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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8일인가, 금강일보에 보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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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 보궐선거에서 충남의 한 도시에 출마한 집권여당의 국회의원 후보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겠노라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지난 6월 하순에 세종시 법안을 원안으로 처리하자마자 정부가 세종시에 유치하겠다고 했던 과학벨트의 입지선정이 다시 논란이 되었다. 과학벨트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듯 지자체끼리 과열된 쟁탈전을 벌이고 있으며, 과연 그러한 논란은 바람직한 것인가?
과학벨트를 놓고 벌이는 지자체들이 벌이는 과열 경쟁은 우선 과학벨트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것은 '벨트'라는 모호한 개념을 내세우면서 거점지구의 불확실한 경제적 효과만을 부풀린 정부의 잘못이 크다. 과학벨트를 유치하면 20년(2009-2029년)동안 생산유발효과 213조, 고용유발효과 136만명이 보장된다니 그 유혹에서 자유로운 지자체가 어디 있으랴.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과학벨트의 개념을 보면 특정한 지역에 한정되지 않을 뿐더러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만을 갖고도 광역 단위를 포괄할 수 있고(과학벨트가 17대 대선에서 충청권에 대한 광역 단위의 공약이었던 점을 기억해 보라), 전국 각지의 과학산업거점과 연결(네트워킹)되는 전국 단위의 계획이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벤처캐피탈과 컨설팅 기관들을 한 곳에 모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자 하는 '클러스터(cluster)'를 전국적 규모로 확장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개념이 '벨트'라고 미루어 짐작하는데, 선행 성공사례도 없고 정립되지도 않은 개념을 만들고 밀어붙여온 것도 정부의 잘못이다.
과학벨트에 대한 졸속적인 논의 과정도 문제이다. 과학벨트에 대한 기획연구단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공유된 개념이 부재하고', '국가프로젝트로서의 비전 및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미흡하며', '기초과학연구원과 가속기시설 투자 등 핵심 선도프로젝트의 타당성 검토가 미흡하다'고 지적했고,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고 의미있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벨트계획은 2015년까지 총 3조5천48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거대 프로젝트로 마련되어, 국가과학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2009. 1. 13)에서 통과되었고, 2009년 상반기 중에 입지를 선정하고 추진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2009년 2월 12일에 국회에 제출된 과학벨트 특별법안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표류하고 있다. 입지를 둘러싼 지자체들의 과열 경쟁에 더하여,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학벨트를 세종시에 유치하겠다고 하면서 커다란 정치 쟁점으로 부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초과학연구원, 세종국제과학원, 중이온가속기 등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주요 연구기관과 대형 연구시설물들에 대한 과학기술계 내부의 합의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과학벨트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통령의 임기는 절반이 지나버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럴싸한 과학기술 관련 공약이 나타났다가 용두사미로 사라지는 것을 익히 경험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과학벨트의 실패를 호언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과학기술입국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할 과학기술정책이 기껏 대통령이나 장관의 임기에 좌우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런 측면에서 과학벨트 종합계획은 다시 차분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정부의 계획이 타당하고 실현 가능한지, 지역발전과 어떻게 연관되며 지자체의 역할은 무엇인지, 과학기술계의 입장은 반영되었는지, 하나하나 점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이 쉽사리 보완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과학벨트 계획을 폐기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무작정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성공은 실패를 먹고 탄생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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