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사 중에도 전력을 계속 공급하려면 새 철탑이 완공될 때까지 전기를 임시로 우회시킬 가철탑 선로를 주변에 따로 지어야 합니다. 철탑을 덜 지어 돈을 아끼겠다던 정부 계획이, 우회용 임시 철탑을 짓느라 막대한 토지 보상비와 추가 시공비를 쏟아부어야 하는 모순으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게다가 4회선 철탑은 기존 2회선보다 높이가 대략 20m 이상 높아지고 기초 면적도 훨씬 넓어집니다. 이미 수십 년간 철탑 피해를 겪어온 인근 주민들에게 짐을 덜어주기는커녕, 훨씬 거대하고 위압적인 괴물을 새로 안겨주는 꼴입니다.
안전 문제 또한 심각합니다. 산불이나 벼락으로 이 거대 철탑 딱 하나만 쓰러져도 4개 선로가 동시에 끊깁니다. 2회선이라면 남은 선로와 인근 계통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4회선이 통째로 끊기면 대규모 전력이 주변 선로로 급격히 쏠리면서 연쇄 과부하와 차단으로 이어집니다. 순식간에 도시 전체의 불이 꺼지는 대형 정전 참사가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연쇄 붕괴를 막으려면 4회선의 경우는 평소에도 전기를 제 용량대로 다 보내지 못하고 송전량을 억지로 낮춰 운전해야 합니다. 2 더하기 2를 해도 4가 되지 못하는 겁니다. 여기에 사고 충격을 줄이기 위한 고가의 초고속 차단 장치 등 특수 설비까지 추가해야 하니, 유지·보수 비용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정부가 또 다른 대안으로 내세운 지중화 확대 역시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전선을 땅에 묻으려면 대규모 굴착과 전력구 구조물 공사가 필요해 지상 철탑 대비 건설비가 최소 8배 이상 듭니다.
또한 땅속은 공기 중보다 열 방출이 어려워 과열을 막기 위해 송전 용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고, 사고가 나도 파손 지점을 즉각 확인하기 어려워 복구에 긴 시간이 걸립니다. 지상 수십 미터 위에 걸리는 송전탑과 달리 도로 바로 아래 수 미터 깊이에 묻히다 보니, 보행자가 지상 철탑 주변보다 더 강한 전자파에 노출될 위험마저 있습니다. 도심지 장기 굴착 공사로 인한 교통 체증과 상권 피해는 덤입니다.
결국 정부는 이러한 근본적 모순을 덮어둔 채, '계통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해 가구당 최대 연 300만 원을 지급하고 설명회를 2회에서 3회로 늘리겠다는 식의 땜질 처방으로 주민 반발을 무마하려 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상처를 남긴 밀양 송전탑 사태를 기억합니다. 삶의 터전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송전탑 문제는 푼돈 보상이나 요식행위 설명회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송전탑을 세워야 할 이유를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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