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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여러분 중 대다수는 도서관과 저작권이 무슨 상관인가라고 의아해할 것이다. 더더구나 한미 FTA와 도서관?
여러분이 걸어서 가야하는 물리적 공간을 지닌 도서관이라면 도서관에서 본 자료를 복사하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저작권 문제와 부딪치게 된다. 이용자인 여러분이 아닌 서비스 제공자인 사서의 경우 우리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어떤 자료가 절판되었거나 구하기 어려울 경우 타도서관 자료를 복사해서 서비스할 필요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저작권자의 보호가 아니라 저작물 생산과 이용간의 균형을 통하여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서관에서 사서가 이용자에게 복사물을 제공하거나 구하기 어려운 자료의 복사물을 만들어 다른 도서관에 제공하는 것 등은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면책 조항의 하나로서 이용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디지털 도서관을 이용하게 된다면 물리적 공간을 지닌 도서관에서보다 더 복잡한 저작권 문제와 부딪치게 된다. 디지털 도서관은 디지털 형태로 된 자료를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에게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하는 도서관이다. 인터넷에 익숙해진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자료를 구하러 걸어서 혹은 차를 타고 도서관까지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여섯시 혹은 아홉시로 정해진 도서관 개관시간에 맞추어 자료를 찾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누군가 그 자료를 이용하고 있는 중이라도 자료를 이용할 수 있기를 원한다.
도서관은 여러분의 이러한 요구에 맞도록 그동안 인쇄물 형태로 생산된 자료를 디지털 형태로 바꾸어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물론 디지털 형태로 생산된 자료도 디지털 도서관을 통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도서관 사서의 작업 과정은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복제권과 전송권의 적용을 받는다. 여러분이 디지털 도서관의 자료를 컴퓨터 화면으로 보고, 출력하는 과정에도 복제권과 전송권의 문제가 발생한다.
도서관의 공공성을 고려하여 비영리적인 목적을 가진 이용자들을 위한 복제, 전송 서비스가 모두 저작권 면책사항으로 되는 것이 여러분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도서관의 면책 조항 역시 세계저작권조약(WCT)이나 WTO 지적재산권협정(TRIPS)과 같은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조약의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해지게 된다. 따라서 국내 저작권법은 제28조에서 도서관이 인쇄자료를 디지털화하여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는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첫째, 인쇄형태로 발행된 지 5년이 경과해야 도서관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디지털화할 수 있다. 둘째, A도서관에서 디지털화한 자료는 다른 도서관 ‘내’로만 전송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화된 자료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이용자의 수는 도서관에 해당 자료가 소장된 부수와 같다. 넷째, A도서관에서 디지털화한 자료를 A도서관 내에서 이용자가 출력할 경우 보상금을 내야한다. 다섯째, A 도서관 외의 다른 도서관 ‘내’에서 이용자가 A도서관 자료를 화면에서 보거나, 출력할 경우에는 보상금을 내야한다. 여섯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이 저작재산권자인 경우 보상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일곱째, 도서관이 이러한 서비스를 할 경우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복제방지장치 등의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에 의하여 여러분은 디지털 도서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데, 여러분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집에서 이용하기는 불가능한 상태이다. 즉, 일단 필요한 자료가 디지털 도서관에 있을 경우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까지 가야한다. 만일 방문한 도서관에 필요한 자료가 디지털 형태로 있을 경우 컴퓨터 화면으로 볼 수 있고, 출력하려면 보상금을 내고 할 수 있다. 만일 방문한 도서관에 여러분이 원하는 자료가 없고 다른 도서관에 있을 경우, 다른 도서관 자료를 전송받아 화면으로 보거나 출력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모두 보상금을 내야한다. 만일 여러분이 방문한 도서관에 디지털 자료의 인쇄물 원본이 한 부밖에 없는데, 이미 그 자료를 다른 이용자가 컴퓨터로 보고 있다면 여러분은 그 이용자가 그 자료를 다 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 디지털 도서관의 자료를 보기 위해 적어도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까지 가야한다는 불편은 있지만 그래도 서울에 살면서 부산의 어느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보기 위해 부산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국내의 도서관 관련한 저작권 면책 조항이 한미 FTA에서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무역대표부(USTR) 보고서에는 한국의 디지털 도서관 면책 조항과 관련하여 허락을 받지 않고 디지털화할 경우, 권리자에게 최소한 30일간의 통지기간을 두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미국의 요구사항이 한미 FTA를 통하여 관철될 경우, 여러분이 그동안 ‘가장 가까운 도서관까지 가서 보았던 디지털 자료’의 범위가 상당부분 축소될 것이다. 즉, 도서관이 허락받지 않고 디지털화하려는 대다수의 저작물은 해당 저작물의 권리자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권리자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으로 도서관은 자료의 디지털화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권리자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통지하지 못하는 자료는 디지털화를 못하게 된다. 더 나아가 만일 통지가 통지에서 끝나지 않고 권리자가 디지털화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상태로 발전하면 곧 국내 저작권법에서 디지털 도서관 면책 조항은 무의미해지게 된다. 왜냐하면 면책 조항은 권리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어떠한 행위를 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예상되는 미국의 요구사항은 면책 대상이 되는 자료를 어문저작물로 한정시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저작권법에서 도서관 면책 대상이 되는 자료는 ‘도서, 문서, 기록 그 밖의 자료’로 하여 그 유형을 불문하고 면책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것은 여러분이 도서관에서 이용하는 자료가 어문저작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면책 조항을 어문저작물에만 적용하고 방송물, 실연, 음반에는 적용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 도서관 사서가 구하기 어려운 비디오 테이프를 한부 복사하여 다른 도서관에 주거나, 보존을 위해 방송물이나 실연, 음반물의 복제본을 하나 만들어 두는 것 등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국내 저작권법의 도서관 면책 조항은 디지털 기술의 속성(원격접근, 동시다수 이용자 접근)을 그대로 적용하여 디지털 도서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태이다. 또한 보상금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이견도 속출되고 있어 이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권리자에 대한 통지나 비어문저작물의 면책 대상 미포함 등을 미국 측에서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
정경희 (정보공유연대 IPLeft 운영위원) / libinfo@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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