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무효 및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

한나라당, 난리가 났다. 사학법 통과를 두고 임시국회 등원거부를 비롯하여 모든 투쟁을 동원하겠다고 하더니만 결국 이런 운동본부까지 만들었다. 이름하여 '사학법 무효 및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

 

사학법 무효야 뭐 지들 작전미스로 인해 어영부영 여당에 넘겨준 것인데다가 지도부의 책임론을 물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니까 이슈파이팅의 주제로 삼는다고 해서 별로 어색한 것은 아닌데, 난데 없이 왠 "우리 아이 지키기?"

 

알고봤더니 전교조가 우리 아이들을 붉은 마수로 포섭하고 있단다. 사학법은 이 붉은 무리 전교조로 하여금 우리 아이들을 모두 친북 반미세력으로 교육시키도록 하기 위해 빨갱이들이 저지른 국가전복음모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이 놀라운 사실을 밝히기 위해 한나라당은 당 대표는 물론이려니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대변인들을 동원하여 전교조의 음모를 파헤치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단다. 이 결의에 찬 거대 야당의 일성에 순간 온 몸이 오그라드는 충격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이 한나라당이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방법, 정말 뜬금없다. "학교와 우리 아이들을 전교조 손에서 구해내고 급진 좌파세력의 주체 교체 음모를 분쇄하고 나라를 구해 정상화시킬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한나라당 부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그 발언의 강도와는 상관 없이 도대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지키겠다는 건지 보여지지가 않는다.

 

우선 이들은 전교조의 붉은 마수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겠다고 한다. 전교조가 붉은 마수를? 이 대목에서 일단 한나라당의 사람들이 얼마나 이데올로기라는 측면에서 무식한가를 알 수 있다. 전교조가 빨갱이면 파리가 새다. 아닌말로 전교조의 "인간화 교육"이라는 거, 이거 애국애족교육 일색이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런데 입만 열었다 하면 애국애족하는 무리 중의 대표가 한나라당이 아닌가? 그렇다면 도대체 한나라당은 빨갱이가 아니고 뭐야? 파랭이야??

 

물론 애국애족의 방법이 서로 다르긴 하다. 한나라당은 미국의 보호 아래 북조선의 씨를 말리는 것을 애국애족이라고 하고, 전교조는 미국을 반대하고 같은 민족을 우선하는 것이 애국애족이라고 하고 있는 거니까. 방법면에서의 차이는 무척 큰 차이를 야기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북한 알기를 부시 밥그릇에 붙어있는 껌딱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박근혜도 "위원장님"과 악수까지 하고 온 경력이 있고, 우리의 묵사마 정형근 의원도 아무 전제 없이 북한 도와줘야한다는 충격적 발언까지 한 적이 있다. 하기사 박근혜의 선친인 위대한 영도자 박정희 전 대통령마저도 북한에 밀사를 보내 남북공동성명까지 끌어낸 바가 있고 카터랑 치고 박으면서 자주국방한다고 난리친 바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그 어떤 누구도 정형근은 물론 박근혜와 박정희를 빨갱이라고 칭한 적이 없다. 지들이 하면 로멘스고 남이 하면 빨갱이냐?

 

게다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전교조와 한나라당의 공통점이 있다. 그건 학생들을 무엇으로부터 지켜야하는지에 대해 둘 다 뻘짓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학생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 그건 다음아니라 오직 대학진학일변도로 짜여진 교육환경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해할 수 없는 왜곡된 교육환경에 대해 양측 누구도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들에게 "학생"이라는 존재는 그저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고사하고 전교조가 언제 실업계 학생들을 위해 거리투쟁 해본 적이 있나? 지금도 실업계 3학년 학생들이 학생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이상한 신분을 가지고 현장에서 팔다리가 짤려나가고 노예처럼 취급당하고 있는데, 2+1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전교조 뭐했나?

 

그 뿐만이 아니다. 초중고등학교 과정 전 과정을 통해 아직까지도 우리 학생들에게는 노동권이 뭔지조차 교육되지 않는다. 아니, 아예 기본권이 무엇인지조차 교육되지 않는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는 것이 중단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권리보다는 의무와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학생들의 이러한 왜곡된 교육환경에 대해 단 한 마디라도 해본 적 있나?

 

양비론이 될 수도 있지만 한나라당이 전교조를 빨갱이라고 욕할만큼 전교조가 급진적으로 교육환경의 변화를 요구했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학교 짤릴 각오를 하고 대학 갈 필요 없는 세상이 참세상이라고 이야기해본 선생님들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교사를 대폭 충원하고 학급정원을 20명 이하로 줄이라고 정부와 전면투쟁해본 적이 있나?

 

전교조야 그렇다고 치고, 학생들을 지키겠다고 긴급하게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 그 잘난 분들, 지금까지 대학 안 가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세상 만들기 위해 니들은 뭐했나? 학생들을 등록금 납부하는 기계정도로 생각하는 사학재단의 배를 불리기 위해 총력투쟁하던 그 시간에 도대체 교육과정의 획기적 개혁을 위해 니들이 한 게 뭐 있나 말이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우리 아이 지키기"? 이게 대~한민국 제1야당의 수준이다. 이런 수준에서 놀고 앉았는 야당을 믿고 어떻게 국민이 안심하고 자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겠나?

 

"지금 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 모든 혼란과 갈등의 중심에 교육이 있습니다."

 

한나라당 대표께서 한 말씀이시다. 근데 개인적으로 볼 때 이 모든 혼란과 갈등의 중심에는 한나라당이 있다.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도대체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도 모른 채 애들 지키겠다고 설레발이 치고 있는 넋나간 국회의원들이 이 혼란과 갈등의 중심에 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기냥 조용히 있어줬으면 좋겠다. 이 빌어먹을 넘들이 푸닥거리를 한 번 할 때마다 이놈의 사회가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히고 있다. 도대체 왜 이 닭대가리들은 조류독감에도 걸리지 않고 이렇게 멀쩡한 걸까??? 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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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1 21:34 2005/12/1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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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나라당...항상 뭔가 주장할 때는 '서민을 위해', '민생을 위해'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정책은 지들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니...
    다음 대선 때 또 한나라당이 되면 지금까지 추진해 온 친일청산,과거사조사 등이 모두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2.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는 이럴때 쓰라고 우리 조상님들이 물려주신것 같네요.. 한나라당은 너무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노동당이 제 3당인 마당에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은 다 빨갱이라고 말하는 저 대담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정말 구별을 못하는 것이면 다든 금뱃지 내놓으셔야 할 듯 한데요.. 괜히 애들 물고늘어지지 말고 할일이나 똑바로 하셔야 할 듯.. 우리 수첩 공주님은 인혁당 사건 입장 표명이나 똑바로 하시지.. 쩝..

  3. 에드/ 그렇게 되면 진짜 한나라당이 '반동'이라는 것을 만방에 공표하는 것이 되겠죠. 지들도 머리가 있는데 그런 정도까지 닭짓을 하리라고야 생각지 않았는데 요즘 하는 짓 보면 그러고도 남을 인류들인 것 같습니다. ㅎㅎ

    ileshy/ 인혁당 사건 넘기기 위한 절호의 찬스로 이번 사학법 개정에 목숨걸고 반대한 것 같아요. 솔직히 다른 나라 같았으면 인혁당 진상규명 된 마당에 과거 정치모리배들 모두 밥숟가락 놔야 정상인데, 이넘의 나라는 어떻게 된 건지 더 큰소리 치고 앉았으니... 암튼 쟤네들은 지들 맘에 들지만 않으면 빨갱이라고 칠하는 버릇을 반세기 넘게 버리질 못하고 있죠. 하긴 개버릇 남 줄 수도 없는 거겠지만요.... ㅜㅜ

  4. 저 분은, 대체 날치기가 뭔진 아는지 원. 하여튼, 비리가 있으면 뜯어 고쳐야지 우리가 왜 기득권들 밥이나 먹여줘야 한답니까. 비리가 한둘이어야지. 인혁당 진상규명된 것도 '허위다'고 끌어 내리기에나 급급하고... 참 짜증만 납니다.

  5. ZF/ 날치기 원조의 원죄를 지고 있다보니 자신들의 원죄를 이런 식으로 덮고싶은가봅니다. 국민적 짜증을 생산하고 있으면서 외려 지들이 짜증을 내고 있으니... 그저 보고 웃어야죠 뭐, ㅎㅎㅎ

  6. 에키! 여보슈 누구 죽는꼴 보고 싶응겨!
    한나라당 의원님들 조류독감 걸리믄 우리집 새들은 어찌란 말이요~
    나가 시방 완죤 비상이구먼...
    다 좋은데 조류독감만은 안되여~

  7. 빨간부리/ ㅎㅎㅎ 조류독감은 절대 안 되죠. 한나라당 의원들이 조류독감 걸리지 않는 지름길은 하루 속히 닭짓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다시 한 번 절대로 조류독감은 안 된다는 거 저도 100% 동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