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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상림(上林) 숲'에 다녀왔다.
상림은 내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 여행목록에 늘 있었지만 그동안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이준 선배네 집에 다녀올 때 떠나는 우리를 보고 이준 선배가
'가을 상림이 참 좋으니 들렸다 가라'고 했고, 다행이 운전대를 잡고 있던 인엽도 흔쾌히 동의해서
바라고 바라던 상림에 갈 수 있었다.
함양 상림 숲
상림 숲.
눈으로 보기 전에 귀로 더 많이 들었던 숲이다.
하천 홍수를 막기 위해서 조림된 숲이고,
도심 한 가운데 커다란 숲이 있다고 해서 기대가 컷었다.
그러나 상림에 도착했을 때 내 눈앞에 보인 건
커다란 숲보다는 수많은 인공 시설물들이었다.
위천 제방에 가꾸어진 상림/ 남아 있는 숲은 1.6km에 약 6만 평이라고 한다.
나는 눈에 거슬리는 인공 시설물을 내 감각 속에서 소거해버리고 보기로 했다.
그래야 천년을 지켜온 상림의 내밀한 모습이 보일 것 같았다.
상림 숲은 이제 막 가을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이 뭍어나는 커다란 나무들이 많고,
120여종의 나무가 자란다고 하니 숲의 생태계도 건강하다는 증거이리라.
천여년의 세월,
식민지 시절과 잔혹한 한국전쟁
특히 이른바 '새마을 운동'과 같은 무차별적인 개발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를 거치면서도
이만한 숲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이 아닐까...
상림 숲은 원래 지금은 없어진 하림과 합쳐 총 6km 구간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 남아 있는 건 겨우 1/3도 채 되지 않는다.
함양 들이 아무리 넓다고 하여도
천여년 전에 이런 커다란 숲을 만들었다는 건
그 시절 사람들의 상상력과 배포가 남다랐을 것 같다.
위천변의 상림 숲
위천의 관개수로는 상림에서 냇물 구실을 하고 있다.
상림 숲을 거닐다가 사람들이 우루루 모여 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연리목(連理木)이었다.
연리목(連理木)/ 비슷한 크기의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몸을 맞대고 자라 한 나무가 되었다.
나무 가지가 위에서 붙어서 한 나무가 되는 연리지(連理枝)는 지난 번에 본 바가 있는데,
연리목(連理木)도 있구나...
연리목을 잡고 기도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단다.
의미 붙이길 좋아하는 이들은 만든 말이겠지만, 이 나무를 잡아보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사랑이 메말랐고, 또 한편 누구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반증일까...
괴산에 있는 소나무 연리지
당나라의 대 시인 백낙천이
당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인 사랑을 장한가(長恨歌)라는 장대한 서사시로 읊었을 때
당현종이 양귀비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하늘의 별을 쳐다보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장한가의 끝 구절로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7월 7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和語時(야반무인화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선 연리지가 되자고 간곡히 하신 말씀...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은 차라리 끝간 데가 있을지라도,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님을 사모하는 이 마음의 한은 끝이 없으리이다...
상림 연꽃 공원의 수초/ 몇뿌리 남은 연잎이 물 위에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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