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미국-이란 사태는 '경제전'의 양상이 짙어지면서 '확전 위험'과 '협상 교착'이 맞물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하면, 종전은 멀어지고 사태의 장기화와 확전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
한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하면, 미국의 파병 요구에 최초로 응하는 사례가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심대하다. 미국은 '동맹국의 기여가 시작됐다'며, 이란과 타협하기보다는 이란을 더욱 옥죄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가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에 반해 이란은 6월에 이뤄진 잠정적인 종전 합의로 돌아가자는 신호를 보내면서 협상 재개에 나설 뜻도 내비치고 있다. 파키스탄, 카타르, 오만 등 중재국들도 외교적 출구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의 파병 결정이 협상 재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파병은 이란과의 관계에 파탄과 함께 보복 조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파병 결정이 이란의 '비국가 동맹'인 후티에게 추가적인 개입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호르무즈 사태가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확대되면서 국제 에너지 공급망이 더욱 위태로워지고 만다. 특히 파병 목적이 '상선 보호에 있다'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한국 선박이 이란 및 후티의 표적이 될 우려도 커진다.
이렇듯 한국의 파병 결정은 종전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가 아니라 사태의 장기화와 확대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이재명 정부로서는 정부 차원에서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국회 동의 여부가 불확실하고 파병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파병까지는 3개월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는 순간,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파병 검토'만으로도 외신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상기한 문제들이 파병 동의안을 보내는 순간부터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고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고민의 핵심을 '파병 여부'에서 '종전 기여'로 되돌려야 할 때이다. 이러한 선택이 진정으로 국제사회의 안전과 평화에 기여하면서 우리의 안전과 이익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최근에 쓴 책으로 <자주국방의 가성비>가 있습니다.
#호르무즈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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