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는 상속으로 통하나...

호적법 폐지하고 새로운 신분등록법을 만드는 과정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답답하다. 대법원이나 법무부의 관계자들과 논의를 해봐도 이 사람들은 계속 현행 호적제도의 틀 안에서 사고가 멈춰있다.

 

오늘 만난 법무부의 실무 담당 검사. 사람은 꽤나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데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다가 끝났다. 예를 들자면 호적법도 폐지되는 마당에 왜 본적 개념이 계속 존재해야 하는 건가라는 문제지적에 대해 이 분, 사망한 사람들의 호적(제적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본적이 필요하단다.

 

법무부는 호적개념을 원용한 '등록준거지'를 사용하도록 법규정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건 호주를 기준으로 가별편제를 하고 있는 현행 호적법에서나 필요한 개념이지 새로운 신분등록법체계에서는 불필요한 제도이다. 공부의 편철방식을 가별편제에서 성명순 편제로 바꾼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거다. 그런데 이걸 납득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들이대는 근거라는 것이 상속이다. 즉, 상속문제가 발생해서 몇 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할 때 사망한 사람들의 공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본적개념이 꼭 필요하다는 거다. 여기에 대해서 서로 왈가왈부 하기도 했지만 결론은 아직 나지 않은 이야기고.

 

이 이야기하면서 다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상속관련 논의는 대법원의 실무자들과 이야기할 때도 똑같이 나왔던 이야기다. 현재의 법률구조 속에서 이들의 문제의식이 전혀 실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속이라는 제도가 살아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부분이기도 하다.

 

고민하게 되는 지점은 왜 자신의 재산을 자기의 핏줄에게 상속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야하는 것일까라는 점이다. 집안에 재산이 좀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물려받을 재산은 커녕 집안 어른 돌아가신 다음에 빚잔치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상속이라는 제도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 제도이다.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대를 이어가며 향유한다는 것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데올로기적인 분석을 동원하기에는 귀차니즘이 지나치게 발호하므로 그냥 생각나는대로 찌끄럭 거리자면, "내" 재산이라는 것은 "내"가 존재를 마치는 순간 나에게 있어서의 존재가치 역시 사라져야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싶다.

 

물론 사랑하는 자식새끼들이 맨땅에 박치기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전제가 모든 부모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사회공동체가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내 자식만큼은"이라는 이 소박하다면 소박한 의지가 사회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측면으로 승화할 가능성은 없을까?

 

신분등록관련법률이나 민법이나 국적법 등을 이야기하다보면 꼭 걸리는 부분이 상속이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고민하게 된다. 상속이라는 제도를 완전 금지하면 당연히 난리가 나겠지. 하지만, 하지만 가끔은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 가끔이 좀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라 거시기 하지만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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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3 14:04 2005/12/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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