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뢰 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대책은 없을까?
"북한군이 MDL 밑으로 내려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MDL 위치가 명확해야 한다. 휴전 당시 MDL 말뚝 표지판이 1200여 개였는데, 지금은 200여 개만 남았다. 최초에 세워진 표지판의 좌표를 정확히 파악해 거기에 맞춰 다시 선을 긋고, 유엔사와 남북한군 지휘부가 모여서 이 선을 기준으로 서로 넘어가지 말자는 합의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있기에 북한군에 대한 감시 정찰을 강화해야 한다. MDL 합의는 북한에도 필요할 거다.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아 북한군도 피해 볼 상황이 있으니."
합참이 "상응하는 조치"를 언급하긴 했으나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게 우리 군의 고민이다. 양쪽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쪽이 늘 당하는 건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
- 대응 방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다.
"쉽지 않은 문제다. 우선 고려할 만한 방안이 대북 경고 방송, 국제기구를 통한 제재나 압력, 대북 확성기나 전단 등인데, 그 정도로는 북한이 그다지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북한군의 은밀한 움직임을 다 탐지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음으로, 경고 방송과 경고사격의 밀도를 높이고 횟수를 늘려야 한다. 북한군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공세적인 DMZ 작전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비례성 원칙이다. 물론 북한군이 우리 지역에 지뢰를 묻었다고 우리도 똑같이 지뢰 작전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북한군은 지금 국경선 요새화라고 해서 MDL 북쪽 비무장지대에 도로를 만드는 등 마음대로 한다. 우리도 유엔사 협조를 얻어 MDL 남쪽에 도로를 내야 한다.
과거 경의선 동해선 도로 작업할 때처럼 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불도저 같은 대형 장비를 투입해 밀어버리면 우리 장병의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도로를 만들어 놓으면 향후 순찰하거나 이번처럼 수색작전을 할 때 목숨 거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고 북한군의 침투 동향을 감시하기도 좋다. 거대한 수풀 장벽이 사라지면 탈북자나 귀순자한테도 도움이 된다. 북한 쪽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거다."
- 실효적인 대응 방안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렇게 되면 MDL 2㎞ 후방으로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을 설정한 취지가 퇴색하지 않을까 싶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미 MDL 북쪽은 DMZ 기능을 상실했다. 우리만 지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도로를 낼 뿐 병력을 투입하거나 무기를 배치하자는 건 아니니까 유엔사도 굳이 반대하지 않을 듯싶다."
지난 5일 합참은 "유엔사가 정전협정 위반으로 인정한 군사분계선 이남의 북한군 지뢰지대를 이날 낮 제거했다"고 밝혔다. 향후 북한이 군사분계선 이남에 설치한 지뢰를 자발적으로 제거하지 않을 경우 우리 군이 모두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안보지상주의도, 평화만능주의도 위험하다. 일방적으로 우리 장병의 안전이 위협 받는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타개책이 필요하다. 비무장지대 내 자주권을 행사하자는 엄 실장의 주장은 언뜻 위험해 보이지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자주권 회복으로 간주하는 이재명 정부의 안보관과 통하는 면이 있다. 현실성 없는 평화공존은 공허하다.
#엄효식 #지뢰 #비무장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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