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쩜셋을 기다리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비장한' 각오로 학교 문을 닫겠다고 생 난리 굿을 하던 사학재단 어르신들이 문은 안 닫으시겠단다. 왜? 그냥 닫지. 하여튼 뻥을 까도 그럴싸하게 까야 보는 이도 쪼이는 맛이 있는 거지 밑패 다보이는 판에서 끝까지 질르고 앉았는 사람들, 본인도 패가망신이지만 보는 이는 짜증난다.

'비장한' 각오로 문 닫겠다고 큰 소리 뻥뻥치시던 어르신들이 우째 맘을 돌려잡수셨나 했더니 다른 게 아니라 법률적으로 해결하시기 위해서란다. 그리하여 이 '비장한' 마음 잡수신 어르신들이 채택한 법률적 해결방식, 헌법소원과 법률효력정치가처분신청,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이란다. 가관이다.

이분들이 헌법적 효력을 다툴 수 있는 문제라고 보시는 이슈는 다음과 같다.

논쟁점 대응표(한겨레에서 퍼옴)

일단 첫번째 이유, 사적소유권의 침해 및 교육의 자주성, 독립성 침해. 기본적으로 이들의 비장함이 웃기는 이유다. 사적소유권? 사학을 건립하는 거야 개인이 하는 것이지만 이들이 법인을 만들고 학교를 세우는 순간 그 학교 법률에 의해 등기된다. 그리고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진 교육재정의 지원을 받는다. 그것도 어디 한두푼 받냐?

사립 초중등학교의 재단전입금 비율은 평균 3%가 되질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학교를 운영하냐? 당연히 학생들 등록금과 국가 교육재정이다. 대학은? 사립대학 역시 재단전입금 비율은 기껏 9%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사립대학의 경우 재단이 튼실한 상위랭킹 학교들의 재단전입금 비율이 높아서 이정도지 절대다수의 사립대학이 운영자금의 5% 이하로 재단전입금이 들어오거나 많은 학교가 수년동안 아예 재단전입금이 한푼도 학교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면 이게 도대체 누가 세운 학교란 말인가? 아무리 둘러치고 메쳐봐도 이정도 수준이면 이놈의 학교, 개인이 세운 것이 아니라 뼈빠지게 고생해서 자식들 교육시키는 학부모의 학교요 국가 백년지대계, 나라의 동량이 되라고 주머니돈 털어 세금 낸 국민들의 학교다. 어딜 봐서 이게 개인 재산이란 말인가? 아예 개인 재산이라고 할 거 같으면 국가로부터 생돈 한 푼 받질 말던가, 학교라는 간판 떼고 기업이라고 하던가.

개방형 이사의 문제는 더 엉뚱하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개정사학법에 따르면 7명 이상의 이사를 두고 그 중 1/4을 개방형 이사로 두도록 하고 있는데, 7명일 경우 기껏 2명이고 그나마도 선임권을 이사들 및 학운위 관계자들에 의하여 행사하도록 되어 있어 인적 배분을 고려하면 기존 이사진들의 입김에 인사가 좌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별로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되기까지 한다. 뭐가 문젠가?

이걸 두고 사적소유권의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어르신들의 정신상태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건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날로 먹겠다는 수작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저 건물 몇 채 덜렁 지어놓고(그것도 뭐 지돈으로 짓냐?) 땅덩어리 좀 확보하고(그 땅덩어리도 뭐 지 땅이냐?) 나면 앉아서 애들 돈 울궈먹는 게 사립학교란 말인가?

두번째 문제, 바로 재단 설립자의 인척이 학교 요직을 해먹는 거 이거 중단하라고 했더니 바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란다. 말 잘했다. 저 위의 표를 보면 교육공공성을 위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일정정도 제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제한법리를 동원하지 않아도 이 건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학교의 장이라는 것은 적어도 그 자리에 앉아 있을만한 능력과 인격이 겸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사립학교의 장, 전부는 아닐지라도 쥐뿔 능력도 없는 인간들이 차지하고 앉아 교육현장을 초토화시킨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알고보면 전부 그나물에 그밥, 재단설립자의 아들, 딸, 며느리, 사위, 동생 기타등등 이런 자들이 그 자리에 앉아 난리 굿을 하고 있었다는 거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사학재단의 이러한 족벌운영체계가 전체 교육풍토를 천박한 수준으로 떨어트리는데 일조했다. 교육정상화를 논하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이러한 풍토부터 척결하는 것이 순서다. 개정사학법에서 겨우 그 첫 발을 내디딘 건데, 이걸 두고 왈가왈부한다면 아예 이 참에 전국 사학재단들 정밀감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밀감사해서 웬만큼 비리 없는 재단 거의 없을 것이고 그 비리의 대부분은 족벌체제 내지는 그와 유사한 인적관계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 감사결과 죄질이 나쁜 재단, 이번 기회에 아예 국가귀속시키는 것도 바람직하다.

능력있고 인격겸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개정법에 의해 교장이 되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러한 자질이 있다고 해서 족벌경영체제를 받아들이고 재단 설립자의 후광으로 해당학교의 장을 한다는 것은 뻘쭘하지 않을까? 이게 무슨 기업 계승하는 것도 아니고 가업 계승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쪽팔린 줄을 모르고 뭐하는 짓들인지...

세번째 논의되는 건학이념, 이거 아주 웃기는 소리다. 어차피 종교사학의 경우 같은 종단에서 개방형 이사 선출하도록 하면 되는 건데 뭐가 문젠가? 교육부도 이 부분에 대해선 이미 시행령으로 해결하겠다고 한 바가 있지 않나? 개신교 학교에서 개방형 이사를 무슬림 신도로 뽑는다면 그건 좀 이상할 수도 있으나 사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문제라 할 수도 없다. 개방형 이사가 할 수 있는 일에 건학이념 뒤집는 것은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 아무리 힘좋고 빽좋은 개방형 이사가 한 자리 차지하더라도 그 사람으로 인해 사학의 건학이념이 훼손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거다.

위헌소송 들어가면서 법률효력정지가처분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시는 모양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두셨으면 한다. 그리고 어차피 위헌소송 들어가봐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만 신나는 거지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다. 게다가 무슨 손해배상청구를 해? 웃기고 자빠졌다. 정작 손해배상은 그동안 재단 운영 엉망으로 하면서 애들 등록금 뺏어간 이 어르신들이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세금 갖다 바친 국민들에게 해야할 판이다.

헌법소원도 하시고 학교 문도 닫으시고 할 수 있는 일 다 하시기 바란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어르신들 소원을 안 들어드릴 수야 없는 일 아닌가? 그렇게 해서 신바람 나게 하고 싶은 일 다 하시고 가시기 바란다. 뭐 어차피 일을 저지르는 거는 이분들 맘이지만 결과는 이분들 맘하고 전혀 관계 없이 전개될 거니까 걱정이 되질 않는다.