베스트탑 소속 달림이들이 종달항을 찾아 완주를 기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구좌읍 출신인 동수씨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잘했다. 체육교사의 눈에 띄어 고등학교까지 육상선수를 했다. 제주고를 졸업하고 6년간 모교인 김녕중에서 육상 순회 코치도 맡았다. 

후배 이동헌(47)씨는 동수씨를 학창시절부터 건강하고 의협심과 열정이 넘치는 선배로 기억했다. 선배가 홀로 달린다는 소식을 듣고 동호회 회원들 선뜻 함께 발을 맞추기로 했다.

여느 가장들과 같이 직장 생활을 하던 중 2005년 지인의 권유로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뛰기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흘리는 땀만큼 걱정거리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고된 화물기사 생활을 하면서도 달리기는 그와 함께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 김동수씨의 달리기를 응원하기 위해 출발점인 제주시 구좌읍 종달항을 찾은 아내(왼쪽)와 두 딸(오른쪽). 막내딸은 아버지를 응원하기 위해 제주시내 일부 구간에서 함께 달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동수씨는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8분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 침몰이 시작되자, 선내 소방호스를 자신의 몸에 감고 단원고 학생 등 20여명의 목숨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쪽 손가락 신경이 끊어지고 어깨를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사람들은 단원고 학생들을 구하는 동영상 속 그의 모습을 보고 '파란바지의 의인'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1년여 뒤인 2015년 6월 동수씨를 의상자로 인정했다. 2018년 1월에는 국민훈장 동백장까지 수여했지만 그날의 기억은 지금껏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극단적 선택만 수차례였다.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고 진통제를 들이켜도 찢어지는 고통은 계속됐다. 효능을 높인다면 독한 약을 처방할수록 몸과 정신은 망가져 갔다.

올 초부터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사려니 숲길과 한라산 둘레길을 돌며 정신을 다잡았다. 달릴수록 고통도 더해졌지만 목표한 지점에 다다르면 쏟아지는 땀과 함께 시름도 흘러내렸다.  

무엇보다 아내와 두 딸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가족들을 위해 무엇이라고 하고 싶었다. 시험을 앞둔 두 딸을 위해 응원하고 기도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가 4월16일을 기억하기 위해 41.6km 달리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옛 마라톤 동호회 동료였던 베스트탑 소속 달림이들이 완주를 기원하며 레이스에 동참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곧이어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4월16일 그날을 기억해 41.6km를 달리기로 했다.

동수씨는 목적지를 제주항 2부두로 정했다. 그날 배가 가라앉지 않고 순항했다면 부품 꿈을 안고 제주로 수학여행에 나선 단원고 학생 324명 등 476명의 승객들이 도착했을 곳이다.

아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딸도 힘을 보탰다. 취업 준비에 바쁜 둘째 딸 예나(23)씨는 목적지에서 자신의 영웅인 아빠를 응원하며 제주항까지 함께 뛰기로 했다.

"달리면 숨 쉬기 조차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죠. 그래도 뛰고 또 뛰었어요. 어쨌든 오늘 하루는 넘길 수 있으니. 이제 나 때문에 고생한 가족들을 위해,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뜁니다."

동수씨는 세월호 10주기에 새로운 도전에 계획하고 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세월호의 흔적을 따라 인천항에서 완도항까지. 4월16일을 잊지 말라며 거리도 41.6km로 정했다.
 

▲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가 4월16일을 기억하기 위해 41.6km 달리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옛 마라톤 동호회 동료였던 베스트탑 소속 달림이들이 완주를 기원하며 레이스에 동참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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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씨 “모두 고마웠습니다…뉴시스 빼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4/15 06:51
  • 수정일
    2019/04/15 06:5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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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증언’ 북콘서트 열어…“할 수 있는 증언은 다 했다”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2019년 04월 14일 일요일
 

“이렇게 책을 발간해서 지난 일을 폭로한 이유는 저를 위해서다. 물론 (장자연) 언니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 하는 것도 있다. 앞으로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태어날 아들, 딸 앞에서 훗날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윤지오씨)

‘고 장자연·윤지오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14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윤지오씨의 북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사회는 개그맨 김승환씨가 맡았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창일 신부,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과 윤씨를 응원하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윤지오 '13번째 증언' 북 콘서트에서 윤지오(오른쪽)씨가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윤지오 '13번째 증언' 북 콘서트에서 윤지오(오른쪽)씨가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윤지오씨는 그동안 옆에서 힘이 돼준 친구라고 밝힌 신다영씨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콘서트를 시작했다. 윤지오씨는 콘서트 참가자들을 향해 “한분 한분 평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윤씨가 낸 책 ‘13번째 증언’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는 수많은 인터뷰로 최근 한 달간 언론의 중심에 있었다. 

 

 

북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한 시민은 “중국에 있는 딸 대신 꽃다발을 대신 주고 싶다”며 무대위로 올라와 윤지오씨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사회자인 이승환씨가 “이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시기가 언제냐”고 묻자 윤지오씨는 “일기 형태의 기록을 조사받기 시작할 때부터 썼다. 기록은 꾸준히 해왔다. 이 책을 언제, 어떻게 출판할지 고민이었다. 비공개로 쓰고 싶었는데 공개로 쓰면 소설이다, 거짓말이다 등 공격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굴도 공개하고 이름도 공개했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다 담았다. 법조인분들과 10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출판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악플을 거의 다 본다. 사람들은 왜 이제야 이야기하는지 묻는다. 이익을 추구하러 나온 게 아니냐고 묻는데 늦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섣불리 나오기 어려웠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벗어난 일”이었다며 지난 10년을 떠올렸다. 

그동안 윤지오씨를 도왔던 박창일 신부는 “처음 윤지오씨를 만났을 때 눈빛이 참 불안했다. 지오씨는 죄를 지은 게 아니다. 오히려 죄인처럼 부끄러워하고 숨었다. 늘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불안 속에서 살았다. 부조리를 고발한 사람이 더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야 한다. 세상을 바꾸자고 외친 사람은 어렵게 살아가고 가해자가 편하게 사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제보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코너에서 등장한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은 “지오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한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피해 입어도 자신의 잘못을 먼저 생각한다. 정신적 어려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공론화돼서 얼굴을 드러냈을 때 2차 가해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사람들은 삐딱한 시선으로 폭로자를 바라본다. 사건을 만든 사람들은 분명한 의도가 있다. 그러나 피해당한 사람은 의도가 없다. 피해자가 되고 나면 곁가지 공격이 이어진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나쁜 언론들도 있을 것이다. 거대한 언론사가 개입되기도 한 문제”라고 밝혔다. 

윤지오씨는 “이제까지 저를 도와주신 많은 사람들, 기자님들에게 고맙다. 언론들에게도 고맙다. 하지만 뉴시스는 제외하겠다”고 말하며 이날도 뉴시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뉴시스는 지난 8일 “‘증인’ 윤지오와 장자연 사건”(수정 전 제목 “윤지오, 장자연 사건의 절대선인가”)라는 기자수첩을 통해 윤지오씨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고 장자연씨를 이용하고 있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 윤지오씨가 14일 북콘서트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윤지오씨가 14일 북콘서트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윤지오씨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북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직접 만든 손카드를 주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윤지오씨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북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직접 만든 손카드를 주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그러자 윤씨는 8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여야 국회의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취재진을 향해 “아침에 뉴시스 기사를 봤다. 정정보도를 부탁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대응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란이 일자 뉴시스는 당일 오후 기사를 삭제했다. 

 

한 시민은 윤지오씨에게 “고발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과 결심하게 된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윤씨는 “가장 두려웠던 건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이 떠날 것이라는 게 가장 두려웠다. 연예인 친구들이 많이 응원해줬지만, 결과적으로 남은 사람은 몇 안 된다. 결심한 것은 누가 내 편이고 아닌지 알게 됐다. 하늘이 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날 북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은 윤지오씨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냈다. 시민들과 윤지오씨는 야광봉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고 윤씨는 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해 손수 마련한 카드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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