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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시위 후기: 민원(民願)과 민원(民怨)이 엇갈리는 곳(생공투 속보 61호 기고)
매주 화요일은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1인 시위가 있는 날. 어제, 시설과 김창진 조합원과 함께 정부청사로 갔다. 당초 1인 시위를 맡았던 동지가 사정이 생겨서 급하게 대신할 사람을 찾았는데, 김창진 조합원은 바쁜 일이 있는데도 기꺼이 응해주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 일과 급한 일을 마다않고 자청하는 김창진 조합원이 늘 고맙다.
정부중앙청사에서는 차는 정문을 이용하고 사람들은 후문으로 드나든다. 후문 출입구 옆에는 민원실이 있다. 민원실 앞은 하루에도 몇 번씩 집회가 열린다. 어제 우리가 택시에서 내리자 처음 만난 것도 민원실 앞 인도를 가득 매운 집회였다.
중고등학교 보건교사들이 집회를 하고 있었다. 2010년부터 중학교, 2012년부터 고등학교에 보건과목을 신설하고,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5·6학년의 체육수업에서 연간 34시간씩 할애하여 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교과부가 교육과정을 개정하려고 하는데, 그대로 하라는 것이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였다.
그러나 사정은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보건과목과 경합을 벌일 수밖에 없는 가정·체육교사들이 반대하고, 한국체육단체총연합회 등 체육단체들이 체육활동을 줄이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제 정부청사 후문에서는 이런 입장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보건과목 설치를 요구하는 집회가 벌어지는 다른 한 쪽에서는 한국체육단체총연합회가 보건과목 신설을 반대하는 1인 시위와 선전전을 하고 있었고, 길 건너편에서는 체육교사이거나 체육전공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같은 내용의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부청사 후문 출입구 쪽에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담은 유인물들이 경쟁적으로 배포되고 있었다.
어제 내 역할은 선전물을 배포하는 것이었는데 조건이 여의치가 않았다. 보건과목 설치를 둘러싸고 찬성하고 반대하는 유인물이 경합을 벌이고 있으니 그 틈바구니에서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어제 따라 전경들이 시비조로 사람들 통행을 막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밀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렇다고 망설이거나 주저할 수야 없지. 차분하게 한 장씩 준비한 선전물을 배포한다. 아무에게나 내밀면 외면받기 일쑤이다. 몰려나오는 사람들 중에서 나와 눈빛이 마주치는 사람에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 다음 순간 선전물을 건네주면서 ‘고맙습니다’ 하고 밝게 말한다. 무작위로 하는 것보다는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
아는 사람들이 보인다. KIST 연구원, KINS에서 파견된 연구원, 연합뉴스 기자 등 여러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연합뉴스 기자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니, 아직 안끝났어요?” 상황을 설명했더니 끄덕끄덕-
선전전이 과열되기도 했고, 공무원들도 휴가철인 탓인지, 평소에 40분 이내로 끝날 것이 1시간 이상 걸렸다. 선전물 없이 피켓팅만 했던 의료민영화 반대 시위 27일차,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통합 반대 시위, 공무원노조의 강제퇴출제 반대 시위 등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해온 1인 시위들인데, 선전전에 밀려 한쪽에 다소곳이 서 있기만 했다. 공무원노조가 경찰과 언쟁과 몸싸움을 벌이면서까지 한가운데를 차지한 것을 빼고는. 물론, 우리의 김창진 조합원은 1인 시위와 선전물 배포를 같이 하면서도 경험을 살려 가장 좋은 자리에 내내 버티고 있었다.
정부중앙청사가 ‘반대’,‘투쟁’,‘규탄’과 같은 국민의 원망과 원성(民怨)으로 넘치지 않고, 국민의 아이디어와 요구(民願)를 잘 반영하여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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