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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tious man

1.

고3 때 담임선생님은 여러 아이들 앞에서 나를 가리키면서 'ambitious man'이라고 곧잘 부르셨다.

나는 그 때 선생님이 왜 내게 그렇게 불렀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매우 소심했던, 그래서 남들 앞에 잘 나서지도 못했던 내가 무슨 'ambitious man'이란 말인가...

 

 

2.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면서 그후 나는 한달 보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셨다...

일찍 들어와 뻘쯤하게 집에 있을 자신이 없었고,

밖으로 도는 저녁시간에는 늘 술과 함께 했다...

 

먼저 정신이 유통기한을 다하는 듯한 증세를 보였다...

급기야 몸도 유통기한이 다하는 듯한 증세를 보였다...

 

며칠 전에는 현기증이 1시간 이상 가라앉지 않았다...

어지러워 고개를 숙여 밥을 먹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나는 문득 고3 담임선생님이 내게 했던 'ambitious man'을 생각했다.

 

 

3.

나는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집에서 '나는 돈을 벌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했었다.

물론 학교에서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다.

할 필요도 없었겠지만, 소심한 내 성격상 딱히 나를 남들 앞에 드러내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속 가득한 그러한 성향은 알게 모르게 겉으로 드러났을 것이다.

그런 날 보고 담임선생님은 'ambitious man'라고 불렀을 것이다...

 

'ambitious man'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원대한 꿈'을 가진자...

그러나 지독히 가난한 나에게 '현실의 한계'는 너무나 '분/명'했고, 아주 가까이 있었다...

다만 나만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담임선생님은 한편으로는 '대견함'으로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으로 대한 게 아닐까...

 

 

4.

'ambitious man'

'원대한 꿈을 가진자'

멋지다...

 

내가 매미처럼 이슬만 먹고 살 수 있었다면...

멋진 나의 꿈은 뭔가 그럴듯한 결실을 맺었을 지 모르겠다...

 

평범하게 돌베개를 베는 1인이 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뭔가 '두각'을 나타내고 싶었다면 오히려 세상사람들에게 폐를 덜 끼쳤을지도 모르겠다...

 

생업의 중요함을 좀 더 일찍, 좀 더 절실하게 알았더라면...

가족에게 민폐를 좀 더 적게 끼쳤을 것이다...

 

 

5.

'ambitious man'

그래도 말이다... 멋지지 않은가...

 

그래... 멋진 꿈을 꾸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야 할 거다...

꿈을 생각할 때마다 느끼는 '행복'보다 10배는 더 큰 진한 아픔이 내 가슴을 후벼파지만 말이다...

 

해는 지고, 갈길은 멀고...

무찔러야 할 적은 많은데, 군사는 없다...

 

그렇더라도 말이다...

한 때 꾸었던 꿈을 펼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 삶이 세상에 끼친 민폐가 기여보다 많은 상태서 삶을 끝내고 싶진 않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타고난 자질의 1/10도 쓰지도 못했다...

적어도 지금보단 10배는 잘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

민폐로 끝내서는 안 되지...

 

추스리고 행장을 꾸려 길을 떠나도

대체 결말이 어떨지 딱히 자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래된 핸드폰 밧데리처럼...

내 머리도, 내 몸도...

방전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방전이 되기 전에, 새롭게 충전되기 전에...

 

다만 '무서리'라도 내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6.

암튼 어쩌랴...

남들도 다 갔던 길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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