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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검찰에 불리한 자료 누락"… 사건 뒤흔드는 '선별제출'

▲기관보고 마치는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작기소 국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기관보고를 마치고 있다. ⓒ 남소연

국가정보원이 수원지검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검찰에 불리한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외하거나 숨겼다는 내용의 특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검찰 수사의 전제였던 '국정원 자료' 자체가 검찰 출신 인사의 '선별'에 의해 제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를 근거로 했던 대북송금 사건 외환거래법 위반 수사와 재판 결과를 두고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66건 중 13건만 압수… '비닉 지시' 정황

3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유도윤 부장검사가 2023년 2월 국정원 감찰 부서장에 임명돼, 북한 수집 부서에 수원지검에 제출한 보고서 목록 66건 원문을 요구했고 이 중 13건을 특정한 후 압수수색에 대비해 미리 비닉 조치하라고 5월 10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수원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유도윤 부서장이 사전에 특정한 13건만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국정원 내부 여타 자료들은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수원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사전에 특정된 13건만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자료들은 수사에서 배제됐다.

이 원장은 "감찰 부서가 수원지검과 긴밀한 창구 역할을 했다"며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한 감찰 결과 보고서는 검찰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정원 내부에서 생산된 정보 중 일부만 검찰로 전달됐고, 그 과정에서 특정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자료는 배제됐다는 의미다.

또 이 원장은 "쌍방울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정황, 김성태 전 회장이 대북사업을 빌미로 주가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 해외 불법 도박 정황 등에 대한 첩보가 있었지만 재판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별된 국정원 문건, 재판 핵심 증거로 활용

▲증인 선서 거부한 박상용 검사수원지검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회유를 위해 '연어 술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조작기소 국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앉아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 같은 국정원의 선별적 자료는 실제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2024년 6월 7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이 선고했다. 수원지검은 해당 선고를 바탕으로 닷새 뒤인 6월 12일 제3자뇌물 혐의를 적용해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이 전 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을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의 유죄 선고 과정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국정원 문건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해당 문건에는 김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등이 전한 북한 인사들의 전문 증언이 담겼다.

재판부가 인정한 전문진술은 꽤 많은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철저히 부합하는 내용이다.

"갑자기 (김성혜가) '피고인(이화영)이 전에도 약속을 어겼는데 이번에도 어겨가지고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하였다. 그 옆에도 박철은 '그게 김 회장의 잘못이 아닌데, 굳이 김 회장한테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 뭐 있냐'고 이야기했었고 '경기도가 이렇게 약속을 어기면 자기들이 앞으로 경기도하고 같이 사업 진행했던 것을 못하겠다'고 하니..." (스마트팜 비용 관련 김성태의 진술)

선별 문건만 본 변호인 "국정원 문건 나오기 전까지 무죄라고 생각했다"

당시 정황은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공개한 2023년 5월 25일 '박상용-서민석 통화' 녹취에도 등장한다.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는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서민석 변호사에게 "국정원 문건과 회의록을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제3자 뇌물까지 거의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국정원 문건이 나오기 전까지는 800만 달러는 무죄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대목만 보면 서 변호사가 국정원 문건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선별된 증거였다는 점이 이번 국정원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실제 국정원 문건에는 서로 상충되는 내용이 공존한다. 특히 '쌍방울 주가 부양 목적'이라는 취지의 내용도 상당부분 존재한다.

결국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대북송금 사건 수사는 단순한 검찰 수사를 넘어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력을 통해 선별된 자료만을 취합, 그 구조 아래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북송금 사건 전체의 전제가 다시 검증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화영#박상용#국정원#수원지검#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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