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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샌더스'는 없다? 닮은꼴 다 찾아봤습니다

 

'진보적 정책, 보수 텃밭 도전, 소액 후원금 모집' 정치인들16.02.20 20:56l최종 업데이트 16.02.20 20:56l글: 선대식(sundaisik)편집: 박혜경(jdishk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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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니 샌더스.
ⓒ 버니 샌더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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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판에도 버니 샌더스(75) 상원의원이 있을까.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정치 혁명을 상징하는 '샌더스 현상'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법한 의문이다. 4·13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정치 혁명은커녕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샌더스를 찾고 싶어 하는 유권자가 많다. 

양대 정당 체제의 미국 정치판에서 버니 샌더스는 지금껏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평생 무소속 풀뿌리 정치인으로 살았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면서, 미국의 가장 큰 문제인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외쳤다. 

현재 많은 미국인이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샌더스는 아이오와 주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석패한 뒤 뉴햄프셔 주 경선에서 압승했다. 20일 열리는 네바다 주 경선은 초박빙 양상이다.

우리 정치판에서 샌더스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보수 정당의 텃밭에 도전하고 진보적인 정책과 시민들이 보내온 소액 후원금으로 선거 운동에 나선 정치인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다.

[보수 텃밭 도전] 100년 공화당 텃밭을 바꾼 샌더스, 한국에서는...

진보적 사회주의자를 자임하는 샌더스가 1981년부터 시장 4선, 연방 하원의원 4선, 연방 상원의원 2선을 역임한 버몬트 주는 애초 100년 이상 공화당의 텃밭이었다. 그는 1972년 이곳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2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71%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기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있다. 바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그를 진보적 사회주의자로 부르기는 어렵지만, 그의 도전을 샌더스의 도전에 비유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는 2012년 총선(대구 수성갑 선거구)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40%를 웃도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변을 예고했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하는 김부겸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번 총선에 나가지 않지만, 대구·경북에서 샌더스를 꿈꾸는 진보정당 정치인들이 있다. 엄정애 정의당 경산시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같은 선거에서 노동당 출신의 장태수 대구 서구의원은 3선에 성공했다. 201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시의원으로 당선된 김수민 녹색당 총선대책본부 대변인도 눈에 띈다.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사이다 논평'을 내놓는 대변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불평등 해소 정책] 최저임금 인상은 샌더스만의 공약이 아니다

샌더스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연방 최저임금(시급)을 2020년까지 현재의 7.25달러에서 15달러로 올리겠다고 했다. 또한 주 40시간을 일하는 노동자가 빈곤선 밑에서 살도록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새누리당을 제외하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7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020년까지 국민의 평균 월급을 300만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당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세웠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최저임금 인상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을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이곳 소속 의원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고 있다.

[소액 정치 후원] 대기업과 부자로부터 자유로운 정치후원금은 가능할까

정치기부금은 샌더스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열쇠 말이다. '쩐의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대선에서 후보들은 거액의 정치기부금을 받아 선거 운동에 나선다. 무제한의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조직인 슈퍼팩(Super PAC)은 미국 대선에서 막대한 영향을 발휘한다. 

슈퍼팩을 꾸리는 것은 보통 대기업과 슈퍼 부자인 만큼, 금권정치와 정경유착 우려가 크다. 지난해 7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슈퍼팩을 "무제한의 정치적인 뇌물"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샌더스는 이런 흐름에 "노(No)"라고 외쳤다. 그는 대기업과 슈퍼 부자가 꾸린 슈퍼팩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대신, 많은 일반 지지자의 소액후원금으로 선거 운동에 나서고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전국에서 희망돼지저금통을 모아 선거를 치른 것이 떠오른다.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의 후원금 펀드도 깨끗한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현역 정치인 중에는 누가 샌더스와 닮았을까. 지난해 3월에 발표된 2014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을 보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세 번째로 많은 3억423만 원을 모금했다. 1, 2위를 비롯해 후원금 모금액 상위 10명 중 7명이 여당인 상황에서, 누가 소수 정당 소속인 그에게 후원을 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당시에도 이런 의문이 많았는지, 심상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총 후원 인원은 2672명으로, 10만 원 소액 다수가 대부분인 최다 건수"라면서 "일하는 서민들의 땀과 설움이 묻은 후원금"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2013년 후원금 모금액에서도 전체 국회의원 중 두 번째로 많은 후원금을 모았다. 

그해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은 이는 같은 당의 박원석 의원이다. 그 또한 당시에 입장을 밝혔다. "1980명의 후원자가 1억95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보내주셨다, 1인당 기부액이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면서 "모금액 1위를 한 것보다, 고액후원금에 의존하지 않은 후원내역이 더 감격스럽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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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퇴행,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민교협의 정치시평] 낡은 관성과 관념을 버려야 한다
 

정재원 국민대학교 교수
| 2016.02.21 09:20:31

 
타고난 게으름과 소위 '귀차니즘'으로 블로그나 홈 페이지 운영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지만, 더 이상 SNS와 무관하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페이스 북을 몇 년 전부터 시작했다. 페이스북의 기능에 대해 전혀 몰랐던 처음에는 일상생활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들 즉, 음식이나 여행 사진, 혹은 가족들이나 지인들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나 올리려고 생각했다. 특히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 자주 로그인하곤 했었다. 그런데 점차 기능을 알아가다 보니 좋은 기사들을 공유하거나 저명한(?) 인사들과 친구를 맺어 그들의 글들을 공유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람들의 훌륭한 글들은 담아 오곤 했지만, '귀차니즘'으로 인해 막상 내 생각이 담긴 글들은 좀처럼 쓰기 어려웠다. 
 
문제는 이런 과정 속에서 한국 사회의 퇴행과 세계 정세의 불안정으로 인해 점점 내용이 과격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온 라인 공간에서나마 평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었건만, 끝도 없이 퇴보하는 우리 사회의 끔찍한 현실 속에서 온 라인 공간에서라도 한가로운 삶을 즐기는 것이 불가능해져 갔다. 부끄럽게도 여러 이유로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지 못 하는 상황 속에서 기사나 타인의 의견 공유, 코멘트 다는 일이 전부였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심각해져만 가는 기득권 세력들의 횡포와 폭거,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 전반적인 퇴행 현상을 보면서 코멘트들은 점점 과격해져만 갔다. 
 
그런데 필자는 사실 과격한 주장을 한 적이 없다. 그저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과 불로소득으로 막대한 부를 부당하게 챙기고 있는 소수의 집단들로부터 그것을 되찾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행사하고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 정도를 주장한다. 기껏해야 서유럽이나 북유럽 수준의 복지 국가로 나아가야 하고, 이들 국가에서도 문제가 있을 경우 그 보다 더 나은 대안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주장을 살펴보자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논의를 한가하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 퇴행, 그리고 그것을 기회로 삼거나 조장함으로써 자신들의 탐욕과 특권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복지국가로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는 기득권 세력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격에 제대로 맞서지 못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직 우리 시민사회운동이나 진보정당 운동 세력들이 정치적 선명성만 여전히 강조하면서 서로 '~주의자'로 낙인찍어가며 적대시하고 있는 낡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그러한 사고에 기반해 '모 아니면 도' 식의 낡은 분석의 틀을 버리지 못 해 현실 분석은 물론 대안적 사고를 만들어 낼 수 없을 정도로 입체적이고 종합적 사고를 하지 못 하는 데에서도 기인한다. 
 
가장 저변에 있는 걸림돌은 바로 여전한 사회주의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옛 현실사회주의체제가 모종의 자본주의 체제였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고 별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논외로 치더라도, 여전히 옛 현실사회주의체제에 대해서 진지한 반성적 평가 없이 사회주의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역사와 민중 앞에 무책임한 자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류가 아닌 사람들조차 과거의 틀 속에 매이다 보니 중간적 대안들에 대해서는 시장체제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이룰 수 없는지의 여부로 비판을 하는 관행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데에 있다. 스스로 유물론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전형적인 관념론자에 불과하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스스로 이러한 근본적 체제변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있다고 자임는 이들조차 여전히 국가, 민족, 제국주의, 젠더, 노동 등에 대한 어설픈 이해 혹은 종합적 분석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매우 혼란스러운 주장을 하고 있으며, 서로 의미 없는 대립과 갈등에 휩싸여 있는 경우가 잦다. 가령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반)주변부들에서 일어나는 저항들에는 진보적인 측면과 반동적인 측면이 뒤섞여 있다는 것에 대해 무지한 이들은 어느 한쪽 면만을 보고 한 쪽으로 경도된 주장을 한다. 발전의 정도에 따라 저항 이데올로기로서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심지어는 종교적 근본주의나 특정 권력 집단, 외세에 대한 의존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어느 한 면만을 보고 판단한다.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의 저항 운동에서 민족주의적 요소와 보편 인권적 요소, 심지어는 봉건적 가부장제 등을 뚜렷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종종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면서 쉽사리 규정짓고 비판한다. 
 
한국 사회에서 범죄의 영역이거나 여성, 그 중에서도 매우 특수한 여성만의 문제인 양 여겨져 철저하게 사회적 논의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문제인 성매매와 성산업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편협한 분석의 전형을 보여준다. 성매매 산업을 찬양하는 남성성욕중심주의적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여성주의자들 중에도 소위 '성노동자론자'들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며 따라서 성매매 여성들을 '성매매 피해자'로 정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중간 알선 및 착취 매개 집단에 대한 무지에 따른 관념적 주장으로서 여성에게 절대적으로 불평등하고 착취적인 성매매와 성산업 구조의 전체적인 본질이 은폐되고 만다. 그러한 주장은 여성을 착취하는 범죄집단과 노동 협약을 맺을 수 있다는 가상 현실로 이어진다.    
  
국가, 민족, 제국주의, 젠더에 대한 어설픈 이해에서 비롯된 문제의 절정은 최근 제국의 위안부 논쟁에서도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비판을 할 수 있지만, 위의 문제의식에서만으로 국한해서 보자면, '피해자론'에 반대하는 '다양한 경험'론에 대한 과도한 의존, 현실에서는 분리하기 불가능한 식민지 민족주의에 대한 과도한 일면화에 의거한 비판, 그리고 국가와 민족의 차이를 넘는 남성이나 계급에 대한 과도한 강조 등으로 인해 충분히 가치 있는 문제제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본말이 뒤바뀌는 심각한 오류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제국의 병사들의 대부분이 노동자, 농민 등 하층 계급, 피지배 계급 출신이기 때문에 '제복 입은 노동자'임은 틀림없지만,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들이 제국주의 침략군대의 일원이라는 본질이 가려져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저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민족주의나 한국 남성에 대한 비판에는 매우 날카로운 반면 여성들을 감금하고 만행을 저지른 일본 제국주의 '남성' '군인'에 대해서는 다양성이나 계급성을 들먹이며 매우 관대하다. 
 
'노동'이나 '(하층)계급'이라는 단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과감한 비판이나 대안적 논의 자체가 정체되는 상황 역시 종합적인 사고와 건설적인 논의를 가로막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관해서는 매우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오해를 무릅쓰고 간략하게나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이나 계급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야 논쟁에서 무조건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게 되고 다른 편에서는 좀처럼 근본적인 문제제기나 이견을 내기가 어렵다. 결국 극소수의 같은 진영 내에서는 승리할지 몰라도 대다수의 노동대중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 한 채 언제나 국가와 자본에 의해 파상공격을 당하곤 한다.  
 
'노동 없는 민주주의'나 '노동정치의 실종', '노동정당과 노동조합에 기반한 복지 국가' 등등 그 자체로서는 너무나 정당한 문제제기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이라는 단어 앞에 모든 생산적인 비판적 논의의 칼날들은 무뎌지고, 중간적인 대안들은 부정적인 것이 되고 만다. 예전에 한 진보적 교수가 경상도 지역 공장에서의 대규모 파업 출정식에서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자 일부 노동자들이 분노하며 항의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한 글을 기고한 적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빈민에게 권력을 주는 실험으로 이상화된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범죄가 창궐하는 위험한 지역이 바로 빈민가라는 역설에서 보이듯, 상황은 이상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국가나 자본의 문제로만 환원되지 않는다.  
 
종합적인 사고의 부족으로 우리는 정당정치라는 게임에 매몰되어 정당 정치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특권 집단, 기득권 카르텔의 은밀하지만 매우 강고한 지배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 국가와 자본의 지배에 대한 논의들은 많았지만, 또 다른 지배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지금도 너무나 무관심하다. 즉 관료 지배는 물론, 정계나 관계에 직위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종교, 언론, 사학 등등 한국 사회의 모든 단위에서 또아리를 틀고 정권 교체와는 상관없이 실질적인 지배를 이어오는 다양한 특권 지배 구조가 우리를 옥죄고 있지만, 우리는 오직 수구 정당의 문제로만 해석하려 한다. 코빈과 샌더스의 실험의 성공 가능성은 집권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기득권 세력을 제어하는 데에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서구에서 유행하는 틀에 따른 사회 계급과 계층, 집단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큰 편이지만,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또 다른 집단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관심한데 그 근본 원인 역시 종합적으로 보지 못 하는 데에 있다. 가령,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지만, 노동 인구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자영업자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지만 더 오래된 심각한 착취의 현장인 성매매 여성 문제에 대해서도 극소수 여성들의 문제로 치부하고 만다. 조폭 등 범죄 집단에 대해서는 단순히 격멸해야 할 범죄학의 영역으로만 생각할 뿐, 한 사회 내에서 추락하고 주변화되는 집단들의 문제로 보지 못한다. 
 
물론 현재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정치 논쟁이 아니라, 노동, 언론, 환경, 여성, 인권, 복지, 이주 등등 수많은 영역에서 전문화된 운동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구 정당을 앞세운 사회 기득권 세력들의 파상적인 공격 앞에서 그 때 그 때 터지는 이슈 하나하나에 반대하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사회와 정치의 모든 현상들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매우 구체적인 종합적 사회 변혁의 대안들을 공동으로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겠지만, 그 이 전에 우리 머리 속 어딘가에 깊이 박혀져 있는 '모 아니면 도' 식의 낡은 사고의 틀, 그리고 그 틀의 기반인 어설픈 옛 학습 내용들을 과감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많은 지인들은 그래도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고 학생들도 보고 있으니 과격한 내용들이나 표현들을 자제하고 품위를 지키라는 조언들을 해 주기도 했다. 고매한 인격을 갖추지도 못 했는데 그런 품격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자기검열을 해야 하는 회의도 들긴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공간들은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앞으로도 소위 '품위에 맞지 않는 표현들'은 자제할 수 있겠지만, 품위에 맞지 않는 내용들은 자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자살, 빈곤, 불평등, 차별, 고용, 임금, 노동시간, 재해, 범죄, 부채, 인권, 복지 등등 거의 모든 지표들이 최악으로 후퇴하고 있는 현재,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권리 등이 기득권 집단들에 의해 노골적으로 공공연하게 파괴되는 현실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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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를 보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2/21 10:27
  • 수정일
    2016/02/21 10: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미국은 한국보다 자기 이익을 지킨다<기고>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를 보며 -장대현
장대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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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0  0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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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혀 다른 세상이 온다

   
▲ 2월 7일 북의 우주로켓 발사 이후 사위가 급변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월 7일 북의 우주로켓 발사 이후 사위가 급변하고 있다. 사드배치 실무협의 발표(7일) 개성공단 전면중단(10일), “미국 전략자산의 6개 핵심전력인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핵추진 잠수함, 핵추진 항공모함, F-22 스텔스 전투기, 해상사전배치선단(MPSS)의 지속적 투입(동아일보 2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북한붕괴, 흡수통일” 공개 발언, 중국 관영언론(환구시보)의 17일 “한국과 미국이 38선을 넘어 북침하면 중국도 관여할 것”이라는 논평 등 한국전쟁 휴전 당사자들 간 위험한 말과 행동이 상호 작용, 증폭되고 있다.

“만약 이대로 변화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대결의 기운은 점점 더 시뻘겋게 달아오를 것이며 3월 7일부터 장장 54일 동안 전개되는 사상 최대, 최고 수준의 한미합동 군사훈련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위험의 깊이, 폭발의 높이는 아무도 모른다. 아는 것은 하나,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한다는 것.

개성공단은 우주로켓을 쏘지 않았다.

<7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결정되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에서의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말했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 보고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개성공단 폐쇄 문제를 들은 바 없다”고 확인했다.(한겨레 2월 15일)>

그도 그럴 것이, 개성공단에서 작년에는 다섯 배, 지난 10년 동안에는 열 배 우리가 더 이익을 챙겼고, 유엔안보리대북제재위원회가 단 한 번도 개성공단을 제재대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으며, 남과 북의 하나 남은 공유, 소통의 공간이라는 점 등 때문에 4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조차 “개성공단의 안정적 관리”를 거듭 강조해 왔던 것이다. 이처럼 탄탄한 배경을 등에 업은 까닭에 사드 배치가 발표되던 그 날에도 개성공단은 살아남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3일 후, 상황은 급변한다.

세컨더리 보이콧과 개성공단 보이콧

   
▲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대북 강경정책 기조를 천명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9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연이어 통화했다. 그런 뒤 나온 게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었다.(중앙일보 2월 11일)> 북의 ‘우주로켓 발사 때문에’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게 아니라 ‘북의 우주로켓 발사 이후 있었던 두 통의 통화 때문에’ 개성공단은 전면 중단된 거다. 미국과 일본 중 우리 정부에 즉각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미국일 것.

여기까지는 언론의 행간을 통해 추론 가능하다. 그러나 전화로 어떤 조율이 오고 갔 길래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나왔는지는 둘로 갈린다. 첫째는 “미국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다. <정부의 이번 선제적 조치는 ‘우리는 개성공단을 닫았으니 미국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동하라’는 주문이다.(경향신문 2월 12일)> 둘째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세컨더리 보이콧 실현 가능성이 커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일한 대북 제재 수단인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미국의 독자 제재로 인해 써보지도 못하고 버리는 것보다는 선제적으로 사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조선일보 2월 11일)>

어떤 게 사실에 부합하는지 가리는 것은 부질없다. 둘째가 “우리가 세컨더리 보이콧하면 너희 개성공단은 어차피 닫아야 해”식의 직접 압박이라면, 첫째는 “너희가 개성공단 안 닫으면 우리 세컨더리 보이콧은 어림없어”식의 간접 압박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와 함께 하는 조치의 시작?

대통령 어법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인 개성공단 폐쇄로부터 일주일 여가 흐른 지금 국제사회의 반응은 벌써 명확하다.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이들(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외교장관 등과의)면담에서 안보리 결의와 관련,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전략적 셈법을 바꿀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효적인 ‘끝장 결의(terminating resolution)’가 돼야 한다면서 협조를 당부했다.(연합뉴스 2월 13일)> 현 정부가 창조한 새로운 용어 ‘끝장 결의’는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 결의”다. 자. 그럼 결과를 보자.

먼저 중국. <윤 장관은(...) 어렵게 이뤄진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중국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그러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안보와 관련된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주변국의 이해와 우려를 감안해 신중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한겨레 2월 12일)> 중국의 대답은 “사드 배치 반대”인 거다.

다음은 러시아. <러시아 외무부는 한러 외교장관 회담 관련 언론보도문을 통해(...) “러시아 측은 모든 관련국이 인내심을 유지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동들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월 13일)> “사드 반대”로 해석할 수는 있어도 “끝장 결의”는 없다.

미국과 한 몸으로 돌아가는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카메라 앞에 나섰다(...) 여러 대북 제재를 쏟아낸 것 같지만, 사실상 별 효과가 없는 상징적인 조처들뿐이었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는 계속해가고자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한겨레 2월 12일)>.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새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15일 보도했다.(통일뉴스 2월 15일)>. 독자제재의 모양을 갖춰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한국에 영향력의 밧줄을 거는 동시, 대북 관계의 끈도 유지, 정세의 변화무쌍함에 대비하고 있는 거다.

정부가 동아줄처럼 의지하는 미국은 어떤가. 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 등을 미국이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유례없이 강력한 독자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 그래서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하지만 제재의 핵심인 ‘세컨더리 보이콧’이 의무 조항이 아니고(...) 때문에 이란에서처럼 ‘치명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조선일보 2월 11일)>

미국 의회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넣되 그 적용 여부는 행정부에 슬쩍 떠넘기는 줄타기 입법을 했다. 북과 거래하는 기업 가운데는 중국이 많은데, 한데 엮여 돌아가는 미.중 간 경제를 볼 때 중국 업체를 제재할 경우 미국 경제도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의회가 자본의 눈치를 본 결과다. 우리 정부는 다섯 배, 열 배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개성공단 보이콧을 강행했는데 미국 의회는 세컨더리 보이콧 앞에서 주판알을 튕겼다. 그렇다면 행정부는 과연 총대를 멜까?

<윤 장관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배경과 기대효과를 설명했고, 우리 정부의 결정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조치와 상호 추동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고 했다. 케리 장관은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대해 “매우 용기 있고 중요한 조치”라면서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연합뉴스 2월 13일)> 이게 어찌된 일인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틀림없이 관철하겠다, 그런 다짐은 없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력한 독자 제재를 취해 나가자던 그 얘기는 어디 갔을까.

물론 단정은 이르다. 장차 미국 정부가 북과 거래하는 기업들, 중국 업체도 예외 없이 강력 제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중국이 국영은행인 중국은행을 통해 북한의 대외 금융 사업을 총괄하고 외국환을 결제하는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런데 2014년 6월(...) 러시아는 러시아 은행에 북한이 계좌를 개설하고 두 나라 간 무역 결제를 루블화로 하는데 합의해줌으로써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프레시안 2월 15일)> 효과는 별로 없고 전선만 러시아로 확대된다. 유럽과 중동에서 첨예한 군사대치 상태인 러시아에게 “북 제재에 동참해 달라” 입이 떨어질까. 러시아가 응할까. 중국과 피 흘려 싸운 다음 결국 러시아와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는, 그런 정치적 선택을 미국이 할까.

미국의 이익이란 잣대로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의 장래를 들여다보는 눈치는 우리 수구언론이라고 왜 없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외친다. <미국은 이란에 했던 제재의 10분의 1도 지금까지 북한에는 하지 않았다는 전문가의 지적까지 있다.(동아일보 2월 11일)>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어떤 제재도 성공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과 갈등을 피하려고 뒤로 물러난다면 북의 핵미사일이 언제 미 본토를 겨냥할지 모른다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조선일보 2월 11일)> 북의 핵미사일을 가지고 미국을 겁박하는 수구언론의 ‘진정성’에서 미국의 이중성이 툭 불거진다.

우주로켓 불허, ‘강자의 논리’ 또는 ‘전쟁의 논리’

   
▲ 인공위성 광명성4호는 미국 상공을 지나는 궤적을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 N2YO.com]

지난 7일 오전 북이 발사한 우주로켓 “광명성4호는 루이지애나·아칸소·미주리·아이오와·미네소타주 등 미국 본토 상공을 관통하는 궤적을 보이고 있(동아일보 2월 9일)”으며 “폭스뉴스는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 7일 쏘아 올린 위성이 현재 궤도에서 안정된 상태(뉴시스 2월 10일)”다.

우주로켓으로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실어 나른 것이 분명한데도 유엔은 다음날 즉각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도발에 상응하는 ‘중대한 조치(significant measures)’를 이른 시일 안에 채택하기로” 한다. 작년 12월 21일 미국 기업 일론 머스크가 우주로켓(팰컨9)을 쏴 올린 것, 러시아 국방부가 북 발사와 거의 동시(현지 시각 3시 31분)에 우주로켓(소유즈-2.1b)을 발사한 것 등에 보인 반응과는 천지차이다.

<안보리는 북한이 비록 위성 또는 우주발사체로 규정했지만, 이번 발사는 명백히 핵무기 운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것이며, 이는 4차례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연합뉴스 2월 8일)>

첫째, 핵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안보리상임이사국 자신들이 핵무기 대량보유국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둘째,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데, 이것이 바로 ‘강자의 논리’다. 이를 옳고 그름으로 분류하는 것은 순진하다. 또한 강자의 논리는 북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미 미사일지침’에 따라 우리는 사거리 800킬로미터 이상 비행하는 어떠한 미사일도 개발할 수 없다. 우리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면 “부르는 게 값”인 국제 우주로켓 시장에서 꼬박꼬박 사다 써야 하는 거다.

그런데 북에는 강자의 논리 외에 ‘전쟁의 논리’가 추가된다. 북 4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첫 번째 대응이 국무장관의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었다면 북 우주로켓에 대한 미국의 1차 반응은 대통령의 텔레비전 인터뷰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방송된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북한(미사일)이 미국의 기관이나 미국민에게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조선일보 2월 8일)>

이처럼, 그들이 북의 우주로켓과 미사일을 구별하지 않는 것은 북과 미국이 국제법(휴전협정)의 ‘보증’ 하에 지금도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 상공을 지나가는 북의 우주로켓이 언제든 핵을 싣고 자기들에게 육박할 수 있는 미사일로 인식되는 것, 이것이 바로 전쟁의 논리다.

북 우주로켓 때문에 불가피 사드 배치?

북이 우주로켓을 발사한 지난 7일은 미국이 공언한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중국 등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채 한 달을 넘기고 있는 시점이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공통된 DNA 즉, ‘강자의 생리’를 득득 자극, ‘강력한 대북제재’를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미국에게 온 거다. 그런데도 그들은 전혀 다른 행보, 즉 중국과 러시아가 펄펄 뛸 일을 먼저 벌인다. 대북제재, 즉 그들의 언어로 “북의 핵과 미사일을 저지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국익이 있는 거다.

북 우주로켓 발사 당일 오바마 대통령은 CBS와의 인터뷰(7일 녹화, 8일 방송)에서 “미사일 방어망 확충을 위해 한국과 처음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미국이 진정 전하고 싶은 말은 “처음으로”다. 사드배치의 알리바이가 북 우주로켓이란 거다. 그리고 다음날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향후 일정을 못 박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조치(사드 배치)가 최대한 빨리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 말했다.(조선일보 2월 11일)>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없었으며 결정도 안 내렸다.” 사드 3원칙에 불안하게 기대섰던 우리 정부를 쿵, 자빠뜨린 거다.

정말 그런가. 북 우주로켓 때문에 정말이지 사드는 불가피한가. 아니다. <한·미 당국은 지난해 비밀 채널을 만들어 사드 배치 실무협의를 했으며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일보 2월 11일)> 사드배치는 북이 우주로켓을 발사한 2016년 2월 7일 훨씬 이전에 미국이 벌써 마음먹은 것이다. 바로 이 점이다. 미국의 알리바이를 믿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드재앙은 진짜 온다. 사드가 미국의 이익 때문에 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드를 막을 가능성도 커진다.

사드는 미국식 정명가도

   
▲ 사드가 북의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무기가 아니라는 점은 널리 알려지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사드가 북의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무기가 아니라는 점은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 중 인상적인 하나를 소개한다. <핵미사일을 요격해도 문제다. 요격 지점인 미사일 낙하 구간은 어차피 남쪽 영공이다.(중앙일보 2월 10일)> 사드로 핵미사일을 명중시키는 행위는 머리 위에서 핵을 터뜨리는 거란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사드는 결국 일본(의 미군기지)과 미국을 위한 거다.

우리 땅 평택미군기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해외군사기지이자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미군기지다. 그런 곳에 사드를 설치하면 “사드의 레이더 탐지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대륙 깊숙이 들어가고(왕이 중국 외교부장 13일 발언)” 그리하여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친다.

사드의 중요부품인 엑스밴드 레이더의 2천 킬로미터 탐지범위 안에는 중국이 미국, 일본과 전략적 군사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축적한 각종 미사일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사일의 배치와 운영은 물론 시험 발사되는 미사일의 궤적 등을 미국은 빠짐없이 차곡차곡 기록, 분석한다. 그 모든 작전의 궁극 목표는 중국 미사일에 대한 실질적 요격능력이다. 미국이 그런 능력을 착실히 쌓아 나가는 자체가 동북아 전략적 균형의 붕괴이며, 그런 능력의 발전은 중국의 국가적 재난이다.

자, 이제 분명해진다. 미국이 우리에게 윽박지르는 것은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가 아니며, 그 운용비용만도 아니다. 중국을 치러가는 길, 정명가도다.

난처한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해보려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적인 면으로 보면 평택 배치가 맞지만, 중국 코앞에 있는 서해안 도시에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중국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동해안 쪽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조선일보 2월 11일)>

그러나 정부의 언론 플레이는 오래 가지 못한다. <문(국방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은 한국 기준인가 미국 기준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 쪽 (군사적 효용성) 기준을 가장 중요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한겨레 2월 16일)> 이제 중국은 우리 한국을, 유방(중국)을 살해할 목적으로 칼춤을 추던 항우(미국)의 수하, 항장이라고 공식 거명한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동북아 전쟁 위기로

   
▲ 미국 본토의 패트리엇 부대가 한반도에 첫 순환배치형식으로 전개됐다. 사진은 지난 8일 미군 수송기에서 패트리엇 장비가 내려오는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3월 7일부터 벌어지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이전과 다르다. 먼저 미국이 다르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이번 대대적인 대(對) 한반도 화력 집중계획은 주한미군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미 본토의 정책 결정권자들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동아일보 2월 17일)> 핵무기 투발수단을 모조리 투입하고, 인원도 최대로 확대하며, 대대적인 상륙훈련에, 참수작전도 연습한다. 무려 54일 동안 그런다.

우리 정부도 이전과 다르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남한 국가원수 입에서 ‘(北) 체제 붕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방법론 유무를 떠나 국민과 국제사회를 향해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동아일보 2월 18일)> 그리고 북도 다르다. <북한이 ”미국의 도발적인 북침전쟁책동은 자기를 파멸의 구렁텅이에 들이미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미국을 향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같은 날 같은 신문)>

그리고 또 하나 다른 게 있다. <(환구시보)는 17일 미국과 한국이 38선을 돌파해 북한에 전면적으로 군사행동을 취한다면 중국이 군사적 개입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한겨레 2월 18일)>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17일 “미국이 핵심 전력을 한반도에 배치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중국과 러시아가 맞대응할 수도 있다”며 “그럴 가능성에 대비해 OPT(한·미 공동작전기획팀)를 지난주부터 가동했다”고 전했다.(중앙일보 2월 18일)>

전쟁 대 평화, 당연히 평화로

미국의 미.일 안보가이드라인 개정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해석개헌으로 일본은 이제 미국과 함께 한다는 명분만 있으면(즉 미국이 용인하는 한)세계 어디에서도 선제적 무력공격을 할 수 있다. 그 미.일동맹의 얼굴로 일본은 한반도 진출을 모색한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그런 일본에게 더없이 좋은 무대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의 맞대응이 예상된다니, 일본이 끼어들 여지는 더욱 넓어졌다.

미.일동맹이 우리에게 주문하는 것은 정명가도, 즉 맨 앞에, 가장 위험한 데 서있으라는 거다. 안 된다. 한.미.일 덩어리에 섞이면 우리는 지금 받는 미국의 영향력에 더하여 일본의 아랫자리에 들게 되며, 중국과 러시아의 표적이 된다. 그 와중에 북과도 점점 멀어진다.

자, 이제 출구를 말하자. 북의 핵실험과 미국의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 그리고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 한쪽은 그렇게 하잔다. 이제 한쪽만 마음을 바꾸면 된다. 전쟁연습과 전쟁위기의 3-4월을 맞을 것인가 평화와 대화의 봄을 맞을 것인가. 국민이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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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창궐한 낙동강... 하루 빨리 수문 열어라

 

[현장] 강정고령보·달성보에서도 떼죽음

16.02.19 17:31l최종 업데이트 16.02.19 17:3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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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뭇생명들을 잡아먹는, 더 나아가 4대강을 죽이고 있는 저 거대한 보를 걷어내고 강을 다시 흐르게 하라!!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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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칠곡보뿐만 아니라 낙동강 전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며칠 동안의 낙동강 현상조사에서 칠곡보 아래쪽인 강정고령보와 달성보에서도 강준치의 죽음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칠곡보에서 확인된 강준치 떼죽음의 원인처럼 이들의 죽음도 기생충에 의한 폐사로 보인다. 손운목 경상대학교 의대 기생충학교실 주임교수는 "강준치의 몸속에서 기생충이 너무 자라서 장기들이 수축됐고, 그로 인한 영양결핍 등에 의한 폐사"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생충이 달라붙은 채 죽은 강준치도 보이고, 아가미 아래쪽에 기생충이 빠져나간 자국인 큰 구멍이 뚫린 채 죽은 강준치도 목격했다. 강의 부분 조사에서만 확인된 폐사한 강준치가 이 정도이다. 낙동강 전역을 모두 조사해보면 폐사한 강준치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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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보 하류에서도 강준치들이 떼죽음 당했다. 50여 미터 구간에서 11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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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만난 '낙동강 기생충'. 물고기 몸에 달라붙은 녀석부터 몸밖으로 완전히 나온 기생충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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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구미보 상류에서는 강준치 몸속에서 빠져나온 기생충도 목격됐다. 강의 상하류를 가릴 것 없이 낙동강 전역이 기생충으로 오염된 것이 아니냐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생충이 창궐해 강준치가 떼죽음 당하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환경 당국의 진단처럼 수치상 수질의 특이사항이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물고기 떼죽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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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마리의 강준치에서 저렇게 많은 기생충이 나왔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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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말한다.

"옛말에 고인 물에는 기생충 같은 것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의성(醫聖, 명의를 뜻함) 히포크라테스도 고인 물을 먹으면 이자와 아랫배가 부풀어 오른다고 했다. 그것이 지금 생각하면 기생충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떼죽음 당한 강준치도 기생충 때문에 배가 부풀어 올라 죽은 것을 보면 결국 강이 흐르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인 것 같다."   

결국 흐르지 못한 강에서 수생태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예전에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생충 창궐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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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보에 막힌 낙동강. 보에 흘러나온 거품이 띠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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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4대강사업이 완료된 지난 2012년 이후 낙동강은 거대한 보로 막혔고, 정확히 그해부터 녹조 현상이 시작됐다. 녹조 현상은 해가 갈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겨울 녹조까지 등장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큰빗이끼벌레라는 외래종 태형동물도 창궐했다. 그것에 더해 이번에는 기생충이 창궐했고, 그로 인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 또한 강 주변에서 기생충이 섞여 있는 배변을 발견하기도 했다. 배변의 크기로 보아 야생동물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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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동물이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를 먹었는지, 배설물에 기생충이 섞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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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자가 낙동강 기생충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은 지난해 여름이다. 구미에서 조업을 하던 낙동강 어부를 통해서 처음 접했다. 당시 낙동강 어부는 말했다.

"기생충을 처음 보면 꼭 창자가 늘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잘 보지 않으면 몰라요. 자세히 확인해보니 기생충이었어요. 3년 전부터 봐왔어요. 그래서 이제는 척 보면 알아요. 고기는 말랐는데 배는 불룩 튀어나와 있으면 십중팔구 기생충이 들어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는 기생충으로 인한 강준치의 떼죽음도 이미 예견했었다.

"예전에 사람 몸에 기생충이 유행할 때를 떠올려보면 기생충이 있는 사람은 몸이 바짝 마르고 마른버짐이 피고 하잖아요. 딱 그것과 같아요. 기생충이 영양을 다 빼앗아 가버리니 물고기는 마르고 비실비실 힘이 없어지지요. 그래서 이번에도 떼죽음한 것이겠지요."

인간이 살기 위해서도 강은 되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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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밖으로 기생충이 삐져나온 채로 비실비실대며 돌아다니고 있는 강준치. 죽음이 임박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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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는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4대강사업 이후 강이 심각하게 변하고 있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녹조나 큰빗이끼벌레,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되는 기생충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이전에도 조금씩은 다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것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것입니다. 지금 낙동강은 기생충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보에 막혀 흐르지 못하는 물이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강을 의지한 채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온 어부의 증언이다. 그는 누구보다 강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어부는 "강이 죽어간다"고 했다. 

"강을 살리려면 다른 무엇보다 강의 흐름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강이 살고, 그 안의 물고기도 살고, 우리 같은 어민들도 산다." 

낙동강은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이다. 강이 살아야 결국 인간도 살 수 있다. 하루속히 4대강 보의 수문이 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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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배를 갈라보니
MB에게 바치는 '떼죽음 강준치 선물세트'
"굉장히 커" 낙동강 기생충, 따져 보니 4대강사업 탓

덧붙이는 글 |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지난 7년 간 낙동강의 모습을 담고 있고, 4대강 재자연화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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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놀랐던 ‘역대 최강 대북제재’ BDA···이젠 왜 못하나?

[주말기획]미국도 놀랐던 ‘역대 최강 대북제재’ BDA···이젠 왜 못하나?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미국 재무부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했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전경.  |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했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전경. | 연합뉴스

대북제재가 거론될 때마다 국내에서 매번 등장하는 단어가 ‘BDA(방코델타아시아)식 제재’다. 북한이 최근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한 이후 이번에도 어김없이 “미국이 이번에는 BDA식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BDA식 제재는 북한의 명줄을 끊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도대체 BDA식 제재는 어떤 것이었길래 이처럼 ‘대북제재의 전설적 존재’가 된 것일까.

이 제재 원리는 간단하다. 미국이 세계 금융패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개인·단체는 미국과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과 거래를 못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금융기관은 사실상 전 세계에 없다. 따라서 각국 금융기관은 이를 피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를 끊게 되고 이 같은 ‘세컨더리보이콧’ 효과로 북한은 국제 금융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없어 돈줄이 마르게 된다.

미국도 놀란 제재 효과

사실 BDA 사태는 미국이 북한에 직접 제재를 가한 결과가 아니었다. 미국이 한 것이라고는 2005년 9월 마카오에 있는 소규모 은행 BDA를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유통에 이용된 혐의가 있는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고, BDA와의 거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를 관보에 게재한 것이 전부였다.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일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미 재무부의 발표가 나오자 각국 금융기관은 미국과의 거래가 막히는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BDA와의 거래를 끊었다. BDA에 계좌를 갖고 있는 예금주들은 앞다퉈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마카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뱅크런’을 막기 위해 BDA의 계좌를 전부 동결시켰다. 이 은행에 있던 북한 소유 계좌 50여개의 자금 2400만달러도 동결됐다.

또한 각국 금융기관은 그동안 거래해온 북한 은행들의 계좌를 폐쇄하고 북한과의 거래를 피했다. 북한 은행들은 새로운 계좌를 만들 수도 없었다. 이로 인해 북한은 합법적 금융 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국제 금융네트워크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북한은 현금을 싸들고 다니며 거래를 해야 할 판이었다. 당시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차관은 “북한과의 거래 위험성을 알게 된 각국 정부, 기관, 개인이 자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면서 일종의 ‘눈사태’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을 제재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유통과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자국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단속’을 한 것이어서 다른 나라들이 이의제기를 하기도 어려웠다. 또한 일반 국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단순한 경제제재와 달리 이 같은 금융제재는 북한 지도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미국이 “드디어 북한의 약한 고리를 찾았다”면서 크게 환호한 것은 당연했다.
 

2006년 12월 방코델타아시아 계좌 동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2006년 12월 방코델타아시아 계좌 동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BDA 여파로 중단된 6자회담

북한은 국가의 돈줄이 마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비명을 질렀다. 북한은 미국의 조치가 핵폐기를 약속한 9·19 공동성명 합의와 동시에 나온 것을 지적하며 “미국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BDA에 묶인 자금을 돌려받기 전에는 핵협상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북핵 6자회담은 ‘역사적인’ 9·19 합의를 이뤄내고도 1년 이상 열리지 못했다.

결국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2007년 7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그해 10월 첫 핵실험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위기 국면이 조성되자 미국은 BDA 문제를 풀어주고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켜 비핵화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돈을 돌려주는 것은 동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북한은 미국이 국제금융망을 통해 돈을 송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제대로 금융기능이 작동하는지 시험해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어느 금융기관도 북한 자금을 중개하려 하지 않았다. 불법 자금이 섞여 있는 돈을 취급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북한 자금을 중개해줄 은행을 찾기 위해 미국은 동분서주했다. 중국의 은행도 중개를 맡으려 하지 않자 미국 정부는 자국의 한 은행에 협조 요청을 했다. 이 은행은 면책 특권이 명시된 정부 문서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자신들이 중개를 맡을 것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계획을 철회했다. 한국의 수출입은행과 개성공단에 개설된 우리은행 등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각국의 중앙은행을 통해 이 자금을 북한에 옮겨주는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됐다.

마카오당국은 합법과 불법 자금이 섞여 있는 50여개의 계좌를 하나로 만들어 이를 뉴욕의 연방준비은행으로 보냈고 미국은 이를 다시 러시아 중앙은행으로 송금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북한의 휴면계좌가 있는 러시아극동은행으로 이 돈을 보냈고 북한 대동은행을 거쳐 최종적으로 조선무역은행에 입금됐다. 미국이 불법과 합법 자금을 섞어 하나의 계좌로 만드는 ‘돈세탁’을 눈감아 주고 정부 산하의 중앙은행까지 동원한 끝에 간신히 돈을 돌려줄 수 있을 정도로 한번 가해지면 어느 누구도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비가역적 조치’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지금도 BDA식 제재가 유효한가

BDA 계좌동결로 북한이 엄청난 타격을 입은 이유는 자신들의 계좌가 국제금융망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이후 북한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비를 했다. 대부분의 계좌를 중국으로 숨겼고 금융결제도 소액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피한다. 따라서 지금 BDA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해도 북한이 당시처럼 큰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금 BDA식의 제재를 가할 경우 사실상 중국의 기관·단체가 그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10년 전에도 미 재무부는 중국의 많은 은행들이 북한의 불법자금을 취급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중 가장 ‘별볼일 없는’ BDA만을 시범 케이스로 골랐다.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금융기관들도 상당수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하며 협조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경제적 파워나 국제적 위상은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도 상호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제재의 피해가 부메랑처럼 미국에 돌아갈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이 ‘세컨더리보이콧’ 조항이 포함된 대북제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방식의 제재는 군사적 수단을 제외하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여서 함부로 뽑기 어렵다.

북한의 범죄활동과 불법자금을 추적해 BDA를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자문관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미 하원이 BDA 방식과 같은 대북제재법안을 추진할 때 청문회에 출석해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2005년 당시 중국은 자국 기관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해 매우 실무적으로 반응했다”면서 과거와는 위상이 크게 달라진 중국이 지금도 피해를 감수하고 협조할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또 “BDA식 제재를 가하려면 먼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resolution)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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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현정부에선 끝났다…DJ이전으로 후퇴”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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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6/02/20 08:58
  • 수정일
    2016/02/20 08:5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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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29]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새해 들어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 1월 6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에 이어 2월 7일에는 로켓을 발사해서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고 정부는 그동안 남북의 평화·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10일 잠정 중단했고 다음날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기업의 자산 동결을 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임금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쓰여서 개성공단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하루만에 말을 바꾸면서 명분이 사라졌다. 사실 개성은 북한의 군사시절이 있었지만 공단조성으로 이것이 뒤로 물러나 남북대치 국면에서 완충 작용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개성공단 폐쇄로 경제는 물론 안보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한 해석과 전망이 궁금하여 지난 17일 군자역 근처에 위치한 카타콤 카페에서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만났다. 다음은 임 백 정책실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 이영광 기자

“남북접촉 마지막 창구 폐쇄…DJ 이전으로 돌아가”

- 지난 7일 북한의 로켓 발사부터 10일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과 11일 북한의 폐쇄까지 일련의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한마디로 얘기하면 남북이 강 대 강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아시다시피 우리 정부는 화해 협력의 상징이라고 여겨왔던 개성공단을 중단했고 이에 북한은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하고 다시 군사기지화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재까지 남북이 접촉하고 교류하는 마지막 창구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이 끝났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 이전으로 남북관계가 돌아갔죠.” 

- 7일 북한이 쏜 것에 대해 한쪽에서는 미사일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로켓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뭔가요?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정부를 포함해서 미국과 서방에서는 그게 바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미사일 실험으로 보는데, 말은 다르지만, 실질적인 기술로 들어가면 저 꼭대기에 무엇을 다느냐는 차이밖에 없고, 그 밑의 기술은 거의 같기 때문에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했지만, 우리 정부나 미국 쪽에서는 그게 미사일 기술을 개발시킬 거라고 얘기해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죠.” 

- 하지만 인공위성이 잡힌다잖아요.

“일단 미국의 기사를 보면 처음엔 잡혔지만, 나중에는 불안정했다고 하니까 인공위성이 궤도까지는 쏘았다는 것까지는 제가 볼 때 확인된 것 같은데, 그다음의 기술이 인공위성 같으면 궤도를 안정되게 돌면 일단 성공한 건데 불안하다니 좀 더 기다려 봐야 하고, 만약 이게 미사일 기술로 되려면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와야 목표를 맞추잖아요. 그러나 그 실험은 이번에 포함 안 된 거죠.” 

   
▲ CNN은 8일(현지시각)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축하했다”며 “UN의 비난을 받으며 불꽃놀이도 함께”라고 전했다.

- 원인은 7일 북한의 위성 발사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이게 처음 아니잖아요. 지난 10년 걸쳐서 한 세 번 정도 핵실험도 하고 미사일도 쐈죠. 그때마다 소위 유엔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해서 더 이상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 제재가 사실은 성공하지 못했죠,

결과적으로 봐서 그러기 때문에 이번에 네 번째 실험할 때도 우리 정부는 계속 북쪽에 경고를 했지만 실패해서 우리 정부는 중대한 안보 상황으로 판단하고 이런 조처를 내린 것 아닙니까? 근데 문제는 이렇게 하다 보니까 오히려 안보가 불안해진 상황으로 왔단 말이에요.

북한이 국제 규범을 어겼기 때문에 제제를 안 할 수는 없죠.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같은 과격한 조처를 하기 전에 북한이 진짜 미사일과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대북정책은 우리 정부가 고려하지 않았는지가 안타까운 거죠.” 

- 개성공단이 있음으로써 군사시설이 뒤로 물러난 것으로 아는데 이번 조치로 그게 전진 배치되면 오히려 안보위기를 높이는 것 아닌가요?

“현 개성공단에 북한 군대가 주둔해 있었고 또 그 전 한국전쟁 때를 생각하면 바로 개성공단으로 해서 문산, 서울로 공격해 온다는 공격로로 간주하였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공단이 생기면서 북쪽 군대가 뒤로 철수한 것은 사실입니다.

군대가 뒤로 물러났단 얘기는 만에 하나 북이 남을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때 우리 군대가 관찰할 수 있고 포착해서 사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 의미가 굉장히 큽니다. 소위 말해서 전쟁을 억제하고 조기에 조치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거거든요. 근데 만약 이게 앞으로 오게 되면 그런 시간을 잃어버려서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해야죠.” 

   
▲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남북간의 긴장관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빌딩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아웃도어 의류 등이 긴급처분 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그건 통계로 보더라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124개, 그 기업들과 관련된 협력업체가 5천 개 그리고 그와 관련된 근로자가 10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해요. 그러면 이 숫자 만 보더라도 우리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는지는 알 수 있죠.

그리고 북은 임금으로 연 1억 불 정도 가져간다고 하는데 그에 비하면 남쪽의 경제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라서, 전반적으로 남쪽의 중소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손해를 본 것이죠. 더군다나 지금 한국 경제가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고 세계 경제도 나쁜 상황에 그것까지도 덮쳤기 때문에 아마 중소기업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홍용표 발언 자꾸 번복, 폐쇄 명분 잃어…국민 의심 자초”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북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로 쓰였고 증거도 있다고 말했다고 하루 지나 말을 바꿨어요.

“이건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첫 번째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우리 정부의 목적이 그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여 더 이상 그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했다는 주장이 이번 폐쇄 명분인데 장관이 그걸 번복해서 명분이 많이 사라진 거죠. 물론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지만 이미 그런 명분에 대해 국민이 상당히 의심하게 됐다는 얘기죠,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국무위원이 말을 바꾼다는 얘기는 우리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신뢰를 줄 수가 없죠. 이 두 문제에 대해 남북 간 문제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았나 하는 평가를 할 수 있어요.” 

- 어제(16일) 박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어떻게 보셨어요?

“박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과거 방식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도 없고 핵과 미사일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주도로 국제적 공조를 통하여 북한을 제재와 압박을 가해 북을 변화시키겠다’는 게 골격이라고 봐요.

바로 이 말은 남북문제가 이제 군사적 대치로 더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러나 군사적 대치로는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거든요. 오히려 더 공고히 되어 위협만 가중되고, 그러면 전쟁 위험은 더 높아지는 안보불안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제재와 압박 등 강경정책 아니었나요?

“바로 그거죠. 그래도 개성공단은 남겨두고 그걸 근거로 해서 남북이 접촉할 수 있는 걸 찾겠다는 게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이라든지 통일 대박론도 내용은 다르지만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데, 개성공단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압박과 제재 밖에 안 남은 거죠. 그것은 군사적 제재 밖에 안 남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실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핵실험이 비교적 안 이뤄진 건 햇볕정책의 성과 아닌가요?

“이 정부는 그걸 부인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먼저 북핵을 용인하지 않고 두 번째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세 번째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서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했어요. 북한이 처음 핵실험 할 때도 노무현 정부에서는 쌀 지원을 중단하는 등 나름대로 제재를 했죠. 그러나 앞서 얘기한 대로 개성공단은 마지막 보루이고 접촉의 통로라서 이것은 가지고 갔어요.

   
▲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지난 17일 군자역 근처에 위치한 카타콤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기자

그러나 결국 지금 와서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 안 됐으니까, 돌아보면 그게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군사 일변도가 아니고 대화와 협력을 병행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거든요. 남북 정상회담 때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종전선언 같은 것도 제안했잖아요. 종전선언을 단순하게 남북 간 전쟁상태를 끝내자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저희가 생각했던 핵심적인 것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죠. 결과적으로는 북한 핵·미사일과 평화협정을 맞바꿔서 해결하는 계획이었어요, 이런 게 있으면서 가야 기회가 오는데, 보수정부가 들어와서는 그런 기회는 완전히 버리고 군사일변도로 가니까 이게 해결되기보다는 불안이 가중된다는 평가를 할 수 있죠.” 

“핵무장론 감정적, 국제 제재 들어오면 우리 경제 거의 무너져”

-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을 주장했지만, 현재 대북정책은 그것과 정반대예요. 그럼 정책이 바뀐 건지 아니면 말만 그렇게 한 건지 의문인데.

“그렇죠.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접촉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는 정책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이고 그것을 위해 독일에 가서 드레스덴 선언을 한 거지요. 어제 연설에도 그런 연장선 속에서 정부는 노력했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들어가 보면 구체적으로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 그리고 통일을 위한 남북 간 협력을 한 게 구체적으로 뭐가 있었는지 찾아보기 어렵거든요. 오히려 남북의 갈등, 대치, 저쪽에 대한 압력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했죠.

그러나 완전히 과거와 같은 방법은 안 하겠다고 했으니까, 정부 스스로 통일대박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제 끝장났다고 선언한 거죠. 저는 이 정부에서 굉장히 큰 변화가 없으면 그런 정책이 나오기는 어렵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더 고민인 거죠. 그러니까 이제 군사적 대치를 완화할 수 있는 대북정책을 생각해야 하는데 문을 닫아버려서 안타깝죠.”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의 도발에 따른 안보 위협과 관련해 정치권의 협조와 국민 단합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참여정부 말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어요. 너무 늦게 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요. 왜냐면 임기 말에 하고 정권교체가 되어 새 정부는 그걸 무시해서 성과가 없었는데.

“그렇죠. 참여정부 말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10.4 정상선언에서 아주 여러 가지 남북 협력 사업을 약속했는데, 정권 말이다 보니 문제는 그다음 정부에서 그것을 이어받느냐 아니냐에 대해 토의를 많이 했어요.

그러나 이게 노무현 정부 때 그냥 갑자기 생긴 게 아니고 그 안에 합의된 것은 과거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남북 간 해왔던 것을 거기에 집대성한 것으로, 이 문제는 새로운 보수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큰 줄기까지 없어지겠느냐는 생각도 했죠.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도 ‘그런 우려도 있지만 한 발자국 내디뎌야 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죠.

사실 우리가 남북관계를 길게 보면 기본합의서부터 시작해서 비핵화 선언, 6.15 공동성명, 그리고 10.4 정상선언으로 이어지잖아요. 그걸 보면 과거 정부 것들이 그다음 정부에 이행이 그대로 안 됐지만 길게 보면 그 선상에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그 선상을 벗어나서는 남북 평화 통일은 불가능하니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노무현 정부가 시행했던 남북정상회담, 그때 합의했던 10.4 정상선언은 남북관계 발전에 필요한 참고자료로 남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해요.” 

- 그렇게 보면 노태우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진척된 것 같아요. 노태우, 김영삼 정부는 새누리당 정권이라서 남북관계 파탄을 자기부정 아닌가요?

“그런 면이 있죠. 노태우 정부 때 북방정책이라든지 그 후 김영삼 정부의 한민족통일 방안 등은 후속 정부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연장 속에서 정책들을 개발해 온 것이거든요,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이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거기에 다 있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그 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도 일면 타당하죠.” 

- 새누리당에서는 핵무장론을 주장하는데

“지금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니까 감정적으로 우리도 핵을 갖자는데, 정책은 감정이 아니잖아요. 단순한 군사정책이지만 이게 미치는 효과는 엄청나게 크거든요. 지금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국제사회에서 이렇게까지 제재 하는데 우리가 개발한다고 하면 국제 사회가 당연히 제재를 하는 거죠. 북한은 고립되어 있어서 국제사회의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고 도와주는 중국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핵 개발한다고 하면 NPT 체제를 부정하는 거니까 국제 제재는 분명히 들어올 것이고 특히 핵확산을 가장 싫어하는 미국이 가만있겠냐는 거죠. 그렇게 되면 한미 간의 관계에 충격이 올 것이고, 우리 대외무역은 경제의 80%를 차지하고 있잖아요. 이런 나라가 만약의 경우에 북한과 같은 제재를 받게 되면 우리 경제는 거의 무너질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외교적으로나 한미동맹이나 경제적인 측면이나 다 종합해서 계산해야 해요. 그래서 핵 개발 주장은 감정의 문제이지, 국가안보와 경제를 생각하고 주장한 것인지 의심을 하게 되죠.” 

“새정부 들어서 재가동 들어가도 기업들 설득 쉽지 않을 것”

- 북한을 제재하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데 지금 샤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관계가 틀어지는데.

“많은 전문가가 북한을 변화시키고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 에너지의 7~80%가 중국에서 들어가고, 북·중 간 무역이나 경제협력이 엄청 커졌으며 식량도 중국에서 들어가기 때문에 중국이 나서서 압력을 넣으면 될 것으로 봐요. 그걸 다 차단하면 북한은 어려울 거예요. 그럼 중국은 그걸 왜 안 하느냐면 중국은 북한이 붕괴하면 중국은 안보이익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국을 설득하고 협력하면서 북한에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건 중국과 협력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군사적으로 가게 되면 중국이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거죠. 예를 들어 북핵에 대비해 우리가 샤드를 배치하겠단 협상을 시작했잖아요, 그것만 보더라도 중국은 샤드 배치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위협하기 위해 가져온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을 설득하기 어렵게 된 것이죠. 그래서 남북문제와 군사적 문제는 잘못 하게 되면 지금처럼 미·중 문제로 확대되고, 그러면 동북아 지역이 다시 예전 냉전 시대처럼 중국·북한 한국·미국 대치하는 문제로 갈 가능성이 많아서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대중국 외교에 굉장히 어려움을 가져와요. 잘못하면 핵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군사적 긴장이 강화되는 쪽으로 가니까 굉장히 조심해야 해요.” 

   
▲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 부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이 2015년 11월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야당의 대처는 어떻게 보세요?

“야당은 일단 개성공단 폐쇄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이고 우려하는데 그건 예상 가능한 것이 죠. 그러나 저는 야당이 진짜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서 국민에게 잘 설명해 주면 좋겠어요. 항시 야당은 안보문제에서 보수 정부에게 당한다는 피해망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의 경우에는 북한이 분명히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해서 유엔 결의를 어겼으니까 나름대로 제재를 가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내놔야죠. 저는 단순하게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이 아니라 좀 더 복합적인 설명을 내세워서 당당하게 국민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고,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해서 주장하면 좋겠어요.” 

- 이번 개성공단 폐쇄가 제2의 금강산 관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어제 박 대통령 연설을 보면 과거 방식으론 안 하겠다는 게 정부 정책이라고 보면 과거 화해. 협력 정책의 상징이 개성공단이었는데 그걸 할까요? 그래서 이 정부에서는 굉장히 큰 변화가 없으면 개성공단도 끝난 거죠.” 

- 이렇게 가면 정권교체가 되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기업들이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 더 큰 문제 같아요.

“네. 저도 동의합니다. 정책은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재산이 날아가 버린다면 어느 기업이 정권을 믿을까요? 이제 대북 경제관계에서 기업인들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진 거죠. 저는 새 정부가 들어서 재가동한다 하더라도 그땐 기업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기업인들을 설득하기 어렵고, 국가적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겠지요.”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8월5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구간 철도복원 기공식'에 참석해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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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 앞두고 공동구호 발표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 앞두고 공동구호 발표
 
 
 
nk투데이 이동훈 기자 
기사입력: 2016/02/20 [02:35]  최종편집: ⓒ 자주시보
 
 

북한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강성국가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 구호를 필두로 약 350여 개의 구호를 발표했다.

 

조선노동당이 발표한 공동구호를 통해 북한이 추구하는 정책방향과 주요 과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조선노동당은 이번 구호에서 가장 먼저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를 잘 치를 것을 강조했다.

뒤이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고 사상을 배우고 유훈을 계승하자는 내용이 뒤를 이었다.

 

이후에는 당을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는 내용을 시작으로 당의 유일영도체계 강화, 규율 강화 등 체제 강화를 위한 내용과 "위대한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하자" 등 인민을 위해 복무하자는 내용이 강조되기도 했다.

 

공동구호에는 경제적 과제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었는데 "나라의 전력생산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내용을 필두로 전력, 석탄, 금속, 철도 및 운수, 광업, 체신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한 과제를 제사했다.

 

이어 농업전선이 사회주의 수호전의 제1제대 제1선참호라며 농업 생산을 독려했고 이어 축산물과 수산물, 과수 부문의 생산 증산을 구호로 제시했다.

 

경공업 분야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경제력을 가진 명제품, 명상품을 만들 것을 독려하면서 식료공장, 학용품, 화장품 등 소비재 생산을 보장할 것을 주문했고 건설의 대번영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공동구호 분야별 개수 ⓒNK투데이

공동구호 분야별 개수 ⓒNK투데이

외에도 환경보호, 교육, 문화, 과학, 군사, 청년 등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분야에 대한 과제를 제시하는 구호가 제출되었다.

 

조국통일분야에서는 신년사과 같이 "내외반통일세력의 도전을 짓부시고 자주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나가자"는 구호가 핵심적으로 제시됐다.

 

 

조선노동당이 공동구호를 발표한 만큼 이후에는 북한 전역에서 구호 관철 궐기모임이 열리고, 선전화 등의 방식으로 평양과 지역에 이 구호들이 나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동구호 발표 이후 한 직장에서 열린 공동구호 관철결의대회 ⓒhttp://uvision.or.kr/

지난해 공동구호 발표 이후 한 직장에서 열린 공동구호 관철 결의대회 ⓒhttp://uvision.or.kr/

 

공동구호에서 제7차 당대회의 성사를 강조한 만큼 북한은 5월에 열릴 예정인 당대회를 목표로 자체 역량을 총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2월 16일 통일뉴스에 따르면 조선노동당이 당과 국가, 국민이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과 당면과제를 구호의 형식으로 제시해온 것은 지난 195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조선노동당은 이때부터 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5,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를 비롯한 주요 정치 기념일에 구호를 꾸준히 발표해 왔다.

그러다가 선군정치가 시작된 1995년부터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공동으로 발표하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한다.

 

조선노동당은 최근에 김일성 주석 100돌을 맞아 2011년 12월 31일에 공동구호를 발표했고, 지난해 2월에는 광복 70돌과 당 창건 70돌에 즈음해 공동구호를 발표한 바 있다.

공동구호는 전문은 통일뉴스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5551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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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백낙청 "도대체 박근혜 정부와 야당이 무엇이 다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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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9  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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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땅에서 평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 ‘도대체 박근혜 정부와 야당이 무엇이 다르냐?’고,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평화통일 분야의 원로인 임동원,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야당의 각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이례적인 성명을 19일 발표했다.

6.15공동선언의 주역인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과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역임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성명에서 먼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며 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자금 전용론을 지적하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실로 어이없는 자해성 주장까지 내놓는 태도에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두 원로는 “그런데 지금 정부의 태도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것이 야당의 태도”라며 “야당으로서 정체성마저 의심케 하는 발언”을 지적했다.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위원장은 지난 17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금은 제재 국면이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의한 지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강경한 정책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두 원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북한 궤멸’ 발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밝히고 “여러 사정이 있겠으나 공당의 대표는 자기 발언의 외교적 맥락과 국가정책상의 함의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현재의 국내 상황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둘러싼 상식과 비상식간의 충돌이라고 본다”면서 “ 야당은 ‘선거 승리’도 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햇볕정책이 북의 핵무장을 초래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단정은 ‘원점’을 잘못 잡은 것”이라며 “야당의 지도인사라면 그간의 남북관계 진행에 대해 좀더 정확하게 인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17일 입당 기자회견에서 일성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핵 햇볕정책 실패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비핵 개방, 신뢰 프로세스 다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두 원로는 “악화된 언론 현실에서 야당은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밝혀내고 올바른 사실을 국민에게 전달할 책무가 있다”며 “그런데 야당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책무를 게을리 한 채,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는 그를 합리화해주는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원로는 “우리는 두 야당이 지금의 비상국면에서 역사와 국민 앞에 남북관계와 통일에 관한 당의 정신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면서 “최근의 혼선에 대하여 사과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명 전문>
평화ㆍ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지 못하는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

한반도평화포럼은 현재의 한반도 위기를 엄중하게 생각한다. 북한은 핵개발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 남북 평화와 협력의 마지막 거점인 개성공단이 닫혔다. 남북관계는 다시 과거 냉전시대로 돌아갔다. 온 국민의 염원과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 온 개성공단이 하루아침에 허물어지는 작금의 현실에 우리는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이 실패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과거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된 지 8년이 경과한 이 시점에서 정부가 대북정책의 실패를 전 정권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실패에 대한 변명도 되지 못한다.

현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처에 대해 강력한 국민적 비판이 일어나자,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 주장이 곧 허위로 드러나긴 했지만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실로 어이없는 자해성 주장까지 내놓는 태도에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태도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것이 야당의 태도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통일외교 분야의 책임 있는 인사가 한 방송인터뷰(2월 17일)에서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대해 “필연적이며” “비난만 할 수는 없다”고 발언하는 등 야당으로서 정체성마저 의심케 하는 발언을 하였다.

‘북한 궤멸’ 발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여러 사정이 있겠으나 공당의 대표는 자기 발언의 외교적 맥락과 국가정책상의 함의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혹자는 지금 야당이 ‘안보는 보수’라는 입장을 취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계산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나, 현재의 국내 상황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둘러싼 상식과 비상식간의 충돌이라고 본다.

야당은 ‘선거 승리’도 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이 땅에서 평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 ‘도대체 박근혜 정부와 야당이 무엇이 다르냐?’고,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국민의당의 최근 태도 또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햇볕정책’도 달라진 정세를 반영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햇볕정책이 북의 핵무장을 초래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단정은 ‘원점’을 잘못 잡은 것이다. 야당의 지도인사라면 그간의 남북관계 진행에 대해 좀더 정확하게 인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접촉을 통한 변화’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원칙 자체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화해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지향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지키고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사태에서 보듯이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기 위해 왜곡되거나 심지어 허위적인 주장들도 남발하고 있다. 그리고 취약한 언론 환경 속에서 이 주장들이 국민 속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악화된 언론 현실에서 야당은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밝혀내고 올바른 사실을 국민에게 전달할 책무가 있다. 특히 개성공단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이득이 되며, 그를 중단함으로써 어떤 재앙이 닥칠 수 있는 지,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야당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책무를 게을리 한 채,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는 그를 합리화해주는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두 야당이 지금의 비상국면에서 역사와 국민 앞에 남북관계와 통일에 관한 당의 정신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최근의 혼선에 대하여 사과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2016년 2월 18일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임동원ㆍ백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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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대변인 vs 기자 ‘사드 공방전’ 영상 화제


등록 :2016-02-18 16:59수정 :2016-02-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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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6.2.18 연합뉴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6.2.18 연합뉴스
정례 브리핑서 사드 레이더 안전성 놓고 설전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국방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레이더 안전성 문제를 두고 취재기자와 설전을 벌인 동영상(▶바로 가기 : https://youtu.be/1bZMGCLTAqs)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화제다.

 

 

 

국방부가 정부 정책브리핑 누리집에 올린 영상을 보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오전 국방부 일일 정례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태훈 <서울방송(SBS)> 기자는 “민간에서는 주민 건강, 국민 건강과 관련된 것은 가장 엄격한 기준과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서 실천한다”며 “그런데 사드 AN/TPY-2 레이더 전자파에 대한 기준을 보면, 2009년, 2012년, 2015년 기준을 갖고 와서 그 중에서 가장 사드의 전자파를 축소해서 평가하고 있는 2009년 것을 국방부가 들이밀면서 ‘100m 밖은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변인은 이에 대해 “기존에 나온 모든 자료를 종합해봤을 때 사드 체계는 인체와 환경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자 김 기자는 “보고서에 나오는 정확한 워딩이 ‘It can cause a serious burn and internal injury’, 즉 ‘심각한 화상과 내상을 입힐 수 있다’ 그렇게 되어 있다. 100m 이내에서는”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변인은 “그런 내용이 있는 것으로는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어지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는 제가 여기서 답변드릴 사안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피해갔다.

 

그러자 김 기자는 “대변인 같으면 100m, 한 101m에서 사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문 대변인은 “다 안전조치를 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누리꾼들은 국방부 대변인의 답답한 답변을 접하고 공분했다.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서 아이디 ‘후로게이머’는 “어떻게라는 부분에 대해서 절대 말 안 하네요. 아니 못하는 거겠죠”라고 지적했고, ‘모르간스탄’은 “저 대변인 레이더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1M 밖에서 살게 해야겠다”고 했다. ‘quasidragon’는 “대한민국 국방부의 수준을 보여주는 브리핑”이라고 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이슈북한 로켓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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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트럼프 기독교인 아냐" 트럼프 "교황 수치스럽다"

 

난민장벽 두고 가시 돋친 '설전'

16.02.19 07:31l최종 업데이트 16.02.19 07:3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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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의 설전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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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난민 장벽을 두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교황은 멕시코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단으로부터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교황은 "다리가 아닌 오로지 장벽을 세울 생각만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며 "복음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불법 이민자와 난민을 추방하고 차단하겠다는 트럼프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으로 몰려드는 멕시코 난민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교황은 "만약 (트럼프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다(not Christian)"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위해 투표해도 되느냐고 묻자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관여하지 않겠다"라며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교황은 미국 접경 지역인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수많은 이민자들이 인신매매, 납치, 노예 생활 등 온갖 부당함으로 가득 찬 삶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우다드후아레스는 리오그란데 강을 사이에 두고 미국 텍사스 주 엘파소와 다리로 연결된 국경도시다. 이곳은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이민자를 겨냥한 강도, 강간, 인신매매 등 범죄로 악명 높다.

교황은 "이민자들이 더 이상의 죽음도, 더 이상의 착취도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탈출하려다가 숨진 중남미 이민자들을 애도하는 뜻으로 커다란 십자가에 헌화했다.

트럼프 "교황, 종교 지도자로서 수치스럽다" 반발

이날 유세 도중 교황의 발언을 전해 들은 트럼프는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종교 지도자가 개인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disgraceful)"이라고 교황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어떤 지도자라도, 특히 종교 지도자는 다른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라며 "교황이 국경 개방에 따른 위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얼마 전에도 교황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미사를 열겠다고 발표하자 "교황은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라며 "멕시코가 교황을 국경 문제에 이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에도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의 불법 이민자를 '강간범'이라고 비난하고,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독설을 쏟아내며 이민자를 향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 왔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강력한 반 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교황과 트럼프의 설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한 교황이 자본주의를 비판하자 트럼프는 "교황이 나에게 악마적인 자본주의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나는 그에게 이슬람국가(IS)가 교황청을 공격하려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서 존경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설전이 과연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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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초래한 '4차 조선전쟁' 위기

 
[주간 프레시안 뷰] 120여 년 외세 의존, 끝나지 않은 한반도의 전쟁
 
| 2016.02.19 07:26:12

일본의 역사학자 하라 아키라(原朗, 도쿄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해 말 국내에 소개된 <청일·러일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김연옥 옮김, 살림 펴냄)에서 청일전쟁(1894~95년)을 제1차 조선전쟁, 러일전쟁(1904~05년)을 제2차 조선전쟁으로 불러야 옳다고 말합니다. 두 전쟁 모두 오로지 조선 침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청일전쟁 승리로 조선에 대한 중국의 종주권을 빼앗은 일본은 10년 뒤 영국과 미국의 지원 아래 러시아를 격파했습니다. 이로써 동아시아의 지역 맹주로 떠오르며 결국 조선을 병탄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무력 통일 시도였던 6.25전쟁은 3차 조선전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6.25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지만 곧 미국과 중국의 전쟁으로 바뀌면서(남한은 1950년 7월, 북한은 1950년 12월에 군 통수권을 각각 미국과 중국에 넘겼음. 또한 소련과 일본은 은밀히 군사 개입) '제한전'이라는 이름의 '미니 3차 대전'으로 확대됐습니다. 

6.25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한민족입니다. 400만 명에 가까운 소중한 목숨이 희생됐습니다. 전체 인구의 10%가 넘습니다. 나아가 남과 북은 지금까지 60년 이상 증오와 적대, 불신과 반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최대 수혜자였습니다. 전쟁 특수는 2차 세계 대전으로 헐벗었던 일본 경제를 단숨에 회복시켰고(당시 요시다 총리는 6.25전쟁을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감격해 했죠), 이후에도 미국의 군사적 보호 아래, 즉 공짜 안보를 누리면서 평화와 번영을 누렸습니다. 일본 정치학자 나카노 도시오는 전후 일본의 평화와 번영은 남북한의 대치와 전쟁 상태에 의해 유지됐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합니다.

남북이 싸우는 동안 일본은 평화와 번영 누려 

미국과 중국도 나름 이득을 챙겼습니다. 우선 미국에서는 지배 계층의 숙원이었던 대외정책의 군사화(militarization)가 달성됐습니다. 즉 6.25는 군사력이 미국 대외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는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경제.군사 엘리트들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국방비를 일거에 3~4배 증액하려 했습니다(1950년 4월 NSC-68). 명분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이었지만 속셈은 군사 수요 창출을 통해 전후 불황에 빠진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한편, 중립주의 조짐을 보이는 서유럽을 미국의 영향권 아래 묶어두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미 의회와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었습니다. 평화 시에 국방비를 3~4배 늘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때마침 6.25가 발발했습니다. 미국 지도자들은 6.25를 소련 주도의 국제공산주의 팽창 시도로 규정하면서 군사대국화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었습니다.  

신생 중국도 얻은 게 있습니다. 항일 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절절 매던 3류 농민군으로 폄하됐던 중국군이 세계 최강 미국 군대를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감으로써 존재감을 한껏 뽐낸 것입니다. 중국은 6.25전쟁 이후 20여 년 간 미국과의 대립 및 국제적 고립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패배의 여파로 1971년 미중이 전격 화해하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에 화려하게 복귀했고 이후 고속 성장의 안보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6.25와 베트남 전쟁은 공산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는 미국의 군사적 시도였습니다. 결국 이것이 실패하자 주적인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이죠). 

6.25전쟁의 궁극적 주역은 미국과 중국입니다. 그런데 두 강대국은 전후 20년만에 화해한 반면, 전쟁의 최초 당사자였던 남한과 북한은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준전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더욱이 남북 대치를 바탕으로 일본은 단숨에 부활했고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동족끼리 죽고 죽이는 '민족적 자살극'을 벌이는 동안 주변 강대국들은 나름 이득을 챙겨온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김일성의 무력 통일 시도는 치명적인 역사적 오판으로 비판 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한반도전쟁의 길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일련의 대응이 그러합니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도입 협의, 그리고 북한 붕괴 발언이 그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이제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북한 체제 붕괴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죠.  

개성공단 폐쇄는 우리 기업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자해적 조치입니다. 사드 도입은 미중 군사 대결의 최전선에 스스로 뛰어드는 자멸적 행위입니다. 북한 붕괴 공개 발언은 북한 정권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 상황을 '박근혜가 초래한 4차 조선전쟁 위기'라고 판단합니다. 적어도 2002년 이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 증강은 기정사실이 됐는데도 한국은 2008년 이후 이를 막기 위한 의미 있는 외교적 노력을 포기한 채 급기야 대북 적대시정책을 공개적으로 천명했기 때문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북한의 안보 위기, 남한보다 훨씬 크다 

객관적으로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더 큰 안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은 1월 16일자 <프레시안 뷰>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요약해서 말씀드린다면, 남한은 북한보다 40배나 큰 경제력을 갖고 있고 세계 최강의 핵무력 국가인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과거 적대국이었던 중국, 러시아와도 수교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중국, 러시아의 핵우산 보호를 받지 않고 있고 미국, 일본과 수교를 못한 상태이며 지난 66년간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핵위협을 받아 왔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북한의 핵개발은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적 피보호국가이며 전작권조차 갖지 못한 남한이 북한에 대해 강압적으로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고 있으니 북한이 코웃음 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미국의 위세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 하는 형국입니다. 지금 남한이 해야 할 일은 북미 사이의 중재자가 되어 북의 핵개발 포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맞바꾸도록 하는 것입니다. 

 

(☞관련 기사 : 세계 최대의 핵위협 국가, 미국)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만큼 전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중국과의 전면전을 원치 않는 미국이 상황을 적절히 통제할 것이라는 얘기죠. 그러나 현재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F-22 스텔스전투기 등 최강의 전략무기들을 연일 한반도 주변에 출격시키면서 무력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중국은 '동북지역 군사 배치 강화'를 으름장 놓고 있습니다. 전쟁 위기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은 분명합니다.  

대통령의 무지와 만용, 외교안보 관료의 무능과 비겁 


그 책임의 대부분은 박근혜 정부에 있습니다. 대통령의 무지와 만용, 외교안보 관료들의 무능과 비겁함이 빚어낸 비극입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초보적 이해조차 없는 '무지', 힘으로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만용', 대통령의 무지와 만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무능', 올바른 대북정책을 직언하지 못하는 ‘비겁’의 합작품입니다. 

특히 원유철 한나라 원내대표의 '남한 핵무장' 주장은 현 정부여당의 대북, 대외 인식의 천박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겨레> 이제훈 기자의 다음 비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기사 : '핵무장=국제 왕따'…집권당 원내대표 '무책임 극치')

'위험천만한 선전포고'  

"이번의 도발적 조치는 북남관계의 마지막 명줄을 끊어놓는 파탄 선언이고 력사적인 6.15북남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며 조선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이다." 

"요컨대 박근혜 정부는 "끝장 결의"를 추진한다는 구실 아래 아무런 실익도 없이 너무나 중요한 우리의 자산을 "끝장"내 버렸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통해 남북공영의 현실적 실험장을 "끝장"내버렸고, 오직 3면 바다만으로 오늘을 이룬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회의 창으로 삼은 남북경제공동체와 '북방경제'의 꿈을 "끝장"냈으며, 개성공단 덕분에 지난 10여 년 간 일체의 교전이 멈춘 서부전선의 군사적 안정을 "끝장"냈다. 

 

어렵더라도 남북화해와 민족공영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많은 이들의 꿈 역시 "끝장"에 몰렸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는 한-미 동맹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의 성장에 대응해 균형외교를 추구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섣부른 사드 배치 언급으로 균형외교 노력을 "끝장"냈다." 

위의 인용문은 지난 11일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성명, 아래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15일 <한겨레> 기고의 일부입니다. 약간의 온도 차이는 있지만 현실 인식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의 일련의 조치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치명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죠.

(☞관련 기사 : 박근혜 정부가 '끝장'낸 것들) 

개성 주민들은 공단 폐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개성공단 폐쇄가 얼마나 모순되고 자해적 조치인가에 대해서는 이미 무수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2004년 이후 12년간 개성공단에 삶을 의지해온 20만 북한 주민에 대한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공단을 폐쇄하고 그것도 모자라 전기와 상수도까지 끊는 것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동안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떠들어온 남한 정부를 신뢰할까요? 그동안 정부 여당이 주장해온 북한인권법의 진정한 실체는 무엇인가, 20만 개성 주민들은 이번 조치를 통해 온몸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사드 도입에 대해서도 이미 많은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모든 것이 끝장나는 핵전쟁의 특성상, 핵미사일 방어는 선제 핵 공격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입니다. 적의 핵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면 선제 핵 공격에 따른 대량 피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2년, 미국 부시 정부가 1972년 체결 이래 30년간 핵전쟁 방지의 최대 주춧돌이었던 탄도미사일방어금지조약(ABM)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바로 미국 핵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한국의 사드가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망(BMD)과 결합된다면 중국의 핵무기는 아무 쓸모가 없어집니다. 미국 핵 공격에 대한 중국의 핵 억제력이 무력화되는 것입니다. 중국이 그토록 사드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조하십시오.  

(☞관련 기사 : Thaad talk: Is North Korea’s ‘missile threat’ really about China?)

사드 도입 강행의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생존 몸부림입니다. 미국은 2011년 제정된 예산통제법에 따라 2013년 3월부터 10년간 5000억 달러의 국방비를 줄여가고(매년 500억 달러)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 군수업체의 일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례로 세계 최대의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미사일방어 부문 매출은 2013년 77억 달러에서 2014년 70억 달러, 2015년에는 67.7억 달러로 계속 줄고 있습니다(2015 회계연도의 총 매출은 461억 달러, 미사일방어 부문은 전체의 12%). 

이에 대해 록히드 마틴은 사드 판매와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 부진을 그 이유로 꼽았다고 합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F-16 계열 KF-16 전투기 134대의 성능개량 사업(1조8000억 원)을 당초 계약 상대인 영국 BAE 시스템에서 록히드 마틴으로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한국이 세계 최대의 미제 무기 구매국이(9조원 가량) 된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군사평론가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은 "한국의 (미제) 무기는 이제 미국 (무기) 개발 사업의 연명을 좌우하는 중환자실의 산소호흡기로 그 의미가 변경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군부와 정보기관이 북한의 군사 위협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련 기사 : 록히드마틴만 웃었다)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유라시아 통합 막는 쐐기 역할 

미국 군산복합체의 경제적 이윤 동기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러시아와 유럽, 중국과 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의 경제통합을 가로 막아 미국의 기존 패권을 유지하려는 지정학적 목표도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내년 국방예산 편성에서 유럽지역 국방비를 전년 대비 4배로(34억 달러) 크게 증액했습니다. 폴란드 등 러시아에 이웃한 동유럽 국가들에 러시아를 겨냥한 무기들을 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총리는 지난 13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세계가 신냉전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그는 "러시아가 나토나 유럽, 미국과 같은 서방 국가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끔 우리가 2016년에 살고 있는지, 아니면 (쿠바 미사일 위기가 있었던) 1962년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2014년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이 무력에 의한 강압적 조치라고 비난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크림반도 주민들의 자발적 주민투표에 의한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실상은 미국의 배후 조종으로 우크라이나의 극우 세력이 이른바 '민주혁명'을 일으켜 동서 내전이 벌어졌고, 미국은 우크라이나 내전을 빌미로 러시아와 유럽의 화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동아시아에서는 남북 대치를 빌미로 유라시아 대륙의 교류 및 통합을 가로막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목표입니다.

이런 판국에 한국이 지난해 말 전격적인 위안부 합의를 시작으로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협의,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까지 나왔으니 미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얼씨구나' 했을 것입니다. 2차 대전 이후 그토록 소망해 왔던 미-일-한 군사 동맹이 완결되는 결정적 기회가 왔기 때문입니다. 

남북 대립의 결과는 한민족의 자멸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17일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을 동시 추진하자'고 공식 제안했습니다. 남북의 강 대 강 대결로 한반도 안정이 위협받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당연히 협상으로 자세를 바꿔야 합니다. 협상 이외에 북핵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쟁도 북한 붕괴도 현실적 가능성이 없는 대책입니다.  

(☞관련 기사 : 왕이 "한반도 평화협정 전환 추진하자")

물론 대북 제재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협상이 전제되지 않는 제재는 무의미합니다. 이제는 휴지조각이 됐지만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갈루치 전 국무차관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준비 태세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제재도 협상 과정의 일부가 돼야 하며, 북한의 도발 행위는 협상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 1월 21일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라는 학술회의에서도 4차 핵실험을 협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활용해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은 지속되고 있으며, 악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관련 기사 : 북한 고립? 중국-러시아까지 적으로 만들 텐가)

물론 박근혜 정부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1차 조선전쟁인 청일전쟁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무능하고 부패한 조선 정권이 동학 농민을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 군대를 불러들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빌미로 일본 군대가 한반도에 진입했고 이땅에서 벌어진 청일 간 전쟁으로 동학 농민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조선은 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내부의 분열이 외세의 개입을 불러왔고 엄청난 희생만 치른 채 국권을 잃은 것입니다.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은 더 큰 인명 손실을 불러왔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미국이라는 외세를 등에 업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불러올 수도 있는 무모한 대북 강압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북의 분열과 대립은 민족사적 비극을 초래할 뿐입니다. 한반도 평화의 요체는 남과 북의 화해입니다. 남과 북이 화해해야 미국도 중국도 화해할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이 대결하면 미국과 중국도 대결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민족이 뒤집어쓰게 됩니다.  

 

지금 한반도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과연 박근혜 정권은 위기 상황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독자가 프레시안을 지키는 힘입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쓴 글에는 특히 더 공을 들었어요. 정부가 눈을 부릅뜨고 보니까 허점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프레시안>에 보내는 글은 보통 네다섯 번은 고쳐 썼던 것 같아요. 글을 쓰고 다듬느라 새벽까지 책상을 지키곤 했죠. 제 글을 받은 <프레시안> 기자 역시 꼼꼼히 검토해서 의견을 주곤 했어요. 필자와 기자가 유기적으로 결합했던 거죠. <프레시안>의 안과 밖 사이에 구분이 없었다고 할까요."
 
 
2013년 6월,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이 언론 협동조합이 됐습니다. <프레시안>의 기사에 만족하셨다면,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도전에 주목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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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조선 제재 않겠다.” 공식 발표

러, “조선 제재 않겠다.” 공식 발표
 
“정치적 목적 제재는 불법” 강조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2/19 [00: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 이정섭 기자


 

러시아가 조선의 로켓 실험에 대해 일방적인 제재를 가할 의향이 없다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공식 대변인이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공식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나라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일방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본다.”면서 “우리는 유엔 안보리가 가하는 제재만 인정할 뿐"이라고 러시아가 조선에 대해 일방적 제재를 가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표는 유엔 안보리 제재가 실현 불가능한 상태에서 나 온 것이어서 러시아의 입장은 사실상 조선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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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4차 핵시험의 핵심

<기고> 강호제의 '과학기술로 북한 읽기' ①
강호제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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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7  13: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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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4차 핵시험과 인공위성 광명성 4호 발사에 대해 다양한 평가와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사실관계 마저 불분명한 주장이나 기사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북한과학기술사를 전공한 강호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의 3회에 걸친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핵과 인공위성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북한 과학기술사 및 과학기술정책을 전공했으며, 박사논문은 "북한 과학기술 형성사1"(선인)로 출판됐다. /편집자 주

 

북한 관련 뉴스가 대부분 그렇지만 관련 정보들이 ‘실제 그대로의 사실(fact)’인지 나름대로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estimated value, reasoning value)’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특히 북한 관련 정보를 직접 접하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된 듯한 착각을 하게 하는 한국의 현실이 이런 구분을 더욱 어렵게 한다.

분명한 사실은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는 가공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오류를 유도할 수도 있다.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를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이후 추론과정이 얼마나 합리적이었느냐에 상관없이 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관련 문제는 오랫동안 정치, 외교, 군사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경제 문제이기도 하고 과학기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핵시험 관련 사안에서는 과학기술적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의미를 읽어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북한 과학기술정책사를 공부했던 경험을 토대로 핵시험에 대한 북한식 셈법을 추론하려 한다. 과학기술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믿을만한 정보를 분석한 후, 그 의미를 다양한 정치, 외교, 군사 등 차원에서 살피고 최종적으로 북한의 경제발전전략과 연결시켜 보려 한다.

분석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활용한 자료나 정보는 전적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에만 의존함을 밝힌다. 미국, 중국은 물론 어떤 누구도 북한이 공표하기 전에 시험 진행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언론에 공표된 정보만 활용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일이고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일반인이라도 '합리적'으로만 분석하여도 첩보 등 북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나 전문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리해본다. 실제 그대로의 사실만을.

실제 그대로의 사실

1. 2016년 1월 6일 10시에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발표
2. 2016년 1월 6일 10시 여러 관측소에서 인공지진 관측
3. 2016년 1월 6일 12시 30분까지 최소 우리 정부는 핵시험 여부를 몰랐다.
4. 이번 핵시험은 북한 정부가 인정한 4번째 핵시험이다.
5. 대략 3년 주기로 핵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006, 2009, 2013, 2016)
6. 수소탄을 언급한 최초의 핵시험

아무도 몰랐다

드러난 사실 중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부분은 북한에서 밝히기 전까지 핵시험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아직은 명목상 전쟁 중인 국가 사이에서 상대방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군사, 안보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나 핵무기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시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의 핵시험에 대해서는 그 의도와 성공/실패 등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의 사전 탐지 능력에 대한 평가는 하나 뿐일 것이다.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몰랐다는 점은 지난 1998년 8월 31일 ‘광명성 1호’ 시험발사 당시와 유사하다. 북한 당국이 9월 4일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북한의 인공위성 시험발사(혹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알고 있었던 곳은 없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예상치 못한 인공위성 시험발사 2년 만인 2000년 10월 북.미 사이의 최고 수준의 협약인 북.미 코뮤니케가 발표되었다. 서로 상대방 체제를 존중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약이었다.

숫자 신비주의, 과학기술 신비주의

보통 사람들은 정확한 숫자를 기반으로 추론하는 것에 대해 어려워한다. 또한 어려운 과학기술 이론을 기반으로 한 추론에 대해서도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방식의 추론에 대해서 과정은 무시한 채, 결론만 보려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만 보고 받아들이거나 그냥 무시하기 위함이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오면 좀 더 엄밀히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쉽게 결론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과 관련한 정보나 분석들은 숫자나 과학기술 논리 뒤에 의도를 숨겨두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숫자 신비주의 혹은 과학기술 신비주의라 할 수 있다.

이번 핵시험과 관련한 분석들도 이런 모습이 많이 관찰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핵시험의 규모에 대한 추산이다.

이번 핵시험과 관련하여 외부에서 유일하게 관측가능한 정보는 지진파와 관련한 정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180곳에 있는 지진관측망을 통해 이번 핵시험이 관측되었고 전세계 27개의 지진관측소(Seismic station)에서 지진파를 실시간으로 감지하였다고 한다.

관측된 지진파를 통해 1)관측시간과 2)지진파의 측정 강도를 알 수 있다. 여러 곳의 관측 시간을 분석하면 핵시험이 어디에서 진행되었는지 실험 장소를 추정할 수 있다. 이전의 3차례 핵시험 관측 경험까지 고려하면 꽤 정확한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그래도 추정이기 때문에 오차가 약간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오차범위는 1~2km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즉 골짜기 하나, 산 하나 정도의 오차 이내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측정한 지진 강도’를 가지고 ‘진원의 지진강도’를 추정하고 그것으로부터 ‘폭발력’을 추정하는 부분이다. 핵시험 이후 대부분의 언론에서 측정한 지진강도가 아니라 진원의 지진강도 추정치와 이를 통한 폭발력 추정치를 마치 확정된 값인 양 소개하고 있다.

이 추정치는 정확한 값이 아니라 오차를 포함한 값이므로 숫자 하나로 규정하기 보다 대략적인 값만 확인하면 된다. 아무리 지진강도의 추정이 정확하다고 하더라도 그 인공지진을 일으킨 폭발력을 추정할 때에도 오차가 생긴다.

제일 중요한 핵무기의 성능인 폭발력은 이처럼 2번 이상의 추정치를 구한 다음에서야 알 수 있는 값이라 오차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정확한 값을 추산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번 4차 핵시험과 관련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지진강도 몇, 폭발력 몇 kt이라는 값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값이다. 공개된 정보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지진강도가 4~5, 폭발력이 10여 k 정도라고 하니 ‘매우 강력한 무기’가 시험을 통과하여 ‘생산’되었다고 판단하면 된다.

지진 강도에서 3 이상이면 일반 사람이 체감할 수 있고 5 가량이 되면 건물에 금이 가기도 한다. 국내에 있는 측정장비에는 대략 2.7이상의 감도가 측정되면 자동으로 경고신호가 발송된다고 하니 매우 강력한 인공지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히로시마나 나카사키에 터트린 핵무기, 즉 실전에서 사용된 유일한 핵무기의 폭발력이 20kt정도 였으므로 이것보다 약간 작은, 하지만 역시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 시험이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정치 이외에 핵무기의 종류, 즉 플루토늄, 우라늄, 수소(리튬) 중 어느 것이 얼마나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핵시험 이후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을 채집하여 분석해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핵시험장 근처가 아니라 그 곳으로부터 몇 백km나 떨어진 곳에서 이러한 방사성 물질을 채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차, 3차 핵시험 당시에는 방사성 물질 채집에 실패했다.

어떤 종류의 핵물질을 얼마나 사용하였는지는 물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핵무기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다. 북한에서 스스로 밝기기 이전에는 구체적인 내막을 전혀 알지 못하고 성공, 실패도 따지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최대치는 “막대한 폭발력을 지닌 핵무기가 4번에 걸쳐 시험되고 그로 인해 강력한 인공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작은 폭발력이 작은 규모의 핵무기를 뜻한다면 미사일에 탑재하여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 경량화된 것”이 시험에 사용되었다는 것까지일 것이다.
 

   
▲ 전국에 분포된 지진관측소. [사진출처 - 기상청]
   
▲ 북한 4차 핵실험 직후 관측된 지진파. [사진출처 - 기상청]
   
▲ 북한의 4차 핵실험 지진파 진원지를 적시하고 있는 기상청 관계자. [사진출처 - 기상청]
 

실패와 성공의 차이

북한의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시험에 대해서는 항상 ‘실패’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정확한 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실패’라는 판단은 어떤 결론보다 빠르게 나온다. 이번 4차 핵시험도 마찬가지였다. 핵시험에 쓰인 원료는커녕 시험의 목표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실패’라는 말이 먼저 붙었다.

이처럼 북한의 첨단 군사 기술에 대해 ‘실패’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논리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물체의 ‘운동’을 부정하기 위해 매우 이상한, 하지만 반박하기 쉽지 않은 논리를 제시하였다.

제논의 역설

먼저 출발한 거북이를 뒤늦게 출발한 아킬레스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제논의 역설이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 잡으려면 출발할 당시 거북이가 있던 곳까지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 그 동안 거북이는 원래 있던 지점을 떠나서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그 자리에 없다. 첫 번째 실패이다. 다시 그 다음 지점을 보고 아킬레스가 달려간다 하더라도 거북이는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간 이후이기 때문에 역시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두 번째 실패이다.

이런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다 보면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제논의 주장이다. 실패라는 결론을 무한 반복하게 하면서 운동의 존재를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 제논의 목적이었다. 물체가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모두 우리 감각이 만든 착각이라는 것이다.

무한 개념

이러한 제논의 주장은 ‘무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해결되었다. 제논의 역설은 무한개의 토막의 합은 무한하다는 설정인데 무한개의 토막을 합해서 유한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반박된다. 즉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순간이 무한번 반복되더라도 그 전체를 합한 시간은 유한하게 되어 그 유한한 시간이 지나기만 하면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는 것. 결국 발빠른 아킬레스가 느린 거북이를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결론이 합리적인 것이다. 제논의 주장이 오히려 모순이고.

북한의 시험 결과에 대한 평가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 항상 제논의 역설과 같은 논리가 등장하여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북한의 모든 시험들을 실패로 규정하여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매 순간의 시험들을 통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였고 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누가 봐도 성공이라는 결론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인공위성 발사체(혹은 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처음에는 고도가 낮아서 실패라고 했다가 그 다음에는 1단, 2단 분리가 안 되어 실패, 그 다음에는 인공위성이 궤도에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서 실패라는 식으로 계속 실패했다는 주장이 따라 붙는다. 시험 발사의 목표보다 높은 기준을 제시하면서 실패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모든 시도가 실패한 것처럼 만드는 논리인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은 것처럼, 북한의 인공위서 발사체(혹은 미사일) 발사시험은 단 분리에 성공하여 대기권을 뚫은 수준의 고도에 있는 궤도에 인공위성(혹은 탄두)을 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계속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험은 계속 성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2년 ‘은하 3-2호’에 대해서는 미국마저도 이례적으로 빨리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더 이상 실패라고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사한 ‘광명성 4호’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았다. 실패라는 평가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발사 후 10분 만에 궤도에 올라갔고 그 순간부터 구글을 비롯한 인공위성 추적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광명성 4호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제는 성공, 실패라는 프레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니 이름 프레임을 걸었다. 인공위성이냐 미사일이냐.(광명성 4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다.)

핵시험에 대한 평가

북한의 핵시험도 마찬가지이다. 핵물질을 추출한 후, 무기화한다는 주장에 대해 충분한 핵물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주장부터 고폭장치가 개발 안 되었다, 경량화가 안 되었다, 핵융합기술이 개발 안 되었다, 다단계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는 역시 매번 평가기준을 높이면서 실패했다는 이미지를 덧입히기 위한 논리였다.

이번 4차 핵시험 발표 이후 북한이 수소탄 시험이었다는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아직 핵무기 기술의 최첨단에 해당하는 수소폭탄이 아니라 그 기술에 못 미치는 증폭핵분열탄 수준이었다는 ‘실패’의 이미지를 띠고 있는 평가인 것이다.

북한이 어떤 물질과 기술을 사용하였는지는 물론, 무엇을 목표로 삼은 시험을 수행했는지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실패’라는 결론만 앞세웠던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이미 2006년에 위험 수준을 넘었다

북한의 핵기술이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는 수소폭탄까지 도달했는지 안 했는지, 핵분열탄 제조 기술도 완성된 것인지 아닌지, 미사일에 탑재할만한 소형화, 경량화에 도달했는지 안 했는지 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 모든 판단은 북한에서 직접 내놓은 자료말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객관적으로 판단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북한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가 수소탄 기술을 사용하였고 경량화, 다종화 등을 추구하였다고 하니 부정할 논리적 근거가 없으므로 그런가보다 하고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긍정적으로 나와야만 북한의 핵기술이 위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이 성공적으로 시험에 사용한 핵무기가 매우, 매우 위험하다는 것은 이미 구체적으로 증명되었다.

즉 2006년 1차 핵시험 이후 북한은 모두 4차례에 이를 외부에 보여주었다. 핵시험의 구체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매우 강력한 인공지진을 일으킬 가공할 만한 폭발력을 지닌 핵무기를 4번이나 안정적으로 시험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북한은 2006년부터 매우, 매우 위험한 무기와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핵무기 및 핵무기 제조 기술 보유국가’가 되었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이다.

운전면허 시험에서 70, 80점이라는 절대평가 점수를 넘으면 합격인 것과 같이, 북한은 이미 그렇게 되었다. 운전면허 시험에서 99점인지 100점인지가 중요하지 않듯이 핵무기 제조 기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상당히 위험한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해야만 하는 것이다.

3년 주기로 프로그램이 확립되었다

이번 시험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정보는 3년 주기의 핵 프로그램이 확립되어 다른 정책과 독자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핵보유국을 헌법에 명시하면서 핵물질 확보와 관련한 결정이 채택되면서 핵 프로그램이 확립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는 경제-핵 병진노선에 입각한 2개의 별도 프로그램이 병진적으로 추진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2013년 북한의 핵 정책 : 경제-핵 병진노선

북한은 2013년 1월 3차 핵시험 이후, 3월 말에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핵무력을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이는 1962년 ‘경제건설-국방건설 병진노선’을 이어받은 정책으로 선전하는데, 핵무력은 포기하지 않고 이를 중심으로 군사조직을 다시 재편하겠다는 뜻이다.

1962년 ‘경제-국방 병진노선’은 제1경제와 제2경제 즉 민수 경제와 군수 경제를 완전히 둘로 나누어 경제 시스템을 운영하였다면, 2013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도 이와 비슷하게 민수와 군수, 특히 핵무력 부분을 완벽히 독자적으로 운영하려는 듯하다.

1962년 경제-국방 병진노선 채택 이후에는 국방 쪽이 더 우선되어 민수가 위축되었는데 2013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에서는 경제 즉, 민수 쪽이 더 우선되었는지 경공업을 비롯한 인민생활과 직결되는 부분이 더욱 활성화되는 흐름이다.

예전에는 국방건설을 위해 우선적으로 동원되었을 군수 부분도 이제는 인민생활 향상, 즉 경제건설을 위해 더 많이 동원되는 느낌이다. 2013년 신년사부터 새롭게 등장한 ‘군민협동작전’은 아마도 군수의 민수 전환이라고 하는 스핀오프(spin-off)의 북한식 번역어인 듯하다.

즉 2002년부터 경제발전전략으로 자리잡고 추진된 국방공업 우선, 경공업-농업 동시발전 전략에 의해 우선적으로 발전된 군수 부문의 인력, 자원, 자금 등을 민수 부문으로 돌리는 활동을 ‘군민협동작전’이라고 하면서 적극 추진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2013년 병진노선은 군수 중에서도 핵무력 관련 부분은 계속에서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보장하고 다른 군수 부문은 민수 부문 활동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2015년 10월에 처음 개최된 ‘군수공업부문 생활필수품 품평회’는 유모차를 비롯한 인민생활 필수품 생산에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가진 군수공업부문 공장들이 활용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스핀오프, 즉 군수의 민수 전환 전략을 이야기하면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오늘날 일상에서 쓰고 있는 첨단 기술들 중에는 군수 기술에서 전환된 것이 많은데도 그 과정에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본주의 사회의 사례를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라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사기업 중심의 기술 전환은 서로 경쟁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경우 모든 생산재는 국유 혹은 공동 소유이다. 그리고 사회 전체의 통일단결 수준은 상당한 수준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적 관계와는 다른 관계에 있기 때문에 덜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북한식 경쟁관계의 표출인 기관본위주의 같은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군수의 민수 전환이 기업 단위로 일어나지 않고 핵심 기술인력, 자원, 재원, 설비 같은 수준에서 일어난다면 저항감이 적을 수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고난의 행군을 끝낸 직후인 1998년에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챙긴 것이 과학기술 분야였다. 강성대국 건설 전략에서도 3대 기둥 중 하나로 소개되었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경제대국 건설을 위해 필요한 것이 과학기술이라고 하면서 중시되었다.

1999년 새해 첫 일정을 ‘과학원’ 현지지도로 시작하고 이 해를 ‘과학의 해’로 선언하기도 하였다. 또한 장기 경제발전 계획은 마련하지 못하였지만 과학기술 발전 5개년 계획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4차에 걸쳐 계속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2002년 새로운 상황에 맞추어 정립한 경제발전 전략은 국방공업 우선, 농업-경공업 동시 발전 전략이었다. 1962년부터 별도 영역으로 독립시켜 보호 육성한 군수 분야의 발달한 과학기술 즉 국방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경제발전의 동력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군수의 민수 전략, 즉 스핀오프(spin-off)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군사적 긴장 관계가 풀리는 것이 필요했는데, 북핵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계속 해결되지 않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2차 북핵 위기는 결국 북한의 핵무력 확보까지 이어졌고 이는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환경, 대규모 자금 마련 등을 어렵게 하였다. 2002년부터 시행하려 했던 경제발전 전략은 2009년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었고 그 마저도 충분한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의 자력만으로 시행되었다.

2009년 8월 첨단돌파 전략이라는 형태로 시행된 북한의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은 지연된, 한계가 많은 경제발전 전략이었다. 이는 결국 더딘 변화, 굴곡 많은 사업시행으로 이어졌다.

군사적 대결 상황을 종식시키지 못한 결과, 북한 지도부는 핵과 운송수단 모두 완비하는 방향으로 결심을 굳혔고 이는 최근까지 4차 핵시험, 광명성 4호 발사까지 이어진 것이다.

실험과 시험의 차이

북한의 핵‘시험’을 남한 언론에서는 한결같이 ‘실험’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한 언어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앞에서 이야기한 부정의 이미지 덧씌우기와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험과 시험을 한글로 쓰면 ‘ㄹ’ 한 획의 차이이지만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실험은 이론을 발견하고 가다듬어 나가는 과학연구 활동의 일환이고 시험은 구체적인 상품, 생산물을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는 활동이다. 즉 기존에 없었던 과학이론이나 주장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고 새로운 상품이나 생산물을 만든 이후 제대로 작동하는 지 살펴보기 위해 ‘시험’을 하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정의 차원의 설명이 어렵다면, 그 활동의 결과가 성공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살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험’에 성공하면 과학이론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반면 ‘시험’에 성공하면 그 시험에 쓰인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론의 생산을 위해 ‘실험’을 하고 제품 생산을 위해 ‘시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흔히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경제가 발전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즉 과학기술의 발달, 생산력 향상, 경제 발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모든 경로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선형모델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실제 과학기술의 발달 경로와 경제 발전 경로는 매우 복잡하고 여러 층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흐름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므로 하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과 시험을 구분하기 위해 선형모델을 활용해보면 이해하기 좀 더 쉬워진다. 과학자들이 고심한 끝에 ‘이론’을 제기하면, ‘실험’과 ‘토의’를 이어가다가 ‘수정’과 ‘보완’을 거듭한 끝에 최종적으로 ‘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참으로 밝혀진 이론 중 일부가 ‘생’' 현장의 필요한 곳에 도입되려면 여러 번의 ‘시험’을 거듭하면서 상품이나 생산 공정의 수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된 다음 최종 ‘시험’을 거치면 새로운 상품이나 생산 공정이 완성되었다 할 수 있다. 여기서 ‘실험’은 과학 연구 쪽에 속해 있다면 ‘시험’은 생산 쪽에 속해 있다는 것이 명확히 보인다.

실험과 시험의 차이는 영어로 번역하면 너무나 명확하게 구분된다. 실험은 experiment이고 시험은 test이다. 북한의 핵시험에 대해 남한 언론에서는 experimet라고 하는 핵실험으로 일관되게 쓰고 있지만 모든 영어 표현은 test로 표현된다.

[핵실험, 핵시험 용어와 관련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참고하라. <관련기사 보기>]

북한 과학기술/핵물리학의 역사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험이나 핵시험이 진행되고 나면,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따라 나온다. 남루한 영상으로 소개되던 북한이, 경제가 낙후하여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는 북한이, 망하기 직전이라고 하는 북한이 어떻게 이렇게 발달한 기술들을 보유할 수 있었느냐는 의문에서 파생된 이야기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북한의 과학기술 역사는 매우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특히 핵물리와 관련한 연구는 매우 오래전부터 국가적 지원을 받으면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물리학의 역사는 프레시안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로 대신한다. 2013년 3차 핵시험 이후 쓴 글이다. <관련기사 보기>]

월북 과학기술자

북한 과학기술의 역사는 월북한 과학기술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시기 형성된 과학기술자가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적었기도 했고, 어렵게 길러진 과학기술자들도 대부분 해방 당시 남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최초의 과학기술 중앙연구소라 할 수 있는 ‘북조선중앙연구소’가 1947년 2월 설립되었다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김일성종합대학에 흡수된 것도 연구기관을 이끌어갈 과학기술자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부족한 과학기술자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교육기관을 만들어 새로운 인재를 직접 양성하기 시작하였고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여 소련 등으로 유학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길러진 과학기술자들은 실제 연구나 행정에 바로 투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곧바로 활용가능한 인력, 즉 일제시기에 교육받은 과학기술자(북한에서는 이들을 ‘오랜 인텔리’라고 부른다)를 확보하기 위해 남한에 있던 과학기술자들을 월북하도록 유도하였다.

1947년에 개교한 흥남공업대학은 두 정책이 결합된 결과라 할 수 있는데 월북 과학기술자들에게 교수 직위와 연구 환경 보장 약속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

1952년 과학원 개원

과학기술자 확보를 위한 북한 지도부의 노력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다. 인력부족으로 1947년에 실패로 끝난 중앙연구소 건설 시도가 1952년에는 성공했기 때문이다. 자연과학과 기술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의학, 농업과학 등 모든 학문 영역을 포괄한 북한 최고의 중추 연구기관인 ‘과학원’(오늘날은 ‘국가과학원’, 당시에는 ‘과학 아카데미’)이 전쟁 중이던 1952년 12월 1일에 개원되었다.

당시 과학원을 대표하는 학자들에게 ‘원사’, ‘후보원사’ 칭호를 부여하였는데 원사 10명 중 8명(80%)이 월북한 사람이었고 후보원사 15명 중 9명(60%)이 월북한 사람이었다. 이들은 최소 1960년대 초까지, 길게는 1970년대 중반까지 북한 과학기술계의 핵심 연구 인력으로 활동하였고 대부분의 성과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도상록

당시 월북한 과학기술자 중 물리학계 ‘원사’ 칭호를 받은 ‘도상록’이 북한 물리학, 좁게는 핵물리학 혹은 원자력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는 월북할 때 동료 및 제자들과 함께 월북하여 북한 물리학계 전체를 구성하였다. 게다가 그는 월북 직후 김일성과 면담을 통해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중앙 차원의 집중 지원을 약속받았고 이후 과학원 창립 당시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만큼 북한 과학기술계 형성에 핵심적인 일을 하였다.

도상록은 1932년 동경제국대학 이학부를 졸업하였다. 그는 일제시기에 박사학위를 받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당시 물리학계의 최첨단 분야인 양자역학(핵물리학의 기본)에 대한 실력은 출중하여 자신의 논문을 1940년에 영문으로 발행되던 ‘일본수학물리학회기사’에 게재하기도 하였다.(“고유치 문제와 하이젠베르크의 불결정관계”, “맥스웰의 방정식에 대하여”, “전자기마당의 근본방정식에 대하여” 등이 그가 했던 강연 제목이었고 그가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헬륨수소분자이온에 대한 양자역학적 취급”이었다.)

졸업 이후 그는 개성의 송도고등보통학교에서 잠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1940년 만주의 신경공업대학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해방되자마자 그는 서울로 들어와 경성제국대학을 경성대학으로 바꾸는 데 앞장섰다. 그는 흩어져 있던 물리학자들을 모아 경성대학 물리학과를 정상화시킴과 동시에 경성대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미 군정이 어렵게 운영되기 시작한 경성대학을 인정하지 않고 그를 비롯한 미 군정에 비판적이던 교수들을 배척하기 위해 서울 시내 여러 대학들을 통합하여 '국립서울대학교'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하자 월북하였던 것이다. 당시 도상록과 함께 월북하여 북한 물리학계, 특히 핵물리학(원자력 연구) 분야를 이끌었던 사람은 한인석, 정근, 전평수, 려철기 등이었다.

월북 직후 도상록은 교육사업에 전념하였다. 1946년부터 시작된 유학생 파견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하였고 1946년 9월에 개교한 김일성종합대학의 물리수학부 부장, 연구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그리고 “력학”, “량자력학”, “원자에네르기와 그의 평화적 리용”, “원자핵에 관한 보충 자료” 등 교재를 직접 쓰거나 번역하는 일을 많이 하였다. 1952년에는 자신의 일생일대의 꿈이었던 중앙 과학기술 연구소 설립을 위한 실무를 담당하여 ‘전국 과학자대회’ 개최와 ‘과학원’ 설립을 직접 추진하였다.

핵관련 연구기관

1952년 과학원이 설립될 당시에는 핵관련 연구조직이 전혀 없었다. 과학원은 소련의 과학 아카데미를 모방하여 만든 것이었는데 1952년 12월 개원 당시에는 8개의 연구소만 설치되었다. 과학연구활동과 기술지원활동을 구분하여 중앙 연구소에서는 이론적인 연구를 주로 담당하고 관련 부처(생산성) 산하 연구소에서는 생산현장에 대한 기술지원 활동을 담당하던 소련 시스템에 따라 학문 분야별로 연구소가 조직된 것이다.

하지만 개원 직후 북한 지도부는 소련처럼 과학기술계의 역할 분담이 어렵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생산현장에 대한 기술지원까지 중앙연구소(과학원)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려 과학원 산하에 ‘공학연구소’를 추가로 설립하였다. 이로써 과학원은 9개의 연구소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설립된 연구소 중에서 물리학 분야는 ‘물리수학연구소’가 설립되었는데 그 아래에는 3개의 연구실(수학연구실, 실험물리연구실, 이론물리연구실)만 만들어졌다. 북한 최초의 핵관련 연구조직인 과학원 물리수학연구소 ‘핵물리연구실’은 1955년 12월 혹은 1956년 1월에 단행된 과학원 1차 조직개편 당시 만들어졌다. ‘과학원 통보’에는 1955년 4월경에 핵물리 관련 연구실을 조직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나와 있다. 이 당시 새로 생긴 ‘핵물리연구실’을 최근 언론에서는 ‘핵물리연구소’로 잘못 소개하고 있다.

드브나 연합핵연구소와 공동연구

아마도 이 당시 서둘러 ‘핵물리연구실’을 꾸린 것은 1956년 3월에 설립예정이던 ‘연합핵연구소(JOINT INSTITUTE for NUCLEAR RESEARCH)’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드브나에 세워진 ‘연합핵연구소 JINR’는 당시 공산주의 국가 12개가 멤버로 참가하여 꾸려진 핵물리(원자력) 연구소로 북한은 창립 멤버로 참가하였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이 연구소 설립과 운영에 참가함으로써 핵물리(원자력)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959년에 발간된 과학원 통보에는 소련의 도움으로 ‘연구용 원자로’를 만들 수 있었고 입자가속기의 일종인 ‘베타트론’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상록은 이러한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였다. 그러한 활동을 높이 인정받아 도상록은 1973년에 김일성 훈장을 받았고 1986년에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았다.

1958년 3월에 개최된 ‘제1차 당대표자회의’에서는 천리마운동 등으로 가속된 경제발전 속도에 맞추어 경제발전계획을 수정하면서 연구용 원자로, 베타트론 건설과 함께 ‘원자력 연구 중심’과 ‘동위원소 실험실’을 새롭게 설립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1961년에는 원자력 관련 중추 지도기관인 ‘원자력 위원회’가 조직되었고 1962년에는 평북 영변과 박천에 ‘원자력연구소’가 세워졌으며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종합대학에도 핵관련 연구소가 추가로 설치되었다.

또한 당시 원자력 연구는 ‘평화적 이용’을 위한 것이라는 목적이 제한되어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동위원소 연구실’ 설치가 의결되었던 것이다.

1956년부터 구체적으로 진행된 북한과 소련 사이의 원자력 관련 사업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공동연구 차원의 것이었다. 북한도 소수지만 이미 훌륭한 핵물리학자들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국제적 공동연구활동에 참가할 수 있었다.

당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활용하는 것이다. 방사선을 이용하여 물질을 파괴하지 않은 상태로 조사할 수도 있고 동위원소를 이용한 원자 수준의 정밀한 추적 조사도 가능하여 연구 활용도가 많았다.

1956년부터 핵관련 활동에는 북한과 소련이 협력활동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두 나라 사이에 갈등이 심해졌다. 국제 분업체계에 들어오라는 소련의 제안을 김일성이 거부하면서 빚어진 갈등은 1957년부터 계획된 북한의 경제발전계획에 소련이 반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1956년 말에는 경제발전계획에 필수 조건인 강재 생산에 절대적인 지원을 소련이 거부함으로써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게다가 1956년 8월에 발생한 북한 역사상 최대의 종파사건에 대해 소련이 힘을 보태는 조치를 취해서 두 나라 지도부 사이는 더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었던 만큼 소련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 관련 기술을 이전했을 리는 거의 없었다.

소련뿐만 아니라 중국도 자체적으로 핵무기 제조 기술을 확보하였지만 북한으로의 기술이전에 대해서는 거부하였다. 이로 인해 북한은 핵관련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그 시작은 1960년대 초에 벌어진 쿠바사태였을 것이다. 미국에 대항하던 소련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북한지도부는 소련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던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오늘날 실질적인 핵물리학 연구 책임자는 서상국이라 한다. 1938년생인 그는 1960년대 중반 즈음에 소련으로 유학갔다가 돌아온 이후 오랜 기간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강좌장을 역임했다. 김정일이 특별히 아꼈다고 하는 그를 1998년에 <조선중앙통신>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후대교육사업과 과학연구사업을 벌이면서 ‘양자역학’, ‘소립자이론’ 등 40여 편의 저서와 100여 건의 가치 있는 소논문을 집필했으며 8명의 박사와 20여 명의 학사(석사)를 키워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일성상과 로력영웅 칭호를 받았으며 2012년에 새로 제정된 김정일상도 수상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대응 전략 : 전략적 인내, 무시, 유도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소개된다. 이는 2010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즉 “북한의 ‘목적의 진정성’(seriousness of purpose)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조짐 없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어렵다”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그냥 해석하기에는 북한이 바뀌려고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미국은 먼저 움직이지 않고 인내하면서 지켜볼 것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돌려보면 이제 미국이 노력한다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는 전략적 인내라기 보다 ‘전략적 포기’라는 뜻이 더 정확할 듯하다.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동북아 질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하겠다는 속내라는 해석들이 있다.

사실 북한의 핵보유는 2005년 2월에 선언되었고 2006년 10월에 1차 핵시험이 진행되면서 실질적으로 증명되었다. 미국은 1차 핵시험이 진행되기 이전인 2005년 9월에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1차 핵시험 이후에는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오히려 2008년 12월 미군 합동군사령부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명기한 보고서를 공개하였고, 2009년 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명히 발언하였다. 2009년 5월 2차 핵시험은 이제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비핵화노력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2012년 2월 북미 사이의 비밀 협상에 의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가 있었다고 나중에 알려졌지만 이는 공개되기도 전에 합의가 깨져서 무의미하다.

오히려 북한은 2012년 4월에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보유국’을 명시하였다. 2013년 1월 3차 핵시험까지 진행한 북한은 2013년 3월에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였고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결정이 채택되었다. 2013년 4월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이 채택되었다.

이제 북한 핵관련 문제는 단순히 보유한 핵무기 해체나 핵물질 파악 수준을 넘어 헌법과 법령 등을 수정해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나가버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전략적 포기, 전략적 무시를 넘어 전략적 유도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차피 핵관련 활동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 바에야 핵무기 보유를 위한 활동을 유도하여 경제발전으로 국력을 돌리지 못하게 유도하자는 게 아닐까?

북한을 핵무기 혹은 핵무기 제조 기술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협상이 되어야 한다. 즉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전체 구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니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북한의 변화를 저지시키고 미국에 유리한 구도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결국

북한의 핵문제는 이전과 다른 상황에 놓였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독자적 흐름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웬만하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멈추고 없애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은 이제 없애지 못한다. 아니 해체한 이후에도 북한에 핵무기가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핵포기가 아니라 핵동결부터 합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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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구름의 권좌에서 내려오라

 
[송기호의 인권 경제] 법치가 서야 경제도 산다
 
| 2016.02.17 15:41:36


 

박 대통령의 2 · 16 국회 연설은 동시대 한국인이라면 그 전문을 읽을 가치가 있다. 그 안에는 한국인의 일상을 흔들 핵심이 가득 모여 있다. 

먼저 한중 관계의 뇌관인 '사드'가 있다. 대통령은 연설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협의' 개시를 직접 확인했다. 보통의 시민이 이 말을 듣게 되면 마치 한국과 미국이 FTA 협상을 하듯이 사드를 배치할지 말지의 문제를 협의하고 있구나 끄덕이기 쉽다. 

그러나 주한미군 지위 조약(소파 협정)에서 '협의(consultation)'는 미국이 필요한 시설과 구역을 결정하는 협의이다. 그래서 '대구'니 '평택'이니 '원주'니 하는 배치 지역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구름 위의 언어를 사용했다. 한국은 국제 관계의 규칙을 결정하거나 규칙을 아예 바꿀 수 있는 입헌자도 아니고 초법적 존재도 아니다. 이것이 땅의 현실이다. 미국은 1954년의 한미 방위조약을 근거로 사드 배치를 결정할 권리가 미국에 있음을 전제로 한국과 협의하고 있다. 그리고 사드 배치를 잘못하면 한중 관계가 파탄 날 위험에 처한 것이 지금 이 땅의 세계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땅의 말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사용한 '북한 정권의 변화'나 '체제 붕괴'라는 언어도 구름의 언어이다. 국제법은 유엔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의 체제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심지어 한미 방위조약 3조조차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라고 규정하여, 북한이 당연히 한국의 영토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지금의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변화나 체제 붕괴를 스스로의 결정과 스스로의 힘으로 추진할 수 없다. 대통령은 지상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결과적으로 우리가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하게 되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지속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말은 어떠한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는 회원국으로 하여금 자기 나라 국민이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대량 현금을 제공(bulk cash, that could contribute to the DPRK’s nuclear or ballistic missile programmes)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2094호 결의한 11항)

유엔 결의는 결코 낮은 수준의 핵개발 지원은 괜찮고, 고도의 수소 폭탄 개발 지원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제 관계의 핵심 궤도에 진입할 수 없는, 궤도 밖의 언어이다.  

한국은 국제 관계의 규칙을 정하거나 바꿀 초법적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법적 존재의 자장에 직접 놓여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마치 자신이 국제 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것처럼 하늘의 세계에서 말할수록, 지상의 국민은 이 두 초법적 존재에 의해 더 많이 휘둘릴 수 있다.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연설이 땅을 실제로 뒤틀리게 할 능력을 발휘하는 곳은 이 좁디좁은 땅덩어리뿐이다. 그 힘에 취해 대통령의 언어는 땅의 질서를 마구 어지럽힌다. 

대통령은 입법촉구 서명운동을 "국민의 눈물이자, 절규입니다"라고 연설했다. 삼권 분립의 국가에서, 게다가 오바마에게도 없는 법안 제출권까지 가진 최강의 대통령제에서, 국회의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시민 서명에 직접 동참하고 지원한 것도 모자라 아예 직접 국회에서 이러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모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불가피한 '긴급 조치'라고 정당화했다. 그러나 국가안전을 내세웠던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 조치 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무효로 선언되었다. 개성에 있던 한국민이 무사히 복귀한 것은 긴급 조치의 결과가 아니라 북한이 복귀를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한 개의 개성공단 공장을 폐쇄하는 데에도 '국가안보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그것도 사업 승인 취소나 정지 사유를 미리 고지하고 청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법률이다. 그러나 134개 기업의 모든 사업을 이러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취소시켜 버렸다.  

 

나는 묻고 싶다. 만일 이 기업들이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었거나 외국 기업이었다면 대통령은 '긴급 조치'를 했을까?  

이제 대통령은 구름의 권좌에서 땅으로, 법치로 내려 와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산다. 밖으로는 초법적 존재인 미국과 중국을 좀 더 촘촘히 연결시키고 묶을 국제법을 끈질지게 고민해야 한다. 안으로는 한국을 동아시아의 법치 매력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살 길은 이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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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땐 중국 경제보복 우려…마늘분쟁 재연 될까?

등록 :2016-02-17 19:33수정 :2016-02-18 05:29

 

2000년 마늘관세 10배 올리자
휴대전화 등 수입중단 조처 전례

전문가 “중국 정경분리” 전망에도
재중 한국 기업인들 좌불안석
“중국, 국익 걸리면 무섭게 돌변”

 

“당시 한국에서는 거국적인 수준의 대규모 협상단이 갔다. 그러나 면담 신청을 해도 중국에서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저 기다릴 뿐 속수무책이었다. 마냥 호텔에서 머무를 수 없어 철수를 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막판 중국 쪽에서 만나겠다는 연락이 왔고, 중국은 극소수의 인사만 협상에 나왔다. 결국 대부분 중국의 의사가 관철됐다.”

 

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
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
2000년 여름 한-중 관계를 뒤흔들었던 ‘마늘 분쟁’ 협상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인사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마늘 분쟁은 한국이 같은 해 6월 중국산 얼린 마늘과 식초에 절인 마늘의 관세율을 2003년 5월까지 기존 30%에서 10배가 넘는 315%로 올리며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당시 값싼 중국 마늘로부터 농민을 보호하려 취한 조처였지만 당시 세계 마늘 생산량의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은 갑작스런 큰 폭의 관세 인상 조처에 강하게 반발했다. 산둥성의 농민이 자살을 하는 사건도 중국 정부의 태도를 강경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일주일 뒤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는 보복 조처를 발표했다. 결국 한국은 관세율을 거의 기존 수준인 30~50%로 낮추고, 중국은 휴대전화 수입 중단 조처를 풀면서 마늘 분쟁은 끝났다. 사실상 중국의 무역 보복이 위력을 발휘한 마늘 분쟁은 이후로도 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로 입길에 오르내린다.

 

10년 뒤인 2010년 9월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도 희토류의 일본 수출 중단이라는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들며 17일 만에 일본에 나포됐던 자국인 선장을 되돌려 받았다. 첨단기술 제품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는 희소 자원으로 일본은 전적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굴욕적으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빠르게 퇴보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제재에 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 일단 중국 경제 전문가들 다수는 중국이 ‘정경분리’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베이징 코트라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은 한국의 전체 무역 비중에서 23.5%를 차지해 1위였다. 한국 역시 중국의 전체 무역 비중에서 비중이 7.1%로 4위였다. 중국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도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두 나라가 가입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정치적 이유로 인한 무역 제한은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박은하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한-중은 경제 발전 목표를 실현하는 데서 상호 핵심 파트너다. 중국이 북한 핵실험으로 발생한 정치안보 문제를 경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중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유·무형의 수단을 통해 티 나지 않는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베이징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의 한 직원은 “중국 여론을 매일 점검하고 있는데 아직 특이 동향은 없다. 그러나 혹시 불똥이 튈까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당장은 아니지만 사드 배치가 결정되거나 갈등이 더 커지면 중국이 가장 가시 효과가 큰 유커(중국인 국외 관광객)의 한국 관광 제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소문이 많다”고 말했다.

 

단둥 등 북-중 접경지대에서 북한 무역을 하고 있는 이들도 “좌불안석이다. 중국인들은 국익이나 애국이라는 문제가 걸리면 무섭게 돌변한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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