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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지친 이들이 쉬어갈만한 작은 얘기들입니다.

20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12/14
    경계인 우리 아들(8)
    풀소리
  2. 2010/09/16
    그의 고향
    풀소리
  3. 2010/04/15
    용이와 월선 소나무(5)
    풀소리

경계인 우리 아들

#1

제 아들 이름은 최성연이고 현재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 성연이 이종사촌이 3살이었는데, 병원에서 만나는 아이마다 밀치고 때려서 "뭐 저런 놈이 있나?" 했습니다.

우리 성연이가 3살이 되니 그때 그놈 3살 때와 똑 같았습니다...

말하자만 한 마리의 짐승이었죠...

4살 때 유치원을 가고, 5-6살이 되자 사람과 짐승의 경계인이 되었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들어가니까 이제 좀 사람 다워졌지만요~ ㅎ

 

#2

그러던 녀석이 이제 다시 경계인이 되었습니다.

지각과 안(?)지각의 경계인.. ㅎ

 

얼마 전 지 엄마랑 있을 때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너는 지각과 안지각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지?"

그러자 이 녀석 씩 웃으며 한마디 합니다.

 

"그런데 나 아슬아슬하게 학교 가니까 늘은 게 2개 있고, 달라진 게 1개 있다."

"그게 뭔데?"

"어. 달리기 실력이 엄청 늘었어~"

"그리고?"

"폐활량도 엄청 늘었어~"

ㅎㅎㅎ

우리는 한참 웃었습니다.

 

"그럼 달라진 건 뭐야?"

"어~ 그건. 세상이 참 아름답다는 걸 느꼈어~"

우리들은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이제 지각이다 싶으면 포기하고 천천히 걷거든. 그러니까 사방이 보이는 거야~ 나무도 보이고, 꽃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대신 애들이 모두 가버려서 길도 뻥 뚤리고~ ㅋㅋ"

ㅍㅎㅎ

우리는 한참 웃었습니다.

"그런데 어슬렁거리며 가다보면 어른들이 '너 왜 이제 가냐?'하고 묻는 거야~ 그럼 난 '아 예~'하면서 지나가지~ ㅋㅋ"

ㅍ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연이 3학년 때 사진 - 사진 찍는 걸 싫어해서 사진이 없네요... 이것도 모네 그림 보고 숙제용으로 간신히 찍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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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고향

사람이 많아 즐겁다는 뜻의 인다락(人多樂)에서

어진이가 많다는 뜻의 인다(仁多)로 뜻이 바뀌었다는 그 마을은

남한강이 갈라져 두 여울이 되었다는 뜻의 복탄리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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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봉에 기대어 남한강에 발을 뻗은 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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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어디 쯤 그가 살던 집. 또는 그 터가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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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가로지르다 들판 옆으로 흐르는 맑디맑은 시냇물가에서

족대를 들고 피래미, 미꾸라지를 잡거나 다슬기를 주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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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너른 들판을 뛰어다니며 메뚜기를 쫓기도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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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과수원에 들어가 사과서리를 하다

동네 할아버지의 호통소리에 놀라 달음박질을 놓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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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기대어 수줍은 눈망을로 단말머리 소녀를 몰래 훔쳐보기도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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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고향마을이길래 이렇게 오롯이 남아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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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븕은색연필이 일 때문에 어제 제 고향을 지나쳤답니다...

그리고 그 풍경을 저희 카페에 올렸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제 고향집 동네도 사진을 찍었네요~~
메뚜기 잡았을 넓은 들이라고 하는 곳의 사진 찍은 포인트가 제가 3살 때 엄마 등에 업혀서 가다가 봤던, 그러니까 제 생애 제일 첫 기억이 있는 곳과 거의 일치하는 포인트입니다~

사과밭은 친척 형네 거구요, 그 뒤 현대식 집이 친척 형네 집인데, 올해 새로 졌군요...

고향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많은데, 붉은색연필의 사진과 글을 보니 눈물이 찔끔 납니다~~
행복한 기억을 되살려준 붉은색연필에게 너무너무 큰 감사를 드립니다~~~
옛날 어렸을 때 꽤나 사랑받던 그 기억이 마구 되살아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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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와 월선 소나무

용이와 월선 소나무/ 하동 악양벌 한 가운데 있습니다.

 

 

잘 생긴 용이.

그는 또 예쁘고 참한 월선을 사랑했지요.

그러나 월선은 당시 천대를 받던 무당의 딸.

용이의 어머니는 둘의 결혼과 사랑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젊은 청춘의 사랑이 그렇게 쉽게 잘라지나요.

용이는 밤에 월선을 만나 정상적인 혼인을 하지 못하면 차라리 도망가자고 하지요...

 

둘은 평생 사랑하지만 혼인은 못 하지요...

 

지난 4월 초 저곳에 갔을 땐 그런 사연을 몰랐는데,

다녀와서 문득 TV 한 컷에서 그 얘기가 나오네요...

사실 박경리의 토지에서 용이와 월선의 사랑이 저에겐 가장 가슴 짠한 사랑이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용이와 월선처럼 훤칠하게 잘 생긴 두 그루 소나무와

비석도 없어 멀리선 구별이 안 되는 잔디에 곱게 덮힌 크지만 낮은 높이의 편안한 무덤.

그리고 둘레에 가득 핀 매화가

새롭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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